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담다 (그림으로 떠나는 성지순례 | 양장본 Hardcover)

성지를 담다 (그림으로 떠나는 성지순례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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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성당을 그리다] [성당을 새기다]에 이어 [성지를 담다]를 내게 되었다. [성지를 담다]를 내게 된 시발점은 고산 되재공소에서 본 아주 소박한 하얀 십자가의 프랑스 신부님 두 분의 무덤에서 받은 감동 때문이었다. 이삼십대에 타국에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한국의 교우들에게 주신 사랑과 희생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판 모르는 낮선 한국땅과 한국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만큼 얼마나 사랑했을까 생각하니 그 사랑과 슬픔, 애잔함 등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났었다. 그러다가 2016년 12월 중순 절두산성지에서 미사를 드리는 중에 다블뤼 주교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앙투안, 사랑하다” 라는 음악극을 소개 받게 되었고, 12월 29일에는 손골성지에서 남동생의 기일미사를 드리다가 윤민구신부님으로부터 프랑스 선교사들과 다블뤼 주교님의 얘기를 귀담아 듣게 되었고, 2017년 1월 1일 마지막 공연일에 드디어 음악극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 2년여의 성지 방문과 작품과정에서 하느님과 성모님 그리고 모든 순교성인들 중에서도 특히 다블뤼 주교님의 이끄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지그림을 그리려고 마음먹은 후 우선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를 사서 읽어본 다음 지역별로 안배하여 직접 성지를 방문하여, 미사를 드리고자 계획하였다.

2016년 12월초 한티성지를 방문하면서, 대구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참석하였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와 같이 4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어릴적 친구들의 얼굴을 대하니 기억창고 속에 담겨있었던 잃어버린 시간들이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왠지 ‘뿌리’를 찾아 온 느낌이 들어서, 옛날 그 시절, 그 산야, 그 공기, 그 풍토, 그 냄새, 그 감정까지 스멀스멀 일어났다. 초등학교 운동장 나무에서 뚝 떨어져서 나를 기겁하게 했던 송충이까지 생각나고, 날개가 달려 회전하며 내려오곤 하던 단풍나무 씨앗도 생각났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다는 것은 기억의 한 단면들, 특히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이미지, 감정, 느낌, 기억저장고에 알알이 박혀있는 세포들을 깨우는 것이었다. 나의 ‘그림으로 떠나는 성지순례이야기’도 아마도 이러한 느낌의 여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가톨릭신자이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이 땅의 순교성인들에 대한 진정한 바라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울러 성지를 방문하면서 본 풍경과 느낌을 어떻게 하면 그림을 통해 보는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심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는 그림을 그릴 때 그냥 느끼면 저절로 되는 줄로만 알았지 어떻게 그려야 할지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지는 성인들이 박해받고 순교한 피의 현장으로 느껴져서 거룩함 이전에 다소 무섭게 느껴졌다. 이러한 개인적인 선입견 없이 어떻게 하면, 거룩한 땅 성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게 그릴 수 있을까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성지에 대해 찾아가고 알아가는 여정과 그림에 대한 여정이 나란히 같이 가게 되면서 성지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점차 나만의 질서 법칙을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성지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답도 같이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번 책은 쓰기가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웠는지. 1, 2권은 떠오르는 문장들을 주워 담기가 바쁘게 써내려 갔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원고에 대한 심한 압박감을 느끼던 11월초에 평소 다니던 죽전성당의 성체조배실에 갔던 날 여성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그 사이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드리는데 뒤에 앉은 여성이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였다. 시간이 흘러 뒤에 앉은 여자가 문을 열고 나간 바로 그 순간 내가 그동안 다녀왔던 성지들의 모든 성인들이 열린 문틈으로 들어오셔서 방을 꽉 메우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가운데는 다블뤼 주교님도 계셨으며, 힘들었던 나의 마음에 평소 청하고 싶었던 축성을 따뜻하게 해주셨다. 그 순간 나의 기도는 눈물과 콧물과 함께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방석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신비로운 느낌과 맡기고 싶은 마음, 주님과 다블뤼 주교님을 비롯한 모든 성인분들이 함께하심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하느님이 이끌어주시는 가운데서도 나 자신이 너무 미약하고 부족하고 티끌만큼 작은 존재로 느껴졌다. 힘이 빠지고 삶에서 지칠 때마다 주변 분들의 전화와 기도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 이럴 때 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하여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나도 그에 따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게 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지금 무엇을 만들고 쓰고 그린다는 생각 없이 할 때 가장 기쁘고 평화로웠다.

주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십니다. 제가 힘들고 괴로울 때 저의 기도에 응답해주시고 함께 해주십니다. 하느님 사랑합니다.

2018. 12
연구실에서 윤 영 선
저자

윤영선

비비안나

연세대실내건축학과이학박사
동경대대학원건축학과객원연구원역임
개인전3회및부스개인전7회
저서:「성당을그리다」인터웰2015
「성당을새기다」미디어북2016
「성지를담다」미디어북2018

현)강동대학교실내디자인과부교수
한국실내건축가협회,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한국주거학회,대한건축학회,한국미술협회회원

목차

책을내면서│사랑과희생이시공가을초월하며/윤영선
서평│윤영선작가의'성지그림'/김명규

Ⅰ.성지
<서울대교구>
1절두산순교성지 ·

<대전교구>
2갈매못순교성지
3청양다락골성지
4솔뫼성지
5신리성지
6진산성지
7해미순교성지
8홍주(홍성)순교성지
9황새바위순교성지

<인천교구>
10갑곶순교성지

<수원교구>
11남한산성순교성지
12미리내성지
13손골성지
14수원성지
15양근성지
16은이·골배마실성지
<원주교구>
17배론성지

<청주교구>
18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19배티순교성지
20연풍순교성지

<마산교구>
21명례성지

<광주대교구>
22곡성성당(옥터)

<전주교구>
23여산동헌(백지사터)성지
24천호성지
25초남이성지
26치명자산성지

<제주교구>
27용수성지

<유럽성지>
28프랑스루르드성지/파리노트르담대성당
29포루투갈파티마성지
30벨기에바뇌성지 ·

Ⅱ.십자가의길14처
?부활을포함한다색목판화15점
?흑백목판화14점

Ⅲ.로사리오 ·

Ⅳ.부록
성지지도
성지일람
103위성인
124위복자
용어정의와천주교박해사건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윤영선작가의‘성지그림’

윤작가의그림속에는다양하고풍부한어울림이있다.보는이에게자연의풍부함과또그것을평정하게보이게하면서내면의변화를불러일으키게하는것은작가스스로의예민함과독특한해석력을기반으로한다.여기서윤작가터치의엮어짐은작품형성의중요한기준이된다.

윤작가의그림에서터치는‘나는새의날갯짓’과같은것이다.작가가던지는점과획이어떤모양을만들고그모양을연결짓는붓의연속적행위는그림을바라보는사람들의민첩한감각을자극하여가슴어디엔가안착하게하는것이다.

윤작가의그림속에서터치는사물의관찰대상으로흥미를만들어대상에집중시키는묘함이있다.그것은작가만의준법이존재하기때문이다.글이내용을전달하는매체수준이상의경지로‘서예’를이해한다면터치의간격과모양,흐름은우리의감정을세밀하게조정한다는것을쉽게이해할수있다.

한편작가가구비한유화재료속에는질료를확장및확대시키는미디움(MediumsLiquin)이포함된다.대상을표현할때자연과대상의다양한변화속에감정의규칙을읽어내고그것을다시과학적해석과붓놀림의기술적표현법칙을적용하는것이다.말하자면붓의법칙(준법)과재료의두께로그림과마음사이의균형을만들어낸다.

붓의사용이생활의일부였던우리내정서에서작가의터치행위가터치(touch)라는단어뜻보다좀더예민하고미묘한감정을느낄수있는것은윤작가의재료가주는역할에도기인한다.

작가의준법은그림준비를위해대상을철저히기억하는것에서부터시작한다.그것은오롯이준법에집중하기위함이다.대상을바라보는작가의마음은신중하고겸손하다.표현해야하는대상이성지이기때문에작가가떠올리는이미지는그속에포함된역사적사실을기반으로하여무게를더한다.

작가는마음속으로여러번스케치를반복할수있게수차례성지를방문한다.사진찍을장소를관찰하고이후관찰한이미지를촬영하여확대·축소프린트한다.이후선정한사진이미지를크게확대하기도하고,구도의정확한표현을위해그리드기법으로분할한다.대상체의정확한표현을위해부분이미지를디테일하게여러장캡처프린트하므로써작업준비가완료된다.기억을되살리고대상에녹아들기위해하는행위이지만더중요한것은대상을묘사하기위해신중을기하다잃어버릴수있는터치속의뼈대와기운생동을지키기위함이다.

그림에서자연스러운준법사용에도달하기위해서는기본적으로예민한관찰력과풍부한창작력이수반되어야한다그러기위한수고가작가에게자연스럽게베인것같다.또한유화를사용하는작품이지만대상체를관찰하고작업실에서재구성하는일련의모든행위는전통산수화의표현과정과동일한것도흥미로운일이다.

전통산수화기법에는자동화기법이기본이다.머뭇거림없는과감한행위속에서자연스레용필과결체의어울림이있고그속에우리는작가의무의식의춤을만날수있다.무엇에꽉올려붙은자신감넘치는필의운용을들여다볼때엉겨붙은물감의덩어리와작품제작동안신바람난듯한무아지경의초자아가녹아있기도하다.현실의대상체가가진성격을재현하려고애쓰는일에서는멀어지는그순간윤작가의준법도빛을발하고있는것이다.

작가의감정이필에녹아움직이면정교한계산에서나타나는기대를잠식시키고무한의형이상학적인감각세계로인도한다.질료의변화를의식하거나형상의재현에매달리면나타나기힘들다.또한습관적이거나기계적으로안착된놀림에도나타나기어렵다.

성지를주제로작품을이루면성지가가진외관적특성을표현하려할테지만윤작가는에테르체를이루기위해아스트랄체를빌려오는역현상그것이다.신의세계를믿음으로우리는영혼의안식을꾀하고현실속물질세계의풍부함을기원하지만,작가의과감한붓놀림은역으로재현의붕괴를통해곧바로형이상인신의세계로인도되는듯하다.

이번개인전으로펼쳐보이는작가의세계는뚜렷하다.미술사의형식적세계를멀리하고현대미술의논리와도멀다.다만영적세계를가상세계가아니라도달할수있는현실로바라본작가에게성지는인류사에서수많은사람들이두드려보는신의세계의단초를제공한것으로믿어보인다.그리고그림에서는작가의터치는미세한논리의감각세계를넘어시공의차원이동에단초를제공하려는듯보인다.

2018.12
김명규홍익대학교미술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