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는 것 (김영삼 시집)

온다는 것 (김영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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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의 시적 근육은 젊은 시인들의 그것보다 힘이 세다!
김영삼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식물이 많이, 자주 등장한다. ‘벚나무, 오동나무, 감꽃, 도라지꽃, 미루나무, 목련, 해당화, 덩굴장미, 배롱나무, 복사꽃, 호박꽃, 박꽃, 엄나무, 토란, 연잎, 모과, 물철쭉, 네 잎 클로버, 벚꽃, 제비붓꽃, 감나무, 석류, 과꽃, 산수유….’ 참 많다. 강릉 사는 시인이 출퇴근길에 마주치곤 하는, 주말 산책길에 마주치곤 하는 나무며 꽃들일 게다. 지구의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식물은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가장 하부에 있지만 정작 상부의 생명들을 살리는 것이 바로 식물이다. 식물들의 삶, 식물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모둠살이를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김영삼

저자김영삼은1959년삼척에서태어났다.강원대학교체육교육과졸업했다.2011년강원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으며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현재강릉고등학교교사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열반
매미
오동나무-어머니
우럭
발자국
그집에가고싶다
감꽃목걸이
어떤날
소쩍새
초동(初冬)
풀벌레소리
미루나무
목련
뻐꾸기
목련2
수컷
해당화
덩굴장미

2부

하루
새에데어물집이생기다
어부의노래
북방에서온전화
호박꽃과박꽃
까치소리
미운오리새끼
정박
구룡포달인
온다는것
등대
추서(秋書)
저녁새
눈먼사랑
빗소리에대한오해
등이아름답고싶다

3부

얼굴
물방울같이
모과
대화
모과2
거진댁
눈물
물철쭉
강물
로댕
부연동에서침몰하다
허수아비
주인
벚꽃축제
단시(短詩)

4부

제비붓꽃
사월
스스로치는점
나의사계(四季)
추석
부전나비
무거운빵
석류
몸꿈
가을볕
주름
구두밥
잠자리와과꽃사이
산수유
추일서경
반달

해설

출판사 서평

2011년강원일보신춘문예로등단한시인이6년만에첫시집을낸다.1959년생이니,우리나이로오십구세다.오십삼세에등단을해서이제낼모레면환갑을바라보는나이에첫시집을내는것이니,이삼십대젊은시인들에비하면늦어도한참늦었다.그렇다고오해하지마시라.시에도소위근육이있는법인데,그의시적근육은젊은시인들의그것보다힘이세면셌지결코약하지않다.시에도소위탄성이있는법인데,그의시는젊은시인들의그것보다훨씬더팽팽하다.

어둑어둑한데소쩍새가울어댄다
숨이넘어가는사람이한사코찾아쌓는이름이듯

서쪽…,서쪽…,서쪽…

한이름만부르다부르다가고요해진다

그토록애타게기다리던그쪽이당도하였는지
한마디유언도없이끝내눈을감고말았는지
캄캄하고잠잠해진숲속사정이야알도리없지만

저부름이왜명치끝에서알싸하게번지어가는가

서쪽……

-「소쩍새」전문

어릴때할머니가그러셨다.소쩍새가‘접동접동’울면흉년이들고‘솟적다솟적다’하고울면풍년이든다고.듣는기분에따라거리에따라때로는‘접동접동’으로들리거나‘소쩍소쩍’으로들렸으리라.그러니누구는소쩍새로부르기도하고누구는접동새로부르기도한것이리라.그런데김영삼시인은소쩍새가‘서쪽서쪽’하고운단다.서쪽서쪽그한이름만부르다가고요해진다한다.서쪽은어느쪽인가.동쪽에서뜬해가서쪽으로지는것이니,서쪽은지는방향아니던가.해가그렇듯사람도사람의마음도마침내진다.소쩍새의울음소리가‘서쪽서쪽’하며당신의명치끝에서알싸하게번진다면당신도반쯤지고있다는뜻.조금과장되게말하자면,이번김영삼시인의시집은「소쩍새」하나만으로도이미차고넘친다.

김영삼시인의이번시집에는식물이많이,자주등장한다.‘벚나무,오동나무,감꽃,도라지꽃,미루나무,목련,해당화,덩굴장미,배롱나무,복사꽃,호박꽃,박꽃,엄나무,토란,연잎,모과,물철쭉,네잎클로버,벚꽃,제비붓꽃,감나무,석류,과꽃,산수유….’참많다.강릉사는시인이출퇴근길에마주치곤하는,주말산책길에마주치곤하는나무며꽃들일게다.지구의생태계피라미드에서식물은가장아래에위치한다.가장하부에있지만정작상부의생명들을살리는것이바로식물이다.식물들의삶,식물들의삶의방식을통해시인은사람과사람사이의관계,사람과사람의모둠살이를묻고있는지도모르겠다.

“그늘흔적이넓고깊을수록/나무속은새까맣게구멍이졌다는것//북처럼속이텅텅비면/맑은소리가사방뿔뿔이풀어지지만/몸속깊은곳이뻥뚫려있으면/소리는소리끼리부둥켜안고응어리지는것”(「오동나무-어머니」부분)

오동나무를통해어미의삶을읽어내고,

“키크고무성하여/먼곳에서도쉬이눈에뜨이는//내사랑/새처럼자유로워가까이다가갈수도/오래곁에둘수도없으니//날아다니다맘껏날아다니다/날개쉴곳찾으면한눈에보이게/호젓하니강가에서있으면어떨까요//허름하여도품에둥근방하나는비워두어/지친눈까풀스르르내리감고/내사랑깜빡졸음들면/이파리이파리로반짝이는물빛가려주다//또훌쩍,/날아가면꽁무니오래바라볼수있도록”(「미루나무」부분)

미루나무를통해사랑의한방식을읽어낸다.

자칫놓치고지나가기십상인길가의식물과자칫놓치고살기십상인길위의관계지음에대하여시인은그러면안되는거아니냐며,사뭇진지하게따져묻고있는지도모르겠다.

세계의하부를구축하고있는존재들,그러나상부로부터소외된존재들그리고관계지음에대한시인의질문은집요해서이런시를낳기도한다.


“스스로움직이지못하는것들은/스스로소리내어울지도못한다//누군가탕탕제몸을때려주어야/그때야비로소쌓인울음쏟아낸다//빗방울이호두나무를두들긴다/나뭇잎이훌쩍훌쩍소리내어운다//빗방울이지붕을마구때린다/기왓장이꺼이꺼이목놓아운다//뒤란에선깡통이엉엉울어댄다//먼데서벙어리길손이마실에찾아와/오도가도못하는것들울음보터뜨렸다”(「빗소리에대한오해」전문)

비자체는소리가없다.어딘가에무언가에부딪혔을때비로소소리가날뿐이다.비가어떤사물에부딪혀내는소리.그게빗소리다.아니그사물의울음이다.“스스로움직이지못하는것들은스스로소리내어울지도못”하는것이니,빗소리는‘비에기대어누가울고있는것’이니시인은이를두고‘빗소리에대한오해’라고말한다.측은지심도이런측은지심이있을까싶다.

“그냥물도좋지만/물방울같이//겉도없고/속도없고//말랑한몸이투명한말인/물방울같이//토란이나연잎이나/살아도푸른세계에서나//굴러온흔적없이살아온/살아온흔적없이굴러온//물방울같이//가도낮은데로,낮은데로만/또르르달려가기꺼이네가되는//너속에더큰내가되어반짝이는”(「물방울같이」전문)

“그냥물도좋지만/물방울같이”살자한다.“낮은데로,낮은데로만//또르를달려가기꺼이네가되”자한다.그리하여기꺼이“너속에더큰내가되어반짝이”자고한다.과연이게가능한세상일까싶기도하지만,과연가능한관계일까싶기도하지만,그런세상,그런관계를꿈꾸는것만으로도세상은조금씩변할수있지않을까.

김영삼시인의이번시집은쉽게읽힐지도모른다.쉽게읽힌만큼쉽게생각하고쉽게시집을덮을지도모른다.그러니독자들이여,부탁하자.이번시집은조금은집요하게읽을필요가있다.집요하게읽으면읽을수록뜻밖의진경이펼쳐지고,뜻밖의의미들이찾아올것이다.그렇게읽을때비로소이번시집“온다는것”이정말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