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혐오 (양장본 Hardcover)

음악 혐오 (양장본 Hardcover)

$19.80
Description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밀한 고백!
파스칼 키냐르가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탐색한 『음악 혐오』.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자랐고 그 자신 역시 뛰어난 첼리스트이자 작곡가로도 활동했으며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예술 등을 폭넓게 넘나들며 고유한 문학적 영토를 일구어 온 저자는 이 작품에서 최초로 소리가 발현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음악의 원형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원형이 어떤 신비적이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눈물, 탄식, 고통, 공포, 경악, 회한, 피 냄새, 죽음 같은 어둡고 폭력적인 것과 강박적으로 엮여 있다. 이는, 음악을 듣기 좋은 음을 배합하는 기술로 간주하는 우리의 일상적 관점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게 만든다. '음악 혐오'라는 표현을 통해 음악을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이에게 그것이 얼마나 증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저자

파스칼키냐르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네르뇌유쉬르야브르에서태어났다.대대로언어학자와음악가를배출한집안의영향으로어릴적부터5개국어를습득하고다양한악기를연주하면서자라났다.이러한배경은바이올리니스트,첼리스트,오페라작곡가라는다양한이력으로이어졌으며,그의첫작품'말더듬는존재'에서부터'마지막왕국'시리즈까지일관되게그작품분위기를지배하고있다.어린시절심하게앓았던두차례의자페증과68혁명의열기,에마뉘엘레비나스,폴리쾨르와함께한철학공부.벵센대학과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강의활동,그리고20여년가까이계속된갈리마르출판사와의인연등이모두가그의작품곳곳의독특하고끔찍할정도로아름다운문장과조화를이루고있다.18개월동안죽음에가까운병마와싸우면서저술한'떠도는그림자들'로2002년공쿠르상의영예를안았다.대표작으로는'은밀한생','옛날에대하여','심연들','로마의테라스','뷔르템베르크의살롱','샹보르의계단','세상의모든아침','음악혐오','섹스와공포','소론집'등이있다.

목차

1장 성베드로의눈물
2장 귀에는눈꺼풀이없다
3장 나의죽음에관하여
4장 소리와밤의유대에대하여
5장 세이렌의노래
6장 루이11세와노래하는돼지들
7장 음악혐오
8장 레스,오하드,에크하르트
9장 저주를풀다
10장 관계의끝

옮긴이의말음악에이르는길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파스칼키냐르가말하는음악의시원과본질

『음악혐오』는문학,역사,철학,신화,예술등을폭넓게넘나들며고유한문학적영토를일구어온파스칼키냐르가음악의시원과본질을탐색한작품이다.음악에대한전면적인거부처럼들리는이책의제목은보는이에게본능적인당혹감을준다.그는대대로음악가를배출한집안에서자랐고그자신역시뛰어난첼리스트이자작곡가로도활동했다.게다가이보다5년앞서발표하여평단과대중으로부터고른지지를받은《세상의모든아침》에서는바로크음악의아름다움을선보였기에의문은더커진다.

키냐르의음악증오는그가줄곧보여준,뿌리뽑힌현재에대한근본주의적부정의맥락안에서이해할수있을듯하다.특히당대에들어와비약적으로증폭된음악의오남용사례는그로하여금음악의본질을되짚어보게한다(가령나치가유대인들을학살하면서음악을이용한일은음악이어떻게현실의타락과인간의노예화에일조할수있는지를보여준극단적사례다).키냐르가다루는대상이무엇이든결국문명의흔적조차없는가장먼과거로수렴되었듯이,이작품에서도그는최초로소리가발현된곳으로거슬러올라감으로써음악의원형을제시한다.마치땅속에묻혀있는태고의음향적부스러기들을파내어그것에담겨있는마음을읽으려는듯이.혹은되찾을수는없지만사라진선율들을어렴풋이떠오르게하려는듯이.

하지만그원형이어떤신비적이고이상화된모습으로제시되는것은아니다.그것은오히려눈물,탄식,고통,공포,경악,회한,피냄새,죽음같은어둡고폭력적인것과강박적으로엮여있다.이는,음악을듣기좋은음을배합하는기술로간주하는우리의일상적관점을원점에서부터재검토하게만든다.

>태초에공포가있었다

키냐르는먼저“음악mousik?과공포pavor,이두단어는영원히결속된것만같다”라고말한다.아득한옛날,카오스의언저리에있었던인간들을지배한정념은공포였을것이다.죽음은언제나발밑에서아가리를벌리고있고,자연은맹수처럼거칠고끔찍하게울부짖었으며,심연같은어둠은절대적두려움에사로잡히게했을것이다.그공포속에서인간들은도망치느라쉴새없이대지를쿵쿵거렸으리라.목표지도없이흩어져떠돌던그들은점차하나의언어를거처로삼아공동체를이루어갔을것이다.그렇게그들은정립과반정립처럼자연이주는원초적공포에대항했다.“하나의공동체는하나의언어lingua를통하여자연으로돌출한다.”
정념이라는이름의바다로툭튀어나온그언어를키냐르는‘곶串’이라고도부른다.곶은곧음악이잉태된자리이기도하다.옛날에는말을하는것과노래하는것이같았으니말이다.결국음악은작가의말처럼“공포에질린미소”인것이다.
하지만언어의토대위에자리잡은인간사회는무수히많은것을희생시켰다.기실언어는그기원에서부터,연속적으로이루어져있는세계를끊임없이불연속적인것으로나누고잘라내는데쓰였다.그결과충만함은결핍에,하나一者는다多에,옛날의에너지는로고스적인것에자리를내어주었다.희생제의또한이런것이다.어떤것을위하여또다른어떤것을파괴하거나포기하는것.그렇게숱한타자들을만들어제물로바친대가로한사회는총체적선을이루고집단적결속감을다져왔다.그런의미에서언어는,고대로마에서범죄자들(일종의사회적타자들)을처형하는장소로이용되었던타르페이아의바위다.결국‘언어-음악-곶’은‘죽음’과동일한의미를갖는다.혹은자연세계를제쪽으로영토화하기위하여놓은‘덫’인셈이다.

>최초의노래

고대의악기인리라나키타라의탄생을보더라도음악은공포와피비린내나는죽음을배경으로한다.이악기는본래짐승을겨냥하던고대의활에서유래했다.『일리아스』에서아폴론이진중의병사들을향해활을쏘는장면이나,『오디세이아』에서20년만에귀환한오디세우스가구혼자들을처단하는장면에서활시위의떨림은짐승의울부짖음같은무시무시한소리를내거나혹은제비소리처럼죽음을노래한다.“활시위는최초의노래다.”음악은그렇듯죽음을,비명을,고통을,울음을,피를원형질로품고있다.음악은그런소리의야성野性을감싸고있는천일따름이다.
“우리는극도로상처입은어린아이와같은유성有聲의나체를,우리심연에아무말없이머무는그알몸을천들로감싸고있다.천은세종류다.칸타나,소나타,시.
노래하는것,울리는것,말하는것.”
이천들의도움으로우리는육신의취약함을감추고,가슴깊은곳을짓누르는고통과쓰라림을잠재우며,아주오래된탄식으로부터우리자신의귀를지켜낸다.그렇게“음악mousik?은슬픔위에망각의헌주獻酒를따른다.”
하지만우리안에깊숙이각인되어있는오래된음들은사라지지않고삶속에서불현듯이떠오른다.때로는시냇물의속삭임처럼,때로는강박적북소리처럼역류하면서올라오는그것을키냐르는‘프르동fredon’이라부른다.언어적인것으로는포착할수없으며,빛과대기보다도오래된소리들…….우리안에있는어떤과거의시간을일깨우는그것들은말하자면베드로를극도로북받치게했던수탉의울음소리이자,하이든이죽기전그의리듬속으로맹렬하게달려들었던유년시절의소리이자,숱한이들을홀려죽음에까지이르게한세이렌의신비로운노래이자,태곳적의숲속에서울려퍼진사슴의격렬한울부짖음이다.그것들은“인간이언어에지배되기이전에존재한거친반석이자,음악의문간,음악의문지방이며,마침내눈물의형태로화한것이다.”작가는가장오래된것이가장새로운것이라는듯언제나그와같은것에몰두한다.

>폭력으로서의음악

한편키냐르는,고통으로부터주의를돌리게하고언어화할수없는것을전하는수단으로서의음악뿐만아니라,타인을끌어당기고,무리를짓게하며,나아가인간을예속화하는도구로서의음악에대해서도고찰한다.이는음악이가진또다른얼굴을가리키는바,우리는일찍이나치의유대인학살에서그극단적인예를목도한바있다.
“음악은모든예술중에서,1933년부터1945년에이르기까지독일인에의해자행된유대인학살에협력한유일한예술이다.”
히틀러는음악을나치의선전에적극적으로이용했고,죽음의수용소에서도연주하게함으로써수감자들을극도의무기력과신체적복종상태로몰아넣었다.그들은벌거벗은몸으로음악이있는방으로끌려들어갔다.키냐르는아우슈비츠생존자인프리모레비와시몬락스의증언을전하며어떻게음악이수백만의인간을박멸하는데연루될수있는지를상기시키며이렇게말한다.
“‘음악혐오’라는표현은음악을그무엇보다사랑했던이에게,그것이얼마나증오스러운것이될수있는지를말하고자한것이다.”
키냐르는음악의이런측면이청각적경험이가진끝없는수동성과깊은연관이있음을주지시킨다.그는이점을“귀에는눈꺼풀이없다”라는말로요약한다.즉눈에보이는것은눈꺼풀로차단할수있지만,송곳처럼모든외피를뚫고장벽을뛰어넘는소리에대해서는가로막을도리가없다는것이다.인간은자신의의지와는무관하게죽을때까지한순간도쉬지않고무엇인가를듣는다.청취와복종은그렇게연결되어있다.아우슈비츠에서음악이수많은육체를옥죄고비개별화하며복종을강화할수있었던데는청각이가진그러한속성에서기인한바가크다.

>음악의바깥

이와같은음악의기묘한힘은전기의발명과기술의발전으로더욱강력해져이제는밤낮을가리지않고우리를공격하고있다고키냐르는말한다.결국그는이렇게묻는다.“어떻게음악바깥에서음악을들을수있을까?”이질문은어쩌면음악에이르기위해서는역설적으로음악의바깥으로,즉‘소리의광야’로나가야함을함축하고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그래서일까?키냐르는중세독일의신비주의사상가인에크하르트의말을빌려이렇게말한다.“나는소리가나는모든것으로부터떠나기를권한다”,“아무것도듣지말라”,“음악으로부터멀어지라”라고말이다.마치진실의옷자락은‘말밖의말言外言’에있다는듯이.그러나이것은과연가능할까?존재의바깥을,영원히불가능성으로남아있을것같은그것을사유한다는것은우리에게어떤의미를가질것인가?키냐르가남긴질문이여운처럼입속을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