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뒷다리 (황보출 시집)

가자 뒷다리 (황보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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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보출 시집 『가자 뒷다리』. 이 시집에는 황보출 시인의 “나 죽을 때까지 이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혼자 약속한 비밀”이 곧잘 터져 나온다. 6 25도 겪고 보릿고개도 몇 번을 넘었으니 왜 아픔이 없었겠는가. 이 책에 젊은 사람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

황보출

저자황보출은"시집갈때도자기진짜호적이름을몰랐던할머니,KBS‘낭독의발견’에서다"황보출할머니는1933년생이다.만으로83세다.황보출할머니가태어난포항시골에서는‘황보연’이라는이름으로불리는데호적에는‘출’이라는이름으로기록되어있는줄도모르고결혼할때까지황보연이자신의이름인줄알고자랐다.아버지가주위분에게출생신고를부탁했는데,그심부름을해주겠다던분이이름을까먹어서‘출(나오다)’이란이름으로등재한것이다.자신을위해서는초등학교문턱조차들어선적없지만연세드신후공부를하겠다는생각에푸른어머니학교에서한글공부를하기시작했다.황보출할머니의공부는한글읽기에그치지않고시쓰기에까지이른다.KBS‘낭독의발견’에출연하여시를낭독한적도있으며,전국문해교육협의회에서주최한한글날글쓰기대회에서대상을수상하기도했다.황보출할머니의굴곡진삶을신지민다큐멘터리감독이『황보출,그녀를소개합니다』란작품으로만들어서울여성영화제에출품하기도했다.황보출할머니는2012년2월에드디어초등학력인정졸업장을취득했다.황보출할머니는글을다알지못한다.받침도틀리고,맞춤법도틀리고,더듬더듬읽는수준이다.하지만,시를참잘쓰는‘시인’이다.

목차

1사는것이다그렇지요
삽겹살
‘가’자뒷다리
열쇠좌석
용기
나도꽃이다
사돈하고나하고너무달라서
사는것이다그렇지요
갓난애하나가
우리아들먹을것
자는잠
벚꽃축제
찰칵찰칵
황보출,할머니다되었다
공부잘했던것은아무것도아니다
내몸무게
장명아

2자식생각도그만하고싶은데
자식생각도그만하고싶은데
월정사전나무숲길
가로수
가을닮은나이
몸이아프다
잘난사람부족한사람
평등한세상
기도
무밭
저달은안다
나무에앉은새
안개낀가을아침
새끼오리
인생
맑은날이오면
나무도죽고나니

3나도요즘태어났으면인생살이가좋았을까
피로회복제
욕심
다한마음처럼
그사람은내마음알까
서리맞은뱀처럼
고맙습니다
4월22일오늘일기
논에있는돌
말봉재고개
물나물국죽
일년반찬
흰눈이하늘에서
오십이년전이야기
배고픈슬픔
엄지손가락콩깍지훑어내다가
참고마웠네

4내가슴에내동댕이쳐진것들
빨래
내남편님은
옛날에우물에서
가을홍시로
내영감은
남편님물신은
음력2월스무날며느리올림
새벽에시장가면
좋은기억
눈으로보지않은것
내가미쳤지
괴로움겪은것
고부간에벽없이살았는데
일잘하는홀시어머니
오랫동안보관해라

출판사 서평

한글을처음배운할머니의감춰두고싶었던이야기
시를쓰는것은단순히글한편을쓰는행위가아니다.시를쓰는행위는자신을돌아보는행위이다.어렸을때동무들과놀던기억,아버지엄마곁을떠나시집가던날의그슬픔,겨울날손이곱아서손을호호불며빨래를하다가그것마저너무추워자기오줌에손을녹이며빨래를하던그냇가의시린풍경,젊었을때손에서굳은살이떠나지않을정도로밭을갈고풀을뽑아도뿌리뽑지못했던가난,사랑했던그누군가를영영떠나보내야했던슬픔!황보출할머니가이런것들을올올이꺼내시집한권으로펼쳐놓았다.
황보출할머니의시는그자체로슬픔덩어리이다.황보출할머니의시쓰기는가만히생각하면눈시울이젖어서다른것을할수없는,꼭꼭숨겨두어서근친이아니라면결코아무도모를일을끄집어내는일이다.그래서이시집에는“나죽을때까지이이야기는누구한테도절대하지않겠다고혼자약속한비밀”이곧잘터져나온다.6?25도겪고보릿고개도몇번을넘었으니왜아픔이없었겠는가.황보출할머니의시집<‘가’자뒷다리>에젊은사람은감히따라갈수없는슬픔과웃음이가득한이유가여기에있다.
지난한세월을살아온황보출할머니에게일상은아픔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시집에서는삶의애환보다는나이듦에대한아련함과가족애가묻어나온다.시집에상재된첫번째시‘삼겹살’은별것도먹지않았는데화장실을가야하는나이듦의번거로움과셋째딸이냉장고에삼겹살을사다놓는행위의교차에서이미반세기를넘어한세기가까운공력을쌓아온삶이보인다.
‘빨래’라는시는우리네어머니들이어떻게살아왔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

빨래

동지섣달폭풍냇가에
고등얼음에콩깍지잿물받아서빨래하면
손발이터져나갈듯했네.
물을팔팔끓여
요강에담아가손을적셔가며빨래를했네.
밤에손이터서
피가나고따갑고
견디기힘들게아플때
시어머님하신말씀.
“야야오줌을눠서거기에손을담그라.”
내오줌을눠서아픈내손담갔네.

요즘젊은이들이감히따라갈수없는슬픔과감동
시인들이가장쓰기힘든시는타인의마음을움찔거리게하는시이다.움찔거림이감동이든놀라움이든아니면슬픔이나기쁨이든시인은다들자신의시때문에다른사람의마음이1도나2도쯤움직였으면좋겠다는생각을한다.황보출할머니의시가그렇게사람의마음을툭툭건드리며움직이게한다.
왜그럴까?황보출할머니는시를짜내지않는다.열심히써서누구의마음을툭툭치고다니겠다는마음도없고,화려한문구를머리쥐어뜯으며짜내지도않는다.아니애초에시를쓰기전부터그냥자신의마음을표현할뿐이지타인에게감동을준다거나애절하게다가갈마음이없었던것이다.타인에게자신의시를내놓고자랑하려면시를잘써야한다는마음이있어야하는데,이분은그런마음도없다.
시인들이자신의시를발표하면서존재감을드러내는것과달리(물론이런마음이전혀없다고는할수없지만)황보출할머니는시를자랑하려고쓰지않는다.자신의삶을드러낼뿐이다.그래서시를잘써야한다고부담도갖지않는다.표제작‘「가」자뒷다리’에서황보출할머니는주눅들어서한평생을살아왔지만,‘저정도면나도쓸수있어’하고시를향해대든다.

‘가’자뒷다리

내가처음한글배울때
‘가’자뒷다리도모른나
선생님들덕분에
한글날세종대왕릉에가서
글짓기대회
내평생첫으뜸상을받았네.
가슴이우쭐했네.

이시‘「가」자뒷다리’는처음한글을배우고간신히쓸때의이야기를담고있다.한글날글짓기대회에서처음으로상이라는것을받았을때의우쭐한기분을시로쓴것인데,한글을배우는아득함이‘가’자뒷다리라는말에서묻어나온다.글자에뒷다리가어디있다는말인가?한글을아는사람이라면글자와손잡고놀았을텐데,황보출할머니는한글을몰라서글자의뒷다리만을잡으려고한것이다.
황보출할머니의시는오늘날시인들에게시를이렇게써야한다는‘말씀’으로보인다.삶을온전히드러내보이고,자랑하지않으며,그래서말의사찰같은시를쓰라는꾸지람으로보인다.
장터에서돈이없어밥한끼사먹지못하고집에돌아와먹는밥이황보출할머니에게는시이다.그밥으로한평생살았다는황보출할머니의시가우리들에게필요한이유가여기있다.그러므로이시집한편한편의시는오늘날우리젊은사람들에게생기를불어넣는밥한끼이다.

품위있는디자인요소가미한큰글씨책
출판사돋보기는큰글씨로책을펴낸다는각오로출판시장에뛰어든신생1인출판사이다.그래서시집<‘가’자뒷다리>의본문글씨크기는전부18포인트이다.미국이나유럽의라지프린트개념을도입한것이다.노안이나약시로고생하는사람들은책을읽고싶어도읽기가쉽않다.책이라는것이수많은글씨로이루어졌지만,그글씨의크기가너무작아서노안이온어르신이나약시자가글을제대로읽을수없기때문이다.도서출판돋보기는책을좋아하든좋아하지않든우선은책에대한접근이모든사람에게공평해야한다고생각하는출판사다.그래서큰글씨로책을펴내는것이라고한다.노령인구의급격한증가와함께‘큰글씨책’에대한관심이이시집으로촉발될수있을것으로보인다.게다가지금까지‘큰글씨책’이단순히글자만나열해놓은,디자인요소를전혀고려하지않은고루한방식의출판관행도시집<‘가’자뒷다리>의출간과함께깨질것으로보인다.시집<‘가’자뒷다리>는큰글씨만나열한것이아니라황보출할머니가직접그린여러삽화도싣고있어책디자인에많은품을들였다.집에잡지대신꽂아놓으면더욱단아함을느낄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