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간 :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

야만의 시간 :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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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재정권의 희생양’ 재일 민주단체 ‘한통련’
민주 조국에서도 외면받는 억울한 이야기
한통련은 어떻게 반국가단체가 되었나? 그 과정을 톺아보는 실증적 기록

조국을 사랑했지만, 조국으로부터 반세기 넘도록 외면과 박대를 당하고 있는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사람들의 이야기가 『야만의 시간』으로 우리 앞에 섰다.

저자 김종철 전 기자는 현직(한겨레 신문)에 있을 때부터 한통련 회원들이 겪는 인권침해, 반국가단체 판시의 문제점, 국내 민주화운동과 한통련의 연대활동 등을 여러 차례 특집기사로 다뤄왔다. 2022년 정년 후 그는 한통련에 대해 보다 더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한통련은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소외당한 사람들”이다. 국내와 일본을 넘나들며 한통련과 관련된 인사들을 심층취재하고, 재판자료, 문헌기록, 언론보도 등을 수도 없이 뒤지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을 기록했다. 5년에 걸친 저자의 전방위적 취재는 탐사보도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며 『야만의 시간』은 독자들을 생생한 역사적 현장으로 빠져들게 한다.

김대중이 납치된 1973년 결성되어 올해로 50살이 된 한통련

올해 8월, 한통련(옛 이름 한민통)은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반백 년 동안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염원했으나, 박수와 축하보다는 여전히 반국가단체라는 족쇄에 갇혀있다. 수많은 재일동포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있지만, 한통련은 여전히 반국가단체다. 한통련 회원들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다. 여권도 제대로 발급해주지 않는다. 반국가단체 회원이라는 이유로 사업상 불이익을 당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 지급되던 보상금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온시하고, 일본에서는 차별한다.

민주화된 조국은 왜 아직도 이들을 불온과 기피의 대상으로 남겨두고 있나?

1973년 민단계 재일동포들이 일본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과 함께 한민통 결성, 결성식을 앞두고 김대중 납치, 초대의장으로 김대중 추대, ‘김대중구출대책위원회’결성. 1977년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 사건 공소장에 ‘반국가단체’로 등장. 1978년 대법원은 “한민통은 반국가단체”라는 공소장 내용을 그대로 인정. 1989년 한통련으로 이름을 변경했으나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 .

저자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조작을 일삼은 정보기관과 검찰, 그리고 공소장을 그대로 베낀 법원, 취재도 없이 받아쓰기식 보도를 한 언론, 반국가단체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등을 하나하나 톺아보며 우리를 그 시대로 이끌고 간다. 그리고 “과연 이들만의 문제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시선은 민주정부 출범 후 벌어진 한통련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바라보며 훨씬 날카롭고 섬세해진다. 저자가 보기에, 한통련 사람들에게 들씌어진 반국가단체라는 오명을 벗길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2004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심과 2011년 김정사 사건 재심에서 법원은 모두 무죄 선고를 하면서도 한통련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슬쩍 피해갔다. 2010년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한통련에 대한 반국가단체 규정은 잘못이었다는 최종 보고서가 나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폐기되고 말았다.

법원도, 진실화해위원회도 본질적 문제인 반국가단체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비껴간 것이다. 저자는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한통련의 처지, 그것이 바로 우리 민주주의의 현재라고 진단한다. 이‘야만의 시간’을 끊어내는 것은 일본에 사는 그들의 일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우리의 과제라고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이다.
저자

김종철

저자:김종철
김종철은대학에서한국사를전공했다.1989년《CBS》기자로출발해《한겨레》신문에서논설위원,정치부장,신문부문장,선임기자등으로일했다.정치분야를주로담당하던기자시절부터역사와그흐름을만들어가는사람들에대한관심이많았다.2022년정년을마친뒤반국가단체라는오명을뒤집어쓴채여전히차별과냉대를받고있는한통련에대해대한민국역사로서의재일동포사를복원한다는마음으로『야만의시간』을집필했다.그동안쓴책으로는고난과역경속에서도꿋꿋하게자신의길을걷고있는사람들의이야기를담은『각별한당신』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1.반세기넘는차별과박해
"당신들은자유입국안돼"13
"국가유공자보상금도안돼"33
"한통련회원과는거래안돼"45

2.반국가단체만들기와굳히기
김정사간첩사건조작의비밀61
정보부의조작카드,영사증명서와윤효동91
'DJ내란음모'각본재판의희생양121

3.개혁파의홀로서기와찬란한투쟁
베트콩파의탄생143
김대중과의만남과한민통183
눈부신민주화운동과국제연대208
반외세자주의통일운동238

4.머나먼명예회복
한통련대책위의행동하는양심들265
이명박진실화해위원회의배반300
법원,비겁하거나게으르거나321

나가는글340

주344
참고문헌361
찾아보기366

출판사 서평

군사독재정부의반국가단체만들기와굳히기

한통련의전신한민통은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의개혁적인재일동포들이1973년일본에망명중이던김대중과함께만들었다.하지만,8월13일로예정된발족식을몇일앞두고박정희정권에의해김대중이납치되었다.

김대중이납치된다음날인1973년8월9일도쿄에서김대중구출대책위를결성한것을시작으로이후10년동안한민통은김대중구출운동에전력을다했다.이들재일민주개혁파의열과성을다한김대중구출운동은일본시민사회를동조세력으로끌어냈으며,전세계여론을움직였다.김대중이박정희에게당했던1차죽음의위기에서벗어나고,전두환에의한2차위기도이겨낼수있었던것은한민통의이러한노력덕분이었다고해도지나치지않는다.(211쪽)

한민통(한통련)이라는단체이름에서도알수있듯이이들은과거독재정권에맞서한국의민주화운동에전력을쏟았고,그성과는대단했다.한민통의활동을눈엣가시로여긴박정희군사정권은한민통을반국가단체로만들어버렸다.1977~78년재일동포유학생인김정사를간첩으로조작하면서아무관계도없는한민통을배후세력으로지목하여반국가단체라고규정했다.이어전두환정권은박정희정권이만든‘한민통=반국가단체’라는판시를빌미로김대중에게사형을선고했다.저자는이런조작이한민통과아무런상관없이시작되었음을밝히고있다.한민통을당사자로하는재판이아니었기때문이다.

서울대학교법대1학년에재학중이던재일동포김정사도무도한독재정권이휘두른칼날에인생의행로가꺾인피해자지만,일본에서활발하게한국민주화운동을벌이던한민통은집단전체가하루아침에반국가단체가됐다.(61쪽)
김정사와는아무런관계가없던한민통이김정사의구속과재판을거치면서반국가단체가된것은검찰공소장에슬쩍끼워둔단어몇개때문이었다....“북괴및「재일조선총연합회」의지령에의거구성되어그자금지원을받아그목적수행을위하여활동하고있는반국가단체인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라는67개글자에엄청난비밀이들어있다는사실을아는사람은공안당국자말고는아무도없었다.(71-72쪽)

군사독재정권은정권유지에위기가닥치거나권력을강화할필요성을느낄때마다재일동포유학생간첩조작사건을만들어냈다.저자는이른바김정사사건도그중하나로보고있다.

저자는반국가단체로규정되려면그들이정말정부를자처하는지,또국가를뒤엎을계획을하는지등이구체적이고명확하게드러나야하는데,김정사에대한공소장에는한민통이정부를참칭하는지,대한민국전복을목적으로삼는지를뒷받침하는내용이하나도없음을지적하고있다.강령이나규약에대한조사나분석도없이섣불리반국가단체로규정함으로써한통련의질곡이시작되었다고본다.

민주정부도외면한한통련

한통련회원들은야만적인독재정권이자신들을반국가단체로조작한것이억울했지만,조국이민주화만되면명예가회복되고복권이이뤄질것이라여겼다.그러나이런기대는무참히깨져버리고민주화된한국사회에서한통련사람들은외면당했다.

김영삼,김대중정부에서는이들의조국방문을허용하지않았다.그나마노무현정부시절2004년손형근의장등한통련회원들에게처음여권을발급했다.그러나이명박정부가들어선후사정이달라졌다.「여권법시행령」을개정하여다른사람들에비해유효기간이턱없이짧은여권을발급하거나,손형근의장에게는여권을발급하지않았다.문재인정부는잘못된이시행령을손보지않았고,손형근의장은현재까지도여권을손에쥐지못하고있다.이뿐만이아니다.반국가단체회원이라는이유로사업상불이익을당하거나재일학도의용군으로출전하여국가유공자로인정받아지급되던보상금조차박탈당하고있다.

한통련회원들의피나는노력과우여곡절끝에2010년6월1기진실화해위원회전원위원회에상정된보고서에다음과같은내용이들어있다.

한민통규약과강령등에「국가보안법」에서정한반국가단체로서의국가변란의목적이나의도를찾을수없고,한민통이정부를참칭하였다거나지휘통솔체계를갖춘국가조직체계를갖추고있거나,정부를사칭하였거나새로운정부를조직한내용등의행위사실은일체찾아볼수없다.따라서한민통에대한반국가단체규정은부당하므로이를시정할필요가있다.(308쪽)

그러나한통련의반국가단체규정에대한진실규명을하자는의견과달리,김정사사건재심에서한통련의반국가단체여부를다룰테니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진실규명보고서를채택할필요가없다는주장이나왔다.결국표결에부쳐졌고‘한통련진실규명반대’,즉각하결정이나왔다.1기진실화해위원회가조사보고서까지마련한진실규명이외면받는순간이었다.

‘김정사는한청소속지도원으로부터지령을받고침투한자로서한청은반한단체일뿐반국가단체가아니라는이유로구속영장신청시고충이많았다’고보안사스스로『대공30년사』에서고백했을정도(75쪽)였지만,진실화해위원회의각하결정앞에서는공허한메아리일뿐이었다.

한민통(한통련)을「국가보안법」에따른반국가단체로교묘하게몰아간것은정보부와검찰이었으나,이를법적으로승인하고굳힌것은법원이었다.법원은1978년김정사사건에서어이없게한민통을반국가단체라고판시했을뿐아니라,이후여러재판에서도‘한민통=반국가단체’라는규정을아무의심없이수용했다.잘못꿰인첫단추를바로잡을기회가두차례있었지만,두번다한민통문제를정면으로다루지않고슬쩍피해갔다.(321쪽)

저자는진실화해위원회뿐아니라,법원이한통련의반국가단체여부에대해객관적이고냉정하게판단할기회가두번이나있었는데이를일관되게회피해버린법원의‘게으름’이나‘비겁함’을꼬집고있다.

2004년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대한재심은법원으로서는잘못된자신의과거와직면할수있는매우소중한기회였다.한통련의이적성여부를독립적이고객관적으로다시판단할기회였지만,법원은이를피해갔다....이번에는김대중이1987년특별사면을이미받았다면서반국가단체수괴혐의에대해서는“면소”판결을했다.중대한사안에대한판단을사실상회피한것이다.(330-331쪽)

김정사사건재심에서도법원은한민통(한통련)이반국가단체인지여부는아예다루지않고넘어갔다.

임계성이북한공작원이라는증거가없는상태에서1978년서울고법이임계성을만나김정사를간첩혐의유죄로선관것은위법”이라고판단하면서도한민통의반국가단체규정자체에대해서는판단하지않았다.(334쪽)

머나먼명예회복

재일동포유학생조작간첩사건때반국가단체로낙인찍힌후한통련사람들은지난45년간헤아릴수없는고통을겪어왔다.

1987년민주화이후국내에서는많은것이바로잡혔다.형극의길을걸었던국내의민주인사는명예회복과함께유무형의보상을받았다....그러나해외에서한국민주화운동에매진했던한통련사람은명예회복이나보상은커녕독재정권이억지로덧씌운반국가단체라는족쇄를찬채각종차별과박대를아직도받고있다.(341쪽)

재심을통해속속무죄로드러나고있는재일동포양심수와달리한통련사람들은재심청구도할수없는특수성을놓치지않으면서,저자가2기진실화해위원회의책무에무게를두는지점이다.

한통련은유학생간첩조작사건에끼워넣어져반국가단체가됐을뿐자신들이직접재판을받은적이없다.그래서반국가단체규정을벗어나려고재심을하고싶어도청구할자격이없어법적해결책이마땅치않다.이에이들은과거사의잘못을바로잡기위해설립한진실화해위원회1기와2기에잇따라진정서를냈다.자신들에게씌워진반국가단체규정이잘못이었음을권위있는국가기관인진실화해위원회가밝혀달라는요청이다.그러나이명박정부때의진실화해위원회(1기)는막판에정치논리로한통련에대한진실규명을거부했다.현재의2기진실화해위원회가다시이사안을살펴보고있지만,한통련은불안한심정으로지켜보고있다.(341쪽-342쪽)

한통련사건은야만적인독재정권시절에있었던‘과거사’가아니라‘지금여기’의문제다.반독재민주화운동을한이들에게아무런근거도없이반국가단체라는붉은딱지를붙인것은독재시절한국정부였으나,지금까지그들을각종차별속에방치해두고있는것은민주화된한국사회다.이‘야만의시간’을끊어내는것은일본에사는그들의일이아니라한국에있는우리의과제라고저자가강조하는이유다.

민주화된한국사회가할일은해외에서민주화운동에애썼던그들에게독재자들이씌운오명을벗겨주는일이다.정치적또는법적으로굳이규정한다면이들은반정부활동가였을뿐이다.해외에서민주화운동을했던단체에반국가단체라는굴레를씌어서우리사회에서추방한것은과도하고명백한잘못이지않은가(343쪽)

추천사

대한민국국민은사실한통련에큰빚을지고있다.
아니,그빚을지고있다는사실도모른다.아니아니,한통련자체를모른다.그러니그성원들은어떤고통을겪어왔고,현재도겪고있는지를모른다.김대중대통령이일본에서납치되던1973년결성되어올해로만50세가되는한통련은국내·외를막론하고가장오래된민주화운동단체다.하지만여전히빨갱이라는낙인을벗지못하고,여권도제대로안나오는처지다.일본에서차별받고,한국에서불온시되는한통련에대해일찍부터관심을가졌음에도이렇다할일을못해늘부담스러웠는데,김종철기자가이책을펴낸다.딱내가쓰고싶었던책,내가썼어야할책이다.(한홍구_성공회대학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