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

식물원

$10.00
SKU: 9791195832996
Description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 세계로 발표와 동시에 문단의 주목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유진목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식물원』이 아침달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첫 번째 시집 『연애의 책』으로 “한국 최고의 연애 시다.(황현산 평론가)”라는 찬사와 “시 한 편 한 편이 생활의 날로 새로운 문법이고 시집은 그 건축물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시인은 『식물원』에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며 낯설고 기묘한 시적 체험을 선사한다.
저자

유진목

1981년서울에서태어났다.시집으로『연애의책』,『식물원』,산문집으로『디스옥타비아』,『산책과연애』등이있다.

목차

서문09
111
213
315
417
519
621
723
825
927
1029
1131
1233
1335
1437
1539
1641
1743
1845
1947
2049
2151
2253
2355
2456
2557
2659
2760
2862
2963
3064
3165
3267
3368
3469
3571
3673
3774
3875
3976
4077
078

출판사 서평

서늘하고기묘한공간으로의초대


독창적이고감각적인시세계로발표와동시에문단의주목과독자의사랑을받은유진목시인의두번째시집『식물원』이아침달출판사에서출간됐다.첫번째시집『연애의책』으로“한국최고의연애시다.(황현산평론가)”라는찬사와“시한편한편이생활의날로새로운문법이고시집은그건축물이다.”라는평가를받은시인은『식물원』에서도그만의방식으로지금껏본적없는새로운세계를구축하며낯설고기묘한시적체험을선사한다.

식물원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

입장료는1만원이며
제한시간은없습니다.

입구와출구가다른곳에있으니
이점유의하시길바랍니다.

―시인의말


독자에게가장먼저건네는말이다.얼핏읽으면엉뚱하고도유머가담겨있는환영인사말같지만주의있게보면『식물원』의‘입구와출구가다른곳에있’음을경고하고있다.책장을넘기면‘차례’와‘서문’이라는글자를제외하고는온통숫자로이뤄진차례페이지가등장한다.마치식물원의문을열수있는암호해독서처럼,입구에세워진식물원의거대한조감도처럼읽힌다.그리고식물원에발을들여놓은한사람의행방을서문으로전하면서이야기가시작된다.


이른아침그는식물원으로들어갔다.

해질녁그가식물원에서나왔을때는
전생애가지나버린뒤였다.
―9쪽,서문


다음으로이어지는페이지에는글자가아닌흑백사진이보인다.공원의등나무아래비둘기처럼앉아서프레임바깥은응시하고있는한남자가있다.『식물원』은전체페이지의절반이흑백으로재가공된사진으로채워져있다.교복을입은한무리의여학생들,안쪽의글씨가희미하게비치는접힌편지,할머니의손을잡고서있는여자아이,고전적인손글씨로‘사랑하는당신!’이라고쓰인항공우편물,철로위에있는단정한옷차림의여자들,빛나는순간들을기록한기념사진,창가에서서뒤를돌아보며웃고있는사람,초록의기운이창문안쪽까지뿜어져오는해변의야자수….삶의기념적인순간들과생경하면서도어딘지익숙한얼굴의표정들이이어진다.마치죽음직전사람의눈앞에찰나에펼쳐진다는생의기록물처럼.그러나이페이지들을부디천천히넘기길바란다.바래진사진속공간은우리가현재숨쉬고있는이곳과불과몇장의페이지로감춰져있지만,우리가기억하고떠올릴수있는시간의가장먼뒷모습이다.한시절이점점이멀어져마침내사라질때까지지켜보고있는듯한시적체험을느낄수있다.사진은시인개인의기록물로직접고르고배열한이미지이다.시인이통과해왔으며우리의과거와도닿아있는사진이전하는이야기에식물원의입구에서한참을걸어온듯한착각에빠지게된다.


사람의몸으로기억하는나무의시간


식물의생애를상상해본다.씨앗이었다가,새싹이었다가,울창을이루며푸르렀다가마침내열매를이루고때가되면가지를떨구며다시흙속으로섞여드는,거듭되는삶.
『식물원』에는나무로살아온전생을기억하는사람이내생에서마주치는생의감정을식물의언어로들려주는듯한이야기가담겨있다.어쩌면사람의몸에갇힌채나무의시간을기록하고있는시인의일기일지도모른다.


종려나무가있었다.

그는이땅에살면서많은일을겪었고,그중에어떤시간은기억이나지않았다.그시간에그는자주고개를숙였고,남몰래주먹을쥐었고,그러다하품을하였고,이대로끝이난다해도어쩔수없다고여겼다.그는지루함을견디며종려나무사이를옮겨다녔다.
―51쪽,「21.종려나무」


그만죽었으면합니다.그래서왔어요.그는목을매달아도부러지지않을만큼가벼웠다.어째서죽었으면하는지신나무의종자는모르는것같았다.살아가는일은괜찮았습니다.하지만그만하고싶어요.
―59쪽,「26.신나무」


시는제목없이숫자로이어지며하나의서사를이룬다.시인은저마다의식물에깃들어있는생의사건들을마치목격담처럼진술한다.돌아갈수없는어린시절의추억을그리워하다,한시절의슬픔을담담하게전해주기도하며,불쑥‘그만죽었으면’한다고고백한다.


이건다른집에있어?아니이건다른집에없어.왜없어?아빠가너한테만준거니까.그는그것을베개아래넣고잤다.있는걸너무귀하게여기면못써.왜못써?없이사는게보이니까.
―55쪽,「23.염리동」


때론시의장르를빌려쓴시나리오와같은문법으로한사람의삶속에있었던중요한순간을전달한다.나무의이름으로살아온생을기록하듯시말미마다종려나무,남천나무,벤자민,삼나무,장미나무와같이나무의이름이주석처럼달려있다.
시인은식물원이라는공간을통해그만의독특한언어로기묘하고아름다운세계를보여준다.그리고우리가떠나온곳은그곳이며,마치후생을예언하듯다시그곳으로돌아갈것이라고,그러니안심하라고분명하게말해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