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서정 (서양 철학자 강유원의 한시 읽기)

고독서정 (서양 철학자 강유원의 한시 읽기)

$19.00
Description
한시 문학을 통해 음미하는 ‘인간의 고독과 실존’
서양 철학자 강유원은 철학책보다 한시를 먼저 읽었다. 고등학교 한문 수업 때다. 한시를 어떻게 음미해야 하는지, 정확한 한국어로 옮기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읽은 그 시들은, 철이 들까말까 한 십대 청년의 가슴에 맺혔다. 이후 그는 괴로움이 생길 때마다 혼자 한시를 찾아 읽곤 했다.

세상은 번잡하고, 힘들고, 괴롭다. 아주아주 가끔 즐거운 일이 있을 뿐이다. ‘지금’을 털어 버리게 해 주는 한시는 ‘괴로움을 덜어 낸 상태’, 즉 ‘즐거움의 상태’를 가져온다. 한시는 혼자 있는 시간에 적합한 벗이다. 찬찬히 한시를 음미하다 보면 고요함이 찾아든다. 혼자 방구석에 앉아 있어도 그저 담담하다, 차분하고 편안하다, 아무런 꾸밈 없이 나의 본성을 바라다본다. 고립은 평온이 되고 독존은 여가가 된다.

그렇게 저자가 한시를 읽으면서 느낀 고립孤立(loneliness)의 정서와 독존獨存(solitude)의 의미를 독특한 산문체로 이 책에 담았다. ‘외로움’이 ‘고립된 몸의 내면’이라면 ‘스스로 존재함’은 ‘독존하는 몸의 심정적 표상 형식’이다. 이러한 내면과 표상은 저자의 철학함과 공부함의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에게는 한자가 한국어이기도 하다. 한시를 즐긴다는 것에는 일정 수준의 한국어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저자가 특별히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여 한시를 번역하고, 본래 한국어로 지어진 시처럼 그 어감과 정조를 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가 즐겨 읽던 한시 중 여기에 뽑은 시들은 특히 한문 단어가 살아 움직이고, 시마다 시인마다 대화가 되는 당시들이다. 실존의 편력을 통해 독존(고립을 넘어 스스로 존재함)의 경지에 오른 시인들은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그때그때의 구체적 맥락 속에서 느낀 바를 시로 썼다. 내용은 구체적이지만, 한자라는 문자와 형식으로 인해 고도로 응축된 결과, 이해하기가 막연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시들을 읽고 즐기기 위해서는 맥락을 살려 내고 한자의 추상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한시를 번역하고, 해석하고, 감상한다. 그림을 보듯 시를 읽고, 서양 철학자만이 정립할 수 있는 개념어를 통해 해석한다.

당시의 내용은 현대시처럼 관념의 묶음이 아니다. 자연이 등장해도 반드시 사람이 있으며, 그들 삶의 움직임이 있다. 즉 당시는 사람 이야기다. 사람에 관하여 사람이 느낀 생생한 이야기로서의 당시唐詩. 천 년도 더 된 시대의 사람들에 관한 서정敍情.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그 서정은 어김없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시인들이 구축한 독존의 경지는 우리가 늘 동경하는 굉원宏遠의 시간이므로.
저자

강유원

철학선생,서평가.대학교와대학원에서철학을공부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철학,역사,정치학,사상사등에관한탐구성과를바탕으로공동지식과공통교양을위한강의에힘써왔으며,EBSTV‘클래스e위기의시대에읽는고전’,CBS‘라디오인문학’,KBS제1라디오‘책과세계’등방송에서도활동했다.⟪플라톤,현실국가를캐묻다⟫,《소크라테스,민주주의를캐묻다》,《인문古典강의》,《역사古典강의》,《철학古典강의》,《문학古典강의》,《숨은신을찾아서》,《에로스를찾아서》,《책읽기의끝과시작》,《책과세계》등을썼으며,《경제학철학수고》,《철학으로서의철학사》(공역)등을우리말로옮겼다.현재일반인을대상으로사상사강의를하고있으며,공부블로그‘책읽기의끝과시작’(fromBtoB.postype.com)과팟캐스트‘강유원의책담화冊談話’(booklistalk.podbean.com)를운영하고있다.

목차

서緖,실마리
1이제어찌하나_韋莊,〈長安春〉
2해질때가깝다_李商隱,〈登樂游原〉
3돌이켜보며말할수있겠는가_李商隱,〈夜雨寄北〉
4어린아이들웃으며묻는다_賀知章,〈回鄕偶書〉
5그대들에게물어나볼까_李白,〈金陵酒肆留別〉
6취해서는각기나뉘어_李白,〈月下獨酌〉
7술한말에기뻐하고희롱했다_李白,〈將進酒〉
8그저가시라,다시묻지않을테니_王維,〈送別〉
9연둣빛비단창을지나간다_劉方平,〈月夜〉
10이열매,서로가장그리워하는것이니_王維,〈相思〉
11구름이감추고있어알지못한다고_賈島,〈尋隱者不遇〉
12들풀속에어지럽다_王昌齡,〈塞下曲-其二〉
13이름난꽃,나라를기울일아름다운여인_李白,〈淸平調-其三〉
14향기를머금었다_李白,〈淸平調-其二〉
15이슬맺힌꽃짙어졌다_李白,〈淸平調-其一〉
16빈방으로차마돌아가지_王維,〈秋夜曲〉
17시를높이읊조리나그사람은들을수없다_李白,〈夜泊牛渚懷古〉
18덩굴무성한길에서_孟浩然,〈宿業師山房待丁大不至〉
19몸눕히는것도아득하다_韓翃,〈酬程延秋夜即事見贈〉
20돌아갈까닭이어디있나_韋應物,〈淮上喜會梁川故人〉
21헛되이눈위에남은,말지나간흔적_岑參,〈白雪歌.送武判官歸京〉
22양양,바람도볕도좋으니_王維,〈漢江臨汎/漢江臨眺〉
23나는술에빠졌고그대도즐거워하니_李白,〈下終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
24노젓는한소리에_柳宗元,〈漁翁〉
25차가움_柳宗元,〈江雪〉
결結,매듭
후기後記,뒤에덧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