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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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기영 두번째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시인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과거의 순간들을 격정적으로 짚어낸다. 이때 시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삶을 향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들, 그리고 그 생명들이 조그맣게 깃들어 살아가는 울울창창하게 빛나는 영역이다.
저자

박기영

1959년홍성에서출생했다.대구달성고중퇴후대구매일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면서문학활동을시작했다.장정일과2인시집『聖.아침』을내고,『숨은사내』『맹산식당옻순비빔밥』,『무향민의노래』등의시집과우화소설『빅버드』를출간했다.방송작가로〈낙동강1300리〉,〈만행〉등의다큐멘터리제작에참여했고,캐나다로이민갔다가귀국하여충북옥천에서옻관련사업을하고있다.

목차

1부낭림산맥을그리다

오소리술13
맹산식당옻순비빔밥14
도부일기16
꿩낚시18
저담기(猪膽記)20
어육계장22
육포탕24
떡벽돌집26
어육장28
곰순대30
호박잎찜33
꿩냉면36
갓김치38
길성이조카님40

2부한마리버들치처럼

정구지김치45
청국장반대기46
빈대떡48
명태밥50
수성못닭찜52
꿩두부54
어죽국수56
동지팥죽58
고등어국60
냄비밥62

3부부용대백사장

감자수제비67
지리산까막돼지68
은어구이70
감자탕72
상어돔배기74
콩잎장아찌76
감천동이모77
조기울음78
토끼반대기80
마주조림82
콩비지밥83
침시(沈?)84

4부호두나무과수원아래

앵두89
염매시장수육90
아욱국92
도리뱅뱅94
도루메기96
청어과메기98
문어단지100
옻순102
고들빼기김치104
동백기름106
산국(山菊)108
신성에게말하다110
두부에대하여113
곡주사116

발문미칠듯한근질거림의발화│이하석(시인)117

출판사 서평

야성의생명력을지닌시인,박기영
첫시집'숨은사내'(1991,민음사)이후25년만에두번째시집을내는박기영시인은,신세대작가로명성을떨쳤던장정일을문학의길로안내한인물로알려져있다.1979년열일곱살의장정일을처음만나서그가첫시집『햄버거에대한명상』을낼때까지‘문학적스승’역할을했다.이후박기영은KBS방송작가및프리랜서연출가로여러프로그램의제작에참여했으며캐나다로이민을갔다가다시돌아오는등한동안문학을떠나있었다.그래서인지이번시집에는시를내려놓고시를찾아다녔던시인의역설적시간이삶의등고선처럼굴곡을이루고있다.“그동안의그의역정을떠올리면가히파란만장인데,그러한역정가운데서도시의불씨를꺼트리지않고간직해온게신기하고도고마울따름”이라는이하석시인의‘발문’처럼,이번시집에는박기영시인의원초적생명력인야성(野性)이잘드러나있다.
박기영에게야성은말그대로자연의생명력이다.평안도맹산포수였던부친의삶이‘살림’을미덕으로하는생명성의실현이었다는것,그러한동물적세계가한편으로는‘옻’의식물성을통해또다른형태의생명성으로구현되었음을시집곳곳에서확인할수있다.맹산포수로서의동물적감각과맹산식당옻순비빔밥의식물적감각의스펙트럼은‘사내’의억센힘과‘가시내’의섬세한정서를바탕에둔교감의세계를추구하는동력이되고있다.이시집?맹산식당옻순비빔밥?에서우리는맹산포수로이름을날렸던북쪽출신‘아버지’와남쪽출신‘어머니’의교감으로태어난박기영시인의개인사를보다큰역사적단위로읽을수있다.그것은시가개인서사에서출발하여역사적운명을점지하고그운명공동체의최종기착지에서역사와더불어휘발하고있다는걸발견하는일이다.

타협할수없는세계와의불온한동거
'맹산식당옻순비빔밥'을읽다보면,시인의모습은“몰이꾼에쫓기다가도산마루올라서면꼭한번은멈추어서뒤돌아본다는짐승.목숨이미처못따라오는것은아닐까확인하다가죽는다는짐승”(?도부일기?)과겹쳐보인다.그것을증명하는것처럼,시인은시간의경계를뛰어넘어과거의순간들을격정적으로짚어낸다.이때시인의눈에보이는것은삶을향해뿌리를내리고있는생명들,그리고그생명들이조그맣게깃들어살아가는울울창창하게빛나는영역이다.무릇살아가는것들에게그러한삶의거처는시간을뛰어넘어돌아보게하는마력같은곳이아닐까.시인에게그곳은일차적으로낭림산맥의골짜기와능선들이지만,본질적으로그곳들은시인의몸에새겨진기억들이기도하다.시인은맹수처럼삶의굴곡을질주하다가어느순간우뚝서서는가쁜숨을몰아쉬듯지나온흔적들을돌아본다.바로이절정의순간에서그의시는,맹수의심장을겨냥한총구처럼단한번의격발로깊은골짜기를울리고만다.그의시를읽으면서자주거처잃은삶이생각나는것은그때문이다.

“그래,난근본이반동적이고불온하다.주위가안정되면스스로를견디어내지못한다.왜그런가.북쪽의아버지와남쪽의어머니의결합.남쪽어머니의고향마저온천개발로파헤쳐졌다.그러니까난고향이없는존재였다.문학이유일한도피처였다.”

박기영시인은스스로를떠돌아다닐수밖에없는존재라고고백한적이있었다.표면적으로는남북분단의이념갈등과근대화·산업화가그를거처없는존재로만든것처럼보인다.그러나그것들이면에는그의‘반동적이고불온’한내적성향이자리하고있다.문명화되기이전의모든존재들이그랬던것처럼,그는분방하고자유로운영혼을여전히발휘한다.그러한영혼을담아낼수있는,혹은그러한영혼과어울릴수있는존재란모름지기불온해야한다.표제작'맹산식당옻순비빔밥'에서그려내고있는불온함으로그의시는타협할수없는세계와의반동적인동거에들어간다.

식당문열고들어가면
서툰솜씨로차림표위에써놓은글씨가
무르팍꼬고앉아,들어오는사람
아니꼬운눈으로내려다보고있었다.

“옻오르는놈은들어오지마시오.”

그아래난닝구차림의주인은
연신줄담배피우며
억센이북사투리로간나같은
남쪽것들들먹였다.

“사내새끼들이지대로된비빔밥을먹어야지.”

옻순올라와봄들여다놓는사월
지대로된사내새끼되기위해
들기름과된장으로버무려놓은비빔밥을먹는다.
항문이근지러워온밤뒤척일
대구맹산식당옻순비빔밥을먹는다.

옻오르는놈은사람취급도않던노인은
어느새영정속에앉아
뜨거운옻닭국물훌쩍이며,이마땀방울닦아내는
아들지켜보고웃고

칠십년대분단된한반도남쪽에서가장무서운
욕을터뜨리던음성만
옻순비빔밥노란밥알에뒤섞여귓가를떠나지않는다.

“옻올랐다고지랄하는놈은김일성이보다더나쁜놈이여.”
―'맹산식당옻순비빔밥'전문

눈치챘겠지만,이번시집에서‘옻’만큼중요한대상은없다.?맹산식당옻순비빔밥?이표면적으로는음식문화에담긴삶의궤적과그흔적들을집요하게탐구하지만,감추어진속내는음식이면서또한음식이아닌중용(中庸)의위치에놓인‘옻’의문화사적상징을포착하는데있다.다시말해표4에서이문재시인이언급했듯,“음식은히스토리를매개하는미디어로전환”된다.그럴때‘옻’은시인에게는과거와현재를잇는매개이자삶과죽음의경계를관장하는상징처럼읽힌다.그것은‘옻’이지닌생래적본성때문일것이다.본래‘옻’은그독성으로인해약효를지니게된식물이아닌가!반동과불온함의싹처럼도보이는옻의독과약이서로다르지않다는인식은삶과죽음으로연장되고,남과북의역사적사건들마저도‘옻순비빔밥’의동질성속으로끌어들인다.
그리하여‘옻’의이러한경지를알지못하는자들,이시의말투를빌려오자면,“옻오르는놈은사람취급도않”는다.‘옻’의역설을모른다는것은삶과죽음을알지못한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