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시의 몸 위를 걷다 (이도화 시집)

강, 시의 몸 위를 걷다 (이도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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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연을 잇는 길 위에서’ 기억으로의 귀환
이도화 시인은 2003년부터 경기지역문화원, 문학회가 주최하는 백일장 등에서 수필 부문으로 여러 번 수상을 했다. 수필뿐 아니라 시작 활동도 열심히 하여 문예지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강, 詩의 몸 위를 걷다』가 첫 시집임에도 상당한 필력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길 위, 어느 지점에서 만난 세밀한 감각들을 재구성하여 원고지에 그 실체를 그려낸다. 詩라는 것은 소통함으로 제 기능을 발휘한다.

이도화의 첫 시집 『강, 詩의 몸 위를 걷다』는 한결같이 전경으로 삼고 있는 것이 자연과 체험, 기억의 공간을 통해 삶의 아름다운 깊이를 구상화한다는 점이다. 대상에 풍부한 힘의 근원을 부여하고 있다. 원래 ‘기억’이란 주체는 적극적·창조적·조절적 기능의 일환으로 ‘기억’을 거치지 않고는 주체를 경험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 여기서 시인의 시적 ‘기억’은 현재의 사진첩 속 화석으로 있을법한 빛바랜 흑백사진 풍경을 재현하여 그때 한순간을 정서적으로 구성해내는 어떤 힘을 뜻한다. ‘체험’ 또한 시적 허구를 회복하려는 욕구와 사물 속에 각인되어 있는 공동체적 가치를 시인의 삶과 대치시키려는 열망, 즉 급격한 단절이 아니라 더 깊은 세계로 전이하려는 고뇌가 숨겨져 있어야 한다.
저자

이도화

2003년동강문학수필부문신인상
경기도문화원주최경기도백일장수필부문차상
경기도문인협회주최백일장시부문장원
하남시기예경진대회문학부문최우수상
경기문학수필부문신인상
2006년문예사조수필부문신인상
2017년한국문학시부문신인상
너른고을문학회원
울림시동인
한국작가회의회원

목차

시인의말―4

1부―봄,이건NG야
봄,이건NG야―12
공사중―14
도마가새벽을깨운다―16
천원의필연―18
친정동네구멍가게―20
하루치신발의무게―22
일용직―24
시간을얼리다―26
별등과어머니―28
말의알갱이들―30
여행―32
오징어도울음이있었다―34
가을오선지―36
달빛―38
빨래하던날―39
시래기가익다―40
소리가깜깜하다―42
시간을빌려드립니다―44
젖은리어카―46

2부―강,詩의몸위를걷다
강,詩의몸위를걷다―48
새벽인력시장―50
동창생―52
워낭과동행―54
하늘,갈대를느리게읽다―56
누에와詩―58
빨래와주름―60
엄마의등―62
아버지의길―64
빨래에도나이테가있다―66
닭발의기억―68
오후여섯시―70
꽃무덤―72
시작詩作여행―74
10월의마지막―76
비내리는곰배령―78
눈目에대한기억―80
소나기―82

3부―인문학을스케치하다
인문학을스케치하다―84
소문이무성하다―86
아궁이에몸풀다―88
마당이발소―90
지붕없는해우소―92
분리수거―94
길에서비를만나다―96
어느일요일―98
어떤길―100
엄마의시간―102
한파경보에대한단상―104
빈둥지―106
직선의기억―108
장날의애가哀歌―110
된장찌개끓이는저녁―113
바람을돌리는언덕―114
저녁무렵―116
동백터널―118
눈꽃상여―120

4부―젖은주소에지문이가득하다
젖은주소에지문이가득하다―124
시월안개―126
구멍뚫린우산―128
태백가는길―130
그날의언저리―132
월정사선재길―134
풍경소리―136
길―138
경계주의보―140
배꼽―142
겨울아침에―144
상고대―146
묘목상봄―148
하루살이버섯―150
울음이빛나는밤―152
산국―154
그해강릉은―156

발문‘자연을잇는길위에서’기억으로의귀환―159
―강,詩의몸위를걷다(박희호)

출판사 서평

도처에쓰러진어휘들,그곳응달의남루한거처에웅크린말들이겨우연명하여불구의세계곳곳에불편한시가있어야했으니그것!웅크린시편아니겠는가.이도화시인이오래바라보았을「젖은리어카」가“멍석처럼둘둘말아폐지와함께”끌려가는도정이나이땅고단한생들이“하루를끌고다닌낯선길들의그림자들”이야말로웅크린말들거처가아니었겠는가.그리하여시인의눈이덜미잡힌정경들“우물안별등”등불속으로들어와뿌리내린‘말의알갱이들’이사는집에서나는며칠묵상을한셈이다.오늘많이아프신어머니강의소원또한같으시리라.“초록빛을산란하고있”는강깊은곳에서세계의웅크린말들이봄날나비가되어“강,詩의몸위를걷”길빈다.
-홍일선(농부시인)

곧잘휘청거리고넘어질때도있었다.
땡볕은사나웠고그늘은서늘했지만그늘아래숨는게싫어당당하게걷기로했다.
피하고싶은것들도피하지않았다.
외로움도이길의운명이고,잊히는것도이길의숙명이라면거부하지않기로했다.
길은휘어지고뒤틀어지고끊기는듯했으나끊어지지않고희미하게이어져있었다.
갈길멀어늘막막하고아득한길,주저앉지않으리라.
땀범벅이될지라도쉬엄쉬엄걸어가리라.

땅위,땅속울림까지느낄수있는그런시한편쓰고싶다
―시인의말중에서

‘자연을잇는길위에서’기억으로의귀환
―강,詩의몸위를걷다

하얀백발이빗물로흐르고
젖은옷에서피는고단한아지랑이는
한생의누더기

쓰고있던우산노인에게건네주고
돌아오는먹먹한발걸음에
죽순이맺힌다

다젖는날이다
―「길에서비를만나다」부분

캄캄한슬픔을종이한장에쏟아놓기까지숱한절망이가슴을관통했을것이다.바닥을모르는슬픔의깊이에가슴을움켜쥐고몇번이나나뒹굴었을까.연극이아닌가혹한현실에서시인은통곡하기도한다.
이시에는‘통점’이있다.4연“하얀백발이빗물로흐르고/젖은옷에서피는고단한아지랑이는/한생의누더기”에모든이야기가집중되어있다.어쩌면반쯤쓰다만분신같은시들을시인은더걱정했는지모른다.절반의시편들은이악물고절뚝거리며?일어선흔적이다.시곳곳에‘통점’이많은것도그때문일것이다.암처럼어두운복지사각지대에이시대노인들은눈물과핏물로점철된생의무대에날마다올라야한다.「길에서비를만나다」는이렇게태어났다.
시인의집중력이돋보이는작품으로시인은자신이돌아올길을알고떠나간치어처럼,어느날‘기억’속의어머니를연쇄적으로호명하며,“돌아오는먹먹한발걸음에/죽순이맺힌다//다젖는날이다”라고미학적시선을담아낸다.
이시는흔한일상이지만환경다큐멘터리영상으로‘기억’을불러낸다.이시대심각한흔적을익숙한감각과보편적어휘로해체(과거)하고조립(현재)하고있다.어쩌면시인이제시하는미덕은효과적인인식의지지체를세우기위해시공간을뛰어넘어사라진것들을현재로불러오거나연속선상에있는기억을이동시켜제한된인식을조립하고자하는것인지모른다.
끊임없이버려지는것들에대한대안으로서‘기억’속어머니를불러내어긴장감을제안하지만현실의풍경은냉정하다.이것이시인의고뇌라고본다.

해질무렵장사를끝내고
넘어질듯후들거리는발길재촉하는길
똬리를받힌목힘줄툭툭불거지고
함지박가득출렁이던노을쏟아져
등을물들인적있다고한다

그때부터땅거미가
엄마의몸에기어다니는지
스멀스멀가려웠다고
피딱지가군데군데엉킨등을
저녁마다내밀곤했다
우리는껍질속벌레를찾아내려고
저녁내벅벅찾아보았지만
어디로숨어버렸는지
손톱밑엔검붉은노을만잔뜩끼어나왔다

한겹옷으로입고있던
가려운살비듬후드득떨어져쌓이고
흐릿한맥박으로돌리던하루하루,
간신히엄마몸돌리던시계의태엽멈추어서며
핏방울이온기를놓아버리자

엄마의몸에서서둘러땅거미빠져나가고
가려움에서풀려난몸,
그믐밤처럼깜깜했다
―「엄마의등」전문

이도화의이번시집에는「엄마의시간」,「별등과어머니」,「그날의언저리」,「장날의애가哀歌」등어머니에대한‘노동’‘가난’‘그리움’의기억들이폭넓게전면화하고있으며언어의더딘진화를보여주고있다.그러면서도시인은감정을충분히가라앉히고내면과실존을향하는목소리를정성스럽게시의언어로끌어들인다.
‘그리움’이란대상의부재로생겨나는결핍의정서다.시인은어머니의‘기억’에몰입하여긍정적인시선으로어머니의그리움을이해할단서를찾는중이다.시는일반적인생각과충돌할때파생되는파열음속에에너지가충분해진다.에너지는뜻밖에부드러움에서나올때가적지않다.
화려한문장이나과장된이미지,그럴듯한포즈를잡지않고도소통할수있는힘을감동이라고한다면시인의시들이대개그러하다.‘과거’와‘현실’을들춰내는다양한시각이예사롭지않다.평범함속에서찾아내는삶의의미가특별하다.나지막한어조에가슴을파고드는울림이있다.잔물결로번져윤슬처럼반짝거리는기억은우리가오래전에잃어버린것들이다.
지극하고곡진한것들은깨진사금파리한조각일수도있지만시각의중심이다르다고해서결코가볍진않을것이다.관념을탈피하고난해한기교를벗어나일상에서만난소소한것들에게의미를부여하는서정성은시의중심이되는축으로작용한다.당연한일상에서‘기억’을소환하여‘현재’와치환하는것은시의씨앗이된다.특히‘어머니’와‘아버지’가더욱그러하다.시인의‘어머니’에대한기억에묻어있는‘그리움’은애처롭기까지하다.
시의3연“우리는껍질속벌레를찾아내려고/저녁내벅벅찾아보았지만/어디로숨어버렸는지/손톱밑엔검붉은노을만잔뜩끼어나왔다”에서자식들의망연자실한이미지는독자의목울대를치는‘적요’의상징적공간으로서‘그리움’의강가를서성이게한다.

새파란슬픔이색깔이되는
아득하게뒤척이던새벽이깨어난다
망각된비린내
절단된조각소리함몰되면
도마는어금니에생채기를내고
푸른살점들은화온火溫으로맥박이멈춘다
기어이도마가칼날을삼킬즈음아물지않은상처는
수없이다녀간냄새에색을입힌다
도마는어머니의한숨과침침한아궁이를염장해두고
무딘칼날의단풍을본다
결마다새소리와바람소리를엮어햇빛에골고루익힌
도마는늘새벽이고상처다
새들발자국선명한물관이굳어버린강행군은
어쩌면허공일지도모른다
경계를상실한도마는칼시위에몸을뭉텅뭉텅보시하고
치열한격전의잠복이끝나면
어느구들장에찍힌화인火印으로유언을쓸지
도마의몸은
칼,칼이자해한겉표지다
―「도마가새벽을깨운다」전문

우리의몸은생명을유지하는데필요한영양소를섭취하고신진대사를한다.이필요성을충족시키려는것이생리적욕구다.?인간의욕구중가장기본적인?첫단계는먹는욕구다.가정에서일차적으로해소되는욕구는‘어머니의손’이다.장소는부엌에있는도마이고그시간은새벽인것이다.시인은어머니와아내로서이욕구를여러겹으로노래한다.‘맹렬한슬픔’?앞에서도여유를잃지않는냉정함과뜨거운삶의열정으로?들끓는다른층이있다.?시인의내부에누적된?이중적인층이이시를잘구성하고있다.
시인은?‘나무’와‘불’,그리고‘절단’이라는모순적이고부조리한진술너머에서진실을드러내는역설을통해새벽의예후를알리고있다.또한무심히버려둔장소에서반짝이는기억한조각을찾아낸다.부재중인시간을추적하는과정에서깨달음을얻는다.?
시의소재는일상에산재해있고시쓰기는삶을묻는질문과도같다.시인은가장예리한질문을위해길들여진타성을분해하고사고를확장한다.시쓰기의첫걸음은대상을관찰하고생각을기록하며답을찾아가는것이다.우리가보고싶어하는것들은대부분보이는것들의뒤편에잠복해있다.맥락을알지못하면접근이쉽지않지만문득발견된모티프가새로운작품이되기도한다.이때시인이채굴한모티프는소통을위한재료인것이다.
고리가촘촘하지않으면평면적인이미지에서그치고말지만익숙한규정과틀에서벗어나입체적이고생동감넘치는낯선곳의탐색은사라진흔적을채집할수있다.이때개인의내밀한기억은대상과생각이일치하는지점에서시심의키워드로작동하기도한다.
이시3행에서7행“망각된비린내/절단된조각소리함몰되면/도마는어금니에생채기를내고/푸른살점들은화온火溫으로맥박이멈춘다/기어이도마는칼날을삼킬즈음아물지않은상처는/수없이다녀간냄새에색을입히고있다”의「도마가새벽을깨운다」는모든것을담아내는백미라할수있고목화처럼희고눈부신기억의중심에도마소리와하얀광목치마를두른어머니가있다.

물안개한아름꺾어시어詩語에심어두고합수머리강둑에섰다

시심詩心은
구애삼매경에취한개개비맑고푸르른소리
달팽이관에이식하고
온화한누이닮은꽃창포미소
행갈이를재촉할때,난깃털처럼가벼이
강가에타박타박낙관을찍는다
강섶,햇살에몸뒤척이던안개한움큼
강江에찍은데칼코마니약속인듯또하나의풍경이
초록빛을산란하고있다

물안개공원산책로를잠식한꽃향기아래로
산란기잉어뜨거운몸짓이
덜자란부들대뻐꾸기울음옮겨놓으면
고요한두물머리
물폭풍은기어이내심상心想을허물고만다

잎맥에취한물지기청둥오리아스라한부리에찍힌詩종자는
여기,공원한쪽에한뎃잠을청하고

원고지위시어詩語낱낱이물위를걷고그곳어딘가에나는없다
―「강,詩의몸위를걷다」전문

이시는이도화의첫시집표제작이다.모티브가된배경은시인이살고있는경기광주시남종면귀여리에있는물안개공원이다.남한강과북한강이합수되는곳을‘두물머리’또는‘합수머리’라한다.
이곳에는시의깊이가그윽한숲과강의질감이느껴지는그리운것들이모여있고,시의결에는온도가있다.또한시대가놓쳐버린것들의서정성짙은한편의시가오롯이보관되어있다.치장하지않은민낯의정경들이도란도란어깨를맞대고,낡은기억을불러내는것은보이는것너머에시인이추구하는시의근간과시인이지닌소박한색깔,섬세한감성의촉수를느낄수있다.작은떨림이‘행과연’을지탱하고공간전체를작은스토리가차지,물빛이고요히번지고있음을느낄수있다.원근을무시하고는붙잡을수없는사진속피사체같은‘자연’이완강한시간의품에숨겨진작품이다.
시간이흐를수록대상과의간격이벌어지고돌아갈수없는거리가생겨난다.쓸쓸함이주는여운으로공간적거리는심리적거리와도맞물린다.
독일의철학자가다머는“우리는과거를오로지현재로부터이해할수있고,반대로현재는오로지과거로부터파악될수있다”고하였다.과거는흘러간후이해되고현재는과거의영향을받는다는것이다.‘자연’은늘순차적으로흐르는과정이며끊임없이지속되는순환구조를이루고있고이는거부할수없는‘자연’의경외함이다.
강물이되려면햇빛의징검다리는잠재된슬픔을불러내지못한다.하늘에구름한점없으면몸은결코젖을수없다.허울을벗어버리고슬픔으로꿈틀대고싶은시인의심연에잠재된심미적감각은한줄기물길로처연하게흐른다.
시심과시어사이자연과시인의갈등구조를시인은동물적감각으로포획하여원고지위에올려놓는다.그러나시인은‘시심’과‘시어’의갈등,나아가‘자연’으로의회귀를극복하였다고는볼수없다.
자연에는은밀한비밀의뒤꼍이있고,들키고싶지않은상처가있다는사실을포착하지못한아쉬움이있다.

누군가전생애를끌고지나야했던길에는늘전언이있다

자식걸음위안삼아집을나서던엄마,
아버지의구부러진길엔그림자가선명하다

나또한어떤짐을지고길을만들어야
굽은길을피할수있을까

길의품엔유언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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