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딸,가수의아내였던여자,전방위예술가로다시태어나다
가수정태춘박은옥의딸이자일러스트레이터,싱어송라이터정새난슬의첫번째에세이집[다큰여자]가출간되었다.정새난슬은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며서른둘에펑크밴드의보컬과결혼,딸원서하를낳았으며서른다섯에이혼했다.지난해에는뜨거운사랑과현실이된사랑에서의갈등,출산과생각보다컸던산후우울감,2년간의짧은결혼생활이후이혼,그리고싱글맘으로서단상을노래한디지털EP[클랩함정션으로가는길]을발표하기도했다.
[다큰여자]는성공한여자의자기계발적에세이가아니다.“모든것에는균열이있고,빛은아무리작은틈이라도그사이를비집고들어오게돼있다.언젠가나의치명적인결함들이내가제일자랑스러워할특질이될지도모르는일이다”는저자의말처럼서른중반의몸만커버린여자로,어느누구보다아팠던시간과부족했던스스로를인정하는용감한고백이자우울하고상처받은영혼의치유담,그녀처럼남들의시선에정의되고싶지않은이시대여자들에게보내는독려이기도하다.
타투녀,이혼녀,싱글맘,정태춘박은옥의딸...
아니,다큰여자
정새난슬의첫번째에세이
‘문제적여자의파란만장멘탈성장기’라는부제를달고있는이책은,저자가얼마나‘불량’하고‘이상한’여자인지솔직하게고백하는것부터시작한다.모델같은온몸에타투가그려져있는여자.민중가수인정태춘과박은옥의외동딸임을상상할수없다.사회적으로성공했거나경제적으로풍족하지도않다.라이브공연같은시끄러운결혼식을올린만큼시끄럽게이혼했다.세상의편견앞에서자유롭고싶지만대한민국에서타투많은이혼녀,싱글맘으로사는건녹록치않다.그모순으로얼룩진삶에서벗어나기위해그림을그리고글을쓰고노래를만들기시작했다.즉이책은작가스스로말하기를“삼류예술가의사건사고후일담”혹은“자신이통과한삶과욕망,상처와흉터에대해솔직하고자한여성이써내려간내면일기”다.
챕터1[이혼이뭐라고]에서는“이혼이자랑이냐”는남들에게“그럼요,자랑이죠.사랑을알고사랑에절망하고미워하고떠나가고,모든계절을겪고이렇게튼튼하게지내는게나는너무자랑스러워요”라고말할수있기까지,19개월딸에6살고양이까지데리고친정으로‘낙향’한후겪은아픔과부끄러움,복잡한감정을추스르고성숙해가는과정을담았다.
챕터2[응석부리지마]는“저래서시집이나가겠어?”하는시선앞에서뻔뻔하게드러내는타투이야기,하위문화를존중하고여성주의를지향하면서도아기의초음파사진앞에서“아이고!코가크네.여자는코가작아야예쁜데”외칠수밖에없었던삶의모순,“정태춘,빨갱이아냐?”는전남편지인의말에침묵할수밖에없었던어느날의아픈고백을담았다.특히지독했던산후우울증으로자살을시도했던저자는“내가힘들었을때단한사람이라도내감정이정상적이며많은이들이겪는고통이라고말해주기만했어도나는자살을기도하지않았을것이다.나같은사람이많고,자살충동에대해이야기하는것이부끄러운일이아니라고말해줬다면”이라며,우울과불안,슬픔과불행의단편을지나고있는독자들에게손을내민다.“나는사람들이말하기꺼리는금기들을깨려고자살시도나이혼에대해이야기하는것이아니다.애초에금기가돼선안되는것들이었다.우리는마주치기싫은문제,고통,우울에대해더많이이야기해야한다.그래야누군가가도움을청했을때주저하지않고달려가손을잡아줄수있다.”
챕터3[사랑과함께어둠을걷는다]는사랑과욕망에관한이야기들이다.임산부의몸으로“아직은여자이고싶다,섹시하고싶다”고욕망하는여자,‘사랑할수밖에없는기질의남자’를만나사랑에빠져,삼각형모양의신혼집에서천장에사는쥐마저사랑스러웠던순간을지나“넌지금응석을부리고있어!”하는차가운목소리앞에놓이기까지,그리하여2년여의사랑을끝내기까지그낱낱의과정을내밀한언어로담담하게고백한다.
챕터4[노래와미발표욕망들]은이과정에서받은상처와아픔을보듬기위한일종의‘치유프로젝트’로서의음악이야기가담겨있다.“엄마(박은옥)같은낭랑한목소리도,아빠(정태춘)같은작사작곡능력도없다”며일찌감치가수생각을접은저자가서른넘은나이에노래를만들고앨범을내기까지의과정과,책과동시발매되는동명의앨범속11곡에얽힌에피소드를접할수있다.
지금시대를살아가는여성들의불안과욕망의기록
본책의출간과더불어발매되는앨범[다큰여자]는장르의울타리를벗어난,자유롭고독창적인11곡을담고있다.책속의일러스트와콜라주,앨범의그림과디자인은역시저자의작품이다.그림과글,노래를함께구사하는전방위아티스트정새난슬.감정과욕망의순간을포착하는섬세한시선과상처를드러내는데거침없는독백자로서의정새난슬.남자없이,아버지어머니딸서하그리고고양이로이루어진새로운가족의구성원으로서정새난슬.
앞으로그녀가들려줄이야기는무궁무진하다.“응석부리지마,남들도그렇게살아”라는목소리들앞에서휘청거려본독자라면어느순간고개끄덕일것이다.“괜찮아,다큰여자,흔들려도괜찮아,불안해도괜찮아,우울해도괜찮아……”
붙이는글?딸에게
나는아직내딸을잘모르고,이책을읽으면조금더알게될것이다.그러나또그다음이야기를들어야조금더알게될것이다.우리는평생을이렇게갈것이다.조금씩더알면서,이해하면서…….
그리고나는딸도나를잘모른다,라고말하지않는다.정새난슬은내게매력적인딸이고,그것이면충분하니까.
그는에세이를쓰고,시를쓰고,그림을그리고,노래를만들고부른다.때로불안하고아슬아슬하기도하지만,사람과세계에관한그의특별한조감과표현법,그것으로만들어지는그만의독특한예술적아우라…….그것들도나는사랑한다.
-아버지,정태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