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 꽃 (이경 장편소설)

탈의 꽃 (이경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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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경 장편소설 『탈의 꽃』. 산 자와 죽은 자의 미소가 담긴 탈! 사랑과 목숨을 답보하며 찾아내고자 했던 세 개의 하회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이경

저자이경
-대전대문예창작학과석사졸업
-1997년,농민신문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오라의땅’으로등단
-2002년,동서커피문학상단편소설대상당선‘청수동이의꿈’
-2003년,첫장편소설‘는개’출간
-2007년,단편소설집‘도깨비바늘’출간
-2012년,장편소설‘탈’출간
-2012년,제4회김호연재여성백일장대상,
-여성가족부장관상수상
-(현)불교공뉴스사장

목차

1둥둥,꽃갓쓰고 7
2대숲으로가는길43
3꽃다지 73
4주지한쌍 95
5동굴 126
6신호등 148
7양대꽃 173
8신들의얼굴 207
9총각탈 233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그러다가잃어버린세개의탈을스승이복원하기로했다.하지만스승의건강이악화되자,스승이마을촌장과유지들을설득해해인이가제작하는게좋다고추천했던것이다.스승은젊은기운을탈속에심어놔야한다는이유로해인을데려가마을유지들면전에선보였다.처음에는여자라는이유로꺼림칙해하는유지들도몇있었지만스승이워낙강경하게추천을하는통에해인이낙점된것이다.탈을제작하는비용은모두마을공동예산처리하기로했기에해인으로써는기회였다.하지만자신이그런엄청난작업을삼칠일동안해낼수있을것같지않았다.더구나해인은가부장제도라는틀에묶여있는유지들의눈에들어하지않는여자의신분이었다.몇몇마을사람들이고운시선으로봐줄리없었다.하지만스승은마을의안녕이더시급하다며그들까지도모두설득했다.급기야공산군에게서울이함락되었고,전세가불리하다는풍문까지나돌아마을사람모두가스승의의견을따르기로했던것이다.
해인은하회마을을오가면서스승의기술을전수받았다.그리고잃어버린세개의탈복원과국란을막아내는탈을모두제작하는수제자의위치에오른것이다.너무나영광스러운일이었다.
잃어버린세개의총각탈,떡달이탈,별채탈을복원하는일을결코쉬운일은아니었다.더구나삼칠일가지고는부족한시간이었다.그러나워낙전세가위급하다보니하루가촉박했다.해인은그녀에게맡겨진임무가막중하다는중압감에주눅이들다가도힘이솟구쳤다.더구나여자가아닌가.전설에의하면,허도령이탈을제작할때부정을탄다해서금줄을쳤다.금줄을치고들어앉는순간부터여자와부정을탄사람의범접을막았다.하물며여자에게하회탈복원을맡긴다는것은오랜금기를깨는일이었다.
해인은탈방에들어앉아탈제작을위한준비작업에들어갔다.그러는동안인민군이3일만에서울을점령했다는소문이돌았고,인심까지흉흉해졌다.몇몇주민은부산으로거처를옮겨가기도했고,더남쪽으로행선지를옮기기위해마을이술렁거렸다.
해인은창문을열고밖을바라보았다.마을어귀,광대들의꽃갓이바람에날리고있었다.그녀도그광대들과함께어울려마을의안녕을비는제에참석해야했지만몸이말을듣지않았다.현기증까지일어났다.
해인은돌아서서벽에걸린거울앞에자신의얼굴을비춰봤다.동그란두눈,오독하게선콧날,깊게패인인중아래붉은입술이오목오목조화롭지만살빛이창백하다못해백지장같았다.해인은전과분명다르다는것을알았다.얼굴을비비자,바싹마른김처럼얼굴이바스락댔다.살갗에피어난살돋음이분명예전과다른파장을일으키며파르르떨고있었다.알수없는불길한기운이다.그녀는쓰러지듯눅눅한이불을푹뒤집어쓰고누웠다.하지만잠이오지않았다.불길한이느낌,뭔가분명일어날것만같은조짐이가슴에서일어났다.
스승은탈을깎으려면하루라도빨리강신을받으라고했다.그의식은탈의신을몸안에모셔두는일인데도선뜻마음의결정을하지못하는이유를스스로도알수가없었다.얼마동안몸을뒤척이다설핏나른한잠속에빠져들었다.
‘욱!’
쓴물이목울대를지나입안가득고였다.그러고보니며칠째속이메스꺼웠다.온몸이버들가지처럼축축늘어지는이유를알수없었다.더구나눈만감으면눈꺼풀끝에희미한의식이살아꿈틀대며,물위를동동떠다니는부표처럼마음이찰랑찰랑흔들거렸다.
해인은언제부터였는지정확하게기억할수없으나,흐릿한환영이눈앞에스치고지나갔다.때로는알수없는활자들이뇌리안에깊숙하게차고들기도했다.그런모든게마음의중심을잡지못한때문이라고스승은말했다.
‘아직덜여물었기에허한것이다.’
그때,흐릿하게한여자가기웃거리며방안을들여다보고있었다.그녀는저밑바닥까지심장이쿵하고내려앉는기분이었다.얼굴가득푸른빛이도는여자였다.어디에선가본듯낯이익었다.각시탈을닮아있는듯도했다.아,자신을몹시닮아있는각시탈의혼일수도있다는생각이문득들었다.혹시어머니에게무슨일이생긴건아닌지온몸을부들부들떨었다.
‘그래,나에게는어머니가있었지?’
해인은어머니를떠올리며몸을버둥거렸다.좀처럼몸이말을듣지않았다.가위에라도눌린것인지,옴짝할수가없었다.조각조각흩어져있던기억들이한곳으로모아지고,끝내어른거리던어머니얼굴이또다시되살아났다.
어머니의모습은늘같은모습이었다.그영상은오랜기억이만들어낸파일이라는것을알면서도매번가슴을먹먹하게했다.
‘아,언제쯤그모습이가슴에서지워질까?’
해인은두손을움직여깍지를끼고살살비볐다.두손바닥살갗의열기가느껴졌다.점점촉감이살아나기시작했다.맞댄손바닥사이에톱밥알갱이가끼어있어촉촉한땀이베어나왔다.
그녀는탈깎는일을하는공예가였다.스승을만나탈깎는것을배운게십년이나되었으니,손바닥지문이없어질때도되었다.
탈을깎다보면손지문이닳아없어지는것은예사로운일이었다.그것뿐만아니라미세한손끝의움직임,한치의오차도허락하지않는정교한칼날의흔들림까지도읽어내야하는손의감각을가져야했다.하지만손바닥지문이닳아없어질만큼끌을잡아도손바닥감각을갖는다는것은쉬운일이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