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있어 길도 있다 (김인태 시집)

숲이 있어 길도 있다 (김인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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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밀스런 숲을 지나 마주하는 시원의 대평원!
모두가 기다리는 세상을 펼쳐 보인다!
빽빽하게 우거진 정글 같은 숲이 눈앞을 떠억 가로막고 있다. 이게 첫 시집을 상재하는 김인태가 그려 보이는 세상의 암울한 현재 태일 터, 그곳을 헤쳐 나갈 방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이 숲은 완고하기만 하다. 하지만 시집의 제목이 암시하듯 숲이 있어서 비로소 길도 있는 법이다. 강이 있어서 다리가 생겨나는 이치인 것처럼 김인태의 시들은 질곡의 현상들을 먼저 읽어낸 다음, 돌연 숲 사이로 감춰져 있던 희미한 길 하나를 찾아내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김인태의 전략이고 그가 구사하는 어법이기도 하다.

시를 다 읽은 느낌이 꼭 그러하다. 위험하고 비밀스런 숲을 지나자마자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지는 시원의 대평원을 마주하는 그런…… 김인태가 기다리는 세상이 바로 그것이며, 나는 이 길의 존재를 틀림없이 믿는다. 이는 곧 김인태가 스스로 인정하듯 저 19세기 독일 시인이었던 횔더린의 시 그림자에서 벗어나 장차 열어 보일 시 세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이병천(소설가)
저자

김인태

군산제일고등학교를졸업하고,전북대행정대학원석사과정을수료하였다.지방행정고시(5급)에합격한이후,군산시청세무과장으로직장생활을시작하여외교통상부1등서기관과주뉴욕총영사관동포영사를역임하였으며,전북도청에서정책기획관과문화체육관광국장을거쳐현재정읍시청부시장으로근무하고있다.
평소철학관련책을즐겨읽었다.특히,플라톤에서부터현대철학에이르는서양철학2000년역사와치열한논쟁을전개하였던독일철학자하이데거를연구하면서알게된시인횔더린의영향을받아우리민족의역사와사상에뿌리를두고시를쓰기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4

1부―봄

팔십억개의세계―12
희망꽃―14
새싹의말―16
할미꽃―18
또하루―20
연기緣起―23
무거운봄내음―24
새싹기르기―26
봄바람―28
목동1―30
무지개―32
구름아구름아―34
5월―36
정읍천井邑川―38
사랑으로―40

2부―여름

가려진하늘을보며―44
개미자리―46
가위눌린잠―48
길고긴밤―49
소리탐구―50
마음을긷다―52
성장통―54
그리움전할자리―56
어떤잉어한마리―58
고통스런기도―60
해를우러르며―62
불가마속에서―64
님과함께―66
천둥소리―68
미스터리―70
심술가―72
영원의노래―74
단심가―76
홀로외로운님아―78
벌레―80
사부곡―82
메아리―84

3부―가을

황금빛꿈―86
숲길―88
구름에게전하는말―90
추수를기다리며―92
민들레홀씨―94
목동2―96
지중해―97
두보초당에서―98
축제의날―100
가을나무에게―102
담쟁이품속―104
퇴근길단상―106
빈의자―108
만추―110
그대여―112
우화를꿈꾸며―114
세월아세월아―116
오색감나무―118
청개구리―120
낮달과술한병―122
동행―124
단풍비엔꿈이흐른다―126
구절초눈물―128

4부―겨울

눈꽃―132
12월―133
윤회소고小考―134
첫눈첫눈송이―136
커다란숲작은별빛―138
비밀의문―140
만경강철교―142
희망의노래―144
레테의강―146
길―148
까마귀―150
추억돌―152
사이,사이로―154
주름―156
다시폭풍속으로―158
자경문自警文―160
살아있는것들에게―162

해설―164
한민족근원사상의뿌리로부터추구되는천지인합일에의꿈과실현에의지난한여정(김익두)

출판사 서평

민족근원사상의뿌리로부터추구되는천지인합일에의꿈과실현에의지난한여정

1

김인태시인은천성적으로참맑은영혼을지녔다.그의시를읽고있으면자기도모르는사이에시인의맑은영혼에빠져든다.우리도모르는사이에빠져들게하는순수한정화력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그의시가지향하는것은언제나맑게갠푸른‘하늘’이다.그하늘은그저물리적으로푸른하늘이아니라,우리민족의근원신화에깊이뿌리내리고자하는방향에서의‘신성한하늘’이다.이점이시인의시세계를이루는원형적동기이다.
다음시를보자.

구름한점까지지워버린
5월의하늘을바라보자

자세히보면
어머니얼굴이보이고
삼칠일참아낸곰이
천신을품에안고있구나

수억년신화를숨겨두고
간절히기도하는이에게
비밀의열쇠를은밀하게
내어주는청아한하늘

소중하게간직한꿈을
머나먼창공에던져보자

은폐되어있던길은
벼락처럼찾아오고

불안속에서도
님은폭풍같이
그얼굴을내밀것이니
―「5월」

전문1연에서시적자아는“구름한점없는5월의푸른하늘”을바라본다.그런데2연에서는하늘을자세히들여다보자하늘속에서어머니얼굴이보이고,그어머니는자신의친모일뿐만아니라“쑥마늘을먹으며어두운굴속에서삼칠일을참아내어마침내천신/하느님을몸안에품게된”우리민족의신모인‘웅녀熊女’임이드러난다!
시적자아가보고자하는하늘은우리민족신화의근원이자원형인‘단군신화’의하늘이며,그가추구하는‘하늘’은바로우리민족의원형적하늘임을알게한다.그의시는처음부터간단치가않다.
3연에이르면“그하늘에간절히기도하는이에게,수억년동안숨겨둔신화의비밀을푸는열쇠를내어준다”여기서시인이추구하는‘하늘’에의지난한여정의‘열쇠’를발견하게된다.시인은이처럼“민족의하늘에의간절한기도”를통해서그하늘이간직하고있는신화적비밀을풀어가는지난하고도기나긴탐구의여정에오른다.
4연에이르면그꿈을찾아머나먼‘하늘’에로의탐사여행을시작하여“소중하게간직한꿈을/머나먼창공에던져보자”고노래한다.이렇게시작된그의탐구여정은이제확신에찬심정이되어이렇게토로한다.“은폐되어있던길은/벼락처럼찾아오고/불안속에서도/님은폭풍같이/그얼굴을내밀것이니”라고.
그의시가꿈꾸고추구하는‘하늘’은우리민족궁극의‘하늘’이며,그러기에그하늘은우리민족이수천년동안살아오면서역사속에서실현하고자한참되고도간절한진실의하늘이다.그런‘하늘/진실/진리’에로의길은오랜동안지난한역사속에서‘은폐되어’있었고,그길은지난하고불안한고난속에서도마침내‘벼락처럼’혹은“폭풍같이그얼굴을내밀것”이라고확신하고있다.이처럼도저하고단호한신념으로충만된맑은영혼이라는점이우선그의시를보는우리의눈을놀라게한다.

2

이런‘하늘’을찾아떠나는그의시적탐구여정은먼저‘헤아릴수없이’‘다양한세계’의다양성탐구에서부터시작한다.
다음시는그런그의출발을알리는시다.

태초에둘이있었다

아담의세계
하와의세계

둘의세계서로연결되어
또다른세계가열리고
무수한시간속에서
헤아릴수없는세계들이
대지위에자리잡았다

신비로운세계들은
존재의빛을만방에퍼트려
조화로움속에서
하늘을숭배하며살았도다

왜하나의세계를만들려
그리애쓰는가
얼마나지루하고삭막한
세상인지정녕모르는가

다른것은다르게놔두자

하나의세계가아닌
팔십억개의세계가있다면
신성이임재한세상은
스스로열릴것이니
―「팔십억개의세계」전문

이시는‘태초에는둘뿐이었던’인간이팔십억명의인구로불어나,오늘날의세계가“팔십억개의다양한세계”로바뀌었다고노래하고있다.
이처럼시인이추구하는‘푸른하늘’,푸른진리의하늘은‘지루하고삭막한’기성논리나낡은이데올로기의‘하나의세계’가아닌,모든인류각자가하나의세계인“팔십억개의다양한세계”에“신성이임재”하도록하는신령스러운하늘이다.그리고그런하늘은“다른것은다르게놓아둠”으로써가능하며,“지루하고삭막한하나의세계”를강요하여서는결코도달할수없는‘다양성의세계’임을확신에찬단호한어조로노래하고있다.

3

그러면이시인의시적진실탐구의여정은어떻게다양하게추구되고있을까?구체적인실천방법은다음네가지로나타나고있다.첫째,역사의인식을통한실천,둘째,하늘을향한실천적상승의방법,셋째,사계절의순환에의지하는방법,넷째,숲/자연을통한방법등이그것이다.
첫번째방법은다음과같은정읍지역역사를노래한시에서분명하게표현되고있다.

아득한시간을품고
쉼없이흐르는
생명의물줄기

행상나간남편
기다리던여인의
눈물은샘이되어
물결을이루니
어찌그곳에
발을담그랴

최치원의학덕과
정극인의절의가
나누었던대화는

정읍현감이순신
녹두장군전봉준
기개속으로
큰내川를이루었네

여보게나잊지마소

그대또한
샘고을의물방울
묵직한걸음남겨보세
―「정읍천井邑川」전문

김인태의이시는그가그저한낱추상적인꿈을꾸는시인이아님을말해준다.역사라는큰물줄기를놓고,그속에서정읍이이루어온여러대표적인역사적인물과사건들을인식한다.백제유일의현전가요「정읍사」,남북국시대말기에우리민족의근원사상인풍류도風流道를정읍에전해준고운최치원,또그의풍류사상을이어받아「상춘곡賞春曲」이란우리나라최초의가사작품을지어몸소풍류를실천한조선초기불우헌정극인,그리고정읍선비들의충의정신을모아마침내임진왜란을물리친충무공이순신,구국의정신을우리나라최대의혁명으로불타오르게한동학혁명가전봉준등으로이어지는정읍사井邑史의위대한흐름을그는찬찬히깊이들여다보고있다.
또한시인은이런역사를그저들여다보는데서그치지않고“여보게나잊지마소//그대또한/샘고을의물방울/묵직한걸음남겨보세”라고다짐한다.
이런시적표현은시인이궁극적으로도달하고자하는‘하늘’에의꿈이결코추상이나상상의차원이아니라,분명한역사적인식과실천의지평에서나오고있음을보여준다.
다음은두번째방법곧‘하늘’을향한실천적상승의방법이구체화된시하나를보자.

정해진길로만걸었네
한눈팔지않고걸었네
목적지는없었지만
이길이갈길이라믿고
우직하게걸었네

어느비오는날
다른길을걸을수도있다고
누군가계속속삭여오네
갈길이아니라고외쳐도
그리갈거라그러네

정해진길은없다지만
속삭임은귓전을맴돌며
심연속의새싹에
쉬지않고물을주네
―「새싹기르기」일부

시인은‘하늘’을향한길을가기위해마음속깊은‘심연’에‘새싹’을심어놓고,‘쉬지않고물을주고있다.“정해진길은없지만/속삭임은귓전에맴돌며/심연속의새싹에/쉬지않고물을주네”라는표현에서잘나타나고있다.
그가마음속깊은곳에심어쉬지않고물을주는‘새싹’은그의부단한물주기노력으로,시골마을동구에서있는수백년묵은당산나무와같이신성한우주목宇宙木이되어,마침내그가도달하고자하는그‘하늘’에닿게될것임을우리는눈치채게된다!
세번째방법,곧사계절의순환에의지하는그의시의시적방법은이시집전체의배열방법에서쉽게파악할수있다.즉,이번시집의시편들은봄,여름,가을,겨울의사계절순환순서에따라정리되어있으며,이에따라<1부?―?봄>편에는「팔십억개의세계」를비롯한15편의시,<제2부?―?여름>편에는「가려진하늘을보며」등총22편의시,<제3부?―?가을>편에는「황금빛꿈」등총23편의시가실려있고,마지막<제4부?―?겨울>편에는「눈꽃」을비롯한총17편의시가놓여있다.
이런배치방법은그의시적탐구와표현의방향이불변하는자연순환의이치에토대를두고있음을알게한다.즉,그의시들은궁극의‘하늘’에도달하기위해마치사계절의순환속에서작은‘새싹’하나가수백년동안의거센비바람과한서의고통을이기고마침내그끝이아득한‘하늘’에닿듯이,이윽고그가추구하는지고의‘하늘’에닿게되리라!
마지막으로,그의시가추구하는숲곧자연을통한‘하늘’에의실천방법이어떻게시화되고있는가를보자.

한잎두잎
바람결에떨어지는
샛노란은행잎처럼

온몸에쌓여있던
세월의때도
조각조각흩어져
바람결에날아간다

풍요의어머니께서
다주신줄알았는데
세월만아니주셨구나

시간이흐른다는건
익어간다는의미이니
슬퍼하지말자

저높은곳
비밀의계단을
차근차근올라보면
멀지않은곳에서
구원의손길과
마주하리라
―「세월아세월아」전문

이시는‘은행나무’를노래하고있다.여기에서‘은행나무’는유한한세월/시간속에서해마다‘세월의때’를벗겨내듯이가을이되면수많은은행잎을바람결에흩날리고서있다.그러나그런유한한시간속에서의은행나무의삶은무의미한것이결코아니며,시인이마침내도달하고자하는하늘의‘구원의손길’과마주하게되는지난한성장의과정으로표현되어있다.“저높은곳/비밀의계단을/차근차근올라보면/멀지않은곳에서/구원의손길과마주하리라”라는마지막구절이그것을말해준다.

4

이제,김인태시의탁월한‘눈대목’몇편을보고우리의얘기를마치기로하자.

온천지우윳빛눈꽃들이
하늘끝에매달려
몸을부르르떤다

온갖것들이가까이하려하지만
단호하게저리가라호통치고,
한걸음한걸음다가갈수록
하얀꿈들은점점더멀어져간다

모든빛들을튕겨낸눈꽃들은
어둑한손길을뒤로하고
대지의품으로안긴다

희망은위험속에서꽃이피고
두려움이없는자들에겐
그얼굴을생생히보여준다
―「눈꽃」전문

순수의절정인‘눈꽃들’이하늘끝에매달려몸을부르르떤다.이시의시적자아는‘순수’의절정에다가가려애를쓰지만,순수의꽃들은‘하늘’이우리에게늘그런것처럼,가까이다가가려고하면할수록더욱더멀어져간다.그리고그눈꽃들은시적자아에게‘모든빛들’을보여주고는마침내대지의품에안긴다.
이대목에서천상의순수인‘눈꽃’이지상대지의품으로안기는모습을바라보는시적자아는마침내그순수의비밀을본다.즉,하늘의순수절정인‘눈꽃’은하늘로날아올라가는것이아니라,마침내대지의품에안기는것이다.시인은천상의순수절정이사실은지상을향하고있음을본다!
이‘비밀’곧천상적절대순수의표상인‘눈꽃들’이비순수의지상대지의품에안긴다는것은‘눈꽃’으로서는매우‘위험한’실행이다.왜냐하면,그것은자기자신의속성과반대되는더러운지상대지의품에자신이안기는것이되기때문이다.
시인은곧‘위험하고위대한비밀’을이대목에서보고있다.마침내시인은다음과같이노래한다.“희망은위험속에서꽃이피고/두려움이없는자들에겐/그얼굴을생생히보여준다”이시인의‘희망’은‘하늘’의순수에도달하는것이다.그런데그순수절정의표상인‘눈꽃’이그와는반대되는비순수의대지품에안기는모습을보며,시인은마침내그런‘위험’속에서만이자신의순수궁극에의추구가‘꽃핀다’는것을깨닫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