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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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잘 살았는가? 우리는 쓸쓸하고 찬란하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저자 장석주가 살아온 삶의 편력을 빌어 베이비부머, 즉 ‘우리’라고 하나의 바운더리로 묶을 수 있는 군집의 삶을, 그 삶의 결을 더듬고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였다. 우리는 어떤 제도, 가치, 금기, 이데올로기 속에서 그것과 길항하며 삶을 꾸렸는가를, 또한 우리 안에 숨어 작동하는 욕망의 양태와 무의식의 물질성을 통해 우리가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밝혀보고자 한 것이다. 그 시작점은 ‘나’, ‘나’를 이루는 기억의 총체, 크게 자랑스럽거나 수치스러울 것도 없는 자전 기억이다. 이것은 저자가 인식한 삶의 전모를 보여준다. 일인은 만인의 부분 집합이고, 전체 집합의 만인은 일인이라는 원소와 거기에 속하지 않는 원소로 이루어진다. 전체 집합을 U라 하고 부분 집합을 A라고 할 때 집합 A에 속하지 않는 원소를 U에 대한 A의 여집합이라고 한다. 이 책은 U에 대한 A의 여집합을 구하고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개인성과 독자성은 전체 집합 U에 한 원소로 녹아 있고, 그것을 근거로 숨은 또 다른 원소를 구해 U의 퍼즐을 완성하는 일은 넓게는 집단 기억을 불러내 그것으로 한 시대의 벽화를 그려보려는 기획이고, 좁게는 다른 배경과 기억을 갖고 동시대를 통과해온 이들과 존재의 다의성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한 베이비부머의 고백이자 사회적 의미론, 그리고 한 세대의 투쟁기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동시대를 산 세대를 위한 사적 고백이자 그 세대의 삶과 의식에서 끄집어낸 사회적 의미론이다. 어쩌면 세대론은 전 세대의 업적에 대한 부정이고, 자기 세대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그것은 종종 전 세대가 기댄 주요 이념에 대한 감성화된 전쟁 포고 선언이다. 세대론이 과거를 소환하고 과거에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대론이 감성적 회고에 기대더라도 그 회고에 대한 차갑고 메마른 성찰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세대론은 늘 소란스럽고 논쟁을 동반한다. 또한 세대론이란 동시대의 추억담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 세대를 부정하면서 동시대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투쟁기다.

베이비부머인 저자 장석주가 말하는 베이비부머

베이비부머는 전후의 궁핍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가난을 보편적 경험으로 공유하는 이 가 많다. 우리보다 앞선 해방둥이 세대와 1980년대의 운동권 세대를 잇는 ‘가교 세대’이거나 두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우리는 넓은 범주에서 유교 문화가 잔존하는 사회에서 빚은 정체성과 농경 문화의 감수성을 내면화하며 살았다. 우리 중 다수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까지 고도 경제 성장기 동안 산업의 역군으로 나서 국가 경제를 융성하게 일구는 데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IMF라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업들이 문을 닫을 때 그중 많은 이가 직장을 잃고 거리를 떠돌았다. 우리는 퇴직과 실직을 겪고, 자영업 종사자는 폐업한 뒤 재기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용케도 그 위기를 헤쳐 나온 이도 있고, 그대로 주저앉은 이도 있다. 이제 스무 해 남짓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60대 초반으로 사회 현업에서 퇴직하는 연령대에 들어섰다.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은 일과 직장에서 밀려나며 ‘퇴적 세대’가 되어가는 중이다. 우리에게 해고와 실직은 아직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퇴직과 은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일할 만한 신체 능력이 있고, 아직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새 직장이나 일을 구하려고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고용노동부 사이트나 구인 구직 사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다. 이 나라를 빈곤에서 구해냈지만 정작 명예퇴직과 은퇴, 해고와 실직을 겪으며 나이 들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하는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는 돈을 벌어 부모 세대를 부양했으나 자식 세대에게는 외면당한 ‘낀 세대’다. 우리 세대는 무모하고 비참하고 찬란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공유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무모하고 비참하고 찬란하고 억울한 시대를 건너온 얼굴이 고스란히 비친다. 우리가 거쳐온 시대가 바로 거울이다! 녹슬고 깨진 거울에 비친 우울하고 슬픈 자화상들! 시대의 거울은 낡고 뿌옇고, 금이 가고 깨졌다. 우리는 사소하고 위대했다. 우리는 행복을 꿈꾸었으나 그 기획은 백일몽으로 끝났다.
저자

장석주

저자장석주는산책자겸문장노동자,인문학저술가.1955년충청남도논산에서태어나고,서울에서청소년기를보내며성장했다.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하고,『동아일보』신춘문예에문학평론이입선하면서문단에나왔다.그동안‘고려원’의편집장을거쳐출판사‘청하’를설립해13년동안편집발행인으로일했다.2002년부터동덕여자대학교,명지전문대학,경희사이버대학교등에서강의하고,EBS와국악방송에서〈문화사랑방〉,〈행복한문학〉의진행자로일했다.그밖에KBS1TV〈TV-책을말하다〉자문위원,『조선일보』〈이달의책〉선정위원으로일하고,한국시인협회사무총장으로활동했다.
동서고전에대한독서력을바탕으로『세계일보』에〈인문학산책〉을,『신동아』에〈크로스인문학〉을,『월간중앙』에〈일상반추〉와〈인류의등대를찾아서〉등을연재하고,MBC라디오에서〈인문학카페〉를1년동안꾸렸다.
그밖에『톱클래스』,『출판문화』,『한국경제』,『매일경제』,『조선비즈』등에칼럼을쓰고,현재『조선일보』에〈장석주의사물극장〉을연재중이다.『이상과모던뽀이들』,『일상의인문학』,『들뢰즈카프카김훈』,『마흔의서재』,『동물원과유토피아』,『철학자의사물들』,『나는문학이다』,『글쓰기는스타일이다』,『일요일의인문학』,『단순한것이아름답다』,『사랑에대하여』,『은유의힘』,『가만히혼자웃고싶은오후』,『조르바의인생수업』같은감성이깃든문장과인문적통찰이돋보이는책을잇달아내며주목을받았다.
아울러금융연수원과국립중앙도서관을비롯한대학교,기업체,공공도서관에서300회안팎의초청강연을했다.애지문학상(2003),질마재문학상(2010),동북아역사재단의독도사랑상(2012),영랑시문학상(2013),편운문학상(2016),한국슬로시티본부와전주시가주는슬로어워드(2017)등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우리세대를말한다

1부-베이비부머를위한변명
세대론을위하여
인생이란긴여행
슬픈자화상
안녕,시골이여!
서울은만원이다
구로공단,배호,전태일
‘박정희’라는표상
무대위의피에로
떠돌이의시대
망각의기억술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
‘읽는인간’으로산다는것
늙는다는것

2부-베이비부머의고백
J의경우
내삶의궤적
그만하면잘살지않았는가
개천에서용났다!
우리가족의황금시대

에필로그-책끝에

출판사 서평

살아남은자들의사적고백이자사회사

같은해에태어난100명중1명은16세에죽고63세이후로해마다1명씩죽음으로주민등록이말소되다가75세가되면67명이남고,100세를살아서맞을이는단3명뿐이라한다.영국문화인류학자로빈던바는‘던바의법칙’이라해서인간의신경피질이다룰수있는친근한인간관계는150명안짝이라고한다.생의법칙에따르면60세안팎의사람들은해마다지인이1명씩사라지는지점에있는셈이다.한국에서는베이비부머가여기에해당한다.

베이비부머는한국전쟁이휴전으로끝난후1955년에서1963년사이에태어난세대다.빠르면60세를넘겼거나육박한나이다.직장을다닌다면임금피크제대상이거나퇴직을앞둔상태로인생의2막을준비해야하는시기다.이들은부모세대와달리전쟁의참혹함을겪지는못했지만‘경쟁의혹독함’속에살아온세대다.중학교입학시험,고등학교입학시험등입시에시달리다1960~1070년대산업화의시기를거치며1980년대민주화와IMF외환위기,대통령탄핵등격동의한국사를온몸으로겪어왔다.

『베이비부머를위한변명』은베이비부머로태어난시인장석주가동시대를지금까지살아온혹은버텨온‘동지’들에게보내는‘치유’메시지다.장석주작가개인의슬프고찬란한생존의기억을가감없이드러내고‘살아남은’다섯벗의입을빌어베이비부머세대의삶을이야기했다.동시대를산세대를위한사적고백이자그세대의삶과의식에서끄집어낸사회사적의미론쯤된다는게저자의설명이다.

장석주저자에게베이비부머세대는국민학교(지금의초등학교)부터박정희정권의애국주의세뇌교육에내몰렸지만민주화열망을꺼뜨리지않은세대다.저자자신도교련반대시위에참여했다가고등학교를자퇴한경험이있다.이들은『선데이서울』로‘성’을배우고,<별들의고향>에서자본주의가순결한한여자를어떻게망가뜨리는지보고,청년시절에는『전환시대의논리』나『우상과이성』을읽으며‘의식화’를겪었다.‘서태지와아이들’의등장에문화충격을느끼고,삼풍백화점과성수대교붕괴,세월호참사등재난의목격자로살아왔다.또한참일할장년이되어서는IMF외환위기때문에구조조정과실직을겪으며삶의뿌리까지흔들리기도했다.전쟁,포로수용소,대량학살따위는겪지않았지만가난,평범한악들,속물주의,무한경쟁,정의가없는국가폭력이라는전쟁을인생의과도기로겪으며살아남았다는것이다.

장석주저자는자신들베이비부머는“산업화와민주화의압력을비슷한강도로겪으며‘신념기억’이비대화되고,‘학습기억’을가졌다.”고평가한다.한쪽에서는‘박근혜탄핵’을지지하는집회에나서기도하고,다른한쪽에서는이를반대하는태극기집회에나서기도하는등보수와진보를넘나드는각양각색의정치신념을가진게베이비붐세대라는것이다.

낀세대,가교세대,퇴적세대그리고88만원세대

베이비붐세대는앞선해방둥이세대와1980년대운동권세대를잇는‘가교세대’이거나두세대사이에‘낀세대’다.실업계고등학교를나와도입도선매로취업할수있었지만지금은대부분50대중?후반서60대초반으로들어서며현업에서퇴직하는연령대다.700만명으로추산되는베이비부머중매년100만명이퇴직자로밀려나오는‘퇴적세대’이기도하다.저자는“나라를빈곤에서구해냈지만정작명예퇴직과은퇴,해고와실직을겪으며나이들어빈곤계층으로전락”한세대라고말한다.그리고이들은취업난과비정규직공포에시달리는20대인‘88만원세대’의부모기도하다.

이런베이비붐세대는대게아버지와의갈등과단절이있다.이들에게아버지는‘악의표상’이자‘독재자’였다.전쟁으로폐허가된나라,세계최빈국이었던당시한국사회라는가부장제사회에서자라온아버지는무능력했지만절대적권위를가졌다는것.베이비부머라는말에맞게우후죽순같은형제자매속에서각자생존을위한경쟁을할때아버지는권위그자체였지지지자나후원자는아니었다는말이다.그러나정작베이비부머는가부장제사회에서자랐지만막상성인이됐을때아버지라는권위보다는책임감에짓눌렸다.장석주저자의한친구는회사의부당한대우에대해이책에서이야기하며“나는사표를낼용기가없었다.처자식을책임지는게목숨보다엄중했다.”고회고한다.베이비부머는가장의권력이사라지고가족부양이라는무게에얹힌노동에어깨가굽어살아왔다는것이다.

『베이비부머를위한변명』은장석주저자개인의이야기인‘베이비부머를위한변명’과동시대를함께겪은벗들의에세이인‘베이비부머의고백’으로이뤄졌다.저자는골목길,박정희,국민교육헌장,『즐거운사라』필화사건,피에로,망각등의키워드를통해자신이살아온60여년을소개하며개별자로서바라본세대론을이야기한다.

저자는베이비붐세대에게지금까지살아남음은닐암스트롱이지구인최초로달에첫발을내딛었던것만큼‘위대한도약’이라고논한다.예기치못한재난과재해,각종암과파킨슨병을다피하고개발독재와민주화를거쳐신자유주의시대까지승자독식사회의경쟁과자살의유혹을견뎌내고살아남았으니자랑스럽다고동세대에게전한다.살아온날들을돌아보니큰과오도없고,대단한업적도없는삶이지만,지금살아있으니자랑스럽다.이제는가장의책임을내려놓고서로위로하자고말한다.

누가나를위로하는가.우리는서로위로하며세상을버텨왔다.살아왔다.서로위로하자.그만하면잘살았다.

[책속으로추가]

어느비오는날맞은편사동에서한친구가노래를불러댔다.미결수인지기결수인지도모르고얼굴한번본적없는‘가수’의노래가사동전체에울려퍼졌다.(105쪽)

한국의베이비부머들은장년기의끝자락을지나노년기초입으로들어서는중이다.노화는처음겪는낯선경험이다.베이비부머세대는노년기로접어들며어느덧피부와장기들에노화징후들이서서히나타나는것이다.노화는신체적둔감함과몸의이완속에서겪는낯설고당혹스런경험이다.(1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