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없는 말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살아 있는 거장, 필립 글래스 자서전)

음악 없는 말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살아 있는 거장, 필립 글래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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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뉴욕의 택시 운전사에서 현대음악의 거장이 되기까지,
뉴욕의 택시 운전사에서 현대음악의 거장이 되기까지,
필립 글래스가 이야기하는 그의 삶과 음악

『음악 없는 말』은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립 글래스Philip Glass(1937∼ )가 자신의 예술 세계와 삶의 여정을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올해로 여든에 이른 한 노음악가가, 음악이 아닌 말로써 그린 이 자화상에는 그가 통과해 온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이 담담하고 절제된 톤으로 담겨 있다.
저자

필립글래스

좋은음악을듣고,좋은글을읽는것이낙이다.그낙을다른이들과나누는것이또한즐거워,그럴궁리를하고지낸다.십오여권의음악관련책을우리말로옮겼다.《다시,피아노》,《음악에서무엇을들어낼것인가》,《바그너,그삶과음악》,에드워드사이드의음악비평집《경계의음악》,필립글래스자서전《음악없는말》,《스타인웨이만들기》,《슈베르트평전》,《인간으로서의베토벤》,《왜말러인가?》등이있다._작가의말

목차

제1부
볼티모어
시카고
줄리아드
파리
라비샹카르
나디아불랑제
동방순례
리시케시,카트만두,다르질링
도모계곡의지혜로운보석
카타칼리와「사티아그라하」
네가지길

제2부
뉴욕으로돌아오다
연주자로데뷔하다
미술과음악
케이프브레턴
뉴욕의이스트빌리지
「해변의아인슈타인」

제3부
오페라
음악과영화
캔디저니건
콕토삼부작
나오며

옮긴이의말
필립글래스작품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필립글래스라는숲

필립글래스는,역사상가장전위적인오페라로평가받는「해변의아인슈타인」과「미녀와야수」등을비롯하여,각각열한개의교향곡과협주곡이외에도수많은실내악곡등을쓰며왕성한창작력을보여주었다.또한그스스로는‘고전주의자’라부르면서도장르의경계를초월하여다채롭고자유로운행보를보인바,「디아워스」,「쿤둔」,「트루먼쇼」,「일루셔니스트」,박찬욱감독의「스토커」등의영화음악작업에도헌신적으로참여하는가하면,데이비드보위,패티스미스,브라이언이노,폴사이먼,믹재거,레너드코헨같은대중음악인들과의협업도마다하지않았다.나아가라비샹카르,알라라카,포데이무사수소,마크앳킨스같은비서구음악인들과도활발히교유하며음악적영감을주고받았다.덕분에우리는그의음악을오페라하우스나콘서트홀뿐만아니라영화관이나극장에서도곧잘들을수있다.
필립글래스의작품밑바탕에는바흐,모차르트,슈베르트,브루크너같은서양고전음악의유산은물론,미국전위음악의핵심인존케이즈에서부터비밥,로큰롤,제3세계음악에이르기까지다양한전통이녹아들어있다.음악적유산뿐만이아니다.비트문학,철학,과학,헤르만헤세,티베트불교,요가,명상,채식,도가의기공,멕시코의톨텍문화,유럽발실험연극과댄스,누벨바그영화,뉴욕다운타운미술등여러정신적이고예술적인유산또한그의음악을이루는중요한밑거름이되었다.마치수많은수종이들어찬거대한숲을보는듯한그의세계는,그만큼그영향력도넓고깊어서우리시대의음악을논할때면반드시언급하지않을수없다.필립글래스는『음악없는말』에서이러한자신의궤적을마치제3자에대해말하듯어떤과시적제스처나미화없이편안하게들려준다.

>볼티모어에서파리까지

필립글래스의음악이여러원천과닿아있다는사실은이미일찍부터예견된것인지도모른다.1937년,볼티모어의한넉넉지못한유대인중산층가정에서태어난그는,여덟살때부터플루트를배운한편으로열한살때부터는아버지가운영하는레코드가게일을거들며당시유행하던대중음악을폭넓게들었다.또한바르톡,쇼스타코비치,스트라빈스키같은현대음악작곡가들의곡을접한것도그때였다.당시이음악가들의레코드판은잘나가지않았고,아버지는그이유를알기위해파고들다가결국현대음악의전도사가되기에이르렀다.그덕분에어린글래스도고전음악뿐만아니라상당한양의현대음악을귀동냥할수있었는데,특히‘아버지몰래아버지와함께’음악을나눈밤을이야기하는대목은퍽아름답게다가온다.

“아버지가틀어놓은음악을몰래들으면서내귀도좀트였다.우리집은볼티모어다운타운주택가에서흔히볼수있는연립주택이었고,형과나의침실은거실바로위에있었다.음악소리가들리기시작하면나는몰래침대에서빠져나와계단중간쯤에걸터앉아한참을귀기울였다.아버지가고개만돌리면들킬위치였지만한번도걸린적은없었다.어쩌면내가거기있는것을알고도내버려둔것일지도모르겠다.이런식으로아주어릴적부터아버지와‘함께’음악을나눈밤을헤아릴수없었다.”(60쪽)

이어열다섯에시카고대학조기입학대상자로선정되어고향을떠나게된필립글래스는질적으로나양적으로이전과는판이하게다른지적,문화적체험을한다.문학,철학,역사,과학,수학,사회과학등을두루파고드는가하면,시카고라는도시가제공하는수준높은문화를닥치는대로스폰지처럼빨아들이는데,이는훗날그의음악세계로도면면이흘러들어가게된다.
시카고시절에서특히인상깊은대목은그의재즈편력기다.버드파월,찰리파커,존콜트레인,델로니어스몽크,레드갈란드,스탠게츠,쳇베이커,마일스데이비스,오넷콜맨등1950∼1960년대를대표하는기라성같은재즈의거인들이모두거기에있었고,그한가운데에서필립글래스는현대재즈의진수를흠뻑빨아들였다.시종차분한어조로삶을돌아보는그이지만,이대목에서만큼은그도그시절의청년으로돌아간것마냥흥분을감추지못한다.그는어릴적아버지의가게에서귀동냥으로들었던고전적실내악과더불어시카고시절에심취한재즈가이후그의음악을이루는두개의중요한원천이되었다고고백한다.
필립글래스의음악인생은대학졸업후줄리아드음악원에들어가면서마침내첫닻을올린다.음악으로오롯이채워진‘진짜인생’을살고싶어부모님의낭패감과염려마저뒤로하고뉴욕으로간그는,윌리엄버그스마와빈센트퍼시케티를사사하는가운데작곡수업과훈련을부지런히밟아나간다.줄리아드의필수과정인합창단활동역시작법에필요한기초를두루다지는데알찬밑거름이되었다.무엇보다이시절에몸에들인습관,즉오전열시부터오후한시까지는무조건피아노앞에앉아공부하고그외의시간에는뮤즈의활동을엄격히금하도록한것은그의평생을지배하는데,놀라울정도의방대한생산성이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를짐작하게하는대목이다.
음악뿐만아니라주변예술에대한관심도깊었던그는,실험적이고역동적인에너지로가득한뉴욕다운타운미술계(특히추상표현주의)와공연계,그리고기성사회에대한비판과존재의초월을추구하는비트문학등으로부터도많은영향을받았다.그와동시대를살며현대예술의지형을바꾸는데심대한영향을끼쳤지만에이즈라는재앙앞에우수수떨어져나간수많은예술인들에게바치는애도는가만히가슴을적신다.
이책의1부는파리시절에서클라이맥스에이른다.줄리아드를졸업하고파리로건너간필립글래스는걸출한두스승을만나면서비로소든든한음악적받침목을획득한다.음악가들의스승으로유명한나디아불랑제와,시타르명인으로서인도고전음악을서구에알리는데지대한영향을끼친라비샹카르가바로그들이다.불랑제선생은무엇보다도음악가가갖추어야할확실한연장통을,라비샹카르는비서구음악에눈뜨게하는한편으로‘음악은어디에서오는가’에대한깊은통찰을선사했다.
한편파리시절은필립글래스에게유럽현대예술의최전선을경험하게한장이기도했다.고다르와트뤼포가주도하는누벨바그영화며,현대음악의또다른거장인피에르불레즈와슈톡하우젠의음악,그리고피터브룩과그로토프스키로대변되는실험적연극등이신선한문화적충격을안겨주었다.유럽의전위적예술을깊이빨아들이는가운데필립글래스는리브루어등과함께대안적실험극단을태동시키기도했으니,바로훗날‘마부마인스’라고명명될극단이다.
필립글래스가연극계와깊은인연을맺게된데는그의첫번째아내인조앤아칼라이티스의영향도빼놓을수없을것이다(필립글래스는지금까지네번결혼하여슬하에네아이를두었다.이책에서그는첫번째아내인조앤과사별한아내인캔디저니건에대해서만언급한다.)마부마인스창단의주역이기도한조앤은연극감독이자대본작가로서1970년대부터1990년대까지뉴욕의실험적연극계에서주도적인역할을했다.두사람은파리시절에결혼하여슬하에두명의자식을두었으며,헤어진뒤에도예술적동지로서의인연을끈끈히이어오고있다.

>뉴욕의소리

필립글래스에게영감의원천이된세개의공간을들자면파리,인도,뉴욕이될것이다.이책의2부와3부에는파리와인도에서돌아와본격적으로직업음악인으로서살아온이야기가담겨있다.1967년,다시뉴욕으로돌아온필립글래스는자기만의새로운음악적언어를모색해갔다.그는음악이전달할지도모르는‘이야기’대신음악그자체의문법에뿌리를둔언어를찾고자했다.단순한요소의반복과변주에토대한미니멀리즘음악이그해법으로제시되었고,이러한방향성은초기작인「하우나우HowNow」,「스트렁아웃StrungOut」,「단계Gradus」,「병진행하는음악」,「정면충돌」,「5도음악」등에잘천명되어있다.그러면서그의음악이그저지루하게반복되기만한다는세간의지적에대해서는이렇게항변한다.

“내음악에대한가장흔한오해중하나는그저시종반복되기만한다는것이다.사실은결코그렇지가않다.만약그저반복적인음악이라면도저히들어줄수없을테니말이다.내음악을들어줄만한것으로만들어주는것은바로변화다.〔중략〕「병진행하는음악」이나다른여러초기작을들어보면알겠지만,그것들이흥미로운점은하나같이있는그대로반복되지않다는데있다.”(320쪽)

고도로미니멀하고반복적인음악을확립해가던그는,그의이름을세계적으로널리알린오페라「해변의아인슈타인」을통해가장완전한형태로그결실을본다.전통적서사대신아인슈타인에게서연상되는세가지이미지를반복하고변주하는이작품은이제는현대의‘고전’으로자리매김되었다.이작품을필두로「사티아그라하」,「아크나톤」도이어서제작되면서세상을바꾼위대한인물을다룬‘초상오페라삼부작’이탄생했는데,이는1990년대에만든또다른연작‘콕토3부작’과더불어그의작품세계에서중요한위치를차지한다.
하지만「해변의아인슈타인」의대성공에도불구하고필립글래스는생계를위해해온밑바닥노동을당장그만두지못한다.이미줄리아드시절부터철강공장에서아르바이트를하고,트럭에짐싣는일을했다.파리에서돌아온뒤에는이삿짐센터일,배관일,택시운전을이어가는가운데노동과예술이라는두세계를쉼없이오갔다.그러면서도자신이처한상황을‘찢김’으로인식하지않고낙천적이고통합적으로받아들이는삶의태도가인상적으로다가온다.그에게뉴욕은예술의현장이자생활의터전이다.택시를운전하면서골골이누볐을뉴욕이라는도시는그의음악속으로깊이스며들었다.그러기에“당신의음악은어떻게들립니까?”라는질문에그는곧잘이렇게답한다.
“내게는뉴욕의소리처럼들립니다.”
본책의말미에는필립글래스의궤적을일별할수있도록작품목록전체를연대별로정리하여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