어디에도 어디서도 (김선재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 (김선재 연작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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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선재 소설가 연작소설집 『어디에도 어디서도』. 이 연작 소설들은 떠난 자의 독백을 삼킨 남겨진 자의 말더듬이다. 죽음은 그 특성상 죽음이 의미화되는 순간, 완성된다. 그러나 의미화할 수 없는, 의미화를 거부하는 죽음들이 있다. 물로 쓴 글씨가 다 말라버린 상태처럼, 거기 있으나 읽을 수 없는 흔적처럼, 입 모양은 있으나 다다르지 못하는 소리처럼, 그런 죽음들은 삶의 밖이 아닌 삶 속으로 흩어진다. 역설적으로 『어디에도 어디서도』는 그런 죽음들을 진단하거나 해석하거나 승화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죽음으로 더 지독하게 깊이 끌고 들어감으로써, 죽음을 거짓 의미화하려는 모든 시도로부터 우리를 멀찍이 떼어놓는다.
저자

김선재

저자김선재는
김선재

1971년경상남도통영에서태어나숭실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6년실천문학』을통해소설가로,2007년현대문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하여,시집얼룩의탄생』(문학과지성사),소설집그녀가보인다』,장편소설내이름은술래』(한겨레출판)를펴냈다.

저서목록
소설
그녀가보인다』(단편집),문학과지성사,2011.
내이름은술래』(장편),한겨레출판,2014.

얼룩의탄생』,문학과지성사,2014.
산문
마음껏슬퍼해요,우리』,삶창,2016.

목차

◎틈
◎외박
◎아무도거기없었다
◎눈속의잠
◎어제의버디

感/사라지는독서와나타나는이야기_오은(시인)

출판사 서평

김선재소설가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
“기억이환영을만들고환영이다시비밀을만들고
비밀이삶을연명하게만든다는걸당신들은알까.나는묻고싶다.”

『그녀가보인다』(문학과지성사),『내이름은술래』(한겨레출판)등그간
‘관계’와‘기억’의문제를미학적으로다뤄온소설가김선재의신작소설집!
상실의시대이다.하루하루가예기치않은죽음,나쁜죽음의연속인우리의현실.이현실을지배한검은입들은우리의귀를붙잡고애써죽음을숨기라속삭인다.완성할수없는문장들이살아남은자들의혀끝에서맴돈다.애써묻지만,대답은없다.누군가는상실의이쪽에남아야하고,남겨진이들이그상실의모든이유와모든결과를삼키고삼키다다마침내아무것도삼킬수없게되었을때,죽음은다시한번각색된다.김선재의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는그렇게각색된죽음과상실너머의이야기를우리앞에불러낸다.문장으로는가닿을수없는세계를지독하게,처연하게,먹먹하게재호명한다.

나오지않는목소리로죽음너머를호명하지만,죽음은죽음말고는그어떤것으로도대답하지않는다.
이연작소설들은떠난자의독백을삼킨남겨진자의말더듬이다.죽음은그특성상죽음이의미화되는순간,완성된다.그러나의미화할수없는,의미화를거부하는죽음들이있다.물로쓴글씨가다말라버린상태처럼,거기있으나읽을수없는흔적처럼,입모양은있으나다다르지못하는소리처럼,그런죽음들은삶의밖이아닌삶속으로흩어진다.역설적으로『어디에도어디서도』는그런죽음들을진단하거나해석하거나승화하지않으면서,오히려그죽음으로더지독하게깊이끌고들어감으로써,죽음을거짓의미화하려는모든시도로부터우리를멀찍이떼어놓는다.

언제나나는사이의세계에있다.당신들이누운간격사이.혹은당신들이서로를알아볼수없는어둠과그어둠의뒤편사이.오래된과거와길지않은미래사이.그게어떻게가능한것인지는나로서도알수없다.그저어느날갑자기나는당신들을‘알아보게’됐고‘안다’고생각하는순간부터‘나’라는말을쓰는것이가능해졌다.그러니까나는당신들에게서비롯된나이면서당신들이서로를알아볼수있게만든나인거다.나는바람이되어먼지보다가벼운질량으로존재하기도했고아무곳에서나날아온나무의홀씨처럼오래한자리를지키기도했으므로그기적같은일을눈치채는사람은없었다.그래서당신도나를느끼지만보지는못한다.나또한당신곁에있지만말할수는없다.괜찮다.오래된일이니까.(…)어제는많은사람이집을비우는날이었다.그들은먼곳의신을위해,먼저떠나는사람을위해,태어나지못한영혼들을위해오래기도했을것이다.나의거의모든것이었던당신도나를위해기도하던때가있었다.그기도를나는기억한다.제발,제발,제발.안쪽의세상과바깥쪽의세상을통틀어가장짧고슬프고절박했던그기도로나는태어났고,존재한다.아주오래전부터한몸이었지만내가,비로소내가된그순간을오래기억할것이다.(본문42-45쪽)

사라지는독서와나타나는이야기“뭔가를잃어버린것같았다.”
오은(시인)의감상평중에서

어떤시를읽으면소설이쓰고싶어진다.어떤소설을읽으면시를쓰고싶어진다.읽는사람에서쓰는사람이되고싶어진다.김선재의두번째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를읽고가장먼저든생각도바로이것이었다.긴꿈을꾸고일어났는데,그꿈의매장면들을복기하듯눈앞에불러들이고싶었다.그런데시를쓰고싶은지소설을쓰고싶은지도무지알수없었다.저녁을먹은지얼마되지않았는데도배가고팠다.뭔가를잃어버린것같았다.(…)맥락이불투명해졌다.할말이불분명해졌다.상실하는대상은콕집어말할수없고상실하는과정은표현하기힘들어지는데상실하고있다는느낌만분명해지고있었다.“밤의마디를지난우리는무릎을가진사람이되었다.”(어제의버디)무릎을가진자들은저문장을지금도다시쓰고있다.무릎을탁치는순간을마주하기위해,무릎이하나의마디라는것을증명하기위해.그리하여,독서는사라지고이야기는나타난다.책은둘사이어딘가에놓여있다.“언제나나는사이의세계에있다.”(외박)한때의시간을꿈꾸며.그리고밤의마디를관통한나는비로소무릎을굽힐수있게되었다.다읽고나서곧바로다시읽고싶어지는소설은분명좋은소설이다.다읽고나서이때껏한번도쓰지않았던글을쓰고싶게만드는소설은더좋은소설이다.
문학실험실이준비한《틂-창작문고》‘콘셉트’작품집시리즈의세번째책

독립문학공간이자비영리사단법인인문학실험실은《틂-창작문고》의첫책으로2016년5월김혜순시인의?죽음의자서전?을출간한바있으며,작년말,두번째책으로김종호작가의연작소설집『디포』를세상에내어놓았습니다.이제세번째책으로김선재작가의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를선보입니다.

문학실험실은한국문학의질적발전과새로운정체성을모색하기위해,도전적이며미래지향적인언어탐구의작업들을기획하고실천해나갈목적으로2015년설립되었다.앞으로도문학실험실의《틂-창작문고》시리즈는작가의식과문학적문제의식을첨예하게드러내는양질의작품들로채워질예정이다.

또한,《틂-창작문고》시리즈를새로운문학의거주공간으로구축해장르를나누지않고,시,소설,희곡,텍스트실험등을출간해갈예정이다.소설은연작형태의단편3~4편을묶거나,중편소설등이선보일예정이고장르를극복한‘텍스트실험’과그간문학현장에서외면받아온‘희곡집’도문학의이름으로과감하게출간할예정이다.문학실험실의《틂》시리즈는정성을다한양장제본으로꾸며졌지만무겁지않은판형으로가볍게지니고다니며,어디서든읽은수있는우리시대의새로운교양서로자리매김할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