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김소윤 소설집)

밤의 나라 (김소윤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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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2년에 제1회 자음과모음〈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당선된 김소윤 작가의 첫 창작집
『밤의 나라』에는 표제작 [밤의 나라]를 비롯하여 [붉은 목도리][듣지 못한 말][발끝으로 서다][괜찮습니다, 나는][그 해, 봄][J의 크리스마스][화려한 장례]의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저자

김소윤

저자김소윤은1980년전북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
2010년『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물고기우산]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같은해한겨레21‘손바닥문학상’에단편소설[벌레]가2012년에제1회자음과모음‘나는작가다’에장편소설『코카브-곧시간의문이열립니다』가당선되었다.
가족테마소설『두번결혼할법』과음식테마소설『마지막식사』에공저로참여하였으며,저서로장편소설『코카브-곧시간의문이열립니다』가있다.

목차

밤의나라007
붉은목도리037
듣지못한말067
발끝으로서다099
괜찮습니다,나는129
그해,봄164
J의크리스마스203
화려한장례237

해설|출구없는지옥의문을나서기|김대현265
작가의말286

출판사 서평

김소윤소설『밤의나라』는모두‘여성들’에관한이야기다.여성과여성이모여여성들이된다.위안부,탈북자,결혼이주여성,국제밀거래조직등이야긴다양하지만항상이야기의중심에는여성이존재한다.가까운이야기는어둡고,먼이야기는투명하다.때론진하고때론옅은낱낱의그림자가또다른그림자위에겹쳐진다.그림자안의그림자,그오묘한명암의계조를주시하는시선.김소윤은‘여성들’을통해우리시대의가장깊은곳을탐색한다.삶은,문학은언제나주목하는시선에의해제빛깔을드러내는법.김소윤은우리시대가주목해야할시선이다.
-김병용(소설가)

소설가는자신의공간을구성하는존재들에대해세밀한인식을가진사람을말한다.김소윤또한마찬가지다.김소윤의시선은읽는이의시선을어느한지점으로강제하여지금까지우리의시선에포착되지않았던사람들을보이게한다는점에서어떤소실점을가진다.이로인해우리는지금까지우리가마주하지않은타인의고통을인지할수있다.그들은공동체의가장자리에서우리의시선에포착되지않은채위태로운삶을영위하고있는것이다.
-[출구없는지옥의문을나서기]해설중에서

소설속의인물들은모두결핍과상처를지니고있어서,쓰면서도고통스러웠다.그들의치유와행복을진심으로바랐고내가그래줄수있기를소망했지만,아마도그건내몫이아닐것이다.내가할수있는건,보이지않는곳에숨어있는이들을끌어내세상속에세우는일뿐이었다.소설을써내려가면서그들의슬픔과절규를들었다.세상을향한외침을들었다.설령그것이어느개인이나사회가해결할수없는일이라해도,서로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것만으로도조금은위로가되지않을까.
-작가의말중에서

출구없는지옥의문을나서기

표제작인[밤의나라]의서사를이끌어가는주인공미호는언니와함께자신의삶을스스로결정할수있는자유를찾아북한에서탈북한여성이다.북한에서중국으로,중국에서태국과라오스를거쳐한국에이르는동안미호는언니의헌신적인보살핌에도불구하고아버지의죽음,어머니와의이별등다양한고난을겪는다.그렇게간신히도착한한국에서언니는동업하는한국여성에게속아재산을날리고스스로목숨을끊는다.모든것에환멸을느낀미호는한국을떠나일본으로밀항하지만그곳에서마저밀항선의선장에게사기를당하고낯선곳에서목숨을잃을위기에처한다.
미호는자신이이세계에서왜고통을겪어야하는지알지못한다.다만언니를위해자신이살아야한다는것만은안다.그과정에서미호가깨달은건“누군가의소유가된다는건좋은일”(25쪽)이라는사실이다.오래전홉스의언명처럼자신의안전을보장받기위해서는힘을가진누군가에게자신의자유권을양도해야하는것이다.
자신의살길을찾은미호는일본에서무카키라는남자를만나그가속한조직의소유물이된다.미호는조직에서위조여권이나신분증을전달하는등의수상한일을담당한다.미호는자신의행동으로“누군가이것을통해조금더행복해지기를”(13쪽)를바라지만사실은누군가를불행하게만드는것임을어렴풋이느끼고있다.
하지만미호는자신의역할이“무슨의미가있는지”(20쪽)의문을품지않는다.다수의의지로구성된시스템이운영되기위해서는시스템구성원들의인지불능을전제로하기때문이다.구성원이조직의의사를무시하고자신의역할에의문을가지는순간조직은위기에봉착한다.구성원들은각자의역할로연동된시스템속에서자신의역할을알지못하며알아서도안된다.아무도전모를알지못하는흐릿함속에서서로는서로를끊임없이공격하고피해를입는다.자신도모르는사이누군가의삶을비극으로향하는방아쇠를당겼을지도모르는미호의삶또한마찬가지다.무수히많은사람들이무시로사라져가는이시스템안에서모두는서로가익명의가해자이자동시에그피해자라는이중의지위를가진다.
미호가자신의역할을망각하고고향에서온소년에게관심을보이는순간조직에의해대가를치르는이유다.조직의의사를거부하고미호의다른삶을주선하는무카키의미래또한이와다르지않을것이다.

대형육계가공업체들과납품계약을맺은양계장들이있는마을을배경으로한[그해,봄]의등장인물들또한앞서의인물들과유사한속성을가진다.약간의정신지체와우울증을가진은정은함께살던노모가죽자요양원으로간다.프로그램에따라진행되는요양원의생활은마치“거대한사육장”(177쪽)과같다.견디지못한은정은요양원을탈출하고,닭튀김집을운영하는철우와살게된다.그곳에서은정은철우의아버지한씨가운영하는양계장에서나온닭을손질하고튀긴다.기이한점은은정이그과정에서자신만의닭을키우며애지중지하는점이다.이는“닭잡는년이닭을키운다”(171쪽)는아버지한씨의말대로본질적으로모순적이다.
흥미로운점은은정의행동을마뜩치않게보는한씨와철우의사고와행동또한은정과근본적으로동일하다는점이다.그들은자신들이키우는닭을육계가공업체의이익을위해매일매일도살한다.하지만그들은조류독감으로인해자신들의닭이죽어가는것을견디지못한다.그들은닭이죽어야하는것을알지만이렇게죽이는것은아니라고생각한다.철우는자신의친구이자군청의공무원인문식과충돌하면서까지닭의학살을막으려하지만그런노력과무관하게닭들은한마리도남기지못하고죽어간다.그들은자신이속한조직이내린판단에어떠한영향력도미치지못한다.그들역시미호나무카키처럼시스템의한부품에불과한것이다.
그들의삶은다른누군가를위해끊임없이다른삶을도살하는용도에지나지않는다.그들의안티테제인문식또한마찬가지다.문식도체제가시키는대로자신의역할을수행할뿐이다.은정과문식을포함한그들모두는“거대한사육장”안에서부대끼며살아가는존재이다.그리고오직은정만이이사육장의삶을견디지못하고다시마을을떠난다.

자신의선택이비극적결과에아무런영향을미치지않는것은[듣지못한말]도마찬가지다.청각장애를가진연홍은어린시절밤일을하는엄마로부터보육원에버려진다.성장후보육원에서식모처럼일하던연홍은구호단체에서하청일을하던남편선우를만나“동화속의세상”(79쪽)을꿈꾸며보육원을나온다.연홍이선우를따른이유는아무도자신을동등한공동체의구성원으로생각하지않는상황에서그가연홍을대등한인간으로봐준유일한사람이었기때문이다.하지만선우가연홍이알지못하는빚의존재로감옥에들어간순간부터연홍의삶은피폐해진다.연홍의선택이시작되는순간이다.
갈곳이없는연홍에게방을내준노인은연홍이잠을자는틈을노려성폭행을시도한다.간신히위기에서벗어난연홍은고소는커녕노인에게항의조차못한채아이들을데리고방을나온다.어렵게찾아간시누이는갓난아기만이라도자신에게맡기거나정부의지원을받아보라권유하지만연홍은고집스럽게자신이아이를기르겠다며거절한다.허드렛일을대가로간신히방을얻은여관의주인이권한“거래”(91쪽)을거절한것도마찬가지다.이러한거절은연홍의경험에서유래한다.정부의지원을받기위한어머니의노력이어떤멸시로돌아오는지,“밤일이잦아지던엄마”(93쪽)가보육원에버린아이의삶이어떤식으로진행되는지에대한기억이그내용이다.연홍은아이들의삶이자신의삶을반복하지않도록자신에게주어진운명으로부터도주하기를바란것이다.
하지만연홍의선택은하나부터열까지전부실패로돌아간다.아이의빈사탕통을본연홍은“눈딱감고”(92쪽)밤일을시작한다.연홍이밤일을나간사이딸은배고픔을보채는갓난아이에게나프탈렌을먹여아이를사망에이르게한다.체념에빠진연홍은딸을결국보육원에맡기고떠난다.원하지않는사건을발생하지않도록하기위한선택이역설적으로그사건을발생시킨것이다.신이정한숙명을피하기위해도주한것이결국자신의숙명을이루게되는오이디푸스의비극은오늘날에도동일하다.그에게저주받은신탁을내린아폴론이라는인격신이자본이라는물신物神으로바뀐것을제외하고는말이다.

[괜찮습니다.나는]의운정은어느날갑작스런교통사고로아내조이를잃는다.조이는필리핀여성에리카와한국남성사이혼혈로‘코피노’라불린다.그녀를생각하지않기위해업무에매진하던그는자신의친구들이나가족의위로가“아내를위한것은아니”(151쪽)라는걸통해그들이조이의삶에대해아무런관심이없는것을깨닫는다.문제는자신역시조이의삶에대해파편적으로밖에알지못한다는점에있다.운정은조이의삶의흔적을추적하고그녀를위한애도를빌어줄사람들을찾기위해조이의고향이자리한필리핀으로여정을떠난다.
그곳에서운정이발견한것은그가지금까지알지못한조이의삶이다.조이의아버지와에리카가이혼한후에도조이는그럭저럭자신의삶과공간을사랑할수있었다.문제는부모가각각이새로운가정을꾸린데있다.조이의의사가배제된새로운가족공동체는조이를소외시켰고,어느새조이는두개의국가공동체와두개의가족공동체사이에서어디에도속하지못한경계인의삶을산것이다.그녀가모든걸버리고조희라는이름을통해자신의정체성을한국인으로변경하기를희망한이유도이지점이다.
운정은조이의삶의복원을통해자신의슬픔을이겨낸다.조이에대한감정을공유할수있는호세와에리카와의만남이그원인이다.운정은그들과의대화를통해조이로인한새로운인연을다시자신의삶에틈입시킨다.이로써운정은조이에대한애도를성공적으로마치고자신의삶으로귀환한다.
하지만모두가운정처럼성공적인애도를수행하는것은아니다.누군가의애도를종료하고자신의삶을유지하는데있어망각은필수적이다.하지만그것은자신의삶에연동된타인의흔적을소거한다는중대한의미를가진다.그러므로어떤이는망각을거부하고영원히진행되지않는시간속에남기를자처하기도한다.[화려한장례]의현수의부모도마찬가지다.
현수의누나는1995년열다섯살의나이로실종된다.아버지의시간이멈춘것도그즈음이다.“아버지는매일같이반복된날을살고있었다.”(241쪽)현수의아버지는실종된딸을찾기위해회사를그만두고누나의인적사항이담긴전단지를들고집을나선다.시간이멈춘것은어머니역시마찬가지다.무신론자이던어머니는여러종교에귀의하며초자연적인현상에몰두하다심각한정신적장애를가지게된다.누나의상실을인정하지않는그들은영원히목적지에도달하지못하는아킬레스의거북이처럼누나의죽음을언제까지나유예한다.어긋난시간축에서“벗어나기위해노력하는것은”(251쪽)현수뿐이다.현수는누나가차라리죽기를바랐다.“죽지도못한다면,이지옥의문은출구도없”(257쪽)는것이다.
부모와단절되어자신의삶을살기로한현수는나름의사회적성공을거둔다.그럼에도불구하고사슬처럼엮인질긴인연의끈은소멸되지않는다.누나의장례를치르기까지어떤것도해결되지않을것을깨달은현수는누나와관련된온갖잡동사니들이있는부모의집에방화를한다.흩날리는불꽃속에서아버지와어머니는누나의기억이소멸되는것을우려한다.하지만현수의몸에불꽃이옮겨붙은순간그동안멈추어있던시간이드디어흐르기시작하고현수는부모의얼굴에서“두노인의늙음을똑똑히”(263쪽)확인한다.
누군가의부재로시간이멈추어있다는점에서[J의크리스마스]도위의작품과동일한구조를가진다.어머니의사망후J와아버지는어머니의희생이가족을유지하는원동력이었다는걸깨닫는다.무엇하나잘돌아가지않는것처럼보이는집단이유지되고있다는것은누군가가희생하고있다는말과다르지않다.다만그불편한진실을다른구성원들이알려하지않았을뿐이다.그들은어머니의죽음이자신들의책임이라믿는다.“차마살아갈수없었던것은바로그후회때문이었다”(235쪽).J가자칭“직장을기다리는사람”(207쪽)에서마트의생선코너에서일에집중하게된것과구멍가게를닫은아버지가하루종일홈쇼핑을시청하며어머니가사용하던각질제거기를부여잡고각질에집착하는이유도이지점에있다.
어쩌면J와아버지가두려워한것은어머니의죽음이자신들의책임이아니라는사실이었는지도모른다.그들의책임이아니라면어머니의존재는망각되어도괜찮은것이기때문이다.J가자신에게호의를가지고다가오는정육코너‘김’의접근을받아들이지못하는것도같은이유다.새로운인연의생성은필연적으로기존의인연의지분을잠식하기때문이다.J는자신이일하는마트의사물死物들처럼자신을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