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 (최하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 (최하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6
Description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
몇 시냐고 물으면 당신들의 모든 시간에서 한 줄만 빼요
들끓고 뒤섞이며 무한으로 달려가는 시어들

SNS를 배회하지 않는, 시집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시편들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피아노』 『팅커벨 꽃집』을 내놓은 최하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최하연 시인은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 요즈음 웬만한 작가라면 자의든 타의든 SNS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소위 문학의 죽음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이 문학 작품을 멀리한다는 사실이 작가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매달리게 한다. 그 계기야 다양하겠지만 저변을 관통하는 이유는 대개 그렇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작품이 아닌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통해 작품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SNS는 독자가 작가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통로가 된 지 오래다. 시는 특히 더 그렇다.
이와 같은 시대에 최하연 시인을 알 수 있는 길은 그의 작품을 읽는 것 말고는 없다. 시인의 독자 역시, 그러한 시인의 성향과 닮아서인지 SNS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SNS의 거품 속에 소위 ‘대단히’ 과소평가된 시인 중 하나이다. 시인의 독자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시집을 통해서일 때 온전한 시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독자들은 새기고 있다.
그의 시집은 그러므로, 책방의 서가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인터넷 서점이 아닌 생생한 현실의 책방, 특히 동네의 작은 책방에서 최하연의 시집을 만나는 것은 반가움조차 과잉된 감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마치 그 자리에 있을 것이 있는 것처럼,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처럼.
저자

최하연

저자최하연
1971년서울에서태어나200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받아등단했다.시집『피아노』『팅커벨꽃집』을펴냈다.

목차

1부
기억꽃잎
암흑과빛사이에놓인불투명한것들을한꺼번에깨무는방법
오베론
기억날
내가그린구름그림
기억범람
눈을뜨니풀밭이었다
기억풍랑
피리부는사내
삭망朔望
밤과낮
명륜동
기억구름
기억소음

2부
디포에게
아이들의혈관은나날이투명해진다
기억안개
기억계절
춘분지나
혜화로9길
혜화로9길끝에서
빵을씹으면귀신이보이는풍경1
빵을씹으면귀신이보이는풍경2
빵을씹으면귀신이보이는풍경3
빵을씹으면귀신이보이는풍경5
파산罷散
바다를등지지마십시오
웅상폐차장
극점極點

3부
모서리가없어서
모서리를찾아서
기억군락
겨울잠
삽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앞로터리공사가끝난어느날
제게편견을하나주소서,그러면제가세상을움직이리다
우주배구공

쿵쿵
기억퇴적
§
한없이낮은
끝난것은죽음
설거지읍泣
오버행
나무아래침묵이흘렀다
3월21일
봄비
기억방

시인의말
기억과기억사이,어떤시간과아무공간_최규승
최하연시인저서목록

출판사 서평

의식하지않아도기억되는기억들,기억연작

바람은안에서밖으로불고
빗방울은아득한곳에서
이루말할수없이아득한곳으로
떨어진다
내편아닌모든것은잠들라
아침이면난이곳에없으리니
용케젖지않은꽃잎도
꽃잎아래웅크린하늘도
바람은안에서불고
꿈은밖에서젖는다
잠들라,젖지않는밤의노래도
부르지못한이름도
다잠들라
내안으로자라는
마른뿌리도
기약없던당신의마른젖가슴도
이제는젖어서모두
꿈밖에놓인다
하늘로떠가는새와
그아래잠든침묵이여
숲이숨길수없는
비밀의무게와
저적막한입술위에
잠시머물다사라진간절한기도도
벼락처럼,이슬처럼,
잠시왔다가떠내려가는
하얀손의
악몽같은것들도
이바람속,이아득한물방울속에서
다잠들라
―[기억꽃잎]전문

“뒤돌아보지마라.”시대와지역을막론하고이와같은금기에도전하는사람들은돌이되거나,소금기둥이되거나,지옥으로떨어졌다.이는단지옛이야기가아니다.뒤돌아본다는것,즉기억한다는것은그만큼결단이필요한행동,그러한상태인것이다.결단하고기억하려해도우리의생활이,세상이속삭인다.‘앞만보고가야지,세상이컨베이어벨트처럼흐르고있는데,남은것과는멀어져야해.’그러므로‘세월호’를굳이떠올릴것도없이,기억은머리로만할수없기에,몸에새기게된다.
시는시인의몸이다.몸에새긴기억들이돌로,소금기둥으로굳어진몸에서선명히드러난다.굳어버린몸이므로더욱더선명히빛을낸다.『디스코팡팡위의해시계』에수록된시편들,그중에서도기억연작들은시인의몸에새긴기억들이다.컨베이어벨트가가는방향을거슬러뒤돌아보며새긴기억들이다.그기억들을독자들은읽고또다른기억의돌이된다.이로써시인과독자는시쓰기와시읽기를하나로연결하며기억하기,즉‘시+하기’를하는것이다.

텅빈,사이와사이로감싸올린기억들

서시에해당하는[기억꽃잎]에서는“아득한곳에서/이루말할수없이아득한곳으로/떨어”지는“빗방울”에도“용케젖지않은꽃잎”이있고“그아래웅크린하늘”이현실의풍경을위아래뒤집은이미지로제시된다.“불현듯찾아온난독증”은“다리가짧아진밤”“칼맞는/밤”에일어나고([기억날]),“사라질때마다/사라지는”“아이”와“늘나를남겨놓고다니는”내가있다([기억범람]).
“달리기를멈췄을때/시작되는기차의이야기”속에“조금씩모자란유년의그림자가/하나둘/어둠으로돌아”가고([기억안개]),“눈물한방울이/빛의속도로/너에게로”가는,“냉장고속에어둠이있”고“어둠속엔냉장고가있”는“영혼”이“얼어죽”는“오늘밤”([기억계절])은“새가새로낸길로만/다니는”“귀신에겐없는금밖의세계”([기억구름])이다.“풀잎위에/허무주의가/젖은것과젖지않은것사이로”맺히고([기억군락]),“골목과대문사이”“창문과창문사이”“공이짖”고([기억퇴적]),“악어의잠과토끼의/눈물사이에”“슬리퍼한짝”이걸린다([기억방]).그“슬리퍼한짝”이어쩌면최하연의시인지도모른다.결핍이면서효용성이라고는단한방울도없는,나머지한짝의행방도모르고,찾을수도없고,찾지도않는…

―최규승,[기억과기억사이,어떤시간과아무공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