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14.00
Description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우리가 누구나 홀로인 것은 맞으나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껌 종이에 적은 메모처럼 전해주는 박준의 이 책은 울 사람은 우는 그대로, 안 울 사람은 안 우는 그대로, 그렇듯 내키는 그대로 살게 하며 마냥 곁이 되어준다. 울든 안 울든 네가 발 딛고 선 그 지점이 언제나 출발선이니 언제든 너는 자유야, 하는 아리송한 전언을 주며 그렇게 희망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박준


작가한마디

늦은밤떠올리는생각들의대부분은나를곧떠날준비를하고있었다.

목차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인천
그해경주
두얼굴
어떤말은죽지않는다
새벽에걸려온전화―이문재시인
기다리는일,기억하는일
편지
그해여수
아침밥
환절기

그해협재
희고마른빛
벽제행
울음과숨
꿈방
몸과병
다시지금은
고독과외로움
여행과생활

2부
내가좋아지는시간
그해화암
그해묵호
낮술
마음의폐허
기억의들판
해남에서온편지
울음
옥상으로오르는계단
소설가김선생님
그해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시대

3부
봄마중
작은일과큰일
다시떠나는꽃
그해행신
알맞은시절
일상의공간,여행의시간
광장의한때
극약과극독
첫사랑
우산과비

취향의탄생
그해삼척

4부
일과가난
불친절한노동
어른이된다는것
고아
초간장
그만울고,아버지
손을흔들며
축!박주헌첫돌
중앙의원
순대와혁명
죽음과유서
내마음의나이


나아가며-그해연화리

출판사 서평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다시여름,한정판리커버에디션’

2017년은가히박준시인의한해였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2012년12월에출간한첫시집『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와2017년7월에출간한첫산문집『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이작년12월을기점으로동시에10만부판매를넘긴것.
물론어떤수치에그의문학성을전적으로기대는마음이었다면서두부터진즉에이런얘길꺼내지도않았으리라.그만큼많은독자들이박준시인의글틈에스며주셨다는사실,그스밈가운데사랑으로번져주셨다는사실,덕분에시와산문어디에도기울지않고팽팽히두장르의문학에균형을잡고있는시인에대한우리들의안도와기대가더욱커지게되었다는사실,반면에그만큼부담으로어깨가굽고고개가절로숙여진시인의그늘은속속들이깊어졌다는사실……
하여뭔가환기의적기가이즈음이아닐까싶은생각을하고있을때였다.『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이가을과겨울과봄을통과하여다시여름을마주하기까지의1년,유난히계절성을담보로하는작품들을많이써내는박준시인에게사계절을처음으로살아낸제산문집의한해살이에대해혹여물으니글쎄이런대답이돌아왔다.
“어쩌죠?이책곁에시를껴주고싶어졌어요.……욕심일까요?”
새로쓴시라했다.그가아끼는시라했다.

선잠2
-박준

그해여름당신에게는까닭없이손끝이상하는날이이어졌다.책장을넘기다손을베인당신은아픈데가렵다고말했고나는가렵고아프겠다고말했다.여름빛에소홀했으므로우리들의얼굴이검어지고있었다.어렵게새벽이오면내어주지않던서로의곁을비집고들어가쪽잠에들기도했다.

읽었다.읽으니까어떻게든이산문집에이시가머물거처를마련해줘야겠다는마음밖에는안먹어졌다.새롭게표지디자인에착수한것도다이시에서비롯함이었다.더부살이처럼은살게하고싶지않았다.그러기위해서는표지의변화가우선순위였다.시를읽고또읽었다.순간이시의뉘앙스를그대로머금은듯한그림하나가떠올랐다.시인박준의시에서뚜벅뚜벅걸어나왔을것만같은여인,그의뒷모습.
이그림또한원래의책표지를장식해준이스라엘출신이자영국에서활동하고있는화가기드론루빈의작품이었다.일말의망설임도없이그에게장문의편지를보냈다.그리고얼마뒤그에게이런답장이왔다.

“벌써1년이지났다니믿기지않네요.제표지를담은책이사랑을받았다니저도정말기뻐요.자랑스러운마음입니다.다시봐도책은정말아름다워요.제가읽을수있었다면더사랑스러웠겠지만요.우리만날때저에게조금번역해들려주실수있으신지요.리커버산문집에제새이미지를쓰시는것도물론기쁜마음으로허락할게요.”

이러한과정속에박준시인의산문집『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의2018년‘다시여름,한정판리커버에디션’을선보이게되었다.책에새그림과새시로여름용새옷을지어입었으니이여름이가기까지그리누추하거나남루하지는않을터……너무도뜨거운이여름,바라건대이책이그무슨용도로든여러분들의작은나무그늘로틈틈가놓였으면하는간절함이다.펼치면서늘하니까,그게책이니까!

『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의시인박준,그의첫산문집!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우리는모두고아가되고있거나이미고아입니다.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그래도같이울면덜창피하고조금힘도되고그러겠습니다.”


*
그냥옆에있는책.
마냥곁이되는책.

가끔사는게힘들지?낯설지?
위로하는듯알은척을하다가도
무심한듯아무말없이
도다리쑥국이나먹자,
심드렁히말해버리는책.

1.
박준,이라는이름의시인을압니다.2008년『실천문학』을통해등단한시인은지난2012년에첫시집을상재한바있다지요.정확히는아니더라도시집제목에대해서어렴풋이나마들어본적있으실것도같은데요,그래요『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라는초콜릿색시집이요.뒷면에한여인의뒷모습을짐짓무심한듯그러나뭔가의사연을짐작케하는포즈로새겨넣었던바로그시집이요.참으로큰관심속에이시집은세상에선을보인지5년을향해가는지금까지도꾸준한여러분의사랑을먹고산다지요.얼마나고마운일인지,얼마나귀한일인지,박준시인은뭐든잘잊지않는사람이라서그마음들을확인할때마다제안에꼬깃꼬깃접어숨겨놓았다가뭔가아리송한바람이저를덮칠때면외따로이숨어앉아몰래꺼내보고는한다지요.“편지를받는일은사랑받는일이고편지를쓰는일은사랑하는일이라고생각하기때문이”라나요.

2.
그런그가오랜준비끝에첫산문집을들고우리곁에찾아왔습니다.첫시집제목이열여섯자였는데그보다한자더보태열일곱자제목으로짓고기운책으로말입니다.『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가만,제목이좀길죠?네,좀길다하실수도있을텐데요,그래도그리어렵게는안느끼실거다자신했던데는우리들누구나한번쯤이런뉘앙스의말을해봤거나들어봤을경험의소유자들이라는까닭에서였습니다.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으니더는울지마,하는사람이나였다면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으니더좀울어,하는사람이너였던상황앞에우리는얼마나자주놓여있었던가요.

3.
앞서‘편지’라는단어를살짝꺼냈었는데요,이번박준시인의산문집이어쩌면편지라는설명불가결의의미심장함과참으로닮아있다싶기도해요.왜편지가그렇잖아요.억지로쓰게되면빤하고밋밋한소리만기계적으로반복하게되는데자발적으로쓰게되면손에펜을쥔자가예측불허의무한에너지로제안의이야기들을마구터뜨리게되는게사실이잖아요.왜이렇게쓰고있는지저도도통모르겠습니다,이런구절들을중간중간추임새처럼섞어가면서요.그런데그렇게타고나길진실인편지,그런데그렇게생겨먹길진심인편지.그런의미에서이책은박준시인이그간제시를함께읽어주고함께느껴주고함께되새겨준여러분들에게보내는한권의답서(答書)이자연서(戀書)가아닐까해요.그런둘사이의편지는필시길게이어질운명이라는것도실은조금알겠어서이한권의책을여러분들에게내미는마음이보다덜부담일수도있던바,분노나미움보다애정과배려에가까운것이편지이기에,그리하여살아가면서편지를많이받고싶다는시인의바람이실은살아가면서편지를많이쓰고싶다는마음과동일한다짐임을알기에,시인은타고난부끄러움을돌로살짝눌러놓은채이한권의책을끝까지써낼수있지않았나싶습니다.제가할수있는모든얘기를다퍼내서요,더는남음이없어요!원고를마무리지으며시인이뱉은말을끝끝내원고마지막페이지에압정으로꽂아두었던저라지요.

*
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가난한남매일지도모르겠습니다.
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이별을앞둔연인일지도모르겠습니다.
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죽음을공유한부부일지도모르겠습니다.

4.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은‘시인박준’이라는‘사람’을정통으로관통하는글입니다.제호흡가는대로총4부로나누긴하였지만그런나눔에상관없이아무페이지나살살넘겨봐도또아무대목이나슬슬읽어봐도우리몸의피돌기처럼그이야기의편린들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음을확인하게해주는글입니다.드러낼작정없이절로드러난이야기의어린손들을우리들은읽어가는내내잡기바쁜데불쑥잡은그어린손들이우리들손바닥을펴서손가락으로적어주는말들을읽자면그이름에가난이있었고,이별이있었고,죽음이있었습니다.그러니까가난이라는생활,이별이라는정황,죽음이라는허망,이셋은떼려야뗄수없는우리들모두에게바로직면한과제라허투루들리는이야기가하나도없었습니다.웬만하면마주하려하지않았던,가능하면피하고만싶었던우리들의민낯,그가난은힘들고또힘들게하고,이별은아프고또아프게하고,죽음은슬프고또슬프게하는거니까요.그럼에도맞장을뜨듯이삶의곤궁더미들을미리대면하면좋을이유가우리몸에내성이라는것을생기게함으로써끝끝내삶을밀어삶너머로나아가게할것을아니까요,그원동력으로삶과죽음의쳇바퀴를더욱자신있게굴리게해줄테니까요.우리가왜책을읽어야하나하는물음에우리가왜삶을살아야하나하는물음이답이될수있을거라는자신과확신,이책으로말미암을수있었다니까요.

5.
더불어이책은시와산문의유연한결합체임을증명해보입니다.어느날보면한권의시집으로읽히고또어느날보면한권의산문으로읽힙니다.문장하나허투루쓰인것이없으니내가그은밑줄속에내가걸려넘어지는날잦게합니다.이상하지요.강요하는말씀이나주저앉히는감상을싹다걷어낸담백한글인데울음끝에웃음이거나웃음뒤로울음인그둘의뒤섞임이왕왕입니다.특히나이번산문집에서는그만의세심하면서도집요한관찰력이소환해낸추억의장면들이우리를자주눈물짓게하였는데요,이를구성케한그만의특별한기억력에나는뭔가들킨적이없나놓친것은없나몇번이나되새김질을해야했답니다.장난감처럼보여도실은고성능으로무장된레이더를제안에장착한것만같은시인박준.아이처럼말하는데어른처럼보는시인박준.어쩌면조금이르다싶게,제법익숙하다싶게,터무니없이갑작스럽다싶게겪은세상의풍파속에시인이앳된나이부터노출이된까닭도있다싶은데요,그럼에도시인은그누구의탓도하지않고,그누구를미워하지도않으며,그누구를불신하지도않는삶의태도로씩씩합니다.그래봤자무슨소용이겠냐는듯우리가누구나홀로인것은맞으나언제나혼자인것은아니라는식의메시지를껌종이에적은메모처럼쥐어주기도하지요.속고속으면서살다가는것이또한삶이아니겠냐며울다웃고또웃다우는것이인생아니겠냐며지친우리들의등을말없이쳐주다슬쩍사라지기도하지요.아무래도우리와는다르게눈하나를더가진사람,그래서일반인으로는저주를받았다할수있겠으나시인으로는복을받은이가바로박준시인이아닐까해요.

6.
이책은읽는내내우리와보폭을정확히맞춰줍니다.까만뒤통수를내보이며앞서가는책도아니고흰얼굴로흐릿하게멀어지며뒤로가는책도아닙니다.그냥옆에있는책입니다.마냥곁이되는책입니다.가끔사는게힘들지?낯설지?위로하는듯알은척을하다가도무심한듯아무말없이도다리쑥국이나먹자,심드렁히연인에게말하기도하는책입니다.“어느날학교에서<벤허>단체관람을간대.나는못갔지.돈이없으니까”,하는아버지에게“나도수학여행못갔네요.돈없어서.그런데다행인것은그때가딱IMF때라못가는친구들이많았어.다행이지.가난도묻어갈수있다니”,의기양양아버지와대화를섞게하기도하는책입니다.몇해전사고로누나를잃고누나의편지를정리하며누나의여고시절편지속“오늘점심은급식이빨리떨어져서밥을먹지못했어”라는구절에서이미이세상에없는사람이10여년전느낀어느점심의허기를10여년뒤느낌으로써거미줄같은세상사연연의끈을계속쥐게도해주는책입니다.어쨌거나울사람은우는그대로안울사람은안우는그대로그렇듯내키는그대로살게하는책.울든안울든네가발딛고선그지점이언제나출발선이니언제든너는자유야,하는아리송한전언을주는책.그렇게희망이되는책.

7.
마지막으로『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의표지속그림을자세히봐주십사요청을드리는바입니다.좀묘하죠.강위를떠가는배위에서여자는노를젓고남자는하모니카를부는가운데두사람의얼굴속이목구비가몽땅지워져있으니말입니다.왜눈을지우고왜코를지우고왜입을지웠을까요.그럼에도왜눈에서는눈물이고이고왜코에서는콧물이맺히고왜입에서는노래가흘러나오는듯할까요.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가난한남매일지도모르겠습니다.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이별을앞둔연인일지도모르겠습니다.눈물로뒤범벅된얼굴이니죽음을공유한부부일지도모르겠습니다.다만그림속에서여러이야기들을유추해보는가운데이목구비없이도눈을타고코를타고입을타고흐르는슬픔의어떤기저가강에떠살다가는우리네한생을참도잘대변한다는확신만은분명히들게하네요.그래서책장을넘기다가문득한번씩표지로시선을옮겨보십사다소건방질수있는팁도이렇게드리는가보아요.참고로표지속그림은이스라엘출신으로영국에서활동중인화가기드온루빈의작품이고요,제목은무제라네요.2018년9월한국에서의대규모첫전시가있다고하니미리눈에익혀두셨다가내년에반가이뛰어가실물로확인하셨으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