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김형중 에세이)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김형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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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광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저자가 느린 발걸음으로 걷고 젖은 눈동자로 바라본 광주는 지금껏 그 도시를 테마로 했던 어떤 책보다도 객관적으로 아프다는 느낌이 든다. 제 고향을 어떤 ‘엄살’이나 특유의 ‘과장’으로 몰아가지 않았다는 데서, 오히려 더 큰 공감의 연대가 가능하게 한다.
저자

김형중

저자김형중은1968년광주에서태어나전남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문학동네신인상평론부문에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평론집으로『켄타우로스의비평』『변장한유토피아』『후르비네크의혀』가있으며,소천비평문학상(2008)을수상하였다.현재조선대학교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0염세적인K씨,광주를걷기까지6
생각해보면여기는완벽한공동체였다7

1부┃태어난다는것17
1당신은지금송정리를떠나고계십니다18
태어난다는것19
식반자촌25
기차고동소리때문에31
식반자촌에서주변부다문화촌으로37

2부┃구도심에서41
2금남로:텅빈절대공동체의중심42
전혀사적이지않은거리43
광주란무엇인가48
텅빈절대공동체57

3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란무엇인가60
문화의전당61
문화란무엇인가63
거대한‘f**kyou’73

4양림동:기억을파는골목76
젊은이들이란77
미션82
사라진골목88
응팔유감92

5광주극장:옛날영화를보러갔다94
오래되고가망없는것들95
80년이라니103
광고109

3부┃일요일에113
6챔피언스필드:야구란무엇인가114
야구의기억115
야구란무엇인가121
챔스필드에서124

7우치동물원:변장한유토피아128
변장한유토피아129
동물들136

8대인시장:국밥과위스키144
취향의사회학145
토요일엔장이좋아151

4부┃죽는다는것159
9망월묘지:거대한기념160
구묘역에서161
신묘역에서168

10영락공원:죽음으로미리달려가봄174
5백원짜리꿈175
장고에게182
죽음으로미리달려가봄187
완전한절대공동체192

출판사 서평

여행이아닌,관광이아닌,바야흐로산책.느긋한마음으로이곳저곳을거닐줄아는예술가들의산책길을뒤따르는과정속에저마다의‘나’를찾아보자는의도로시작된난다의걸어본다아홉번째산책지는바로‘광주’입니다.광주에서나고자라지금껏살고있는문학평론가김형중이그걸음의주인공인데요,보다비유적인의미에서눈을뜨고귀를열고발을내딛은그과정을오롯이담아『평론가K는광주에서만살았다』라는책으로이리선을보이기에이르렀습니다.

2000년『문학동네』를통해데뷔한이후평론가김형중은특유의성실함과더불어예리하면서도굳건한글쓰기로동료선후배문인들의애정어린격려와안팎으로많은독자들의두터운신뢰를받아왔습니다.등단16년동안공저를제외한개인평론집만다섯권을냈으니그가얼마나한국문학속을열심히걸어왔는지는짐작을하고도남음인데요,그래서이번엔작정하고그의팔을살짝꼬집어봤던겁니다.그토록열정적으로한국문학이라는텍스트를오르내릴수있었던당신,김형중은어떤사람이냐고.자문하는가운데김형중이라는본연,그속을한번걸어보는것이어떻겠냐고.그러하니파트너는당연히도그의고향그의터전‘광주’였습니다.

그는광주에아주오래살았다.아니광주에서만살았다.정확히는‘송정리’에서한20년살았고나머지를광주에서살았지만,그가광주로주거지를옮긴지2년후(1988년)송정리가속해있던광산군전체가광주의한구(광산구)로편입되었으니,그는결국광주에서평생을산셈이다.그렇다고그가광주를많이사랑하는지는알수없다.광주가사랑할만한도시가아니어서가아니라K가뭔가를마음을다해사랑하는유의사람은아니기때문이다.어쨌거나광주를걸어보고산문을써보라는제안을받았을때,K가그다지깊은고민을하지않았던첫째이유가그와같았다.그는별다른이변이없는한,그대로광주에서살다가광주에서죽을참이었다.(9~10쪽)

글을쓰려고작정하자K는뭐랄까,프란츠파농의비유를빌리자면자신이등단후15년간‘광주피부’에‘서울가면’을눌러쓰고살아온것은아닌가싶은자의식에시달리곤했다.진지하게고쳐말하자면그는자신이광주에대해쓸자격이있는지자신이없어졌던것이다.이책에서그가일인칭‘나’가아니라삼인칭‘K’로등장하게된것도그런이유다.독자들에게전하거니와그는이책을광주라는도시에대해말할온전한자격을갖춘이가쓴것으로읽지는말아주기를바라고있다.다만한발치떨어진곳에서걸어본광주의모습이주는어떤미덕같은것은기대해도좋으리라.(13쪽)

1968년광주에서태어나전남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문학과를졸업했다,는그의이력이그간그가펴낸모든책에서한결같았으므로조금과장을보탠다면광주하면가장우선으로떠오르는이가그이기도했습니다.한도시에서태어나한도시에서근50년가까이살아간다는건어떤느낌일까.도시를넘나드는잦은이사가당연해진요즘이고보니그한결같음이안도일까아니면지루함일까퍽궁금해지기도하는바였습니다.그호기심을짐작이라도했다는듯그는제스스로가먼저좋음을말하기에앞서,제스스로가먼저나쁨을말하기에앞서각자가읽고알아서판단할수있게눈높이를맞춰주는화질좋은카메라가되어주었습니다.

고향이란그런것이다.시쳇말로고향은항상내안에있는법이다.송정리는자신의형질을나누어많은‘나’들을길러냈다.그리고떠나보냈다(다들떠나고싶어했으니까).그리고그들중하나가K였다.송정리는아무리부인해도K의일부였다.K도어렴풋이알고있었다지만,그가금남로보다도먼저송정리를걸어보게된데는실은그런이유가컸다.(24쪽)

때론멀리서때론가까이서때론빤한것을때론여태껏몰랐던숨은이면을보여주며,그가처음부터끝까지유지해나가는객관적거리감이우리로하여금그의도시광주를보다입체적으로들여다보게하는데일조를했다는건부인할수없는사실같습니다.그가느린발걸음으로걷고젖은눈동자로바라본광주는뭐랄까요,지금껏도시를테마로했던그어떤책보다도아프다는느낌입니다.그건제고향을어떤엄살이나특유의과장으로몰아가지않았다는데서일단은큰공감의연대가가능했던것이아닐까하였습니다.

크게총4부로구성이된이책은송정리,금남로,국립아시아문화전당,양림동,광주극장,챔피언스필드,우치동물원,대인시장,망월묘지,영락공원등을그안의작은키워드로하여광주전역에서그가글로내켜할수있는곳들을중심으로꾸려졌습니다.그가직접찍은사진들이곳곳에배치되어있는가운데전개된글들은차분하지만뜨겁습니다.이를테면검고도붉은데요,이는광주의어제와오늘을동시에떠올릴때드는당연한마음이아니겠나,감히짐작도해보게되는것이었습니다.물론이어둠과이붉음의마음이교차하지않는도시가또어디있겠는가마는평론가라는그의직업이광주를걷기에최상의직업이아니었겠나,문득그런생각도해보게되는것이었습니다.

그런데아이러니하게도절대공동체는그것이‘절대적’인것이라는바로그이유때문에,또한결코오래가지못한다.유물론으로는설명조차할수없을만큼의강렬함,그러나다시체험할수없는우발성과일회성,그사이에이제틈이생긴다.그리고바로그틈,짧은충만과그후의아주긴상실사이에서발생한그틈이바로1980년이후우리에게전수된기호로서의‘광주’일것이다.그런의미에서광주는틈이다.누군가‘광주란무엇인가’라고묻는다면,K로서는그렇게말할수밖에없다.순간적이었던절대공동체의경험과이후의긴상실감사이에벌어진틈,그것이‘광주’라는기호의의미라고……(52~53쪽)

K가아는더많은사람들이앞으로도여기묻히게될것이다.K가모르는사이그를사랑했던여인들,별일도아닌걸로K가증오했던사내들,K탓에큰곤란을겪었음에도불구하고K를한번도미워하지않았던사내들,또K의노모와아내와아들과딸과또그아들과딸들,그리고별이변이없다면K자신도……김용우씨무덤앞에소주한잔을따라놓고,담배한대를피우며쪼그려앉아있을라치면K에게드는생각들이다.(……)그래서그는이묘지가편안하다.광주사람이라면대체로여기서들만나게되어있고,다들여기서온갖은원으로부터해방되기마련이니까……죽음은누구나에게예외가없어서,이곳에서는그저물질로돌아간재들의평등뿐,위계도계급도차별도쟁투도사랑도증오도,심지어무관심마저도있을수없을테니까……(……)광주를다걸은후,이제김용우씨무덤앞에앉은K는차분해보였다.그는일시적이지도충동적이지도않은,어떤영원한‘절대공동체’의일원이되어버린것같은표정을지은채로,얼마간거기더앉아있었다.생각해보면여기는완벽한절대공동체였다.(199~200쪽)

“비평가의내면에이토록매력적인이야기꾼이살고있었다니!”라고추천사를쓴나희덕시인도말했듯이광주전역을구석구석오감으로기록해나간이책의귀함은광주라는도시의민낯을여과없이보여주고있다는데있지않나싶습니다.추억을반추하며빚어내는사적인이야기와현재를직시하며옮겨내는공적인이야기가교집합을이루면서빛고을광주는당신만의고향이아니라우리들모두의고향으로그탁월한객관성을가지기에이릅니다.아마도그균형의지점에서출렁거리는이야기의물살이우리에게저마다내안의멀미로울렁거리게하는게아닐까요.

광주의관광이라는물음에가장멀리놓일게바로이책일것입니다.광주만의먹을거리와볼거리와쇼핑거리를소개하는책이있다면나도좀알려달라고말할게바로이책일겁니다.광주의진실이라는물음에가장맨앞에놓일게바로이책일것입니다.그진실을직시하고난뒤에품게되는진심의민낯,그진정성을깨닫게함으로써광주의진심이라는물음에가장맨앞에놓게될게바로이책일것입니다.

그가걸을때그와보폭을함께했던음악들이더불어소개되어있으니이한권의책을들고광주에뛰어들어도그리심심치는않을듯합니다.걸어본다시리즈만의특별한산책지도가겉표지를감싸고있으니이를지닌다면낯선곳일지언정그리빈번하게두리번거릴필요도없다싶고요.고향을소개하는한사람의흐릿하면서도정확한기억도(圖),『평론가K는광주에서살았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