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났다 (정동철 시집)

나타났다 (정동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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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6년「광주일보」와「전남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정동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나타났다]. 시집에는 숲처럼 깊고 울창한 58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정동철 시인은 날카롭고 적확한 시어들로 우주적 세계를 촘촘하게 직조해내고 있다. 성긴 마디 없이 충실하게 짚어내는 ‘언어의 책무’는 시집의 시편들마다 고유하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부여해놓았다.
저자

정동철

저자정동철은1967년전북전주에서태어나서전북대학교를졸업했다.군대생활3년을강원도에서보낸것말고는딱히전주를떠나본적이없다.2006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시「전주철물점과행복부동산사이」가,전남일보신춘문예에시「허공위에뜬집」과시「아버지소처럼말씀하시네」가당선되었다.2014년『작가의눈』작품상을수상했으며요즘은만경강을따라걷고혼자놀고혼자웃는일에열중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아무렇지않게혼자가되었다
폭설13
노루14
나비16
겨울편지17
나타났다18
아버지소처럼말씀하시네20
허공위에뜬집22
금강하굿둑에가서24
뜸,뜸,뜸부기25
오래된우물26
포릉포릉28
홀딱벳겨30
배추흰나비떼를따라가다31
늦봄32
집33
2부얼음열쇠
젖무덤41
전주철물점과행복부동산사이42
얼음열쇠44
직소폭포가랑이에머물다46
실상사철조여래좌불을만나다48
웃음주머니50
웃는돌52
명태를따라53
봉서댁은느티나무다54
비암구덕56
원형탈모증58
동백꽃붉은60
습격62
식물인간64
금강경을읽는오월66
3부천개의술잔과입을맞추다
탱자꽃69
감기몸살70
천개의술잔을들고71
재회72
안녕,키다리아저씨74
슬픈여(礖)에서말걸기76
물고기자리별78
하전사김진철80
멧돼지잡아라82
불발탄83
붉은노을84
보신탕을먹는다86
서고사저녁공양88
허물어져가며89
청개구리90
밀향고래를찾아서92
곡우(穀雨)94
4부발가락을씹어봤는가
눈물다랑어97
가죽가방98
매미와나100
톱질하는남자102
천불산에는천개의하늘이있다104
날아라,로켓맨106
여국(女國)을아뢰나이다108
발가락을씹어봤는가110
시간여행자를만나다112
호텔아쿠아리아114
가뭄116
발문마침내,나타났다,오래된기억|김병용118

출판사 서평

정동철시집

『나타났다』

“살아숨쉬는것들에대한경배와존엄,
곡진한삶에최선의예의를다하는시편들!”

“순정한시간을견뎌낸전광석화같은시어들,
한편한편이뭉클하고뜨겁고육중하다!”


문태준,손택수,박성우,세중견시인이기획위원으로활동하고있는「모악시인선」에서정동철시인의『나타났다』가출간되었다.2006년「광주일보」와「전남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한정동철시인의첫시집『나타났다』에는숲처럼깊고울창한58편의시가실려있다.
시집첫머리에배치한“마침내//나는//세상과끊어졌다”(「폭설」전문)는시인이세상을대하는자아상(自我像)을함축해서보여준다.3연으로구성되었지만,기실이시는한문장으로이루어져있다.정동철시인에게이한문장은세계의시간과공간을구축하는아르케(arche)이자시집『나타났다』를관통하는시적영감이다.「폭설」에서‘나’는‘마침내’와‘세상과끊어졌다’를연결하는중심으로작용한다.‘마침내’라는시간요소와‘세상과끊어졌다’는공간요소를결합시켜서‘나’는하나의우주(university)적세계를구축한다.그럼으로써시인은시적세계를창조해내는‘인간의의무’를수행한다.
정동철시인은날카롭고적확한시어들로우주적세계를촘촘하게직조해내고있다.성긴마디없이충실하게짚어내는‘언어의책무’는시집『나타났다』의시편들마다고유하고개성적인목소리를부여해놓았다.

살아가는일은미래의나를만나러가는것

시집『나타났다』는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주로“삑삐-익울어대던”(「뜸,뜸,뜸부기」)유년기의삽화들을‘폭설’의이미지에겹쳐놓았다.폭설속에갇혀있는유년기가현재시인의정체성을지탱하는무의식의영역이라는점에서1부의시편들은시인의시적지향점을짐작하게한다.시인은“어디에도깃들지못하는/가난한씨앗”(「집」)을싹틔워세상에나타나도록하는것이다.
2부의시들은‘가난한’것들에대한관심이두드러진다.2부의첫시「전주철물점과행복부동산사이」가보여주듯,소박하게살아가는사람들에대한상징적이미지가짙게깔려있다.“참,아버지/지금도아버진제자전거뒤를잡고오시는거지요?”(「원형탈모증」)에서우리는‘가난한’것들을대하는시인의순수하면서도촉촉한시적정서를만날수있다.
3부에는새로운세계를배태하고있는‘씨앗’들을발견해내는시편들이자리하고있다.“나는지금//내몸의뼈//마디란마디마다//한편씩시(詩)를새기고있는중이다”(「감기몸살」전문)에서보듯,시인은‘시’라는새로운세계를세상에새겨나간다.그러한세상은“불발탄지역”(「불발탄」)이되기도하고,때로는“허물어져가며/가벼워지는기억들에게/마른젖퉁이물리고있는집”(「허물어져가며」)이되기도한다.그럼으로써시인은시가되기위해서는이러한폭발의가능성과함께스스로를해체하는갱신의삶이필요하다는것을강조한다.
4부의시편들은순정(純正)하게살아가고자하는소박한믿음을담고있다.살아가는일은곧미래의‘나’를만나러가는길이다.그러므로(현재의)‘나’는(미래의)‘나’를만나기위해끊임없이약속한다.이약속에대한믿음없이우리는살아갈수없다.이러한믿음을위한시편들을거쳐마침내시인은“길잃을염려가없다는데/왜자꾸만눈시울이/눈시울이붉어지는것이냐”(「눈물다랑어」)는깨달음에이른다.

언어로새로운세계를창조해야하는시인의숙명

나타났다
라는말이힐끗내기억저쯤에서모습을보였다

-엄마,엄마
나타났다,라는말이무슨말이야?

저녁노을속으로나와누이와동생들이숨어들었다
이불을뒤집어쓰고소곤소곤구구단을외웠다
아침이면책가방을들고논둑길을걸었다
논둑길을따라배미콩포기들이하늘거리고있었다
꽁지붉은잠자리들이날아다니고있었다
저녁은금세황톳길까지숨차게달음박질쳐왔다
엄마는논둑길을걸어집으로돌아오고있는중이었다

-나타났다는말은어딘가에몸을숨기고있다가
갑자기모습을드러내는것을말하는거야

숨어있다는말
몸을웅크리고때가되길기다리는말
갑자기나타나는말

남부시장한모퉁이채소를팔던할머니가나를외면했을때
서둘러떡집골목쪽으로발걸음을옮겼던그말

내마음속어딘가모습을숨겼던
귀신고래처럼기억의심해속에서잠들어있던
그말이내게나타났다

할머니
―「나타났다」전문
무릇좋은시는‘발견’의지점을거느리고있다.그지점에서시는탁월한혜안을보여주기도하고새로운사실을독자앞에내놓기도한다.정동철시인의시에서‘발견’의지점은‘기억’아래묻혀있는익숙한것들이다.불현듯떠오른기억들을언어의세계로끄집어냄으로써시인은그것들에새로운의미를부여해준다.이러한시적자세와태도가소중한것은시인이발견해낸지점들이시간의흐름속에서도소멸하지않고견뎌낸것들로가득하기때문이다.
정동철시인은「나타났다」에서‘언어의책무’를교묘하게수행한다.‘할머니―엄마―나’로이어지는가계도가상징하는것은인류사를지탱해온순환적창조의힘이다.할머니는엄마를,엄마는나라는새로운생명을세계속에실현시켜놓았다.그런데‘나’는‘누이’와의관계속에서알수있듯남성성으로제시되어있다.할머니나엄마와는다른방식의창조적역량을‘나’는발휘해야하는데,시인에게그것은‘언어의책무’를다하는일이다.언어로새로운세계를창조하는것,그것이시인이나타내고자하는시적세계관이아닐까?

전광석화같은언어의독경,곡진한삶에대한최선의예의

정동철시인의시세계에대해문태준시인은이렇게말한다.

정동철시인의시가갖고있는시심의매력은다른생명에대한돌봄과보호에있다.앞가슴에서나온배려와사랑이있다.이러한마음은“오밀조밀달동네처럼모여”살고있는,“온갖종류의생활을가진”사람들에대한이해와연민에서비롯된것이다.무엇보다이첫시집은시를쓰는일에기울인정성이매우극진하다.마치성의를다해풀을먹이고다듬질한이불홑청같다.한편한편이곡진하며뭉클하다.이시집은뜨겁고육중하다.

문태준시인이간파한것처럼,정동철시인의시에는‘곡진’한삶에대한최선의예의가담겨있다.정동철시인은“그짐승움찔뒷걸음질몇번하더니이내콧등을들어허공을핥는것”(「노루」)에마음자락이아프게쓸린다.창조된모든생명들에대한거룩한시심은“혼자서불타다혼자서사라지는단풍나무”앞에서“세상의쓸쓸한일로분함을삭이지못하”(「직소폭포가랑이에머물다」)고,“명태의두눈을따라/망망대해로떠나고싶”(명태를따라)어한다.
이처럼시란살아숨쉬는것들을향한거룩한경배와존엄을불러일으키는것.정동철시인은그것들앞에곡진한예의를갖추어시를쓴다.그리하여시집『나타났다』에전광석화같은언어의칼날을번뜩이게한다.몇편의짧은시를읽다보면,정중동의언어에기습당한시심이오래아파오기도하고,현기증나는삶의깨달음앞에서눈매가날카롭게되는것은그때문이다.
“그대/부끄러운두눈/푸른가시로찔러라//나는/흰눈처럼고개떨구고/한평생살아가겠다”(「탱자꽃」전문)는각오가푸른결기로가득한것은탱자가시때문만은아니다.거기에는오래겨냥하여마침내저돌적으로밀어붙이는시어의단단함이있다.이예사롭지않은언어감각은정동철시인의순정함에서비롯한다.

동근입을옴죽거려황금빛
씨한알을톡
세상에다뱉는다

저씨자라나
초록가지끝에
청동으로만든입술을달았다

봄바람에잠을이루지못한입들이
쉴새없이종알댄다
중얼중얼오월하늘에독경을한다

나도마음속의당나귀귀가가려워
깊은잠못이룰지경이니

바람아
감나무좀건드리지말고
가만좀있거라
―「금강경을읽는오월」전문

시인에게시어는순수한세계이다.어떤의미나감각이이미주어져있는사전적의미로서의언어가아니라,바로그순간의순정(純情)한감각을새겨낼수있는순수한언어여야한다.그러한시어는“황금빛/씨한알을톡/세상에다뱉는”것에서시작한다.정동철시인은그순수한언어를“독경”이라고말한다.이렇게혼자고독하게말을하는행위를순수한의미에서의주술이라고해도좋다.모든혼잣말들은발화자의마음에새기는주술이기때문이다.그러므로‘독경’의화법은인류최초의화법이자인류최후의발화이다.
정동철시인은이러한말하기방식이야말로순정한시의화법이라는것을알고있다.시인이“고장난자크한줄로/이빨을악물고있는이유”(「가죽가방」)를물어올때,그리고“잠자는여인의마른사타구니같은/사막을막건넌낙타의검은눈동자”(「가뭄」)를들여다볼때,우리는시인의‘독경’을유일하게듣고있는것이다.

도저한깊이에가라앉아있는독자의기억을깨우는시편들

무엇보다이첫시집은시를쓰는일에기울인정성이매우극진하다.마치성의를다해풀을먹이고다듬질한이불홑청같다.한편한편이곡진하며뭉클하다.이시집은뜨겁고육중하다.
-문태준(시인)

세상에존재하는것들중물기없는것은없다.쇠붙이도슬픔을안다면눈물몇방울은착하게흘릴것이다.슬픔을대하는정동철시인의방식이이와같다.강골이다.
-안상학(시인)

시집『나타났다』의매력은시간의깊이에서나온다.아득한시간의기저까지가닿는시선,시인의언어는마치두레박처럼도저한깊이에가라앉아있던독자들의기억을천천히끌어올린다.
-김병용(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