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 (김이수 시집)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 (김이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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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각이 끊기고 마음마저 삭은 자리에 봄물 든 산이 전하는 바람의 말
김 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아먹고 김용택은 섬진강을 팔아먹었으며 이원규는 지리산을 팔아먹었다는데,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은평구 응암?녹번동 지나 다시 홍은 홍제동으로 지네마냥 길게 구부려 누운 나지막한 백련산을 팔아먹고 사는 초야의 시인이 그 “산이 전하는 말을 흰 아침(새벽)마다 받아 적어” 첫 시집(136수)을 냈다. 그는 일찍이 학창시절부터 수백 편의 시를 써왔지만 어디에고 단 한 편도 내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삶이 시가 되기 전까지는 그건 시가 아니거나 가짜이므로.” 그리하여 그의 시는 쉰댓 중년에야 백련산을 만나 비로소 삶에 버물려 처음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다.
저자

김이수

대학에서역사를공부하고,한살림협동조합에서직장생활을시작했으며,3년간잡지기자생활을했다.이후20여년간출판사에서글을쓰고책을만들었고,지금은소속없이그일을한다.수년째거의매일새벽,뒷산이나앞강에나가놀며시를써오고있다.시집으로《흰아침,산이전하는말》(2018)이있다.

목차

차례

첫째가름
흰아침,백련산에서1

작심,짓는마음/託(탁)!/걷는자,누구나시인이다/눈의기원/폭력의기원/욕망또는사랑/청춘/여름을보내며/
사흘괄목상대/한가위앞두고/예수그리스도/고향/귀향/백련산/백련산굽은솔/허수아비사랑/가을연서1/
가을연서2/가을연서3/가을연서4:냉정과열정/겨울연서1/겨울연서2/겨울연서3:세수를하다가(23수)

둘째가름
흰아침,백련산에서2

빛과어둠의함수관계/필설/사람/흑백/애도/땅별하늘별/바람:참나무에게/오줌/바람/돌탑/국향만산/자문/
솔향기/기다림/금약한선:“가을매미입닫듯이”/아침산/고락/사는것/별/우리들의후안무치/일월,남녀/
공일아침서울/하얀숲까만마을/눈내린숲/그대에게가는길:가슴에부친연서/그리움의정체/말/어머니의밭/
눈쌓인숲/설산단상/또다른나/떠남/문상(33수)

셋째가름
붉은아침,남도에서

지리산행/지리산옛살비꽃담/묵언수행:새벽세석오르는길에/꽃담편지1:옛살비꽃담의저녁/꽃담편지2:아침산책길에/
꽃담편지3:만초다향/꽃담편지4:꽃담정원을보며/꽃담편지5:작별/꽃담편지6:설거지/꿈:지리산행기‘서’/
남도연서1:녹동의달/남도연서2:남도의아침/남도연서3:적대봉가는길/남도연서4:낙안금전산에오르다/
남도연서5:꽃담의달밤/남도연서6:지리산구룡계곡둘레길/남도연서7:가을이아무리눈부셔도/밥상:고향풍경회고1/
소멸:고향풍경회고2/설:고향풍경회고3/촛불일년:아침운문사에서/거제도재섭이/
예산,백제의최전선:수덕사,만공과벽초/대세지보살님뵈러가는길:지리산칠암자순례기(24수)

넷째가름
길을잃은사랑안에서

꽃차를마시며/내가가진것들/장자를읽다가:始終一貫不分/단풍:지난가을에관한한생각/
그대없는세월:문을열고나서다가/늦가을소풍/문득한사랑/접우/비오는밤,가양버스정류장/인동초/
아,마광수:한자유애자를애도함/빗물의무게/가을비/가을감악,슬픈사랑/가을연서5:만추감악에서(15수)

다섯째가름
아득한그리움너머에서

한해를보내며/지나고보면/비오는가을강/달리의사랑:‘살바도르달리’를읽고/여름밤흰아침/그리움/폼나는거짓말/
처서를보내며:서교동골목에서/처서를보내며2:10년후서교동골목에서/해후/만설/첫만남/건널수없는강/가을애상/
여름날저녁놀/화천가는길/잘산다는것:수유리에서/새해단상(18수)

여섯째가름
아직생각이머문자리에서

꿈/언필귀명:말은반드시그본뜻을찾는다/태극기:3.1절아침에/예수의눈물:예수탄일에부쳐/검사임은정/
잠:해거름3호선에서/예수,서검사를응원하다:법원검찰청역을지나며/미개/새해첫날목욕탕에서:苟日新日日新又日新/
나마스떼,나마스까르/잘못탄버스/절두산을지나며:“모든절차를생략한선참후계”/빗소리/남대문시장에가다/
여름관악에놀다/해거름에한강을건너며:심천소병화/저물녘한탄강에서/초가을한낮한탄강:철모쓰고노는재진이/
어떤응원:아침1호선전철에서/돌아봐/사랑이오려나봐요/나의노래당신의노래/가실땐가더라도/비가내려요(23수)

출판사 서평

지지난가을의어느흰아침,시인은사립을나서서천(西天)에걸린달을바라보는데문득그아래엎드려있을산이생각났다.전날낮에그기슭의백숙집에갔다가붉어가는그산을마음에담아온것이다.그래무작정집을나서그산으로갔다.
그렇게시작된흰아침마다의백련산행이햇수로삼년째,서울을떠나있거나몹시앓거나일기가아주험악하거나하는때만빼고는아침마다백련산에들었다.
하지만처음엔몸만산에들었지딴생각에붙들려정작산은들여다보지못했다.그렇게반년이나지나서야생각이삭아지고산이비로소눈에들어왔다.그때부터진정으로산을만나느끼고부비고만져가며말을걸었다.
마음을열어지성으로말을건지석달만에산은오래품어온숲의얘기,깊이지켜본세상얘기를하나씩꺼내들려주었다.이때의기쁨을시인은이렇게노래했다.“능선을쓸어가는빗줄기에/문득한생각이끊어지고/마음이열려환한자리로/봄꽃피어선활짝웃겠네//마음이열린꽃자리마다/너나하는분별죄사라져/만남도이별도한속이라/슬픔도기쁨도따로없네//봄비에흠뻑빠진숲에선/나도그저젖은나무였네//흰아침,봄물든백련산/마음이열린그꽃자리/나피네젖어서도피네/날마다지고새로피네”(〈마음이열린자리〉전문).
시인은일찍이“생각이끊긴자리에마음이열린다”는간화선을주워듣고반야바라밀의경지를우러렀으되거듭말의질곡에빠져끝내헤어나지못하니,자기같은중생이“깨침”을함부로입에담을바는아니라고했다.하지만시인은산에들때마다하나씩깨쳐,그“전하는말”로다시우리를깨친다.“숲길들어서는데/삭정이하나바람에/탁,떨어진다/그한소리가숲의정적을/우레로깨워일으킨다//託이다/숲은바람에付託(부탁)하여/이리긴잠을깨고/바람은삭정이에假託(가탁)하여/숲의부탁을들어준다/결국숲은/제몸의한가지를잘라떨궈/잠을깨는셈이다//요즘권력자들간의/請託(청탁)이속속불거지고/그금지법을두고도시끄럽다/그벌로감방에委託(위탁)하니/결국제몸을옭아매어/하찮은잇속을차린셈이다//다자연의섭리대로흐르니/어느하나숨쉬는것하나도/무담시되는게있던가/숲이바람에잠깨는줄알지만/제몸잘라그러는줄안다면/탁,/정신도챙겨가며살일이다(〈託(탁)〉전문).
시인(詩人)은비록초야의이름없는남루일지언정그시(詩)만은“남루를벗고찬란하게솟구친다”고했다.“시인은시시하다못해/남루를껴입고살지만/시는/그모든시시한찰나에/한순간남루의껍질깨고/찬란하게솟구치는/눈물이거나샘물(〈걷는자,누구나시인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