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평전 (황해 문명권의 독특한 어업 문화를 창출한 어느 물고기 이야기)

조기평전 (황해 문명권의 독특한 어업 문화를 창출한 어느 물고기 이야기)

$20.00
Description
이 책은 조기에 대한 명상, 조기에게 바치는
다양한 역사와 삶과 그 잔흔의 헌정사다!
조기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먹는 생선이다. 조기는 중국 홍콩으로부터 저우산열도, 산둥반도 등과 한반도에서는 서해 전역 그리고 남해 일부에서 잡혔으며, 바닷사람들의 삶에 일상적 파장을 미친 전일적 어업 문화를 창출했다. 생선 한 마리가 황해 문명권에서 독특한 어업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전통적 개념으로 어보(魚譜) 혹은 문화사 계열에 속하며, 조기를 통해 본 해양문명사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먹을거리 생선’으로서의 조기가 아니라, 역사문화적 함의로서의 조기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상사, 미시사, 환경사 등의 융복합 연구에 속한다.
저자

주강현

일산정발학연과제주도애월을오가면서해양문명사연구와저술에몰두하고있다.〈아카이브-JOO〉의방대한자료도정리하는중이다.국립제주대학교석좌교수,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원장,국립해양박물관장,한국역사민속학회장등을역임했다.해양잡지《TheOCEAN》과《OCEAN&CULTURE》편집위원장을거쳤다.저서로《세계의어시장》,《등대의세계사》,《우리문화의수수께끼》,《독도강치멸종사》,《황철산민속학》,《환동해문명사》,《유토피아의탄생-섬·이상향》,《세계박람회1851-2012》,《제주기행》,《적도의침묵》,《독도견문록》,《돌살;신이내린황금그물》,《두레;농민의역사》,《관해기1·2·3》,《제국의바다식민의바다》,《왼손과오른손》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프롤로그ㆍ황금물고기와함께사는법:초라한밥상머리에서

1흑산바다일지:조기의여행
변방의바다에서:어보의탄생
조기의친인척:물고기계보학
바다의시간:어류박물학의시간
늙은어부의민속지식:예리파시

2칠산바다일지:파시와굴비의연대기
종족보존의대드라마:모해회귀
띠배는망망대해로떠나고:칠산파시
변신을연습하다:법성포영광굴비

3방우리바다일지:달과여신의바다
사라진기억들:연도파시와방우리어장
생명의자궁:해조론과달의생체리듬
원초적고기잡이:어살과주목망
황해의오디세우스:임경업당의바다전파

4물고기신의탄생일지:명청교체기왕조의시간과백성의시간
폭풍전야:질풍과노도의시대
명·청·조선의각축:영웅탄생의제조건
한여름밤의훼훼귀신:신화탄생의제조건
민중의주술적에네르기:혹은국가정치적해원

5연평바다일지:우연혹은필연
어부와물고기와작부의삼중주:연평파시
조기떼는갔어도신명은남아:바다위의판테온
강화학파:혹은굿그림의정치적풍경
중선에서안강망으로:경강상인의패권
분단의갯비나리:미완의NLL

6대화바다일지:바다의묵시록
장산곶마루에북소리나드니:김대건의파시행
북녘서해의조기잡이:황해도와평안도바다
왜가도일까:모문룡의추억
마지막회유지:압록강어귀용암포
저우산군도의황금조기:마조의현현

에필로그ㆍ조기와헤어지며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황해조기실종사건

조기는명태와더불어여전히‘국민생선’이다.전통시장이나대형마트의생선코너에는언제나조기가진열돼있다.동중국해에서많은양이잡히고,특히추자도해역에서많이잡혀서한림항으로들어오며,그조기들이법성포로들어가서영광굴비로팔려나간다.참조기어획량은여전히일정총량을유지한다.그러나어장자체가이동해칠산·연평·대화도어장은소멸됐다.황해어민의민중생활풍습에절대적으로기여한파시와임경업신화,풍어굿과배치기등독특한어업풍습도팔뚝만한굴비의소멸과더불어막을내렸다.그러나조기는여전히‘절받는물고기’로인정된다.

황해에서조기가사라진사건을기억에서조차지워버렸으며,단지‘비싼생선이됐으니안먹으면되지않냐’는수준으로사건을격하했다.사람들은이야기한다.추자도등지에서아직도많은조기가잡히며,동중국해등에서도원해어업으로많은조기가들어오고있지않느냐고말이다.물고기를단순하게‘수산자원’으로만볼때는틀린말도아니다.자원총량으로는여전히많은양의조기가잡히고있으며,밥상에오르기때문이다.그러나황해문명권에서형성됐던어업문화의역사문화적총량이황해조기떼의소멸과함께사라졌음을이책은주목한다.

황해연안의민중은조기잡이를최대의생계수단으로삼았고,어로기술면에서볼때전통의어살에서중선(中船)을거쳐안강망에이르기까지변화를겪어왔다.임경업을조기의신으로모셨고,임장군당이지금껏존재하며,구전문학으로서의설화뿐아니라배치기와뱃고사등이조기잡이에연계돼전개돼왔다.조선후기에조기와굴비를기반으로한어업생산력의증대와더불어임경업이‘조기의신’으로성립되어간다.이러한주술적에네르기의표출과정은인격신출현에명·청·조선간의국제정치적사건이매개되어있음을알려주는신앙사적·종교사적측면에서의소중한사례다.이들풍습모두가황해의조기잡이쇠퇴와더불어사라져가고이제잔재만남았다.

미국캘리포니아콜로라도강구의삼각주지역에서멕시코조기를보존하려고취약종에올린국제자연보조연맹(IUCN)의행동을비교해본다면,이러한《조기평전》작업이동아시아황해라는국지적서사이지만그의미망은글로벌적임일알수있다.콜로라도강구에서는100여만마리의조기떼가해마다봄철산란을위해강구로몰려와그특유의울음소리때문에어민들에게남획되었다.법성포와칠산바다에서‘조기떼우는소리에잠을못이루던밤’이멕시코만에서벌어지는중이다.종멸종과다양성감소대열에많은물고기들이글로벌차원에서참여하고있다.‘대서양의대표생선대구’를가지고마크쿨란스키가‘대구’를써낸것처럼,이책은황해의대표생선조기에주목하는중이다.

흑산바다에서대화바다까지

이책에서저자는흑산바다에서어보의탄생부터늙은어부의민속지식까지안내한다.칠산바다에서는파시와굴비의연대기를기록하며,방우리바다를통해서는사라진기억,달과여신와바다를복원한다.물고기신의탄생을통해왕조의시간과백성의시간이어떻게다른지,조기의신을얘기한다.바다사람들은반역죄로처형된임경업을그들의신으로원했다.그것도조기의신으로모셨다.임경업은왜수많은물고기를제쳐놓고조기의신이됐을까?
연평바다에서는연평파시와경강상인의패권을돌아본다.바다의묵시록,대화바다에서는지금까지알수없었던북녘바다의상황을드러낸다.북한사회과학원민속학연구소의1950~1960년대자료를입수할수있었기때문이다.70여년전노인층의증언채록,즉19세기후반출생자의구술채록본을통해황해도와평안도의조기잡이가온전하게복원됐다.

“조기떼가올라오는시각을칠산어민은몸으로체득하고있었다.칠산시도의늙은살구나무에꽃이피면조기가찾아온다는것을알아차릴수있다.법성포건너편구수산에철쭉꽃이뚝뚝떨어져바다를물들이면조기는아름다운빛깔에취해어쩔줄몰랐다.칠산어민은구수산철쭉꽃을칠산바다에조기떼가왔다는신호로알고이내배를내어고기잡이를나갔다.그물을조기떼북상통로인칠산바다에드리웠다.전라·충청·경기,심지어경상도배까지칠산으로몰려와조기를기다렸다.조기는해안으로바짝붙어서북상을거듭했다.”_칠산바다일지중에서

“한식사리에남쪽대흑산도밖의소흑산도까지가서조기를낚는다.곡우사리때는외연도밖의격렬비열도로나간다.조기는장고도로는지나가지않고외연도바깥으로지나갔다.연평도로올라가면소만사리때까지조업을마치고다시장고도로내려온다.이로써한해조기잡이의막을내린다.조기시세는철에따라서달랐다.입하사리때는1동에쌀두가마니값,소만사리때는1동에쌀한가마니값을받는정도였다.처음에잡는조기가나중조기보다제값을받았다.”_방우리바다일지중에서

“연평리뒷산에는당집과충민사가있어정월초하루부터보름사이에풍어제를행했다.조기잡이를떠나기전,서해어촌에서는임장군을모시고마을굿이나뱃고사를올렸다.연평도에가면반드시장군사당을찾아가가져간백미로떡을해서제사를지냈다.조기잡이를파송치고(마치고)와서도다시당에고사를올렸다.이렇듯임장군당은서해안각처에흩어져있었다.”_연평바다일지중에서

“조기는더이상서해에머물필요가없어졌다.제주도남서쪽을떠날때는초봄이었는데어느덧여름이가고있었다.장장1000킬로미터가넘는긴여행이었다.알을낳고몸이홀쭉하게빠져서볼품은없어졌기만귀향을서둘러야한다.올라올때는알낳기좋은곳을찾아서어부의위험한그물질이기다린다는사실을번연히알면서도얕은연해를따라서올라올수밖에없었지만,내려갈때는사정이달랐다.조기는지름길을택하기로했다.남북으로길게뻗은수심60~80미터의비교적깊은물길로방향을잡았다.중국과조선사이에는얕은바다지만갑자기깊어지는골짜기가있다.그골짜기가그대로동중국해까지이어졌다.곬에는차가운냉수괴(冷水塊)가흐르는데,조기는그물줄기를따라서깊이잠수해남쪽으로내려갔다.”_대화바다일지중에서

물고기에게바치는평전

조기에관한‘결정본’을출간하기위해저자는수십여년현장을누비고다니면서고기잡이에몰두해온노옹들의구술채록을진행해왔다.‘어민하나가사라지면박물관하나가사라진다’는말은진실일것이다.《조기평전》의후속작업으로,다른물고기의평전이이어질것이다.‘어민하나와박물관하나’가사라지기전,전근대풍습의소멸이종료되기전에당대에해야할작업들이다.

어류연구는사회적관심밖이다.고고학자페이건은‘고기잡이는지금껏인간역사에서중요역할을해왔는데도제평가를받지못했다’고말했다.유럽의물고기연구도우리와사정이비슷하다.저자는‘물고기평전’이속속발간됐으면하는바람을전한다.이것이정약전의《자산어보(玆山魚譜)》와김려의《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서유구의《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의전통을이어가는길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