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시집)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복효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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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많은 독자의 가슴을 다시 적실 복효근 시집!
시집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은 2002년 5월 10일, 계간지 『문학과경계』(발행인 이진영)를 내던 ‘문학과경계사’의 ‘경계시선’ 여덟 번째 시집으로 세상에 처음 나왔다. 당시 경계시선은 “시인들이 온몸으로 맞이하는 우주적 진리와 법칙을 형형한 정신과 직관의 언어로 담아내고, 낯익은 말과 사물의 오래된 잠을 깨우며, 그 안에 들어 있는 삶의 진정성과 현장성을 우리 시대의 말로 담보해내는 시를 지향”했다. 시집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은 그 취지에 그야말로 맞춤한 시집이었다. 그런 시집이 절판되어 더 이상 독자들이 사 볼 수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빛나는 시집이 다시 세상을 환하게 비출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독자가 기다리던 시집이던가. 얼마나 많은 독자의 가슴을 다시 적실 것인가. 생각하면 설레고 또 설렌다.
저자

복효근

시인복효근은1962년전남남원에서태어나전주해성고와전북대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1991년『시와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당신이슬플때나는사랑한다』,『버마재비사랑』,『새에대한반성문』,『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목련꽃브라자』,『마늘촛불』,『따뜻한외면』,『꽃아닌것없다』,시선집으로『어느대나무의고백』과청소년시집으로『운동장편지』가있다.편운문학상신인상,시와시학젊은시인상,신석정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1
시인의말2

1부
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
구두뒤축에대한단상
아름다운번뇌
강은가뭄으로깊어진다
복사뼈에대한단상
겨울,백로가가르쳐준것들
어느대나무의고백
물총새의사냥법
겨울나무
꽃앞에서바지춤을내리고묻다
탱자

2부
가릉빈가
만복사저포기
겨울산행山行
꽃본죄
진주눈길
아기돌탑
코스모스와런닝구
운주사에서배운일
단풍
길은길에이어져
석류
빗물에불은라면가락사이로
석쇠의비유
황금잉어빵을굽는풍경
쑥부쟁이연가
콩나물에대한예의

3부
담넘어퇴근하고싶다
연꽃과소나기사이에서
홍도일숙
엄살2제
공사중〈갓길없슴〉
낙엽을밟았다는사건
산수유노란때깔마냥으로
비디오리모콘처럼
복숭아꽃아래서
소금의노래
연어가돌아가셨네
꿀물을마시며
숲,혹은사랑에관한변주1
숲,혹은사랑에관한변주2
숲,혹은사랑에관한변주3
숲,혹은사랑에관한변주4
제중한의원황토방
물음표(?)는살아있다

4부
꿈꾸는목련나무
마이산에서

눈오는화엄사에서
문득우주밖의일들이더이상궁금하지않은시간이그렇게있긴있는것이다
뗏목한척
쌍계사에서
허물
한때는벌레였던허공과한때는허공이었던벌레에대하여
소나기
화암사를찾아서
낙엽
부레옥잠
사과앞에서망설이는이유
형광등
산길
연막소독차의추억
조장鳥葬

해설.텅빈삶의향기(전정구/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번복간본은원본과마찬가지로표제시「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외62편의시를그대로옮기되최근맞춤법에따라일부교정을보았고,새로운판형에맞춰일부시의배치순서를바꿨으며,복간에따른시인의말을추가하였다.그러나모든시의향기는처음그대로이니독자께서는충분히그향을맡고취할수있으리라.
원본시집에서복효근시인은자신의시를일러“아,아직은개뿔일뿐인나의시여”라했다.개뿔이라니!당시시집을읽고얼마나많은독자가환장했던가.당시시집에쓴시인의말전문을읽어보자.

꽃핌의저고요로운파열음이
실상은신神의중얼거림일진대
그것을번역하여
명리에허천난넋에
번개의언어은장도하나찔러넣어주지못하고
흙탕물에찌든육신의아랫도리에
연꽃다운화두하나걸쳐주지못한다면
골라골라골라아골라
시장에서외치는소리와다를게무에있다드냐
더군다나
골라골라외치는그소리까지를
신에게꽃피어가는그파열음으로
통역하지못한다면야
시詩는개뿔이라해야옳다

아,아직은개뿔일뿐인나의시여.
-「시인의말」전문

그러니까그의시는개뿔이아니라실은,“골라골라골라아골라/시장에서외치는”그소리까지“신에게꽃피어가는그파열음으로”통역한것들이라고해야옳다.그는겸손하게아직통역하지못했으니“아,아직은개뿔일뿐”이라고스스로를폄하하지만,그야말로개뿔!그의시가개뿔이라면세상천지개뿔보다못한시들로넘쳐나겠다.그의시편들이정말개뿔이라면,개뿔을이렇게다시정의해야하겠다.개뿔은주옥이다.

3
그의시집『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은자연에대한시인의관찰(시선)과자연을대하는시인의태도가주를이룬다.이는이시집이전에냈던세권의시집(『당신이슬플때나는사랑한다』,『버마재비사랑』,『새에대한반성문』)과이후에낸네권의시집(『목련꽃브라자』,『마늘촛불』,『따뜻한외면』,『꽃아닌것없다』)를일관하는그만의독특한시적경향이다.그의시작법(詩作法)은서경(敍景)이라는날실과서정(敍情)이라는씨줄로직조(織造)하는것인데,그렇게번역되고직조된자연은인간세계를품고있으며,그의언어는관념의허무가아닌예리하게날선화두이다.다음두시를보자.

건기가닥쳐오자
풀밭을찾아수만마리누우떼가
강을건너기위해강둑에모여섰다

강에는굶주린악어떼가
누우들이물에뛰어들기를기다리고있었다

그때나는화면에서보았다
발굽으로강둑을차던몇마리누우가
저쪽강둑이아닌악어를향하여강물에몸을잠그는것을

악어가강물을피로물들이며
누우를찢어포식하는동안
누우떼는강을다건넌다

누군가의죽음에빚진목숨이여,그래서
누우들은초식의수도승처럼누워서자지않고
혀로는거친풀을뜯는가

언젠가다시강을건널때
그중몇마리는저쪽강둑이아닌
악어의아가리쪽으로발을옮길지도모른다
-「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

가뭄이계속되고
뛰놀던물고기와물새가떠나버리자
강은
가장낮은자세로엎드려
처음으로자신의바닥을보았다

한때
넘실대던홍수의물높이가저의깊이인줄알았으나
그물고기와물새를제가기르는줄알았으나
그들의춤과노래가저의깊이를지켜왔었구나
강은자갈밭을울며간다

기슭어딘가에물새알하나남아있을지
바위틈마르지않은수초사이에치어몇마리는남아있을지…
야윈몸을뒤틀어가슴바닥을파기시작했다강은
제깊이가파고들어간바닥의아래쪽에있음을비로소알았다

가문강에
물길하나바다로이어지고있었다
-「강은가뭄으로깊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요자연무심(自然無心)이다.내가죽어야네가살고,네가죽어야내가산다.그게생명(의법칙)이다.삶은죽음을딛고서는것.삶이란끊임없이죽음에빚져야하는것.생명은그렇게역설적인것이다.그게복효근이보여주는자연이다.자연으로보여주는인간세계이다.(「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
성난들소처럼흐르는저강물도마침내잦아들것이다.장마전선이물러난자리에건기가들어서면시퍼런강물속“뛰놀던물고기와물새”도떠날것이다.마침내“강은/가장낮은자세로엎드려/처음으로자신의바닥을”보게될것이다.그러나슬퍼하거나절망하지말란다.오히려가문바닥을통해‘내가혼자저절로깊어진게아니란것을,내가당신들을길러온것이아니란것을,오히려당신들이나의깊이를지켜왔다는것을’보란다.“가문강에/물길하나바다로이어지고있”는것을보란다.(「강은가뭄으로깊어진다」)

4
좋은시집은그향이천리를가고천년을가는법이다.그런시집이이런저런사정으로절판되어더이상그향을맡을수없다면,시인에게도독자에게도불행한일이다.달아실출판사는좋은신작시집을내는데최선을다하겠지만,절판된좋은시집을발굴하여다시세상에빛을보게하는일에도최선을다할것이다.이번복효근시집『누우떼가강을건너는법』이그첫걸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