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마음의 바다: 감정도감
바다는 언제나 우리를 침묵하게 한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쉼 없이 밀려오는 물결은 언어 이전의 세계를 환기한다. 바다는 풍경인 동시에 마음의 상태이고, 감정의 그릇이며, 그 안을 유영하는 생명들은 마치 감정의 얼굴처럼 다가온다. 『마음의 바다』는 바다를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감정의 심상(心象)으로 바라보며, 시각적이면서도 내면적인 감정의 지도, 즉 ‘감정도감’으로 펼쳐 보인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물을 “무의식의 심연이자 감정의 가장 깊은 상징”이라 보았다. 물은 형태가 없기에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감정과 상상력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감정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 그리움, 고독, 연대와 같은 정서들을 비추는 무의식의 거울이 된다. 물속을 부유하는 생명들 역시 이 감정의 거울 속을 유영하며, 물이 머금은 정서를 함께 품고 떠다닌다. 그들은 생태적 정보 이상의 무언가를, 즉 감정의 얼굴을 대신해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최혜원에게 바다는 단순히 자연이나 촬영 대상이 아니라, 감각이 깨어나는 장소이며 정서가 부유하는 세계다. 바닷속 생명체들을 클로즈업하지만, 이 작업은 생태적 정보나 생물학적 분류를 위한 기록이 아니다. 해파리, 거북이, 해마, 말미잘 같은 존재들은 감정의 상징이자 정서의 은유로 다가온다. 흐느적거리는 촉수는 외로움의 잔상을 남기고, 멍한 눈빛은 기다림의 무게를 머금는다. 이들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깊은 정서적 울림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이미지들이 기존의 생물학적 분류나 촬영 스타일에 따른 묶음이 아니라, 감정의 카테고리로 재맥락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시도이며, 이미지와 감정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작가는 해양 생물의 종(species)이나 시각적 패턴에 따라 이미지를 조직하지 않고, 그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정서의 결에 따라 사진을 분류하고 배열한다. 각 사진은 일본어 이타이(아픈 공감), 포르투갈어 사우다데(말할 수 없는 그리움), 인도네시아어 자무(쓴 감정의 정화) 등 낯선 언어로 이름 붙여진다. 이는 설명이 아니라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감응의 언어이며, 시각과 감정 사이를 잇는 정서의 다리다.
바닷속에서 마주한 것은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가'에 가까운 경험이다. 물속의 빛은 흐느적거리고, 색은 유영하며, 생물은 형태의 경계를 흐릿하게 넘나든다. 그 모든 순간은 감각을 통해 기억되고, 정서를 통해 명명된다. 흐릿한 이미지는 감정의 파동을 담고, 감정의 이름은 다시 사진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되돌린다.
『마음의 바다』는 생명의 초상을 통해 감정을 시각화하는 여정이며, 바닷속 감각의 파편들을 언어로 길어 올리는 시도다. 감정은 때로 모호하고, 말로 붙잡히지 않지만, 이 전시는 그 감정들이 잠겨 있던 심연에서 어떻게 떠오르고, 다시 우리 안으로 스며드는 지를 보여준다.
김성민(사진이론/온빛다큐멘터리 회장)
바다는 언제나 우리를 침묵하게 한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쉼 없이 밀려오는 물결은 언어 이전의 세계를 환기한다. 바다는 풍경인 동시에 마음의 상태이고, 감정의 그릇이며, 그 안을 유영하는 생명들은 마치 감정의 얼굴처럼 다가온다. 『마음의 바다』는 바다를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감정의 심상(心象)으로 바라보며, 시각적이면서도 내면적인 감정의 지도, 즉 ‘감정도감’으로 펼쳐 보인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물을 “무의식의 심연이자 감정의 가장 깊은 상징”이라 보았다. 물은 형태가 없기에 모든 것을 수용하고, 감정과 상상력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감정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 그리움, 고독, 연대와 같은 정서들을 비추는 무의식의 거울이 된다. 물속을 부유하는 생명들 역시 이 감정의 거울 속을 유영하며, 물이 머금은 정서를 함께 품고 떠다닌다. 그들은 생태적 정보 이상의 무언가를, 즉 감정의 얼굴을 대신해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최혜원에게 바다는 단순히 자연이나 촬영 대상이 아니라, 감각이 깨어나는 장소이며 정서가 부유하는 세계다. 바닷속 생명체들을 클로즈업하지만, 이 작업은 생태적 정보나 생물학적 분류를 위한 기록이 아니다. 해파리, 거북이, 해마, 말미잘 같은 존재들은 감정의 상징이자 정서의 은유로 다가온다. 흐느적거리는 촉수는 외로움의 잔상을 남기고, 멍한 눈빛은 기다림의 무게를 머금는다. 이들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오히려 깊은 정서적 울림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이미지들이 기존의 생물학적 분류나 촬영 스타일에 따른 묶음이 아니라, 감정의 카테고리로 재맥락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사진을 ‘보여주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시도이며, 이미지와 감정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작가는 해양 생물의 종(species)이나 시각적 패턴에 따라 이미지를 조직하지 않고, 그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정서의 결에 따라 사진을 분류하고 배열한다. 각 사진은 일본어 이타이(아픈 공감), 포르투갈어 사우다데(말할 수 없는 그리움), 인도네시아어 자무(쓴 감정의 정화) 등 낯선 언어로 이름 붙여진다. 이는 설명이 아니라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감응의 언어이며, 시각과 감정 사이를 잇는 정서의 다리다.
바닷속에서 마주한 것은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꼈는가'에 가까운 경험이다. 물속의 빛은 흐느적거리고, 색은 유영하며, 생물은 형태의 경계를 흐릿하게 넘나든다. 그 모든 순간은 감각을 통해 기억되고, 정서를 통해 명명된다. 흐릿한 이미지는 감정의 파동을 담고, 감정의 이름은 다시 사진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되돌린다.
『마음의 바다』는 생명의 초상을 통해 감정을 시각화하는 여정이며, 바닷속 감각의 파편들을 언어로 길어 올리는 시도다. 감정은 때로 모호하고, 말로 붙잡히지 않지만, 이 전시는 그 감정들이 잠겨 있던 심연에서 어떻게 떠오르고, 다시 우리 안으로 스며드는 지를 보여준다.
김성민(사진이론/온빛다큐멘터리 회장)
마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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