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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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홍섭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시인은 이십대에 젊은 나이에 시인이라는 면허를 얻고 신문기자가 되어 속세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등 온갖 판을 다 휘젖고 다녔다. 그렇게 속세를 속속들이 들여다 본 그가 이번에는 속을 훌훌 털고 불목하니가 되어 노스님의 수발을 들었다. 그 당시를 본인 스스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저자

이홍섭

저자이홍섭은1965년강원도강릉에서태어났다.1990년『현대시세계』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강릉,프라하,함흥』,『숨결』,『가도가도서쪽인당신』,『터미널』과산문집『곱게싼인연』이있다.시와시학젊은시인상,시인시각작품상,현대불교문학상,유심작품상등을수상한바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숟가락
종소리잡으러
갈데없는사내가되어
눈이오면머하나
동백꽃,동박새
왜가리
배고픈저녁
일반4호실
달항아리
물미역
강은전생을기억할까
금몽암
매화나무
산돼지는눈을타고
물소리

2부
앞산에절하다
문을열면
토종닭고아먹는밤
정선아라리
백원짜리면도기
마가목
담배한모금
소사휴게소산사나무아래
풍매

부항
절간지붕
나무의자
벚꽃날리다
먹돌

3부
구름팔아바람사고
언덕위복층집
내여인의뒷자리
능소화
아야진
노을
바로그때
구멍
연애의비유
지포라이터
바다로갑니다
해당화
가을,또가을
난설헌허초희
빈배
풍금소리
동강할미꽃
광역전철노선도
알바트로스

4부
심퉁이
문어
나릿가
고한(古汗)
토끼길
돌단풍
돌탑
두꺼비
해정한
수제비
설국
백일장전말기
미소
한그늘
문턱
침묵
가난한시인

발문

출판사 서평

■편집자책소개

1
강릉촌놈이홍섭시인이다섯번째시집『검은돌을삼키다』(달아실시선1권)를펴냈다.1990년등단하여시인!으로운수납자!로탕아!로산지28년이다.그런그가이제갈데없는건달이되어돌아왔다.그동안『강릉,프라하,함흥』,『숨결』,『가도가도서쪽인당신』,『터미널』등네권의시집을펴냈고이번에다섯번째시집을펴내는것이니,시인건달로이만하면과하지도부족하지도않은셈인가.

나는이제갈데없는사내가되었다//몸으로밀고간산골짜기끝에는모난돌이하나/마음으로밀고간언덕너머에는뭉게구름이한점//노래와향기가흐른다는건달바성은멀고//내손바닥위에는/구르는돌멩이하나와/흩어지는뭉게구름이한점//내가부른노래는구름과함께흘러가버렸고/내가맡은향기는당신이떠나면서져버렸다//나는이제정녕갈데없는사내가되었으니/참으로건달이나되어야겠다/참으로건달이나되어야겠다
-「갈데없는사내가되어」전문

‘산에가면한그루나무가되고/바다에닿으면한굽이파도가되어야하는데/그리되지못했다’(「시인의말」)는고백은‘나는이제갈데없는사내가되었다’(「갈데없는사내가되어」)는고백으로이어지고,마침내‘참으로건달이되어야겠다’(「갈데없는사내가되어」)는고백으로이어진다.실은이홍섭이지난28년간온몸을끄~을고걸어온이홍섭시의이력이라하겠다.성(聖)과속(俗)의경계에서때로는성(聖)을지우고,때로는속(俗)을지우며,성속이엉킨이홍섭만의서정을빚어내는것이니,그가갈데없는건달이된것은독자에게는참큰복이겠다.

2
강릉촌놈이홍섭형과술한잔걸치고얼큰해지면2차로노래방을갈때가있다.형은이것저것가리지않고장르를불문하고부르지만‘모란동백’과‘사랑의썰물’은반드시부르고야만다.실은형의십팔번이무엇인지는중요한게아니다.형이노래를할때마다심퉁한입술을노래방모니터에갖다대고는상하좌우구석구석을심퉁하게도빤다는거다.

우리동네바다에는심퉁이라는고기가산다/심퉁하게도생긴이놈은/만사가심퉁이라무리를짓지못하고/저홀로심퉁한입술을바위에대고산다//내마음의바닷가에도심퉁이라는고기가산다/심퉁하게도생긴이놈은/세상과의불화가끝이없어/심퉁한입술을돌덩이에다붙이고하루해를보낸다//하루에도열두번/심퉁한입술로돌덩이를들었다놨다를반복한다
-「심퉁이」전문
형의시집원고를편집하면서,「심퉁이」라는시를보면서,비로소형이왜그토록노래방모니터를빨아댔는지알수있었다.형의마음에심퉁이라는물고기가살고있다는것.심퉁하게도생긴이물고기는세상과의불화가끝이없어형이노래를할때마다툭툭튀어나와서는그심퉁한입술로노래방모니터를빨아댔던것.그도안되면마침내하루종일검은돌이나삼키는참심퉁하게도생긴형이다.그러니형의시집을읽는다는것은형안의심퉁이라는물고기를만나는일이기도하겠다.

3
이홍섭시인은이십대에젊은나이에시인이라는면허를얻고신문기자가되어속세의정치,사회,경제,문화등등온갖판을다휘젖고다녔다.그렇게속세를속속들이들여다본그가이번에는속(俗)을훌훌털고불목하니가되어노스님의수발을들었다.그당시를본인스스로이렇게밝히고있다.

“그날이후노스님을모시고10여년을살았다.머리긴청맹과니가절에산다는것은,머리깎은스님이칼을들고정육점에서일하는것처럼어려운일이다.처음에는백담계곡의돌탑처럼하루에도열두번마음을쌓았다가허물기를반복했다.그러나노스님의각별한배려와자비덕분에한철,또한철이지나면서‘한가하고적요한나’를들여다볼수있었다.
시조시인이신노스님을모시면서나는삶과문학의‘골수’를얻었다.스님은때로는호랑이처럼무섭게,때로는할아버지처럼인자하게청맹과니가참눈을뜰수있도록가르치셨다.단풍보다도더눈부신,다시올수없는시절이었다.”
-불교신문,2012년5월25일자

그러니까이번시집은이십대삼십대사십대를거치면서속(俗)과성(聖)의한시절을통과한그가,비로소청맹과니에서벗어난그가들려주는‘이홍섭의삶과문학의골수’라고도할수있겠다.

나는더낮은곳으로내려갈것이다,내려가
산도절도없는곳에
닿을것이다
-「문을열면」부분

그러니독자들이여,세상의가장낮은자리에서들리는어떤울음의소리를듣고싶거든,세상의가장낮은자리에서흐르는어떤울음의감촉을느끼고싶거든,이홍섭시집을읽어보시라.검은돌을삼켜보시라.

■표사

허공에그린꽃
그의시를읽자면부드러움속에서다가오는결기(決起)에조심하도록한다.예전에‘쿤룬(崑崙)의옥’이라는걸배워서깊은세계로가는길목마다소리로알려주는경석(磬石)을삼았는데,그와같다고도하고싶다.이시편들은꽤여러날전에내게로왔으나만지기어려워나는잠을깨곤했다.그리하여이제야몇글자적으려하지만,도무지내마음을전하기는어렵기만하다.그글자들은내용물이기보다그릇이되고마는환술(幻術)을만나곤하기때문이다.
근래강릉에가서그를만나면서나는환술속시의뼈대를알게되었다.뼈대가아니라바람이라고바꿔야하리라고도여긴다.온통떠남과흐름으로세상밖을서성거린다.스산함을말하려다가따스함을말해야하는이어중(於中)의바라봄이배고프다.바닷가를그의시와함께거닐며허공에피어난해당화를보리라.심퉁이물고기한마리빨판으로허공을빨아그린한송이꽃을보리라.
-윤후명/시인,소설가

이사람은왜저생긴대로불목하니로얌전히절밥이나축내고있든가표표히운수행각(雲水行脚)이나할것이지어쩌자고슬그머니저자에끼어들어괜시리이험한세상에‘착하게살아야겠다’는쓸데없는마음이나먹게하는시나끄적이고있는지….참몹쓸사람입니다.시인의고향말투로“이뻐요”하는것이이시집에는딱인데그걸글로표현할길이없으니참딱하기만합니다.
추신.「먹돌」같은눈물나는시는다시읽고싶지않아접어두겠습니다.
-김현식/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