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스트링의 겨울 (이상실 소설집)

콜트스트링의 겨울 (이상실 소설집)

$13.00
Description
권력자의 폭력적 지배욕에 맞서는 민중의 정치학을 말하다!
일상의 윤리와 민중의 정치학
이상실 작가의『콜트스트링의 겨울』은 각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희망과 위안을 담았다.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따스함이다. 주동 인물들이 결국 생을 긍정하고 사랑에 이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수구와 진보가 대립하는 정치 상황, 해고노동자의 복직 투쟁, 납북 가족의 누명 등 우리 사회의 묵직하고 민감한 문제도 거침없이 그려냈다. 독재정권에서처럼 뚜렷한 적이 사라진 지금, 피아彼我를 구분하여 적을 설정하는 일이 무모하고 거칠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의 생존권을 도외시한 채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안위만 걱정한 정권을 지켜보았다.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친일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버젓이 공당으로 행세하는 현실도 목도했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채 당장 내일을 계획하지 못하고 남몰래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주변에 있다. 작가는 확고한 민중 의식과 의기義氣를 바탕으로 ‘복잡미묘’한 현실의 본질을 투명하게 묘파했다.
저자

이상실

1964년전남완도군생일도에서태어나그곳에서유년기를보냈다.이후부산충무동에서이십대중반기까지보냈다.서울에서도몇년거주하다인천에정착했다.
2005년계간《문학과의식》신인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소설집으로『월운리사람들』과장편소설『미행의그늘』이있다.
창작지원금은인천문화재단에서세번받았다.
한국작가회의회원이며,인천작가회의사무국장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버킷리스트1-팔문적○007
콜트스트링의겨울○041
폴아카데미의생활기록부○075
국상선생이떠나야할까○111
샬롯과레핀의여인○153
학교에온삼대○179
직무유기○215

해설|일상의윤리와민중의정치학|김유석○247
작가의말○260

출판사 서평

1.일상에서실천하는윤리

작가는일상에서겪을법한갈등상황에서어떤윤리적선택을할수있을지를작품곳곳에담았다.먼저「직무유기」를보자.현기는네형제중의막내로치매에걸린어머니를누가모시느냐를두고형제들과미묘한신경전끝에어머니를자신의집에데려가기로한다.그는고향진도를떠나부산의약국에서돈을벌며야간중학을다녔다.그시절어머니의사랑에목말랐지만기대했던사랑을받지못했다.치매시어머니를모실아내의성화도귀에쟁쟁하다.결국어머니를복지회관앞베이비박스에묶어놓은채유기한다.집에서뜬눈으로밤을지샌다음복지회관에가보지만어머니는사라지고없다.괴로워하던그는어머니를버렸다며경찰서에자수를한다.어머니는복지회관이층에서쉬고있었고,현기는어머니를집으로모셔온다.
자식이어머니를버리는행위는범죄이지만어머니를모실방도없고,부부가맞벌이를하며열악하게사는형편이라면,치매걸린어머니를방에가둬놓고출근하는등학대를하지않는이상흔쾌히모실수도없다.현기는어머니를버렸고,버린다음에야자신의행위가심각한패륜범죄임을깨닫는다.어머니를유기하는단계없이당연한태도로어머니를집에모시는일이더윤리적으로보일지모른다.그러나그것은성인의경지에가까운이가택할수있는행동이지범인凡人의행위는아니다.열악한처지에서어쩔수없이어머니를버리는선택을하나의현실로인정한후그것을극복하면서현기의윤리의식은구체적이고굳건한기반위에서게된다.

「샬롯과레핀의여인들」의경우길거리에서처음만난사람들이어떻게공감하며위로할수있는지를설득력있게그렸다.대리운전기사인정수는어느날이상한여자손님을받는다.술에취한여자는목적지를바꿔가며정수를혼란에빠트린다.“남편때문에안가고새끼들때문에안갈거예요.전화한통없는남편,말도더럽게안듣고약속도안지키는새끼들,내가사라져버리면끝나겠죠?그러니까아저씨,아저씨가고싶은데로나를태우고무작정떠나버리세요”라고말하는여자앞에서정수자신도아내와연락이안돼걱정이되기시작한다.여자손님이가정생활에서느낀불만을아내와아이들이자신에게품고있는것은아닌가하는자책감이들었기때문이다.
이렇게여자는‘대리’아내의역할을맡는다.또한정수는여자에게대리운전기사이자가족대신잠시나마‘대리’로위안을준다.여자는알프레드테니슨이쓴시에서영감을받아그린존윌리엄위터하우스의그림〈살롯의여인〉을언급한다.사랑을위해금기를어기고배를타고떠나는여인을그린이그림의여인처럼여자는사랑과애정을되찾고싶어한다.
여자앞에서정수가떠올리는것은집근처벽에그려진일리아레핀의〈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이다.
아내는정수와아이들이자신과한약속을어기거나자신을무시한다고느낄때면레핀의그림을말하곤했다.언젠가아내는벽화앞으로정수와아이들을대동하고레핀의그림을감상하라고했다.외출후집에돌아온여인이거실에우두커니서있는그림이었다.여인앞에는아이들셋이탁자에자리를잡고앉아서있는여인을멀거니바라보거나놀란표정을지어보였다.왜왔느냐는,뜻밖이라는,기다리지않았다는얼굴이었다.아내는서있는여인을가리키며,자신의처지가이렇다고말했다.아내는세아이들이마치우리집의세남자와다를바없다고말했다.한마디로말하면‘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는우리집을그린그림이라고했다(168쪽).

여자는그림속여인처럼배를타고먼곳으로떠날듯이차를물쪽으로몬다.차가난간에부딪친다.정수는여자를조수석에앉히고다시운전을해집근처<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가그려진벽화앞에서멈춘다.여자의고독과정수의고독이그림앞에서만나상호이해에도달한다.여자는정수의아내가돌아와부부가화해하는장면을보며희망의빛을본다.
즉작가가지향하는관계론은낯익은혈족이든처음만난타자이든서로이해하고사랑할수있다는믿음위에서있다.이러한긍정성은작가가결국도달하는민중연대의굳건한기반이된다.

2.폭력에맞서는연대

작가는여러작품에서국가의이념주의와자본의폭력적이윤추구에의해일어난폭력을밀도있게형상화했다.먼저「학교에간삼대」를보자.초등학교육학년인찬주는학교백일장에서할아버지가북한에납치되었다가간첩죄로감옥살이한이야기를쓴‘북에끌려간할아버지’로최우수상을받는다.이글이교지에실리기로했는데,출판된교지에는실리지않았다.아이들은찬주를‘빨갱이’라고놀린다.찬주가전학가겠다는말에놀라찬주의아버지와할아버지는찬주학교로찾아가글이교지에서빠진이유를따지다가납치된과정을전교생에게직접알리게된다.찬주할아버지가어업중북한에납치되어사상교육을받고북한당국이어부들을간첩으로포섭하려는과정이사실적으로그려진다.

요원들과함께아침을먹고아홉시가되자선원들은강당에다시모였다.마이크를든평화통일위원회요원이‘사상교육’시간이라며교육을시작하겠다고했다.요원은“남조선동무들은북방한계선을넘어서조업한죄로여기에모였다,위대한수령김일성동지의뜻을받들어벌은안주겠다,그대신우리북조선이얼마나좋은나라인지공장구경도시켜주고밥따뜻이먹이고잠을재우겠다,남조선의양키놈들은오늘도남조선청년들을잡아다가과녁삼아서총쏴서죽이고부녀자들을잡아서강간하고머리도빡빡깎고온몸에페인트칠을해서내쫓는다.그런줄아느냐”고교육했다.
이런교육이사흘동안이어졌다.나흘째되는날이었다.요원이또양키놈이어떻고부녀자들이또어떻다고썰을풀려는순간,강당복판에앉아있던심씨가말을가로막았다.

“야,이개새끼들아!너희들정치가좋으먼좋은것만선전을해.내가지금마흔이다돼가는디,내가태어나서이나이먹도록살았어.그란디생전듣지도보지도못하고,전혀상상할수없는거짓말로다가우리를꼬실라고그라요.입술에침이나바르고공갈을치시오!”(201쪽).

북한당국이일방적으로주입하는선전에반발하던찬주할아버지는귀환한뒤출처를모르는돈을받아썼다는이유로남한당국에의해간첩으로만들어진뒤십오년동안옥살이를했다.그런데다손자까지‘빨갱이’이라고놀림받기에이른다.
찬주가족은남북한의이념적군사적대립상황에서납치당하고억울한옥살이를하며남북한두곳에서국가폭력을당했다.찬주할아버지가납북사연을진솔하게토로하자학생들은찬주가족을따뜻하게구성원으로받아준다.국가가민중간반목을조장하였지만,이들간의친밀한소통으로상호이해와연대에이른것이다.
찬주할아버지는1968년꽃게잡이를하다가납치된것으로나오는데실제로1968년연평도인근에서조업중이던태영호어부들이납북된적이있다.그해에무장공비사건이터지는상황변화등으로귀환한어부들이간첩으로오인되어억울한옥살이를하는경우가빈번했다.이작품은이런역사사건들을배경으로하고있다.
「버킷리스트1-팔문적」역시세월호참사라는실제사건을배경으로삼았다.그간세월호참사를모티브로한소설이다수창작되었다.잠수사의관점에서구조현장을사실적으로바라본김탁환의『거짓말이다』이나아이를잃은부부가슬픔을겪는과정을그린김애란의「입동」등세월호는지난오년간추모와고발을담은서사적상상력을촉발하는소재였다.
이상실작가는개성적인상상력으로세월호소설목록에이작품을올렸다.준서는고교이학년이었던딸수하를세월호참사때잃고사년이지났는데도수하의연락을기다리며휴대폰을꺼내보곤한다.수하의방에꽂혀있던책들도그대로놔두었다.수하의문학책을보다가수하가필기한“청산에살어리랏다/바다에살어리랏다/청산과바다는이상세계,살고싶다”를발견하고혹시수하도배를타고바다와청산을향해떠났을까?라고상상한다.수하가세월호를타고변산반도를지날무렵재미있게읽은소설의내용처럼남으로가서섬의‘팔문적’을찾는것이자신의버킷리스트1이라고아버지에게문자를보낸다.소설에서“신의선물,풀잎과난초의섬”에팔문적이있다는언급만있을뿐실제로섬이있는지소설적허구인지알수는없다.
그러나준서는수하를만나러가듯이팔문적을찾으러초란도라는섬으로떠난다.섬에살고있는오영감으로부터소설내용처럼팔문적이존재한다는얘기를듣고온섬을찾아헤맨다.그러나팔문적의행방을알수없다.오영감이들려준팔문적은삼백여년전섬의입향시조인임씨가키운해오라기난초와관련되어있다.난초를항아리에넣고키우자임씨가족의병도다낫고유실수의열매도풍성하게열리는등행운이잇따랐다.동네사람들이그난초에관심이많아지자임씨는섬어딘가에숨겨버렸다.그이후로팔문적은전설로서만전해내려왔다.
팔문적을찾지못하고섬을떠나려는준서에게오영감은자신이갖고있던팔문적항아리를건네준다.그항아리는임씨가숨겼다던팔문적은아니지만이십년전오영감이만들어섬의마지막해오라기난초를넣은뒤묻어놓은항아리였다.

“안에든놈은난촌디,해오라기난초.초란도의마지막난초,마지막으로죽은난초를거둔거여.그랑께이놈은가짠디,나한테는진짜여.나하고우리마누라는이팔문적을묻어놓고희망을갖고살았제.욕심도안부리고,거짓깔안하고,쌈도안하고,달래고,위로하고,웃고,움시롱살았응께.이거이진짜제.인자우리는살만큼안살았소.한십년전부터이걸남한테선물로줄라고마땅한사람을이날입때까장찾았는디못찾다가…….”
노파는머리를끄덕였다.오영감이준서의손을덥석잡았다.
“인자제대로주인을찾은것같소.얼굴을봉께문씨는딴사람하고달러.진짜팔문적을찾어서가져야될사람같어.그랑께이놈이라도가져갈라요?”
준서는오영감의손을부여잡았다.눈물을글썽였다.
“받을자격도없는저에게…….”
준서는연신머리를숙였다.
“저는오영감님과여사님께뭘드려야할지…….”
오영감은너털웃음을터뜨렸다.
“허허허,우리는선물을이미받았네.마음도받고,눈물도받고,많이안받았능가?”
준서의눈이먼바다를향했다(38~39쪽)

현실에서수하는돌아올수없고,진본팔문적은어디에서도찾을수없을것이다.그러나준서와오영감부부는처음만난사이이지만서로슬픔과희망과위로를주고받으며,진짜보다더진짜같은팔문적을마음으로발견한다.자식을억울하게잃은슬픔이야부모로서는평생가슴에안고살아야할상처이지만,타인과마음을주고받는일이야말로이슬픔을조금이라도이겨나가는힘이될것이다.
국가의폭력과무책임으로민중은생존권을위협받으면서도따뜻한연대의식속에서희망을발견한다.민중은국가폭력뿐만아니라자본의폭력앞에도서있다.
「콜트스트링의겨울」은2007년악기제조회사인콜트악기부당해고에맞선복직투쟁(2019년4월복직합의)을배경으로한역작力作이다.십년째부당한공장폐쇄와해고에맞서복직투쟁을벌이고있는금속노조‘콜트스트링’의노동자들은우울증에걸리고,노숙자로지내다죽고,복직투쟁을하다가옥상에서투신자살한다.

지금내가콜트스트링의해고자로서말한다면,내역사는극복되지도않았고처참하게억압당한거야.영혼도없는역사로말이야.자유?노동의자유?웃기는소리하지말라고그래.자본주의체제에서자유는강한자의권리를옹호하는수단이돼버렸고우리는성과사회의노예로전락하고말았어.그것도일종의산업재해지.해고도실업도폭력도죽음도모두산재야.우리가자유로운적이있었나?우리사회는언제나우리들의희생으로걷고달리면서돌아가는거야.언제나우리는‘갑’질에놀아나는‘을’일뿐이거든.거봐,어떻게됐어.콜트스트링업주가몇십년간몇백억씩흑자보다가한이삼년적자났다고정리해고를감행한거야.법원에서도정리해고가부당하다며복직판결이났는데,결국필리핀으로공장을옮겨버리고갈산동에있는콜트스트링은문을닫아버렸잖아(56쪽).

이처럼말하는해고노동자윤지는동료들이어떻게병들고죽어갔는지지켜보았다.자신역시자신의신발에붙인이름‘달로바’를신고달로떠나는상상을하며자살의위험에처해있다.윤지는투쟁하며신었던신발‘콜트로바’를해고동료승우에게남겨두고사라지자승우가걱정하며그녀를수소문하며찾아다닌다.그녀는결국청와대로향하는길거리집회에나타나고승우로부터‘콜트로바’를건네받으며복직투쟁을함께한다.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