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포퓰리즘 (보수를 노동계급의 브랜드로 연출하기)

폭스 포퓰리즘 (보수를 노동계급의 브랜드로 연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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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미국 보수 언론의 성공기
폭스뉴스, 포퓰리즘과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을 결합하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방송사다. CNN과 MSNBC보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공화당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상업적ㆍ정치적으로도 성공했다. 폭스뉴스와 같이 보수를 이념으로 내세운 언론은 종종 현실을 왜곡해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거짓 의식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시청자들은 편협하거나 반지성적인 사람들로 간주되곤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기만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묻는다.

폭스뉴스의 방송인들은 노동계급 페르소나와 다양한 장치들을 이용해 평범함을 연출하고, 대중의 언어와 스타일로 자신들의 논점을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저자는 폭스뉴스의 성공 비결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폭스뉴스의 진정한 이념적 힘은 폭스가 내세우는 논점 그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폭스의 제작자들과 방송인들이 이 논점을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문화적-양식적 대상에 있다.”

2022년 발표된 상반기 메인뉴스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3사를 제외한 케이블 뉴스 분야에서 TV조선이 1위를 차지했고, 한때 MBC보다 시청률이 높았던 JTBC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론 TV조선은 뉴스 불신도 면에서도 1위를 기록할 만큼 왜곡과 기만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TV조선의 시청률은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JTBC의 시청률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지 사회가, 대중들이 보수화되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 있을까.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미국의 학자가 분석한 이 책에서 그 해답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저자

리스펙

ReecePeck

미국뉴욕시립대학교스태튼아일랜드컬리지미디어문화학과부교수.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에서커뮤니케이션박사학위를받았다.포퓰리즘정치수사학,당파미디어브랜딩,계급의문화정치등을주요주제로다루면서특히,보수언론매체가미국에서사회계급의의미를재구성하기위해타블로이드미디어스타일과포퓰리즘정치수사학을어떻게사용해왔는지를연구하고있다.그의첫번째저서인『보수를노동계급의브랜드로연출하기:폭스포퓰리즘』은『워싱턴포스트』나『포브스』같은미국의유명언론뿐아니라일본의『아사히신문』,프랑스통신사AFP등외국의주요언론매체에도소개되면서주목을받았다.

목차

들어가는말
감사의말

서론대침체기의폭스포퓰리즘

언론당파주의에대한재고
“공정과균형”을넘어-보수언론비평은어떻게저널리즘인식론의새로운지평을열었나
TV포퓰리즘의다양한유형들-조직적포퓰리즘대심미적포퓰리즘
장별개요

1장미국의‘타블로이드정신’에접신하기-루퍼트머독·로저에일스·빌오라일리는어떻게텔레비전뉴스를새롭게만들었나

당파적내로우캐스팅의부상-“정동경제”,“정서적양극화”를만나다
타블로이드!-“나쁜”저널리즘을둘러싼논쟁과계급기반뿌리
“이상지향적”뉴스스타일-20세기의반타블로이드저널리즘
미국중류문화뉴스해체하기
“당파성도제작되어야한다”

2장케이블뉴스의포퓰리즘-이론적틀

폭스뉴스대MSNBC-“동질화논리”대“차별화논리”
폭스뉴스의해석학-서사와연출
폭스뉴스대〈데일리쇼〉-진정성연출하기대역설연출하기
무시와냉대-진보케이블뉴스에는포퓰리스트를위한자리가없다
포퓰리즘과인종·젠더문제
보수진영여성들의여성적인포퓰리즘

3장‘나는블루칼라남자예요’-폭스뉴스진행자들은어떻게자신과그들의시청자를노동계급이라고상상하는가

반엘리트주의의사회적논리
“조용한다수”대“새로운계급”-보수운동이미국의계급을재정의하다
과연폭스뉴스의시청자들은노동계급인가
“저도레드랍스터에서식사를합니다”-노동계급의취향연출하기
“제가전문가가아닐지는몰라도생각은있습니다”-노동계급의지성연출하기
포퓰리즘적인저널리즘-진실의적인가혹은문화적엘리트의적인가

4장‘만드는자와받는자’-폭스뉴스는어떻게노동계급과사업가계급의정치적동맹을구축했는가
전통적생산주의에서기업가적생산주의로
“일자리창출자”-노동가치론에대한폭스뉴스의해석
경기부양법안을인종문제로만들기-생산주의의절도서사
“우리뭐가되어버린거죠?”-경기부양법안,세대교체와도덕적해이의상징이되다
왜계급에대한도덕적담론이중요한가

5장포퓰리즘적-지적전략-폭스뉴스는어떻게자신들의포퓰리즘프레임안에서전문가지식을흡수하고있는가

“반-지식인층”만들기-우파와지적문화간의긴밀하지만복잡한관계이해하기
애미티슐레이스와활동가-전문가의“개방성”
케이블뉴스의언어로학술적지식을번역하기
포퓰리즘쇼에서학술적내용규제하기
“이입하는”포퓰리스트,“무관심한”전문가
역할바꾸기-폭스뉴스방송인의다재다능한소통능력
연출되어야하는전문성

결론트럼프의포퓰리즘-폭스의타블로이드경력이고상한미래를방해할때
포퓰리즘변호하기
폭스뉴스의교훈

덧붙이는말폭스뉴스와“대안우파”-포퓰리즘과민족주의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보수적인정치이념과가치,기만과왜곡,편협하고반지성적인시청자들……
정말그렇기만하다면보수언론은어떻게상업적ㆍ정치적으로성공할수있었을까

미국보수언론의성공기
폭스뉴스,포퓰리즘과타블로이드저널리즘을결합하다

폭스뉴스는전국적인시청망을구축하는데성공한최초의보수방송사다.CNN과MSNBC의시청률을합친것보다높은시청률을기록할만큼상업적으로도성공했으며,2010년대통령선거당시에는폭스뉴스가공화당에미치는영향력을설명하기위해“폭스프라이머리”라는용어가등장했을정도로정치적으로도무시할수없는힘을갖고있다.

폭스뉴스가등장하기이전에도보수적인이념과가치를내세운방송사들이있었다.폭스뉴스와다르지않게이념을중심으로시청자들을끌어들이고,노골적인대중선동적인용어로방송을하면서소외받는‘평범한’사람들의목소리를찾아주겠다고했지만,이들은폭스뉴스와달리하나같이실패의길을걸었다.

공정과균형,불편한진실을까발리다
“단지우리는보수의관점을삭제하지않을뿐입니다”

실패한보수방송사들은단지공화당적색채를내세우고레이건식보수주의를전파하는것만으로도성공할수있다는그릇된가정하에서운영됐다.하지만폭스뉴스는자신들이특정당파성과정치성을지향하고있음을노골적으로주장하지않았고,자신들의주요타깃이보수시청자라는사실역시명시적으로드러나지않도록하는데많은주의를기울였다.폭스뉴스의CEO로저에일스가“우리는보수주의자들에게맞춰방송을하지않습니다.단지우리는보수의관점을삭제하지않을뿐입니다”라고말한것처럼,이들은보수언론이라는비판을설득력있게부인할수있는여지를남겨두는방식으로보수정치와자신들의관계를표현했다.

폭스뉴스의창립슬로건은‘공정과균형’이었다.여기에는진보적주류언론에대항해저널리즘의객관성을회복한다는의미가담겨있었다.새로운건아니었다.1950년대부터보수언론계는언론에진보편향이존재하며,자신들은이에맞서균형의가치를수호하고있다고주장해왔다.이들에게공정과균형이라는저널리즘의원칙은단지자신들의정치적편향을포장하는수사에불과했다.하지만폭스뉴스는이를자신들에대한공격을막아내는수단으로이용했다.폭스뉴스는자신들이정치적으로중립이라고대중들을설득하는대신,공정과균형은어떻게해석하느냐에따라그내용이달라질수있으며,따라서이를정의하는언론사마다자기들의이념에서자유로울수없다는불편한진실을까발림으로써균형과객관성이라는개념자체가공허하다는진실을폭로했다.

노동계급페르소나,평범함을연출하다
“저도레드랍스터에서식사를합니다”

폭스뉴스의방송인들은처음부터대중들에게친숙한페르소나를만들고,노동계급의문화적관행에대한애정을자신들이생각하는진정성있는방식?“저도레드랍스터에서식사를합니다.(…)공짜새우를엄청주잖아요”,“저는차안에서《앨라배마베스트》앨범을들어요”?으로표현하면서자신들을노동계급과똑같은문화적감수성을지닌사람,사회적으로동등한위치에있는사람으로연출했다.그리고블루칼라의취향과정치이념을상징적으로보여줄수있는게스트를신중하게선정하고,강렬한색상의세트와자막,인기있는컨트리음악,익숙한사물을상징으로이용한그래픽디자인등다양한장치들을활용해방송에서문화적평범함을드러내기위해노력했다.

공감할수있는텔레비전페르소나와대중적인장치들은상업적인면에서도중요했지만,정치적입장을전달하는데에도커다란역할을했다.폭스뉴스의방송인들이연기한친숙하고알아보기쉬운페르소나와장치들은시청자들에게관계를통해방송에접근할수있는통로를제공했고,그들이내세우는정치적논의와주장을시청자들이더쉽게받아들일수있게만들었다.

잊혀진사람,정서적동질성을자아내다
“바로여러분이잊혀진사람입니다”

2000년대말금융붕괴와경제불황으로미국에서는소득불평등이핵심적인정치안건으로부상했다.이때폭스뉴스는소득불평등의문제를축소보도할것이라는세간의예상과달리오히려이의제를최우선순위에두고미국대중들에게익숙한“잊혀진사람”서사를재해석해경제적부당함을설명했다.“400만명이넘는친구들과이웃들이일자리를잃었지요.(…)모든일자리의70퍼센트는소기업인들에의해만들어집니다.(…)약자를사랑하고보통사람들을위해맞서던우리나라가어떻게되어버린건가요?(…)바로여러분이잊혀진사람입니다.”“오늘날잊혀진사람은납세자입니다.(…)다른사람의잘못을메우기위해돈을내야하는건항상잊혀진사람입니다.”“오늘은루스벨트의유명한‘잊혀진사람’연설이있었던날입니다.하지만진보진영에서는진짜로잊혀진사람이누구인지잊어버린것같군요.”

1930년대루스벨트의잊혀진사람은폭스뉴스에의해경제라는피라미드의밑바닥에있는사람에서납세자로바뀌었고,경제적불평등의주범은기업인에서정부관료로바뀌었다.이런어법을이용해폭스뉴스의진행자들은경기침체를도덕적일탈의문제로만들었고,자신들을근면과생산자를중시하는도덕적경제와미국인들이전통적으로옹호해온가치를지키는수호자로연출했다.그리고정부정책에맞서반기를든사람들을진정한미국인이라부르며자부심을불러일으키고,보수정치에공감하는사람들을‘정서적’으로결집시켰다.

상식과지식,대중의지성을대표하다
“제머리는소위전문가라는사람들이채운걸로굵어진머리가아니거든요.”

전문적인지식이나보수싱크탱크에서생산된이론을전달할때도폭스뉴스의진행자들은지식인엘리트와거리를두면서이를노동계급의스타일과언어로번역해익숙한이야기로들리게만들었다.이러한연출은단순히지식을전달하는데그치지않았다.한방송에서폭스뉴스의진행자글렌벡은달러가치의하락과식료품가격인상사이의상관관계를논한뒤말한다.“저는(…)그냥고등학교만졸업한남자예요.어쩌면제가다른사람들이볼수없는걸볼수있는이유가바로그건지도모르겠어요.왜냐하면제머리는소위전문가라는사람들이채운걸로굵어진머리가아니거든요.저는혼자서이런것들을생각해내죠.”폭스뉴스의진행자들은이런방식을통해대중들에게도엘리트못지않게세상을이해할수있는지적능력이있으며,사회적문제를다룰때필요한것은상식뿐이라는확신을주었다.

하지만상식이라는통념은전문가의의견이뒷받침되지않으면그타당성을입증받기어렵다.폭스뉴스의진행자들은이를위해종종스스로지식인역할을수행하거나자신들처럼대중의언어와스타일로소통할능력이있는지식인을게스트로초청해자신들의주장에신뢰를더했다.폭스뉴스의세계에서이는곧시청자들의상식에정당성을부여하는행위였고,대중적지성을가진평범한사람과지식인이라는이중의역할을수행하는방송인들은시청자들에게자신도그럴수있다는상상을가능하게했다.

‘폭스뉴스의힘은논점그자체가아니라
그논점을파급력있는방식으로전달하기위해사용하는문화적-양식적대상에있다’

보수언론을비판하는사람들은대개그들이현실을은폐하거나왜곡해시청자들에게잘못된정보를제공하면서특정보수정당의선전기구노릇을하고있다고주장한다.그리고이들의시청자들은강력한미디어에의해이념적인메시지를반복적으로주입받은결과,비판적사고능력을상실하고보수정치의공작에더쉽게선동당하는사람들로간주되곤한다.저자는틀린주장이라고만은할수없지만,상대방이기만을하고있다는사실을보여주는것에그칠경우“반쪽짜리계몽”이라는함정에빠질위험이있으며,따라서이념에대해비판을가할때는“이중코드”를활용해야한다고지적한다.

2000년대말경기침체기에폭스뉴스는“진짜경제적불평등을가리기위해진짜계급-문화적불평등을전면에내세”워미국의사회적불평등을왜곡했지만,그게전부는아니었다.그들은미국사회에깊숙이내재해있는전통적가치에대한향수를불러일으키고,미래에대한도덕적비전을제시하면서권력을비판했고,대중들이원하는것과현실,그리고노동계급과엘리트들간에존재하는괴리를드러냈다.저자는이런점에서폭스뉴스가단순히시청자들을기만했다고만볼수는없다고말한다.이들에게도시청자들에게진정성있게들리는내용이있을수있다는것이다.

저자는“폭스뉴스의진정한이념적힘은폭스가내세우는논점그자체가아니라오히려폭스의제작자들과방송인들이이논점을사회적으로유의미하게만들기위해사용하는문화적-양식적대상”에있다고강조한다.대중에게친숙한페르소나와장치들,대중적지성을연출하는방송인들.폭스뉴스는이러한포퓰리즘적요소들을이용해문화적으로파급력있는방식으로계급불평등을활용하고,동시에계급불평등의원인을왜곡하거나은폐할수있었다.

‘진보진영의언론이내세워온지식인페르소나와중도주의에의존한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관심과참여를이끌어내는데실패했다는사실도잊어서는안된다’

진보진영은포퓰리즘에대해강한거부감을나타내는경향이있다.이들은포퓰리즘이사회의분열을막고단일한정치적정체성을유지한다는미명하에다양성과차이를무시하고사회적불만을은폐ㆍ왜곡한다고비판한다.이러한논리에따르면포퓰리즘은본질적으로좌파가내세우는가치와함께할수없다.

1930년대루스벨트대통령은라디오연설‘노변담화’를이용해대중들로부터정치적지지를이끌어냈다.루스벨트는대중적인언어와도덕적인가치판단,공격적인수사를이용해대중들과소통했고,그방식은폭스뉴스와매우비슷했다.역사학자게리거슬과스티브프레이저는뉴딜운동이사회적케인스주의에서상업적케인스주의로전환되면서이러한수사적스타일도변화되었고,그로인해뉴딜정책의“도덕적우월성,정치적협상력,그리고근본적인사회적의미”가고갈되었다고주장했다.

저자의말대로폭스뉴스가활용하는포퓰리즘에는여러가지부정적인측면과위험성이존재한다.하지만저자는그동안진보진영의언론들이내세워온지식인페르소나와중도주의에의존한기술관료적정치인들이노동자들의관심과참여를이끌어내고,일관된메시지를전달하는데실패함으로써이념대립에서연이어패배했다는사실도잊어서는안된다고말한다.

“그람시는라이벌헤게모니에도전할때그내부의반동적인요소들을폭로하는것못지않게,어떤대중적이고민주적인요소들을빼앗아오는것이중요하다고주장했다.”실제로전후시대부터보수진영은진보진영의상징적자원들을빼앗아더유연하게활용해왔고,나름의성공을거뒀다.도널드트럼프전대통령과폭스뉴스가그성공의대표적사례다.이들은진보진영에서평등주의적요소들을빼앗아와보수사상의반동적인요소들을은폐하는가림막으로이용했고,“바로이것이야말로잊혀진사람이라는포퓰리즘적서사그리고빌오라일리같이노동계급성을연기하는사람들이보수운동에서그토록중요했던이유라고할수있다.”

물론그동안진보진영이포퓰리즘과보수언론에대해나름합리적인비판을해왔다는사실에는의문의여지가없다.그러나대부분보수언론이다루는내용을팩트체크하는데그치거나,보수진영에서내세우는문화적포퓰리즘이라는정체성정치를이기는데에는경제적포퓰리즘,즉재분배정책만으로도충분하다는생각을갖고있는것도사실이다.저자는그로인해진보진영이“포퓰리즘적사회운동의스타일과연출적측면,그리고계급정체성도문화에의해형성된다는사실을과소평가하게”되었다고지적한다.

저자의말마따나폭스뉴스처럼보수진영에서중요한역할을수행하는언론사를진보진영에서찾아보기란쉽지않다.그리고이런현실은한국이라고별반다르지않아보인다.어쩌면진보진영의언론은저자가이책에서당부하고있는것처럼이제“폭스뉴스가보여주는인식론적다양성과유연성을배우고모방하려는노력을기울여야할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