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단편>의두번째시리즈『규슈단편:츠츠지가족』.‘츠츠지’는진달래의일본어를발음대로쓴말입니다.한국의산천에흔한진달래는우리에게너무나친숙해서꼭한국의꽃처럼느껴집니다.그런데일본규슈의외딴섬에서나고자라지금은한국에살고있는한일본인에게도진달래는고향의꽃입니다.마치운명처럼그녀는진달래가피는고향을떠나진달래가피는서울에살고있습니다.『규슈단편』은바로그녀의이야기에서영감을받아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인과결혼해서울에서살고있는일본인.일본인과결혼해규슈의벳푸에서살고있는한국인.그리고자리를바꾼두사람사이에서각자의사연과이유로규슈를찾아간여행자들.누군가는친구와누군가는엄마와또누군가는오롯이나자신과규슈의작은도시들을스치고또머뭅니다.그들의사연은얼마간연이닿아있고,그결도비슷합니다.가족,잃어버린시절을향한그리움,스스로선택한고독,제자리로돌아오더라도일단은나아가겠다는의지까지.『규슈단편』은규슈에얽힌그모든이야기가단편소설집처럼엮인에세이입니다.이것은여행기이자회고록이며,작은철학의조각이기도합니다.
무엇보다『규슈단편』은여행의모든좋은것중‘따뜻함’에주목했습니다.규슈는한국에서고작한시간이면갈수있는흔한여행지입니다.하지만이책에담긴단편들로규슈가새롭게느껴지기를,동시에나의고향처럼살갑게여겨지기를,무엇보다이온기가이책을읽는당신에게작은위안이되기를기대합니다.
규슈,그곳의작고따뜻한도시들
후쿠오카에서혈관처럼뻗어나간기찻길을따라놓인한적한도시들.벳푸,유후인에서온천을하고하우스텐보스,아프리칸사파리같은이색적인관광지를구경하기도하고,나가사키에서아시아의근대와한국의근현대를생각해보기도합니다.요새는우레시노,다케오,히라도의올레코스로걷기여행을떠나는사람들도많습니다.그곳에서우리는여행을하기도,더러는일을하기도합니다.어떤사람은그곳에서태어났고,또어떤사람은그곳에서특별할것없는일상을살아갑니다.
히라도섬에서자라서울에서가정을꾸린사람이있는가하면,서울에서자라규슈시골마을을거쳐온천도시벳푸에서살아가는사람도있습니다.그벳푸에엄마의지친한해를위로하고자여행을온딸이찾아오고,모녀의다음목적지인유후인까지자전거를타고달려보기로한두친구도있습니다.그자전거여행의출발점이었던후쿠오카오호리공원에는‘근본적으로’아무것도하지않기위해여행을떠나온한여자가앉아있습니다.그녀가방금다녀온서점에는명색이출장이지만할일은맥주를마시는것뿐인두남자가서성이고있고,애초면세품을사는게목적이었기에비행시간이가장짧은후쿠오카에서하룻밤을보내게된사람도있습니다.
일곱편의규슈단편은하나의도시에얽힌사람들의이야기입니다.이들은서로에관해알지못하고만난적도없으며전혀다른삶을살고있습니다.하지만그삶의한꺼풀아래에는서로를향한공감,배려,애정같은것들이있어서모두의발밑을조용히지지해주고있는지도모릅니다.
그조용한지지가누군가에겐부부나모녀의형태로,누군가에겐직장동료나친구,반대로그관계에서떨어져나오려는개인의형태로드러나지만,결국이모든건우리가반드시어딘가에속해있고또한서로엮여있다는사실을증명하는게아닐까합니다.우리의기억이겹치는장소,추억이얽히는장소로서규슈가있다면그안에서일었다사라지는감성안에는가족이있습니다.
단편들
단편하나,
스즈키경차가홀연멈춰선시골마을어느오래된저택.들고양이처럼자라는스코틀랜드혈통의고양이,자연농을배우는남편,무심한듯싹싹한시골할머니들.일본농촌공동체속에서의신혼은파란만장하지는않아도신경쓸건많습니다.부부란,마을이란,공동체란,그리고한국도아닌외국시골에서살아간다는건또무얼지.
단편둘,
규슈의서쪽끝히라도섬에서나고자란필자는13년전규슈를떠나서울에정착합니다.서울에서직장을구하고,결혼을하고,아이를낳았습니다.새로운가족이만들어지자히라도의너른들판,바다,그리고할머니,할아버지가자신의삶과직접적으로연결되어있다는느낌이듭니다.지나온가족에서지금의가족으로이어지는,나에게서나에게로닿는연결고리.우리는어떻게이어져있는걸까요?
단편셋,
7년의간격을두고규슈자전거여행을떠났습니다.동행은다르지만,예상치못한비,여행에대한판이한생각,어쩐지내내갈등을빚던7년전의상황이재현되고있는것같습니다.그때의후쿠오카와지금의후쿠오카,그때의나와지금의나.무엇이달라졌고,무엇이그대로일까요?시간이흘러도실수는되풀이되는걸까요?
단편넷,
목표는가방,목적지는면세점.여행지도여행도필요없다는두여자가후쿠오카행비행기에올랐습니다.비행기를타기도전에여행의목적을다이뤘다고생각하면서.텐진밤거리의무엇이이들을걷게하고,마시게하고,애초에면세품이아니라이도시가목적이었던것처럼생각하게했을까요?
단편다섯,
휴가는잡았는데업무는늘어나고,여행준비를할시간이없습니다.그렇다면아무것도하지않는여행을떠나보기로합니다.호텔에서아침을먹고커피를마시고신사와절과공원과해변에도가보고.그렇게하나둘목적지가늘어납니다.가야할곳도,봐야할것도,먹어봐야할것도점점많아집니다.어째서다시바빠지고말았는지,정말아무것도하지않는여행은불가능한걸까요?
단편여섯,
엄마와떠난다섯번째겨울여행.엄마에의존하는딸이엄마의한해를위로해주겠다며여행지를고릅니다.계획은딸이세웠지만어쩐지엄마가딸보다더적극적이고편견없이,‘엄마의여행’을하는것같습니다.여행지에서딸은매순간엄마를발견해갑니다.
단편일곱,
새로운프로젝트의디자인시안을구하겠다며후쿠오카로출장온두사람.나이도성향도너무나다르고서로에게호감도별로없는사람들이출장이라고떠나왔지만할일은없습니다.그래도무어라도해야겠으니서점과도서관을순례하다가종국엔대놓고맥주만마십니다.그리고털어놓는직업과인생에관한속마음.이것은여행일까요,출장일까요?이출장을마치고나면그들의일,그리고삶이얼마나달라질수있을까요?
브릭스매거진의두번째<도시단편>
이책은<여행매거진BRICKS>에서발간하는두번째<도시단편>시리즈입니다.브릭스는“당신의일상이우리에겐여행입니다.”라는생각으로꾸려지는‘여행에세이매거진’입니다.여행자들의여행후기와여행자들이선망하는해외도시에서살고있는필자들의생활상을같은비중으로다루고있습니다.보통의일상도여행만큼특별하고,여행은또그나름언제나특별하니까요.
브릭스는단순한정보가아니라‘여행하는삶과삶속의여행’을생각합니다.낯선장르의음악과영화,처음맛보는음식,누군가의남다른생각,이모든것이여행일수있기때문입니다.2016년『도쿄적일상』을발간하며처음‘여행인문학’이란장르를시도해보았고,그기록들은<도시단편>시리즈로이어지고있습니다.다음시리즈는연변에서서울,도쿄를거쳐교토에이르는시인윤동주의생애궤적을따라가는『교토단편-동주산책』,눈이없는삿포로는어떤의미를지닌곳인가생각하는『북해도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