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박백남 시집)

뭉클, (박백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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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류에 휩쓸리지 않은 채 등단 때부터 일관된 자신만의 시정신에 입각하여 변치 않는 시창작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 박백남 시인의 시집 [뭉클,]. 시인의 삶에 대해 해설은 쓴 배한봉 시인은 자연과 삶을 통해 길어 올린 박백남의 서정은 송수권이 “극기와 내면의 풍경”이라 명명했던 그의 첫 시집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활력 있는 생명의 힘과 압축된 유비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고 평하였다.
저자

박백남

저자박백남은1997년『문학사상』신인상에「석류꽃엔눈물샘이있다」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은행등금융기관에서근무하다시인의삶을살고싶어광야로나왔다.이시집은그렇게5년동안의광야생활에서얻은집적물이다.시집으로『석류꽃엔눈물샘이있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____

대나무속으로
소금
염소똥속검정콩
병목
자화2
치명적인담장
섬진강
폭설
신의한수
시클라멘
외로운섬에서
화룡점정
복수초

제2부____
나는지퍼만보면열고싶다
폐지
포도밭에서
상처
녹슬지마라
간친다
골몰
말씀
민들레
갈대밭에서
느린기쁨을위하여
용서
전향
등꽃아래서
내생에산불이났다
반쯤썩어가는귤을집어들자
너무늦게핀사과꽃


제3부____
이장(移葬)
이팝나무앞에서
60촉
벌레먹은감
고추잠자리를보며
다랑이논길에서
그린에너지
참깨
동의어
신(身)검
음력초하룻날의일출
꽃샘잎샘,이시기사라지라고
복있는자를위한잠언
북두칠성
겉은검고속은하얀
회심(悔心)

제4부____
대우주를흔드는소우주
이제야안다
뭉클,
자화1-백장미에게
댓글천국
주파수맞추기
휴대용정수기
무를뽑다가
보름밤에
수정
똥꽃
잡풀
직소폭포에서
꽃피는다북쑥
해설│배한봉

출판사 서평

와락,뭉클,독자를끌어당기는비극적서정의미학!

“특유한목소리로피어나는사무사(思無邪)의노래”


책소개

오랜다스림의시간끝에올곧은시정신으로녹여낸인간의삶과자연과의아름다운조화!

공자는『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서‘시경삼백편은한마디로생각에사특함이없다’고했다.박백남시인의시가그렇다.첫작품으로나오는「힘」만보아도알수있다.

누군가건전지를충전하고있다.시나브로힘은충전된다.이영차이영차지난겨울,보리씨한알그렇게세상을밀어올렸다.-「힘」전문

반평생을살아오는동안일요일이면거의한번도빼먹지않고교회에나가기도를드리며자신을성찰하는삶을사는박백남시인의시에사특한생각이낄틈이없다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다.
그러나그렇게매주일요일마다교회에가서기도한다고해서박백남시인처럼다사무사(思無邪)의삶을살진않는다.아니살지못한다.살다보면우리의몸에있는수많은바위틈새로흙탕물도들어오고오수도들어오고페수도흘러들어오기때문이다.
이런그의삶에대해해설은쓴배한봉시인은“(그의)시에서삶과자연은멀리떨어져있지않고,서정의미학이특유한자기목소리로피어나고있다.자연을통해삶의이치를성찰하고,삶을통해자연의깊이를발굴해내면서인생사와만나기도하고,자연의풍성한아름다움과생명의약동속에서우주를발견하기도한다.자연과삶을통해길어올린박백남의서정은송수권이“극기와내면의풍경”이라명명했던그의첫시집의연장선상에있으면서도활력있는생명의힘과압축된유비적상상력을보여준다는점에서그면모를일신하고있다.“고천명하고있다.
배한봉시인의말대로박백남시인은지금시류에휩쓸리지않은채등단때부터일관된자신만의시정신에입각하여변치않는시창작작업을계속해오고있다.

출판사리뷰

박백남시인의서정에대한각별한애정은우선시의배열에서살펴볼수있다.시집첫머리에는한알보리씨의생동이어떤생명작용을하는지를보여주는「힘」이놓여있고시집마지막에는“낭창낭창한목소리로책을읽”는것으로묘사된쑥과화자의관계를보여주는「꽃피는다북쑥」이자리하고있다.시집처음과마지막에놓인이시편들은전통적의미에서서정성을말할때흔히인용되는자아와세계의동일성이갖는주체중심주의적정서를가지고있다.그러면서도한걸음나아가생명(주체)이세계(객체)와감응하여우주적힘을획득하는과정의율동을보여주고있다.
다시한번「힘」을살펴보자.

누군가건전지를충전하고있다.시나브로힘은충전된다.이영차이영차지난겨울,보리씨한알그렇게세상을밀어올렸다.
-「힘」전문

시집첫머리에놓인「힘」은겨울을푸르게물들인보리밭을형상화하고있다.1연으로이루어진짧은시편이지만,이시편은크게보아두가지의의를갖는다.하나는첫시집에서보여주었던극기의정신을내포한다는것이고,또하나는감각적압축미를보여준다는것이다.겨울언땅의혹한을견디는보리싹은첫시집해설에서송수권이“극기로서의내면풍경을드러”낸작품으로보았던「새끼게」와는그내용과구성이전혀다르지만세상의혹한에대한극기의식을보여준다는점에서주제론적측면에서첫시집과연계하여살펴볼수있는여지를남기는셈이다.
한편이시는보릿고개를떠올리는농경시대의보리밭이아니라감각적비유가“충전”되는생명의현장에놓여있다.고답적으로흐르기쉬운시적오브제를현대적감각으로끌어내어압축미를실현한이시에서싹을틔우기직전의보리씨알은“건전지를충전”하는것으로표현된다.건전지를충전하는행위는곧생명의“힘”을“충전”하는사건이고,이사건은“세상을밀어올”려살아있게만든다.주체인생명의활력은겨울이라는혹한의세계와맞서보리밭이라는역동적인우주를탄생시킨것이다.“이영차이영차”소리치며온몸으로“세상을밀어올”리는보리씨의율동은생명의우주적확장성을보여주는메시지인셈이다.

낭창낭창한목소리로책을읽고있었다.

누굴까?
사냥개처럼나의생각을쫓는소리들
공기를가로질러그늘을지나
마악꽃피는다북쑥에당도했다.

누구에게도들키고싶지않은
숨소리

잎.

참,황홀했다.
-「꽃피는다북쑥」

시집맨마지막에놓인「꽃피는다북쑥」은꽃핀다북쑥에대한화자의감동을전하고있다.바람에낭창낭창흔들리는다북쑥의움직임에대한화자의정서적반응은독자에게도그대로전이된다.그런데엄밀히말하자면인간의눈은꽃이피고있는미세한움직임을감지하지못한다.그럼에도화자는시의제목을「꽃‘핀’다북쑥」이아니라「꽃‘피는’다북쑥」이라명명한다.“핀”은꽃봉오리따위가‘벌어져있는’상태이지만“피는”은꽃봉오리따위가‘벌어지고있는’현재진행형이다.이만큼의미세한차이까지도시적대상에적용시킬줄아는화자의눈이그만큼밝고정밀하다는것을알수있는부분이다.
제목에서부터동적인이미지를드러낸이시는“낭창낭창한목소리로책을읽고있었다”거나“사냥개처럼나의생각을쫓는소리들”등과같은감각적표현을선보이고있다.이감각적표현들은또“책을읽고”,“생각을쫓는”등에서처럼연속적으로활동성을보인다.그러다3연에이르러정적인이미지로전환한다.이정적인이미지는“누구에게도들키고싶지않은/숨소리”라는청각적이미지가“한/잎”이라는시각적이미지와결합되면서공감각성을획득한다.이러한수법은시적긴장감을유발해다북쑥에깃든생명의충일함을팽팽하게만드는효과를발휘한다.“세계의자아화”(조동일)나“자아와세계의동일성”(김준오)등으로정의된서정시는파탄되지않은세계관을보여줌으로써갈등과불안의위태로운세계속에서살아가는현대인들에게합일된세계의균형잡힌안정감과위무의충일감을체험하게한다.「꽃피는다북쑥」은우주가들려주는화음이라할“숨소리/한/잎”에감응하는화자의“황홀”이다북쑥처럼수북하게꽃피는충만감을전해주는현장이라할것이다.
「소금」에서보듯박백남의시속엔또한야생성이내재하고있다.


백발의사내가바닷물을염전에가두고있다.

바닷물은어쩐일인지숨을죽이고햇살은이런싱건놈,하며귀싸대기를갈기고바닷물은다시스크럼을짜기시작하고스크럼짠어깨가보도블록처럼단단해지고그럴수록햇살은더욱얼굴붉히며물낯바닥에쓰러지고그럴때마다내몸과마음은칼날로일어서고,

전투가끝난현장을삽으로치우는노인,그의등줄기에야생의땀이흐른다.땀절은옷이소금빛으로변한다.소금이된노인이귀가길을서두른다.

마당에서노파가조선파를다듬어양푼에넣는다.노인이건네준소금을뿌리고물을친다.물을만나자소금이다시바다로되살아난다.

양푼속의바다를찍어맛본다.입안에피가돈다.백발의피가돈다.흰쌀밥이소금처럼맛있다.바다처럼맛있다.
-「소금」전문


이처럼자연생명의힘을통해야생적서정의힘을확인해낸박백남은삶의한가운데로자신을밀어넣어유장한서정의핍진성을구현하기도한다.다음의「화룡점정」이그것이다.

가문이둥근뿌리에서나온나는그림그리기는영젬병이다.대신도심의가로수같이전통적인아버지의뿌리를이어갈뿐이다.그굵은줄기와가지와잎사귀에구속되어다른곳으로는도저히튈수없다.하는일이란고작깜깜한땅속을뒤져물이나영양분을지상으로공급하는일,이런일이란무릇생사가달려있어서단하루도쉴수가없다.

오늘도쉬지않고두더지처럼가문땅을뒤져물과영양분을가족에게공급하지만전기톱과전정가위로자란만큼베어버리는세상,살과뼈가타는냄새,순식간,노숙으로추락하는지상의죄인아닌죄인,날개없는대한민국의소시민.

가장(家長)은삶의무게도가장(假裝)해야만한다.그것이대한민국가장(家長)의책무다.

나이제그가장(家長)을벗어야겠다.
나이제그가장(假裝)을벗어야겠다.

그런뒤온몸으로
우듬지에텅빈소망하나찍어야겠다.
-「화룡점정」전문

박백남의시는또한서정의형식을갖추고있지만자연을시적대상으로삼는경우가대다수이다.고대서양철학이나동양철학에서말하는스스로운동하는자연의개념은근대의물질세계로서의자연과같이관성적인것이아니다.자연은자발적역동성을가진세계이며,자연그자체가과정이고성장이며변화이다.이지속성은유기적인것의특성으로서순환적운동성을가진다.박백남의시에등장하는자연은유기체적인순환성을가지고있으며,생명원리를소급하여환기한다.

콩밭옆에서풀을뜯고있는하얀염소한마리,검정콩만한염소똥을쏟아낸다.그러고보면염소똥은풀들의주검이다.풀들의주검이시커멓게돌돌말려져있다.말라가는똥들속으로검정콩하나가떨어진다.문득가을비는내리고세상은촉촉해지고,염소똥물은땅속으로스며들고주검들속으로떨어진씨앗한알,봄이되자싹을틔웠다.콩싹은똥알을먹고자랐다.자식이커갈수록콩밭엔껍질만남고,껍질을깨고나온콩뿌리는다른주검을먹었다.돌돌말려져있던염소똥들이콩잎으로생환하는순간이었다.염소똥이검정콩잎으로생환하는순간이었다.염소의몸통과앞다리로생환하는순간이었다.
-「염소똥속검정콩」전문

「염소똥속검정콩」은자연순환과생명원리를잘보여주는가편이다.먼저이시에서순환성은풀-염소-염소똥-콩-비-땅-싹-콩잎으로연결된다.염소가풀을뜯어먹고싼똥이“콩잎으로생환”하고,또“염소의몸통과앞다리로생환”한다고보는것이화자의시선이다.이러한시적비약은유기론적순환성을바탕으로삼고있기때문에가능하다.순환성은삼라만상이끊임없는변화의과정을거쳐재생되는경로이다.순환성이전제되어야만자연-지구생태계의생명현상이지속될수있다.즉생명원리와직결되는것이순환성이다.자연의모든것을생명이라는하나의용어로환원하려했던베르그송의생기론(生氣論,vitalism)론에의하면생명현상은물리·화학적인힘과는관계가없는독특한생명력내지는활력에의해만들어진다.광물,물,공기의동일한분자들을사용하고재활용하는방식으로존재해온지구생태계는반복과운동을직선적으로끝내는것이아니라원형적으로되돌아오게함으로써생명력내지활력을담보한다.염소는콩싹을먹고,콩은염소똥을양분으로삼아싹을틔워자라는순환성을보여주는이시는생물과무생물의상관관계를통해이어지는지구생태계의일면과생명원리를내포한다.「염소똥속검정콩」은생명력내지는활력을풀과염소와검정콩의관계를통해보여주면서자연만물이서로연결되어있음을은유하고있다는측면에서의미가더욱깊다.
시를읽는재미가운데또하나는발상전환에의한시적신선함을맛보는일이다.박백남은이시집전반부에서대체로깊이있는성찰의질감과핍진성을보여주었다면후반부에서는발상전환의표현법을구사한상상력을내보인다.첫시집이후근이십년가까이시적공백기를가졌지만여전히시적감각이건재하다는것을증명이라도하려는듯싱싱하게언어들이반짝이는시편들을선보이고있는것이다.「나는지퍼만보면열고싶다」,「포도밭에서」,「내생에산불이났다」,「동의어」등동음이의어를활용하거나,특정한언어의뜻을다른시적대상물에투영하여새로운의미를창출해내는상상력은이시집의또다른묘미로다가온다.

나는지퍼만보면열고싶다.

지퍼만보면호기심을참지못하고열고싶다.

빌딩의지퍼,

사무실의지퍼,

서랍의지퍼,

광화문의지퍼,

꼭열어보고싶은저지퍼들

하늘과,
바다와,
수평선과,

그래서더궁금하다.
수평선저쪽이,
지평선저쪽이,
빌딩저안쪽이,
블루진저안쪽이,

무지개,
무지개,
무지개,
그너머가,
-「나는지퍼만보면열고싶다」전문

이시는옷이나주머니등에달려있는지퍼를빌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