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 (김수열 4 3 시선집)

꽃 진 자리 (김수열 4 3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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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주에서 나고 자라 활동해 온 ‘제주 토박이 시인’ 김수열의 ‘제주4·3 70주년 추모 시선집’이 발간됐다. “김수열은 자신의 문학적 생애의 큰 부분을 4·3항쟁에 바쳐온 시인이다. 섬 토박이인 그는 그 섬이 겪은 항쟁의 기억을 자신 만의 언어, 즉 질박한 그 섬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 섬의 무가처럼 혹은 민요처럼 그 땅의 언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그의 시들은 우리에게 특별히 큰 감동의 울림을 준다.”고 현기영 소설가는 소개한다.
저자

김수열

1959년제주에서태어났다.시집『어디에선들어떠랴』『신호등쓰러진길위에서』『바람의목례』『생각을훔치다』『빙의』,산문집『김수열의책읽기』『섯마파람부는날이면』이있다.오장환문학상,신석정문학상을받았다.지금도제주에살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물

섬사람들
그대는진실로아는가
전야前夜
낙선동
조천할망
풀빛
차르륵!차르륵!상군?수그할머니
갈치
물에서온편지

제2부불

휴화산
사월의바람은
억새
입산入山
끊어진대代
아버지의그림
잔칫날
국밥할머니
사진넉장
백조일손百祖一孫?래?는소리

제3부흙

꽃진자리
복수초의노래
송산동먼나무
서우봉쑥밭
이장移葬
벌초
신촌가는옛길
꿩사냥
죽은병아리를위하여
몰라구장
학생이공종성추모비學生李公鍾宬追慕碑
거친오름가는길
정뜨르비행장
판결

제4부넋

경계의사람
몰명沒名
한아름들꽃으로살아
터진목의눈물
귀양풀이
이승저승
사혼
정심방
이제는함께해야지요
휘여4·3넋살림

후기

출판사 서평

“고운사람들그때다죽고,나같이몰명헌것들만더러남안…….”
-4.3의기억을품은섬사람들에게바치는아픈찬가

“그날의고운섬과차마죽지못해오늘이된이름없는섬사람들에게삼가이시집을바친다.”고밝힌김수열시인은이번시선집에총47편의작품을담았다.1982년『실천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한이래36년간펴낸6권의시집에서‘항쟁의노래’만을가려뽑아한권으로엮었다.김수열시인은“1983년「이장」을발표하면서오늘에이르기까지낮은목소리로항쟁의노래를불러왔으나돌아보면부끄럽기그지없다.4?3항쟁70년을맞아주변문우들의부추김에기대어그부끄러움을한데모아다시세상에내놓는다.”고이야기했다.그런그는후기를통해“이시집이그저아름답고청정하다는내가사는섬,그그늘엔아직도드러나지않은피와눈물이면면히흐르고있음을생각할수있는기회가되기를바란다”는마음을전했다.

그대발딛고서있는땅밑에서
분노로일렁이는항쟁의핏줄기를보았는가
늘상지나치는바람길속에서
목놓아외쳐부르던항쟁의노래를들었는가
해방조국통일조국의한길에
자랑스레떨쳐일어섰다가
이슬처럼스러져간그리운얼굴들을
그대는기억하는가

인적끊긴두메에서
육신은까마귀밥이되고
그래도넋만은오지게살아
이대도록그대의숨결속에서
치떨리는고동소리가되어
불쑥불쑥살아나고있음을그대는아는가

(…)

그대내딛는발길에도
마주보는눈길에서도살아오르는
아,항쟁의넋을그대는보았는가

피로얼룩진우리들의사월이
끝내내릴수없는깃발임을
그대는진실로아는가

-「그대는진실로아는가」부분

『꽃진자리』에서시인은“모두죽고,모두불타고,모두빼앗겼던4·3의폐허”를,불행한역사의그늘진한자리를그누구보다찬찬하고세밀하게그려낸다.이로써한때의역사가자행한비인간성과잔악성을적나라하게폭로하는것은물론4.3을겪은섬사람들의한스러운이야기를생생하게전한다.“무자년4?3시절/입산하려다붙잡힌국방경비대소속탈영병세명/옴짝달싹못하게오랏줄에묶여있다/헬멧아래눈빛이겁에질려있다/무성한잡풀도겁에질려흔들린다”(사진넉장」)고애타는목소리로서술하는가하면“4?3시절에집나간/연락끊긴사름네처가속덜/다시싸그리잡아들연/그때고구마창고에가두어놨단/첨,그날은잊어불수가없주”(「백조일손」)고서늘한기억을되짚기도한다.나아가“그러나아들아/나보다훨씬굽어버린네아들아/젊은아비그리는눈물일랑그만접어라/네가슴억누르는천만근돌덩이/이제그만내려놓아라”(「물에서온편지」)라며오랜상처를조심스런손길로위무하기도한다.
이번시선집에는그간김수열시인이구축해온언어적특장이라할만한토속제주방언이다수포함돼있다.섬사람들의구술을고스란히옮겨놓은듯한매시편은사실성과현장성을한층배가한다.

눈이오나?름이부나죽어라고물질허멍돈을모안밧돌레길샀주그중얼마는?태때잡혀간큰아덜빼내젠허멍?고?시얼마는전쟁나난?은아덜군대가는거빼내젠허멍?고마지막남은건?태때결국죽어분큰아덜대신큰손지대학공부시키저장개보내저허멍몬?고이젠매기독닥펀찍

살아있는섬에게무릎꿇어잔올리고싶다
-「상군?수」전문

지금껏이곳“살아있는섬”에서자신의삶을성실히일구어온시인은이렇듯이야기형식으로그상처의세목을구체화하기도,생동감있는방언으로육성이지닌울림을전하기도한다.이로써시편들은그자체로구슬픈진혼곡이된다.그런한편,시인은농밀한아픔을말하면서도지나친개입이나단정이아닌사람과풍경을있는그자체로감각화하려는태도를고수한다.이는시인스스로가이역사의현장에서보는자,듣는자,말하는자로서의엄격한역할을자임하고있음에대한증표일것이다.
『꽃진자리』에담긴시들을한편한편읽다보면,섬사람들의신산한삶과그속슬픔과고통,나아가그것을견뎌내고자하는숭고한역동성을엿볼수있다.아울러4?3이먼과거가아니라여전한현재임을,지금이순간의절통한통증임을자연히느낄수있다.이를통해독자들은이나라가장아름다운땅에서일어난가장비극적인사건에대해다시금공감하며,누구보다가까운곳에서깊이전율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