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그녀가런던의에스컬레이터위에서울음을터뜨렸듯나도소설을쓰는순간마다과거가나를생각하고있음을,실은어떤과거의순간들이전혀나를놓아주지않고있음을상기한다.
박민정
한작가가태어나기까지의행로가기품있는유머감각과진실됨으로그려진이책을읽어가며,이아이의내면깊이빠져들지않는일은불가능했다.
한강
유년시절부터‘알고싶지않은것들’과고군분투한그녀가여자로서,여자작가로서‘자신의목소리로말하는법’을배우기까지,지적이고도사랑스러운여정에동행하는것은의미있는일이다.
김숨
사이,차이,낙차,틈,균열따위를선명하게바라보는사람은대개글을쓸수밖에없다.자연스레글로간극을메워보려는(헛된)시도를하게되기때문이다.
한유주
놓쳐서는안될책.우연히오아시스를발견했을때처럼천천이이책을들이키고싶을것이다.미묘하고예측불가능하며우리를놀래는책.
《가디언》
노련한문장가인리비는정확하고세심한산문으로강렬한감정과분위기를창조한다.
《인디펜던트》
리비는역사적,정치적,개인적가닥들을엮어자신의삶과글을쓰는일을세심하게설명하는데성공했다.기품있는그녀의회고록/에세이는목소리가아주작은여성도큰소리를내야함을강조한다.
《라이브러리저널》
한작가의개인적이야기중가장순수한세부사항들이픽션에버금가는힘을획득할수있음을생생하고도선명하게보여주는책
《뉴욕타임스》
긴공백기에서돌아와두차례맨부커상최종심에오르며문단과독자의이목을다시사로잡은작가데버라리비의자전적에세이.여성이자작가로서삶과언어가맞이한위기를극복하고자아파르트헤이트시절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보낸유년기로돌아간다.그리고인종과젠더차별이공공연하게자행되던그곳에서말을잃은아이의눈에비친‘알고싶지않은것들’의잔인한현실과그아이에게용기를준여성들의이야기를되짚는다.
지은이는조지오웰의에세이〈나는왜쓰는가〉에서모티프를얻는한편,오웰이간과한‘여성’작가의곤경을직시하는페미니스트적성찰을통해유년의회고를감싸안고더욱깊은문제의식을드러낸다.지성과기품을겸비한작가의새로운이정표로기억될이자전적에세이는3부작으로확장되어올해둘째권이영국에서처음발표되었다(2019년플레이타임출간예정).
이책은한국에처음소개되는데버라리비의저작이며작품의의의를더하고자우리시대의여성서사를모색하는소설가박민정의후기를수록했고,한국문학의현재를대표하는여성작가3인(한강,김숨,한유주)의추천사를덧붙였다.
여성으로태어나자신의목소리로말하는법을배운유년기,
젠더와인종문제가뒤얽힌그시절을회고하는
데버라리비의‘생활자서전’3부작첫권
“그해봄,인생살이가어지간히고되고내신세와전쟁하며
어디로가야할지통보이지않아막막해하던때”
삶의위기를이겨내고자어린시절로돌아가야했던한여성작가의자전적에세이
극작가이자소설가,시인인데버라리비는1959년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태어나1968년가족과함께영국으로이주했다.80년대말에서90년대중반까지형식실험이돋보이는작품들을활발히발표한그녀는이후긴침묵에들어갔다.그러다《빌리와걸》(1996)을출간한지15년만인2011년장편소설《스위밍홈》으로문학계에복귀해맨부커상쇼트리스트후보에오르면서다시금문단과독자들의주목을받게된다.이어2013년에는현재와과거를오가며자신이겪은위기를술회하는자전적에세이《알고싶지않은것들》을펴내게된다.이이야기는이렇게시작한다.
“그해봄,인생살이가어지간히고되고내신세와전쟁하며어디로가야할지통보이지않아막막해하던때에,나는기차역에스컬레이터에서유난히많이울었던것같다.”(8쪽)
40대의어느시점에들어선지은이는무엇때문에인생살이가그토록고됐고제신세와전쟁을치러야했던걸까.무언가삶의위기가찾아온것일텐데어떤사건들때문에그런막막함을느꼈는지분명하게밝히지는않는다.어쩌면그자신도확실하게알지못했던것일지도모른다.그게무엇인지알아내고싶어서였는지아니면그저도망치고싶어서였는지는알수없지만그녀는문득떠나기로마음먹고예전에묵은적있는에스파냐의한펜시온으로향한다.그곳에서지은이는자기신세를회상하고독자들에게토로한다.이세상이여자에게,어머니에게품은망상이자신을그렇게나밀어붙여기진맥진하게만들었다고.
“신가부장제는우리에게수동적이되야심찰것을,모성적이되성적활력이넘칠것을,자기희생적이되충족을알것을요구했다.즉경제와가정영역에서두루두루멸시받으며사는와중에도우리는‘강인한현대여성’이어야했다.”(24~25쪽)
에스파냐에머물던중지은이는한가게에들렀다가중국인인주인과잠시대화를나누고,그날날밤뜻하지않게식당에서그와합석해와인한병을나눠마시기에이른다.그리고그와이야기하면서과거의기억으로돌아가게된다.“에스컬레이터만탔다하면눈물을흘리는버릇”의근원을찾으려면어린시절까지거슬러올라갈수밖에없었기때문에.
“여자애들은큰소리로말해야돼,우리가뭐라건어차피아무도안듣거든”
알고싶지않은것들을그럼에도알게된유년시절,
그리고큰소리로말해야한다고말해준여성들
《알고싶지않은것들》에모티프를준작품은조지오웰의짧은에세이「나는왜쓰는가」이다.이글에서오웰은자신의글쓰기동력을네가지로,즉순이기주의,미적열정,역사적동력,정치적목적으로구분하는데,지은이는이네표현을《알고싶지않은것들》의각장제목으로삼는다.그렇다고지은이가오웰을온전히모범으로삼고있는것은아니다.오웰은이미작가로서자아를확보한남성을전제했다.그렇기에이자아가여성작가들에게는다지고또다져야만하는것이라는사실을신경쓰지못했다.이책이처음출간되었을때‘조지오웰의〈나는왜쓰는가〉에대한하나의응답’이라는부제가붙었던것도이때문이다.
“조지오웰이작가가지녀야할필수자질로순이기주의[에고이즘]를언급했을때,그는여성작가의순이기주의는염두에두지않았던건지도모르겠다.아무리교만한여성작가라도12월까지는고사하고1월한달간이라도버텨줄만큼굳건한자아를확립하러나선이상은철야를면할도리가없다.”(27쪽)
이처럼여성작가들에게작가적자아란자연스럽게획득되는것이아니기에지은이는자신의언어를고안하고자그다지도고군분투해야했다.더불어여자이자어머니로서가정을건사하고아이를키우는과정은그녀에게그만의욕망을거두기를,그러면서도강인한현대여성이기를요구했고,그러다보니만사에양심의가책을느낄수밖에없었다.이모든것이뭉쳐짓누르는무게가감당할수없는지경이되어지은이는집필과출간을멈춰야했던것같다.그리고이암울한상황을끝내기위해,혹은다시시작하기위해자신이발딛고있는현실을떠나다른지역으로향했고거기서어린시절로돌아가게된다.젠더와인종,그리고유년기의문제가뒤얽혀있던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보낸유년기로.이제이야기는말을잃은어린소녀의시선을통해펼쳐진다.
지은이의아버지는남아공인권단체인아프리카민족회의멤버였고,아파르트헤이트반대투쟁에연루된탓에정치범으로지목되어지은이가다섯살때수감돼4년간감옥에갇힌다.이경험으로말수가급격히줄어든지은이는그대신일찍부터갖가지차별과억압을예민하게감지할수있게된다.그런데주변에는온통알고싶지않은것들투성이다.보모인흑인마리아는지은이의가정을보살피지만정작저자신의딸과는떨어져지낸다.백인선생님들은아직어린학생들에게체벌을가한다.해수욕장에는백인만이출입할수있다.백인주인은‘나리’,흑인하인은‘보이’라불린다.남자들은여자들의목소리에결코귀기울이지않는다.서로다른인종간의사랑은절대로받아들여지지않는다.어린소녀인지은이는거대한정치적사건을경험하지는않는다.하지만일상적인경험들을진실하게관찰함으로써얼마나많은폭력이주변곳곳에도사리고있는지체감하게된다.
하지만그러는와중에도용기를내야하고목소리를내야한다고북돋워준여성들이있었다.아버지가경찰에게끌려간후보모마리아는용기를내야인종차별에맞설수있다고강조한다.대모의딸멀리사는세상이여자들의말을듣지않으니여자들은큰소리로말해야한다는사실을알려준다.수녀원부속학교의선생님들은자신의생각을말과글로표현하는것이지금여기의‘너머’로건너갈수있는길임을일깨워준다.
4년간의복역후아버지가출소하고지은이의가족은영국으로망명한다.이렇게유년기를지나청소년기에진입했지만부모의별거,이나라와저나라중어느곳에도완전히소속되어있지않다는느낌때문에그녀는겉도는존재라는생각에사로잡힌다.하지만그러면서도작가가되고싶다는꿈을키우고,뭘어찌해야좋을지통알수가없음에도작가가되기위한걸음을한발짝씩내딛는다.
“우리는정치의언어가숨기는거짓말로부터도주중이었으며
우리의성품과생의목적에대해이러쿵저러쿵하는신화들로부터도망중이었다”
여성작가는왜쓰고어째서쓰지못하는가
조지오웰의〈나는왜쓰는가〉에대한페미니즘적응답
소설가한유주가‘추천의글’에서썼듯“사이,차이,낙차,틈,균열따위를선명하게바라보는사람은대개글을쓸수밖에없다.자연스레글로간극을메워보려는(헛된)시도를하게되기때문이다”.어린시절부터‘알고싶지않은것들’을알게된지은이는글쓰기를통해이것들을극복하거나더나은곳으로도망치고자했다.또여성으로태어났기에“작가가되고자끼어들고,소리내어말하고,목청을키워말하고,그보다더큰소리로말하고,그러다가종국에는실은전혀크지않은나자신의목소리로말하는법을배워야했다”.하지만이알고싶지않은것들을세상에어떻게내놓아야할지점점더알수없다느꼈고,이런사정이그가오래도록침묵을지킨이유중하나였는지모른다.
한인터뷰에서지은이는이렇게말했다.“유년기가계속되돌아와런던에사는중년여성인저를뒤쫓았고그추적을피할에너지가더는남아있지않았어요!그래서이런문장을쓴거죠.‘과거를생각하고있지않다고생각할때도과거가나를생각하고있었다.’”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보낸어린시절은차별과폭력으로점철돼있었고,영국으로건너온청소년기는망명자가된것만같은불편함과낯섦으로가득했다.그럼에도용기를내야하고,큰소리로말해야하며,생각을표현하는것을두려워하지않아도된다고격려해준여성들이있었고,아마이런격려들이지은이를글쓰기로인도했으리라.그리고그렇기때문에“인생살이가어지간히고되고내신세와전쟁하며어디로가야할지통보이지않아막막해하던”그때다시한번유년기를방문해야했던것일테다.이방문이그녀의울분을완전히가라앉혀주지는못했을지라도새로운동력과방향을전해준것은분명하다.2010년대들어데버라리비는초기와비견할만한열정으로작품들을세상에내놓고있으니말이다.
이책의미국판에는‘글쓰기에관해’라는부제가붙었다.이책이글쓰기요령을알려주는건아니다.글쓰기란무엇이고작가란어떤존재인지구체적으로설명해주지도않는다.하지만알고싶지않음에도알고있는것을앞에두고그것에관해쓰지않을수없는숙명을,여성이자작가인이들을괴롭히는장벽과이로인한막막함을느낄수밖에없었던경험을전해준다는의미에서《알고싶지않은것들》은분명글쓰기에관한책이다.
《알고싶지않은것들》은데버라리비가구상한생활자서전(livingautobiography)3부작의첫권이자,국내에소개된리비의첫작품이다.지은이는2013년《알고싶지않은것들》을발표한후2018년에는둘째권인《삶의비용》(TheCostofLiving)을펴냈으며,이책역시2019년플레이타임에서번역될예정이다.또《알고싶지않은것들》의의의를한층부각하기위해한국어판에서는말미에소설가박민정의‘후기’를수록하고,더불어소설가한강,김숨,한유주의‘추천의글’을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