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讀,
-위대한작가와그들의작품속고뇌하는인간을읽어내다
저자는이책에서자신이우연한계기로만난고결한작가프리모레비,그리고선배에게서선물받은책으로본격적으로만나게된알퐁스도데,워낙유명했던탓에보르헤스를읽다가문득떠오른가브리엘마르케스,존경하고사랑하는작가박경리선생의토지를읽다가만나게된엔도슈사쿠,그리고난해한서양현대철학에대해느끼던답답함을해소해준알베르카뮈와그들의작품들을다룬다.
프리모레비의『주기율표』,『이것이인간인가』,알퐁스도데의주옥같은단편들,「풍차방앗간편지」,「코르니유영감의비밀」,「스갱씨네염소」,「아를의여인」,「노부부」,「아를라탕의보물」등과자전적이야기를담은『사포』,가브리엘마르케스의『백년동안의고독』,『이야기하기위해살다』,엔도슈사쿠의『침묵』,『6일간의여행』,『그림자』,알베르카뮈의『시지프의신화』,『이방인』,『페스트』,『작가수첩1』등이이책속에등장한다.
저자는이들작품을중심으로작품속고뇌하는인간들의삶과그작품속의배경이되거나계기가되는작가개인과작품속인간의삶을읽어나간다.그리고이를통해프리모레비의‘이상한미덕’을발견하고,알퐁스도데의아름다움을캐내는눈과마주치며,놀라운이야기꾼인마르케스를새롭게만나고,인간을이해하려고집요하게노력하는엔도슈사쿠를대면하며,부조리한세상에서의미를찾아고뇌하는알베르카뮈를만난다.그리고옛이야기를하듯,그소중한깨달음을독자들에게전한다.
-이런그의‘눈’은상대에게깊은관심을갖고이해하려하지만,결코상대를지배하거나설득하려하지않기때문에우리가거울을보면자기도모르게모습을비춰보는것처럼,그를만나는사람들이자기이야기를털어놓게만드는그‘이상한미덕’을발휘하게하는지도모른다.레비의한동료는이렇게말한다.“넌정말무슨얘기든털어놓게만드는사람이야.너말고는다른누구에게도해본적이없는얘기들말이야.”(46쪽)
-밀란쿤데라는소설의종말을말하는서구작가들을향하여이렇게말했다고한다.“책꽂이에마르케스의『백년동안의고독』을꽂아두고어떻게소설의죽음을말할수있단말인가.”맞는말이라고생각했다.퍽이나길고방대한이책은인물들의관계를마치가지많은수형도樹型圖처럼복잡한그림으로그려가며읽지않으면파악이힘들정도로복잡했다.게다가무엇보다도『구운몽九雲夢』을생각나게만드는오묘한플롯을지니고있어서더욱흥미로웠다.애초에존재한적이없는‘꿈’속의이야기를전하기위한플롯.(112쪽)
-어쨌든나로하여금그어깨에올라타고내견분이미치지못하는세상을볼수있게해준거인들,그들에게나이를먹을수록감사하는마음이더크게느껴진다.그리고그작가들가운데는사상가라고느껴질만큼깊은고뇌와높은정신적경지를보여준사람들이있다.바로위대한작가들이다.알베르카뮈(AlbertCamus.1913-1960),그는나에게그런존재로다가왔다.그는어떤견분으로세상을비추고있는가.(228쪽)
二讀,
-위대한작가와작품속고뇌하는인간을철학의눈과문학의시선으로읽어내다
저자는다섯명의작가와그들의작품속인간들을철학적으로사유한다.장자철학을위시하여불교철학,에픽테토스,스피노자,하이데거,한나아렌트,보르헤스,미셀푸코,비트겐슈타인,조셉캠벨,레비스트로스,마르셀모스,안토니오그람시등이제시하는개념과이야기를풀어가면서,작품속이야기와인물을다양한관점에서해석해낸다.
이책이눈길을끄는것은이런해석이단순히저자의지식만으로빚어진것이아니라절절한고뇌와이를극복하려는노력으로빚어진것이라는점이다.마음에서넘어져고뇌하며그긴고뇌의과정을거쳐다시일어나기위해애쓰는인간,즉저자자신과고뇌하는인간들의모습을추적하고있기에,더욱더깊은철학적울림을준다.
‘이상한미덕’의작가프리모레비를탐구할때는그의거울같이고결하게비추는눈은『장자』의왕태를통해서상호소통의연대를위해작용하는눈이자,장자가말하는至人의마음임을탐구하고,레비의그러한눈은세상의변화에대해최대한의수용력을가지게하는것임을짚어낸다.
알퐁스도데의작품속에서한심하기짝이없어보이는인물로등장하는그랭구아르씨가어떤존재적특성을가졌는가를밝힐때는장자와하이데거가등장한다.이들에의하며세상에던져진존재(thrownness)인인간은자신의품성과재능을선택해서태어난것이아니다.장자가말하는양생(자기존재의길을잘찾아가는것)의요체는작은쓸모에희생되지않고큰쓸모를이루는이른바무용지대용인데,그랭구아르씨를비롯한문인과시인의존재적특성을이에비추어설명한다.
『백년동안의고독』속의근친혼의상징을레비스트로스의연구에비추어탐구하고,등장인물들이보여주는고독과광기를미셀푸코의이론을근거로해석해내는저자의노력은그냥읽어서는이해하기어려운상징들에생기를불어넣고독자들을흥미진진한이야기세계로빠져들게한다.
저자가작품을이해하고삶의의미를탐색해나가는데에는비단철학적사유만이동원되는것이아니다.풍부한시적감성,이성이아닌감정에의한이해까지더해진다.작품과작품속인물을한층깊이있게이해하려는철학적탐구와더불어,그의미를정점을향해승화시키는시적인메타포가어우러지며읽는이의마음을사로잡는다.한마디로시와문학과철학이어우러져인간을총체적으로이해하는한바탕향연이다.예를들면꿈이아닌듯꿈같은이야기인『백년동안의고독』에대한탐구는원나라의시인마치원의야행선이라는시로마무리된다.
백년긴세월도나비의한꿈과같구나.
지난일을돌아보니(덧없어)탄식만이네.
오늘봄이오면내일아침꽃지니.
어서잔을기울이세.
저등불이꺼지기전에
또한조상기독교인과이국의신부와어머니를이해하고신에대한이해의지평을넓혀간작가엔도슈사쿠를탐구하는글에는영가현각선사의증도가가덧붙여져긴여운을남긴다.
불속에서피어난연꽃이라야火中生蓮
끝내무너지지않는다.終不壞
三讀,
-나는어떻게살아왔고살아가야하는가,저자자신의삶을읽어내다
저자는이다섯명의작가와작품들을읽으며자신의삶을돌아보고반성하는계기로삼는다.‘......세상을온몸으로겪었다고생각했던20대이후의삶에서도그경험을다시정리하고소화하는과정에또다시구원이되어준것은책들이었다.나를구원해준책을쓴작가들.지금의나에게영향을준것은바로그작가들의삶과정신이아닐까.’(10쪽)또한‘나오는작품속인물들은사실고뇌하는자들이다.마음에서넘어져마음을딛고일어나기위해노력한자들이고,일어나기위해애쓰는고뇌의과정에서영혼을맑힌자들’이라고하며이들을고뇌에편승하여스스로삶을정리하면서위로와깨달음을얻었다고말한다.
마르케스는자서전에서‘삶은한사람이살았던것그자체가아니라,현재그사람이기억하고있는것이며,그삶을어떻게이야기하느냐하는것’이라고말한다.그렇다면마르케스는있었던사건에대한‘사람들의생각과해석’까지도현실로아우르는것인가.이런생각을하며나의젊은시절을떠올렸다.......그렇게잠을못이루고마음을앓고있던나를보고,나의어머니는한마디로사태를간단하게정리해주셨다.‘그게너랑무슨상관이란말이냐?’정신이확깨는말이었다.맞는말이었다.사실그게나의일상생활과무슨상관인가.그럼에도왜이리도나는정신을차릴수없단말인가.나중에야알았다.이미그사태가나에게는현실이었음을.나에게해석된세계는그랬던것임을.하이데거는이를조르게sorge,care라고했고불교에서는반연攀緣이라고했다.내마음이‘관여關與’하는만큼나의세계가열린다는것인데,그렇게열린세계는‘나’의관심과이해와해석이이미반영되어있는것이다.그러니어쩌겠는가.우리모두는각자의방식으로해석한세계속에살면서각자의방식으로그세계와결합할수밖에없는것을.(122-123쪽)
뫼르소와시지프의상황을보면서나는또나의젊은시절을떠올릴수밖에없었다.내가겪었던부조리와낯설음에대하여.그리고그부조리에서어떻게빠져나오고낯설음을극복할수있었는지에대하여.....내가부정하면서버린세상이이제역으로나를부정하며버리고있는느낌이었다.낯선곳에던져진이상한상태.카뮈말대로‘이곳에도속하지않고저곳에도속하지않는’절연된상태를나는겪고있었다.나는자신만의진리에사로잡혀있었고,세상은나와무관하게돌아가고있었다.카뮈의표현을빌면‘이어져있던것의끊어짐.’또한번막막한혼란을경험해야했다.그러면서도내가확실하게느끼고있는것,부정할수없는것,버릴수없는것이있었다.(255-256쪽)
마지막으로저자는고백한다.어느길하나쉬운것은없다고.쉽지않으니우리는고뇌해야하고고뇌속에서자기만의길을찾을수있지않겠느냐고.그리고이책에나오는작가와작품속인물,그리고간간히나오는철학자들의이야기와나자신의이야기가독자들에게조금이나마위안을주었으면하는바람을밝힌다.
[책속으로추가]
180쪽
하여간엔도가어머니에게받은자극이나,내가‘피할수없는인연사’라고느끼는사건이나모두이존재의강물과연관된것인듯하다.깊게흐르는‘존재의강물’에이어져있기때문에,그‘자극’이잠시머물다사라지는것이아니라‘존재’의깊은곳까지미친것이아닐까.그렇지않았다면그저간헐천의물방울로스러져희미한기억속으로사라져버렸을사건들이오랫동안이후삶으로이어지고,때로는삶의‘화두’가되어평생을안고살아가게만드는것을보면말이다.그렇게존재의차원에서이어진사건과사람이,그리고그사람들의생각과감성이영혼에자극을주는사건이되는것은아닐까.혹자는그런사건에생산적인자극을받아자기삶을의미있게꾸려가기도하고,또혹자에게는그것이굴레가되어삶을옥죄기도하는것이아닐까.하지만,사건자체는그야말로‘중립적’인것.그것을‘행복한만남’이라고‘불행한굴레’라고이름짓는것은바로우리의‘마음’,장자의표현을빌면성심(成心)이아닐까.
276쪽
리유의입을통해전해진카뮈의생각을보면,그에게서어떤구도심(求道心)같은것이느껴진다.매우치열하게용맹정진하는어떤정신이.그는부조리의귀결은오직반항과자유와열정이라고말하는데,이세가지가바로지옥에서행복을만들어내는유일한길이라는것.그러나이행복은주어지는것이아니라스스로만들어나가는행복이다.시지프가돌산에서벗어나지않으면서도행복해진것처럼,행복은세상의부조리한실상에서탈출하면서얻어지는것이아니라스스로의마음을바꾸면서얻어지는것이다.마치‘구별되지만차별되지않는조화의질서세계’인장자의제물(齊物)의세계가별도의세계로따로존재하는것이아니라우리마음이허심(虛心)이될때그마음에현현하는세계인것처럼,법성을자각한깨달은마음에현현하는세계가화엄의법계인것처럼그렇게나타나는것이다.이런생각을하면서나는‘희망이란외래어(外來語)일까’라고의문한어느시인의시구절이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