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아 이탈리아나

판타지아 이탈리아나

$18.80
Description
간혹 옷에 관해 조언을 구해 오는 지인들이 있다. 소셜 미디어, 온라인 스토어, 블로그에서 찾은 사진들을 건네면서 “이거 어때?”라고 물어오는 그들에게 나는 가혹하게 답한다.

“천 달러 이상을 쓸 심산이라면, 더 모아서 이탈리안 수미주라(맞춤)를 해!” 

적절히 세련된 차림을 합리적 소비로 향유하고픈 그들에게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일 테다. 그들의 고충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혹한 답변은 근거가 명확하다. 숙련된 장인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제작한 수미주라 수트의 가치와, 불특정 다수를 위해 양산된 기성복의 간극은 절대적이다.

의식주 양식이 소멸돼 버린 시대에 ‘내 옷차림이 어딘가 잘못돼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필연적인 것이다. 이 불안을 손쉽게 해소할 수 있다는 값싼 선전(유행)에 휘둘리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체형, 피부색, 생활환경이라는 한계를 무지르고, 이 단점을 오히려 아름다운 복식 생활의 계기로 받아들이며, 대체 불가한 맞춤복을 직접 체험하는 행위는 급진적인 배짱을 요구한다. 이 배짱은 적어도 ‘천박함을 용납할 수는 없다’는 최소한의 긍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장인과의 만남은 그 긍지에 대한 응답이다.
저자

F.모로

필명
캐나다 밴쿠버 UniversityofBritishColumbia역사학학사(B.A.)
미국 뉴욕 ColumbiaLawSchool법무석사(J.D.)중퇴
벨기에 루벵 KULeuven철학석사(M.A.,M.Phil.)

대학졸업직전마주한몇권의책들덕에철학도로전향했다.
번역가로노동중이고,삶을적확하게사는데전심을다하고있다.
한국에서태어나캐나다와미국에서생활했고,유럽에서철학을전공했다.
생활의밑단에서철학은존재해야한다는당위를깨달았다.
유럽을대표하는이탈리아의복문화를연구했다.
이탈리아의장인들을직접찾아경험을녹였다.
문화를철학으로용융시키려는노력을진행중이다.

https://brunch.co.kr/@moreau

목차

序文
1.소모사-“나는지금일하는중이다.”8
2.플란넬-“난수트를사랑한다.”16
3.트위드-“난늘이렇게옷을입어왔다!”24
4.재킷-“멋진것은나다.”32
5.원단직조-“나는지금미드나이트블루헤링본소모사투피스를맞추러간다!”46
6.오버코트-“난이제이곳을떠난다.”58
7.두언데와엘레간떼-“옷입는일을‘즐기고있다면’올바르게옷을입지못한것이다!”76
8.사르토리아피오렌티나-“네가틀렸다.”84
9.사르토리아나폴레타나-“추운동네에서왔나보군!”94
10.마리넬라-“위대한일은나폴리에남음으로써이루어진다!”110
11.안토니오파스카리엘로-“더없이높은산을오르는자는모든비극과비극적엄숙함을비웃는다!”118
12.장인-“나는내가좋아하는옷을만드는사람이야.”136
終文

출판사 서평

옷차림은 중요한것이아니며,네마음대로해도된다는상식이지배하는사회다.삶의기초문화인의복에대한무관심이우리에게익숙하다.이는“네인생은네가원하는대로살아라!”는슬로건과자연스레 상통하고,그것은 “어떻게살건마음대로하되,노동과소비만제대로하라!”는세속의냉정함을은폐하고있다.

인위적규율만을반복하던제도적강압이사라진것은반길만한일일지모른다.그러나올바른취향을학습한경험이없는우리에게의복자율화는광고되는상품을구매할자유그이상일수없다.모든것이가능하다는 자신감(도스토예브스키/사르트르)이“모든것이가능하다면,난지금더좋은삶을놓치고있을지모른다”는죄의식(지젝)으로전락하는꼴이다.모든옷차림이허락되기에,오히려무엇을입어도불안할수밖에없는역설이우리복식문화의현주소다.이불안과역설에대한거부로이탈리아장인들의오래된복식문화를톺아본다.그들은의복문화에소외를참지않았다.

전언이아니라직접발로뛴생생하고세세한이야기만을담았다.피렌체와나폴리를중심으로남자라면반드시알아야했던,삶의공식과도같은기본기들을거침없이소개한다.복식만이라도소외를허가하지않겠다는선언이다.그들은오랫동안복식문화를지켜왔고,신사의품격에대해세계인들을설득했다.

피렌체와나폴리의대표적장인들을소개하고,저자가직접옷을맞추고생활에녹인경험을기술했다.원단의선택부터장인들의세계관까지쉽게경험할수없는특별함을담았다.마치르네상스처럼지워질수없는정통이의복문화의건재함을역사속에증언하기위함이다.

저자는세가지꼭지로맞춤복의예술성을논했다.

첫째,원단의종류와직조방식에대한면밀한검토로부터시작한다.막연히알고있는추상적단어의기원과생산방식까지톺아보았다.

둘째,클래식이란칭호에합당한맞춤복의종류를소개한다.옷장에반드시장착해야할워드롭이다.평생을반려자처럼이끌고갈좋은옷들의목록을통해저자는옷을단순한표현의수단이아니라,제존재를표현하는능동적수단으로승화시킬것을권한다.

셋째,직접경험한이탈리아장인의작품을설명한다.저자의오랜경험이녹아있다.인터넷검색으로찾아볼수없는아날로그적이고고유한경험들이다.이경험이긍지의복식문화를꿈꾸는독자들을응원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