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다 (고정순 산문집)

안녕하다 (고정순 산문집)

$13.00
Description
보통의 청춘들에게 건네는 마흔 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그림책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최고 멋진 날》 《슈퍼 고양이》 등으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고정순 작가가 첫 산문집 『안녕하다』. 이 책에는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보통의 청춘들에게 건네는 마흔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여느 에세이처럼 단편적인 에피소드나 사유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유달리 호기심 많고 예민한 촉수를 지닌 한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연대기적 구성을 취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등포’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인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듯 작가 고정순을 키운 8할은 영등포라 할 만큼 이 책에서 영등포가 갖는 이미지는 강력하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영등포의 쓸쓸한 풍경을 닮은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작고 가난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 불가해한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사유는 생의 언저리에서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바라보게 한다.
책은 달달한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좋아요’를 눌러야만 할 것 같은 ‘페이스북용 아포리즘’도 아니다. 뮤지션 하림이 쓴 발문처럼 그녀는 한때 영등포라 불리던 모든 것을 소환한 뒤 하나하나 안부를 확인한다.
저자

고정순

그동안쓰고그린그림책으로《봄꿈》,《옥춘당》,《시소》,《무무씨의달그네》,《어느늙은산양이야기》,《슈퍼고양이》,《점복이깜정이》,《가드를올리고》,《최고멋진날》,《솜바지아저씨의솜바지》들이있으며,청소년소설《내안의소란》,산문집으로《안녕하다》와《그림책이라는산》을펴냈다.그림책은물론이고,에세이,소설,만화로영역을넓히며자신의이야기를전하고있다.

목차

1부때때로,영등포
영등포/발레복/포도밭/춤/휴지/흰말/육손이/안녕/얼음손가락/탯줄

2부바람이어느쪽에서불어오든
피서/칼가는노인/오후반/피아노/양화대교/이발소집첫째딸/닭과죽은나무/어려운숙제/흙집/군인아저씨께

3부다시,영등포
벽화/문/소설과시/우주전쟁/점괘/비행기/동물원/선영/어느겨울/그녀에게

4부작고가난한
빚/공부방아이들/늦은이해/아버지/엄마/남겨진것들/국경을넘는아이들/가족/학접는여자/어떤놈어떤년

안녕,하다_하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림책『솜바지아저씨의솜바지』『최고멋진날』『슈퍼고양이』등으로자기만의작품세계를구축해온고정순작가가첫산문집을펴냈다.멋진삶을살기위해선남보다뛰어나야한다고가르치는세상속에서점점존재감을잃어가는보통의청춘들에게건네는마흔편의솔직담백한이야기가실려있다.작가가오랫동안살피고다듬은문장들은여느소설가의산문못지않은깊고묵직한울림을선사한다.

한때영등포라불리던모든것에게전하는안부와작별의인사

어찌보면『안녕하다』의주인공은‘영등포’라는공간이라고할수있다.어느시인을키운건8할이바람이었듯작가고정순을키운8할은영등포라할만큼이책에서영등포가갖는이미지는강력하다.인천소래포구의한오락실뒷방에서살다가서울로이사온그녀의가족에게영등포가“건넨첫마디는시끄럽고냉정”하다.어린여자아이의눈에비친영등포는“돌멩이조차돌멩이답지못”한동네였으며,“대로변에즐비하게늘어서있는철공소들사이로해가서서히사라지”는풍경을지닌곳이었다.그렇지만영등포는그녀가또다른세계로나가기전한시절을품어준‘인큐베이터’같은곳이기도하다.그래서일까.작가의내면에영등포는공간인동시에시간으로서자리한다.“노동과유흥이한데뒤섞여나뒹굴”던공간이면서“어둠이내리면다시하루를시작하는것같”던시간.그래서뭐든지가능할것같은공간이자시작하기에도끝내기에도괜찮은시간.훗날그녀가지나간옛사랑의기억을더듬을때도,극심한육체적고통과싸울때도영등포는하나의또렷한실체로서존재한다.

이책은여느에세이처럼단편적인에피소드나사유를나열하는방식이아닌,유달리호기심많고예민한촉수를지닌한소녀가어른으로성장하기까지의‘연대기적구성’을취한다.1부(때때로,영등포)와2부(바람이어느쪽에서불어오든)는작가가열살이되던해처음만난영등포에관한이야기들로채워져있다.소녀의눈에비친영등포의첫이미지는눈부신형광이다.밤이되면화려한네온사인과사창가의붉은빛으로대낮처럼밝아지는외로운형광섬.그섬에사는사람들은하나같이외롭고고단하며,‘나’에게부끄러움과죄책감을일깨우는존재들이다.그러면서소녀는예술을향한열망을조금씩키워나간다.“우리집골목모퉁이에는대문이없는작은집이하나있었는데,그곳에는몹쓸병에걸려늘누워지내는사내가살았다.팔다리가앙상한그는햇빛을보지못한탓인지병든흰말처럼보였다.나보다두살어린남동생은흰말에게링거한병을사다주는심부름을자주했고,그러면흰말은냄새나는이불밑에서종이돈한장을꺼내쥐여주곤했다.전학온학교의아이들은침을발라녹인설탕알갱이로별을만들고있었고,선생들한테는언제나고독한구취가났다.”
3부(다시,영등포)에서는이제막화가로첫발을뗀작가의분투기가펼쳐진다.생활비를벌기위해어둠속에서형광안료로모텔벽화를그리거나그림을싸들고출판사를전전하면서도그녀는결코자신의‘꿈’을놓지않는다.그것은바로마음놓고작업할수있는작은공간하나를갖는것.그렇게예술과밥벌이사이에서고군분투하는사이그녀에게육체적인고통까지덮쳐온다.
“얼마전,극심한통증과싸우는한작가가쓴책을읽었어요.사랑하는사람을만나고건강이조금씩좋아졌다고쓰여있었어요.나는통증을이겨내는어떤의학적인방법을기대했는데맥이딱풀려버렸죠.그런데시간이지나니그책의내용이마음에들어요.아직방법이있다니,그방법이다른무엇도아닌사랑이라니…….”
4부(작고가난한)는지금여기의이야기다.영등포를떠나온지오래지만,작가는어느곳에서나“해를이고사는”작고가난한사람들이존재함을깨닫는다.고양이두마리와함께살며하루의대부분을그림책만드는일로보내면서도끊임없이세상과소통하려고애쓴다.지금자신이알고있는건모두사람으로부터배웠기때문이다.그녀는미술수업을진행하면서만난탈북청소년들을통해“그곳은힘들고이곳은외롭다”는생의비밀과마주하기도한다.
“문신기술자가되고싶다고말한훈이가자신의팔에유성사인펜으로그려놓은무수한별들의의미를그제야어렴풋하게알수있었다.별을보며국경을넘은아이들에게나는무엇을기대했던것일까.”

한젊은예술가의삶과사랑그리고관계에관한작고가난한기록

뮤지션하림이쓴발문처럼그녀는한때영등포라불리던모든것을소환한뒤하나하나안부를확인한다.그러고는낮지만깊은목소리로조곤조곤이야기를나눈다.우리모두가지나온특별한시공간에대해,너무멀거나가까웠던관계에대해,실패한농담과위태로운꿈에대해,기쁨과슬픔,영원과순간에대해.

『안녕하다』는달달한연애이야기도,가슴아픈이별이야기도,그렇다고‘좋아요’를눌러야만할것같은‘페북용아포리즘’도아니다.그럼에도이책이빛나는이유는세상과사람을바라보는작가의태도때문이다.영등포의쓸쓸한풍경을닮은글은읽는이로하여금작고가난한것들의아름다움을다시금떠올리게한다.이불가해한세계를바라보는작가의시선과사유는생의언저리에서보통의삶을사는우리의자화상을바라보게하고,아파서외면했던기억들과마주하게한다.그리고등뒤에서나지막한목소리로이렇게속삭이는것이다.“세상은언제나만개의슬픔끝에단하나의기쁨과희망을노래한다”고.작가와함께길고어두운터널을빠져나오면아주오랫동안잊고지내던인사라도생각난듯나의지나온삶을향해천천히손흔들수있을것이다.나는안녕하다.그러니이제안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