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설계도 (양장본 Hardcover)

하루의 설계도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영국 독립 출판계의 아이돌, 로버트 헌터의 세계
영국 상업 미술 전문가 사이에서 실력 찰지기로 정평이 자자한 루키 로버트 헌터가 유명 독립 출판사 노브로우를 통해 첫 작품을 출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출판계와 독자들은 가벼운 설렘과 흥미로운 시선으로 결과물을 기다렸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헌터가 발표할 28페이지의 짧은 책이 영국 출판계와 인쇄계를 경악에 빠뜨리라는 사실을.

수천 개의 색상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인쇄에도 정통한 그 젊은 아티스트는, 출판물 제작에 기본이 되는 4원색(파랑, 자주, 노랑, 검정)을 과감히 빼버리고, 작품에 어울리는 특별한 다섯 가지 색상(별색)을 베이스로 선택해 작업했다. 인쇄 전문가가 들으면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올만한, 특별한 색상 100% 작업이었다.

4원색을 사용하면 다른 색상을 쉬이 만들 수 있지만, 색이 탁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특별한 색상으로 작업하면 색감이 부드럽고 정확하지만, 다른 색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굉장히 고되다. 그래서 색을 중시하는 작가들도 ‘4원색 + 1~2개의 특별한 색상’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로버트 헌터는 이를 훌륭하게 성공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새내기 유령』. 그림책이 어쩌면 이렇게 영롱할 수 있을까? 특히 검은색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어두운 장면조차 맑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독자들은 유령과 함께 춤을 추는 색의 향연에 깊이 감동하였다.

그런데 헌터의 특별함은 색상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동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선서했다. ‘인간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요?’. 헌터는 그 일을 ‘유령’이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두려운 무언가가 아닌,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인간을 반짝반짝하게 바꿔 밤하늘 검은 천에 걸어주는 존재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표현해도 ‘별’은 곧 ‘죽음’과 귀결되기에, 따뜻한 동화적 시선과 현실적 사고가 만나는 지점인 엔딩에서 독자들은 거대한 감정의 파도가 마음을 때리는 느낌을 받았다.

『새내기 유령』으로 일약 영국 독립 출판계의 아이돌로 떠오른 로버트 헌터는 2년 후 『하루의 설계도』라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하루의 설계도』는 전작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많은 점에서 대비됐다. 특히 색상에 있어 전작은 몽환적이었지만, 새로운 작품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으로 수놓았다.
저자

로버트헌터

영국스토크온트렌트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일러스트레이션을전공하면서인쇄와판화에도많은관심을가졌다.졸업후에는상업디자인부문에서활동하지만,친구들과스튜디오를설립해꾸준히개인작업을해왔다.귀여운그림스타일때문에출판사로부터아동동화를의뢰받지만,어른들을위한이야기에더흥미가있다는사실을깨닫고새로운작업에착수한다.그렇게해서탄생한작품이이『새내기유령』이다.그의작품은조부모와의추억에서비롯된것이많다.어른이된그는예술가의눈을통해어린시절의상상과호기심이아름다운것임을꿰뚫어보았고,그때의단편들을아름답고몽환적인그림과함께반죽해독자들에게선보이고있다.또한,그는전통적인드로잉기법과섬세한색표현,그리고‘책’이갖는물질적의미를소중히여기는작가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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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I.“바닷물이발을적시면,어린시절이떠올라요.그리고한친구를속여멀리떠나보낸기억도요.”

헌터는언제나가족과의추억과어린시절에느꼈던단편들을이야기의길잡이로삼곤한다.『새내기유령』이돌아가신친할아버지,친할머니에게바친작품이라면,『하루의설계도』는외할아버지,외할머니에게바친작품이다.그는이점을자랑스러워한다.스스로도작업하는내내행복했던기억에젖을수있을뿐만아니라,독자들도순진무구했던지난시절을돌아보리라는기대때문이다.

그의외조부님은바닷가에사셨던모양이다.언젠가바닷가를찾은로버트헌터는바다를바라보고외할아버지를떠올렸다.시계수집가였던외할아버지,언제나시계를정확하게맞추기위해신경쓰시던모습,함께정원을가꾸던일이생각난다.그리고같이해변을거닐면서물었던어린아이의순수한궁금증,‘파도는왜일어나죠?’.성인이된이야기꾼헌터는그것이태양을사랑한,태양에게다가가고픈지구의몸짓이라해석하고,추억의단편들과반죽해또하나의근사한작품을탄생시켰다.

-프롤로그-
무(無)에서우주가탄생했습니다.신생아우주는자라기로마음먹었죠.
우주는끊임없이팽창했습니다.

얼마나시간이지났을까요?칠흑같은공간에서최초의존재들이등장합니다.
그것은‘아홉형제’.
그들은차가운우주를고요히표류했습니다.

그러던어느날,아홉형제는갑자기움직이기시작했어요.우주의먼지를이용해저마다의안식처를만들었죠.
그런데한형제는안식처가완성되어도무언가만드는행위를멈추지않았습니다.
예술적기질이다분했던그는식물을창조했고,그것을성장시켜안식처표면에도달하게했습니다.

그런데지상에도달한식물은그의생각과는전혀다르게변했어요.
복잡하고풍성해졌죠.
이사실은신경처럼연결된뿌리를통해그에게도전달됐습니다.

아무것도볼수없었던그는호기심과흥분을감출수없었습니다.
결국그는식물이변한이유를알아내고자애써만든안식처를부수고지상으로향합니다.

지상으로나온그는처음느껴보는밝음과따사로움에깜짝놀랐어요.그이유가하늘에떠있는빛나는구체때문임을깨닫죠.그는구체를하염없이바라봤습니다.그리고사랑에빠지게됩니다.

그의일방적인사랑은집착으로변하게되어,
안식처를만들었던힘을다시금발휘해구체를끌어당깁니다.

하지만너무나뜨겁고커다란구체가다가오자
그가만든안식처와식물들은파멸될위험에놓입니다…

II.특별한4가지색으로이루어진색상의향연

모바일이나컴퓨터로이소개를보고있다면고작3가지색상으로구현된이미지를접하고있는것이다.이른바'RGB'(빨강,녹,파랑)이다.종이책은대량생산콘텐츠의최상위포식자라는위상에걸맞게4원색(CMYK)으로색상을구현한다.종이책은여기에서더나아가인쇄상태,종이의질감,제본방식,이모든것들이아우러진냄새까지,우리에게훨씬더풍요롭고다채로운감각을선서한다.결국웹의이미지와출판물의차이는,근사한음식을사진으로보는것과직접음미하는만큼이나크다고볼수있다.로버트헌터는『하루의설계도』에서4원색보다더욱진화한4가지의특별한색상으로작품을만들었다.그는이작품에서‘팬톤116U’,‘팬톤192U’,‘팬톤406U’,‘팬톤헥사크롬시안U’을사용했다.

하지만부작용으로헌터의작품은제작이까다롭기로악명높다.특히특별한색상은대량생산을하지않기때문에제대로된색상을만들기위해출판사에서는아등바등해야한다.이작업은보통인쇄소에서진행된다.하지만정확도도크게떨어질뿐더러,매번색이미세하게달라진다는단점이있다.은근슬쩍넘어갈수도있지만,헌터의독자들은이를결코용납하지않는다.그들은언제나출판사를감시하고지적한다.

한국어판에서는정확한색상을구현하기위해인쇄용잉크전문제작소‘광명잉크’에의뢰해방앗간에떡주문하듯컴퓨터조색을통해맞췄다.덕분에기준색상과일치율98%이상을끌어낼수있었다.시력6.0을자랑하는몽골출신의디자이너조차표준컬러와이책에서사용한색상의차이를구분하지못할것이다.

III.훌륭한작품에는그에맞는제작이필요하다.

헌터의색상을제대로구현하기위해서는좋은종이가필수이다.검은색을쓰지않는로버트헌터는어두운부분을채도를최대레벨로높여쓴다.그래서잉크사용량이어마어마하다.심지어잉크사용량400%까지구사하는경우도허다하다.인쇄소에서는250%도위험하게생각하는데,잘못하면인쇄용지가물에담근휴지처럼될수있기때문이다.그래서헌터의작품은무조건종이가버텨줘야한다.

원작에서는광택이없고손에닿는까쓸한느낌이매력적인'문켄프린트크림페이퍼'를사용했다.유명제지업체'아르크틱페이퍼'의걸작이다.문켄페이퍼는비도공지임에도불구하고고급지만큼색상을뚜렷하게발현한다.국산지에는이런종이를찾을수없기에,결국원작과같은계열(수입상의문제로)의종이인'문켄퓨어러프'를사용했다.종이의장점도매력적이었지만,무엇보다도가장엄격한친환경글로벌인증인'FSC'를획득했다는점이선택의열쇠가되었다.출판사‘에디시옹장물랭’의모체인‘해바라기프로젝트’에서『기후변화의거의모든것』이라는작품을번역한이력이있어서이다.

인쇄는하이델베르그사의‘스피드마스터XL106’에서CIP3옵션으로찍었다.CIP3란편집데이터와인쇄가디지털로통합된것을의미한다.그러므로저자가의도한색상을구현하기훨씬수월하다.사실CIP3는많은인쇄소에서도입하고있다.문제는로버트헌터의작품을이해할수있는곳을찾는것이었다.매일구글검색을통해CIP3를도입한인쇄소리스트를만들고,한국하이델베르그사에전화해납품처리스트를달라고요청했다.하지만마땅한곳을찾기란쉽지않았다.

그런데답은전혀예상치도못한곳에서얻었다.선한마음씨와따뜻한작품만들기로유명한『다시봄그리고벤』의박민하작가와의우연한통화중에그녀는“어?우리CIP3로인쇄했어요!”라고알려주었고,덕분에‘상지사피앤비’에서진행할수있었다.제본은유명제본사‘신안제책사’에서천양장으로제작해판화적인느낌의표지를더욱돋보이게하였다.

IV.한국어판의특별함:초판표지사용과개정판포스터수록

『하루의설계도』의표지는총3개이다.영국초판은노란색,프랑스어판은파란색,그리고개정판에서는완전히새로운표지를사용했다.한국어판은초판의노란색을사용했다.지금노란표지는아마존UK에서프리미엄이붙은가격으로거래되고있기에로버트헌터의팬들이구매하기부담될것같아서이다.이에한국에큰호감을갖고있는로버트헌터는개정판표지를포스터로만들어선물로드리고싶다는제안을했고,‘에디시옹장물랭’에서는흔쾌히받아들였다.포스터역시작품과마찬가지로특별한색상으로인쇄했다.포스터는포장된서적안에서찾아볼수있다.

V.한권의책에쏟는작가와출판사,그리고독자의정성

로버트헌터작품의특징은,작가는새로운영역에도전하고,출판사는그가자유롭게뛰어놀수있도록떠받들고,독자는작가와출판사를응원하고감시한다는하나의네트워크를형성하고있다는점이다.이네트워크가기능할수있는까닭은,헌터의작품은수십번꺼내보게만드는마력이있기에,그래서책장에오랫동안꽂혀사랑을받을것이라는사실을모두가너무잘알고있기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신간찍어내기에급급해진출판계는한권한권에애정이줄어들었다.사회적으로도책은하나의콘텐츠로전락해‘소비’되는경향이나타난다.이런상황에서로버트헌터의작품은,독자들로하여금어린시절을향수하게만드는것처럼,인간과책의관계에대해서도다시금돌아보게한다.
책으로부터채움을받고,그대신아껴주며,둘의관계는사랑으로얽히는.그래서마음을가진인간이유일하게사랑할수있는물질이책이라는사실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