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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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쓰레기가 빚은 우리 삶과 문명에 관한 사색과 성찰
플레이타임의 ‘오브젝트 레슨스’ 2권. 쓰레기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사물, 욕망이 빠져 나간 사물이다. 쓰레기는 다 쓰고 버려진 것이므로 거기에는 그 어떤 애착도, 이야기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쓰레기야말로 궁극의 대상이 아닐까.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되며, 생산과 소비가 갈수록 가속화되는 이 시대에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은이 브라이언 딜은 불가사의한 감수성으로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갖가지 쓰레기 현장을 탐사한다. 특히 그는 장엄한 폐허가 아니라 눈에 거슬리고 유해하며 성가신 폐기물들에 주목한다. 자신의 눈길을 끌어 온 갖가지 쓰레기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는 우리가 만들어 온 쓰레기들이 우리 개인과 문명에 미친 영향을 성찰한다. 그러니 무가치하고 더럽고 불쾌하게만 느껴 왔던 이 대상에 잠시 시선을 고정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 어떤 새 물건보다도 더 새롭고 풍부한 경험이 우리를 맞을지도 모른다.
저자

브라이언딜

저자브라이언딜(BrianThill)은현재캘리포니아에거주하며골든웨스트칼리지에서영문학을가르치고있다.문학이론과비판이론연구자이자희귀하고다양한주제를다루는작가로서『자코뱅』,『가디언』,『디애틀랜틱』,『로스앤젤레스리뷰오브북스』등의매체에기고해왔다.‘오브젝트레슨스’이전부터사물의이면을철학적으로해부하고사색하려는노력을기울여왔으며,특히‘달갑지않은’혹은‘아무도원하지않는’사물인쓰레기에보인오랜관심은이책으로결실을맺었다.현재두권의새저서를집필하고있다.

목차

1해변이건네는말
2친숙한쓰레기/군살처럼불어나는탭들
3우주의돼지들
4백만년의공포
5폐허주의
6가시,파편,돌
7호더의세계
8카르바마제핀호수
감사의말

쓰레기와나_한유주
그림목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어떤사물보다도인간의욕망을
적나라하게드러내는대상인쓰레기,
쓰레기가빚은우리삶과문명에관한사색과성찰

쓰레기도우리가주목해야하는대상이될수있을까?쓰레기는소비된대상이요따라서더이상사용되지않는사물,욕망이빠져나간사물이다.쓰레기는다쓰고버려진것이므로거기에는그어떤애착도,이야기도남아있지않다고느낄지도모른다.하지만어쩌면쓰레기야말로궁극의대상object이아닐까.“모든사물은시간에의해결국쓰레기가”되니,나아가생산과소비가갈수록가속화되는이시대에는우리가삶을영위하는공간과시간이훨씬더많이쓰레기로채워지고있으니말이다.

“모든풍경은쓰레기풍경trashscape이다.이풍경은세계를광대하면서도고르지않게분포된하나의쓰레기더미로변모시킬뿐아니라감지할수조차없는방식으로자아와인간에대한우리의감각을변형한다.”

어린시절우주비행사와쓰레기트럭운전수가꿈이었고현재는대학에서영문학을가르치고있는지은이브라이언딜은불가사의한감수성으로우리가눈여겨보지않았던쓰레기현장들을탐사한다.그가주목하는대상은장엄한폐허가아니라눈에거슬리고유해하며성가신폐기물들이다.“쓰레기산책자들,그러니까잿더미를헤치거나폐기물패총을무턱대고뒤지는사람들을위해이책을썼다.우리같은사람에게고귀한폐허는아무의미도없다.우리는항상쓰러져가는것들,버려진것들에이끌린다.”
그렇게자신의눈길을끌어온갖가지쓰레기들사이를이리저리돌아다니며그는우리가만들어온쓰레기들이우리개인과문명에미친영향을성찰한다.지은이의말마따나“우리는미래에걸었던판돈의대가로이쓰레기들을돌려받았”으며,“종국에는플라스틱물병과웹사이트,해피밀장난감과폭탄이최종적으로처분되는방식이자유의여신상이나만리장성,콜로세움의운명만큼이나시간과인류에관해많은것을말해줄것이다”.그러니무가치하고더럽고불쾌하게만느껴왔던이대상에잠시시선을고정해보면어떨까?어쩌면그어떤새물건보다도더새롭고풍부한경험이우리를맞을지도모른다.

유희와의사소통의수단에서기억의환기까지
우리가미처감지하지못했던쓰레기의문화논리들

뉴욕시에는한때폐기물처리장으로쓰였던데드호스만DeadHorseBay이라는곳이있다.이젠더이상쓰레기하치장으로사용되지않지만이곳에는여전히과거의쓰레기들이남아있다.그런데데드호스만을둘러보다보면여기에는그이후시대의,특히아주최근의물건들도쌓여있다는사실을이내알아차리게된다.언젠가부터이곳에들러새물건을남겨두고가는사람들이생겼고,어느새이행위가하나의의례가되었기때문이다.이처럼데드호스만은과거의쓰레기와현재의물건이혼재되어있는장소로,이런특징때문에지역명소중하나가되었다.
사람들이이곳에새물건을두고가는이유는무엇일까?지은이는사람들이특별히의미있는목적이나악의로이런일을벌이는것이아니라재미로새물건들을남겨두고가는것이라짐작한다.그리고이들의행동덕분에데드호스만은쓰레기이상의무언가가있는공간이된다.지은이는겉보기엔으스스한이장소가알수없는활기를부여받아“서로이질적인방문객들이헌쓰레기와새쓰레기라는소통수단을이용해서로교류하는진기한커뮤니케이션허브가되었다”고판단한다.“이곳은무언가를슬쩍하거나남겨두는장소라기보다는쓰레기를통해지금은여기없지만먼저이곳을찾았거나다음에오게될사람들과대화하며교류하도록초대하는장소다.”우리인간은새물건으로아는사람들과의사소통할뿐아니라버린물건으로모르는사람들과도접속하는존재인셈이다.
데드호스만이독특한쓰레기문화를형성한드문곳이라면웹공간은매우익숙한또하나의쓰레기장이라할수있다.물리적일상뿐아니라디지털삶에서도우리는필요없어진온갖것을,어쩌면더빈번하게버리거나방치해두곤한다.하지만둘사이에는중요한차이가있다.물질적쓰레기는내다버리면끝인것,새롭고산뜻한하루를위해치워야하는것이다.하지만디지털쓰레기는이와좀다르다.왜냐하면이모든것을어느누구도완전히깨끗하게정리할수없기때문이다.디지털세상에는언제나(때로는버리는것보다더많은)잔여물이남기마련이고,이때문에디지털쓰레기는제나름의특성과기능을보유하게된다.

“우리는오랫동안읽지않은블로그포스트나오래전에관심글로저장한트윗,예전채팅타래가며칠,몇달,몇년간의기억을단숨에불러일으킬수있다는것을이내깨닫게된다.이처럼기억을불러내는디지털요소들은프루스트의마들렌과동일한잠재력을내재하고있다.일년전친구가남긴트윗이깊은연상작용을일으키거나역사적가치를지니지않으리라는법은없다.우리는읽거나들을만한가치가있다고생각했던것,반려동물에보인집착,얄팍한유행과가십거리,보다지속적인문제들을두고친구가했던말을떠올린다.부분적으로폐기된사물들의집합과마찬가지로이러한디지털잔여물은우리삶의충만함을전달하는데별다른역할을하지못하지만,이것들은매주도로변에쌓였다가트럭에실려간뒤에는기억속에서도소멸하는물질적쓰레기가결코할수없는방식으로우리안에,우리를위해끈질기게남아있다.”

인터넷에서완전히청결한나란존재하지않는다.디지털잔여물은우리가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틈을비집고들어와그자리에단단히자리잡는다.이걸단순히지저분한상태라치부하고더욱더청결해지도록노력해야하는걸까?어쩌면디지털환경에는내버려야할단순한폐기물이란더이상존재하지않는것일지도모른다.나아가지은이가말하듯이잔여물들은과거의기억이나아이디어를환기하는매개체로기능하기도한다.디지털폐기물은물질적인쓰레기와근본적으로다르게존재하며,욕망과버리기,과거와현재의구분을흐트러뜨리는셈이다.

우리욕망의산물이지만
우리보다훨씬더먼미래까지살아남을쓰레기,
쓰레기와더불어무엇을해야할까?

이렇듯이책은열개의장章을통해쓰레기와우리가맺는관계가우리의자아와세계관을어떻게빚는지사색한다.각장에는우리가잘몰랐거나들어보았더라도별다른관심을두지않고지나쳤을사례들이등장한다.지은이는‘욕망’과‘시간’이라는개념을주축삼아이쓰레기풍경들을새로운시각으로이해할수있는빛을던진다.
크리스조던은버려진플라스틱쓰레기를먹고자란새들의사체를찍은연작으로유명한사진작가다.지은이는조던이찍은사진속새들의사체내부에들어찬형형색색의플라스틱조각을보면서“우리를위해죽음에이르는역할을수행하는새들은흩어져있는인류를일시적으로결합시키는장소,우리인간의집단적쓰레기를마지막식사로삼는소름끼치는만남의장소”라는사실을비통하게성찰한다.
오늘날세대는잘모르지만70년대에는「스타트렉」외에우주를배경삼은드라마가하나더있었다.‘우주쓰레기수거’임무를맡은우주선을소재로한「쿼크」는엄청난혹평과더불어첫시즌만방영하고막을내린SF드라마다.지은이역시이작품이졸작임을인정하지만,일상적인활동을완전히배제하는다른SF작품들과달리“「쿼크」의승무원들이하는일은희미하게나마현실적이라는인상을”주며,“「쿼크」는「스타트렉」같은작품들에나타나는바로이런거짓청결을조롱하고있는셈”이라며미처인식되지않았던새로운의미를끌어낸다.
핵폐기물저장소도이책이조명하는쓰레기풍경의하나다.일군의전문가들이완전히분해되는데얼마나걸릴지상상조차하기어려운핵폐기물저장소에먼미래의사람들이접근하지못하도록경고표지물을설치하자는제안을담아351쪽에달하는보고서를작성했다고한다.따지고보면웃기는일이다.지금당장핵폐기물저장과관련된문제들이불거져나오는마당에그토록먼미래(그때정부나인간등이과연존재하기나할까)에무슨일이벌어질지무슨수로예측한단말인가.이런제안은인류가이제까지보여온자만,우리가사는세상을무법천지로만든바로그자만을아직버리지못했다는사실을드러낼뿐이다.

“결국WIPP보고서는다음의것들을말하고있는셈이다.제국이라는영원한꿈과영원한헤게모니라는비전의자만심을,혼란스러운진창에빠진역사를기술적이고기술관료적으로해결해보려는필사적인희망을,오늘의표지물과경이로운건축물들이영속하리라는믿음을,보안과경계와경비에대한집착을,폐기물을안전하게보관할기술이전무한상태에서모든것을절멸시킬무기를만들고사용하도록한빈곤한상상력을.”

우리인간의오만함을보여주는사례가또있다.상대적으로안락함을누리는1세계시민들은게토지역을둘러보거나황폐화된공동체를경험하는‘게토관광’혹은‘오염관광’을떠나곤한다.사색에잠겨생기를잃은공간에관한무언가를이해하리라기대하면서말이다.하지만지은이는취지는좋을지라도이런관광은일종의‘폐허포르노’에불과할가능성이크다고지적한다.왜냐하면‘관광객’들은제가보는광경과자신을분리할수있을만큼의거리를확보한상태로이지역들을활보하기때문이다.여느포르노와마찬가지로폐허포르노에서도보는사람은관음증을방해받지않고눈앞장면을응시한다.이런관광이대책을강구하거나변화를부추기는데일조할수있을까?“폐허는그림자를드리우며우리는(아마도)아주조금은더현명해져서현재의빛으로돌아가지만,부패중인우리의건축물들을여전히힘껏떠받치게되는데우리대부분에게는앞으로나아갈다른길이보이지않기때문이다.폐허는우리의식에서멀어져야하는것이다.”
다른사례에서도스펙터클과관음증의논리를확인할수있다.쓰레기나폐기물을찍은사진들을보면서우리는무엇을느끼는가?이런사진들은쓰레기나폐기물이야기하는곤란을드러내거나이것들이지닌색다른아름다움을표현하려한다.하지만어느쪽이든진지한반성과행동할의지를불러일으키는경우는드물다.이사진들이황폐해진지구에관심을기울이지않아서가아니라“이미지에특권을부여하는오랜전통이그유용성을이미잃었을지도”모르기때문이다.안락함이보장된거리에서지구환경의파괴를응시할수있는구경꾼들만이이파괴를인지하고있으며,지은이는이것이야말로커다란문제중하나라고지적한다.
이책은정치적주장을펼치지도쓰레기가지구에미치는영향을학술적으로분석하지도않으며,유토피아와디스토피아관점중하나만을고수하지도않는다.그렇지만지은이의어조에는우리가망가뜨린이지구에대한근심이배어있으며,그는인류가맞닥뜨린피할길없는곤경을해소할방도를함께찾아야한다고역설한다.인류는자신의길을밟아나가면서점점더가공할쓰레기들을만들어냈고이쓰레기들이인간이라는종보다더오래살아남으리라는사실이갈수록확연해지고있다.그러므로“이제우리는산것이든죽은것이든이쓰레기들이다음에가야할곳을,혹은쓰레기가더는갈곳이없다면이것이우리에게무엇을의미하는지를고민해야한다”.디스토피아적인충동에이끌리지도않고쓰레기를매혹의대상으로삼지도않으면서쓰레기를통해,쓰레기와더불어우리의현재를진단하고앞으로가야할진로를탐색하는것,이것이이책이간절함을담아우리에게전하는메시지다.
*
소설가이자이책의옮긴이인한유주는권말의「쓰레기와나」에서쓰레기와관련된여러경험을묘사하고있다.일상적인삶을꾸리는과정에서쓰레기는대개분류해야하지만기준이모호한것,어떻게처리해야할지늘애매한것,왠지모르게죄책감을불러일으키는것으로경험된다.옮긴이는이책을읽으며쓰레기를대할때당혹감과죄책감이아닌다른감정을느낄필요가있음을고민하게된다.

플레이타임이펴내는‘오브젝트레슨스’시리즈

‘오브젝트레슨스’ObjectLessons는영국블룸스버리Bloomsbury출판사에서출간하고있는시리즈다.“일상적인사물을소재로한아름답고도짧은시리즈”를기치를내걸고한권에하나의오브젝트,제한된분량,형식에구애받지않는글쓰기를통해그냥거기있는듯보였던대상들의감춰진이야기를독창적인필치로풀어냈다는찬사를받았다.플레이타임출판사는현재까지출간된30여권중에서현지의반응과국내독자들의관심사를고려해『호텔』,『쓰레기』,『패스워드』,『유리』를우리말로옮겼다.이네권은모두우리가그간당연시하며지나치던사물들에시선을쏟고새로이바라보게만든다는공통점을지니며,그와동시에각권이저마다고유한빛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