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양장)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양장)

$15.00
Description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으로서 각자의 시대를 살아낸
딸 버지니아 울프와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에세이 최초 합본
놀랍고도 전례 없는 문학적 재회
20세기 천재적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대담하고 특이하면서 독창적인 에세이 《아픈 것에 관하여》(1930)와 작가의 어머니 줄리아 스티븐의 19세기 간병 지침서 《병실 노트》(1883)를 합본했다. 이 놀랍고도 전례 없는 문학적 재회로 우리는 아픈 사람과 간병하는 사람의 세계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아픈 것에 관하여》는 병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여유롭고 우아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1883년 출간된 후 오랜 세월 잊혀왔던 《병실 노트》는 세세한 간병 요령을 명확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평생 몸과 마음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문학을 지켜낸 버지니아와 ‘모든 여성은 간호사’라는 나이팅게일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헌신한 줄리아. 정작 버지니아는 줄리아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의 간병을 받지 못했지만,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닮은 모녀의 글을 읽노라면 두 사람은 아픈 자의 일상과 존엄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로 서로 영원한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다.

저자

버지니아울프,줄리아스티븐

본명은애들린버지니아스티븐으로1882년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20세기를대표하는모더니즘작가버지니아울프는평생정신질환을앓으면서도다양한소설기법을실험하여현대문학에이바지하는한편평화주의자,페미니즘비평가로이름을알렸다.

빅토리아시대소위최고의지성들이모인환경에서자랐고,주로아버지에게교육을받았다.비평가이자사상가였던아버지레슬리스티븐의서재에서책을읽으며...

목차

옮기고나서|공경희
편집자의말|잰프리먼

1부아픈것에관하여|버지니아울프
《아픈것에관하여》를소개하며|헤르미온리

2부병실노트|줄리아스티븐
《병실노트》를소개하며|마크핫세

맺는말|리타샤론

출판사 서평

“아프면말들이신비스러운힘을갖는가보다.”
:‘아픈사람’버지니아울프의『아픈것에관하여』

『아픈것에관하여』의집필은버지니아울프가1925년8월19일한파티에서기절하면서시작됐다.그전까지순탄한나날이이어지고있었다.몇편의작품을출간하고,다음소설의아이디어를구상하고,비타색빌웨스트와의매혹적인관계에도접어든상태였다.이때쓰러진이후로수개월의병치레가이어졌다.회복할무렵에는다시풍진에걸렸고,지긋지긋한두통,두통으로혼수상태,의사의집필금지,구토증등으로아픈시간이계속됐다.

이런갖가지증상에시달리던작가의이짧은에세이는그럼에도전혀우울하거나어둡지않다.‘누워서’하루를보내는작가의사유는멀쩡히‘서서’다니는사람들보다놀랍게도훨씬더자유롭고여유로워독자의시선을오래도록붙잡는다.이에세이는글쓰기,독서,셰익스피어,하늘,바다,구름,새,꽃등의소재들을즉흥적으로넘나들며제목이상의주제를다룬다.

‘누워서’산다는것은어떤걸까?아파서누워있는시간이많아지면한창일하느라바쁜‘근로자부대’로부터뒤처진낙오자신세가되기일쑤다.하지만작가는이로인해자연과세상이속삭이는이야기에귀기울이게되어보통사람들은하지못하는일들을할시간이생긴다고썼다.‘누워서’보는변모하는구름,흔들리는커튼처럼작가의글도변화무쌍하다.여기에는질병뿐아니라언어,종교,고독,독서,연애,문학논쟁,작업중인위대한소설도숨어있다.작가는마치질병을통해다른우주전체를창조하는듯하다.

“간병인에게누구를보살피는지는중요하지않아야한다.”
:‘간병하는사람’줄리아스티븐의『병실노트』

버지니아울프의어머니줄리아스티븐의1883년에세이『병실노트』를국내에처음으로번역해소개한다.줄리아스티븐은인생초년부터환자곁을지키는생활을했다.언니들이결혼하고열여섯살인그녀가어머니의간병인이자치료법을찾아다니는여정의동행자가되었다.줄리아의남편이자버지니아울프의아버지인레슬리스티븐의말에따르면집안식구들또한여기저기서줄리아를찾는통에결혼식조차미뤄야했다.

그녀가『병실노트』를쓰게된건숙명처럼당연한일인지도모른다.이에세이에는19세기가정에서아픈사람을돌보는요령이세세하게적혀있는데그야말로구체적이고실용적이고명확한서술로가득하다.병자가불편하지않도록침구를정리하는법,목욕시옷을벗기는순서,음식을조리하는법,옷입히는법,심지어환자가사망한후간병인이처신하는법까지간병인으로서갖추면좋을환자에대한태도와배려,관심,시선이잘담겨있다.불빛한가닥,작은소음과외풍,침대속부스러기같은아주사소한것들이환자를어떻게괴롭히는지,이에대해간병인이어떻게대처해야하는지를꼼꼼히적었다.

그중인상적인부분은환자를케이스(case)로보는관점이다.줄리아스티븐은환자개인이아닌‘케이스’를사랑하는것이진정한간호본능인것같다고강조한다.간병인에게누구를보살피는지는중요하지않으며,모든간병인은모든타인,인정없는친구,가장가깝고사랑하는사람할것없이똑같이상냥하게보살펴야한다는것이다.빅토리아시대의이상적인성실함을그대로실천한19세기여성의삶과정신이고스란히느껴진다.

영문학자,편집자,의사의각양각색해설로
한층깊어지는오래된텍스트로의여행

옥스퍼드영문학과명예교수헤르미온리가『아픈것에관하여』에대해,「울프연구연감」의창립편집자마크핫세가『병실노트』에대해쓴해설을각글에덧붙였다.헤르미온리는버지니아울프의삶과작품을독창적이고광범위하게전하며,이짧은에세이의문학성,작가의숨은의도,출간을둘러싼비하인드스토리등을생생히전달한다.

“『아픈것에관하여』는울프의영웅적인인내심과용기를드러낸다.자기연민에빠지지않고,육체와정신의고통을모아서새로운종류의글로전달한다.”_헤르미온리(옥스퍼드대학교영문학과명예교수)

마크핫세는우리에게잘알려지지않은줄리아스티븐의삶을소개한다.또줄리아스티븐의삶과글의맥락에서버지니아울프와그녀의글들,『아픈것에관하여』를함께조명한다.핫세는줄리아의글에서버지니아의글쓰기특징인위트와관찰력이엿보인다고말한다.19세기후반의여성줄리아가침대속부스러기의출처를설명하지못하는지식인들을가볍게조롱하는부분에서는딸버지니아의페미니스트코미디가엿보인다고도설명한다.

“『병실노트』는오늘날의간병인들을위한지침서이자,20세기가장위대한소설가중한명의전기에매혹적인문건이다.”_마크핫세(「울프연구연감」의창립편집자)

이책의말미에는내과의이자문학비평가인리타샤론의맺는말을실었다.샤론은두에세이의요지를구체화하고,의사로서또문학비평가로서두글을흥미롭게비교한다.그러면서『병실노트』를읽고『아픈것에관하여』를읽으니자신이환자를진료하면서이루려고애썼던내적균형을다시얻게된다고말한다.

“언젠가자신과사랑하는이들이아플날이올것을아는사람이라면주치의,간병인,치료사가이두글을같이읽기를바랄것이다.”_리타샤론(내과의,문학비평가)

영문학자,편집자,의사가쓴세편의해설은안타깝게도짧은시간만을함께한모녀의이야기를애틋하게연결혹은교차시킨다.버지니아울프는열세살에어머니를잃고최초로정신이상상태를보였다고한다.평생토록아팠던이천재적작가는누구보다성실하고진실한간병인이던어머니의간병은받지못했다.이책이특별한이유는두사람이같은생에서미처나누지못한대화를이토록매력적인두텍스트를통해다시금이어주었기때문일것이다.

두편의에세이는독자에게도모녀를훌륭하게연결해주며특별한독서의시간을선사한다.예를들면줄리아스티븐은아파서모든것에예민한병자에게되도록‘진실’을털어놓는쪽을선호한다.그래야병자가재앙을상상하며더큰괴로움을겪지않게도울수있기때문이다.하지만그런그녀도상황이요구하면간병인에게‘자유롭게거짓말’하라고조언한다.이대목에서버지니아울프의일화가겹친다.버지니아도거짓말전략을구사하는재능을보여준적이있었다.1906년남자형제인토비가죽었을때,죽은토비와똑같이장티푸스를앓는친구에게버지니아는‘큰변화는없다’고,토비가‘나아지고있다’고,간병인들이양고기를못먹게한다고불평하고있다고소식을전했다.1906년이미시작했을것으로짐작되는첫소설『댈러웨이부인』에는『병실노트』에설명된간단하고현실적인간호장면이등장하기도한다.

책속에서

침실에서열이나우울의공격에맞서육체가이육체를노예로삼은정신과벌이는대규모전쟁들은무시된다.그이유를찾으려고하지도않는다.이런것들을정면으로응시하려면사자조련사의용기가,탄탄한철학이,대지의중심에뿌리내린이성이필요할것이다.
-「아픈것에관하여」중에서

질병에아이같은솔직함이있다고고백해보자(병은대단히고백적이니).이런저런말을하고,건강할때는체면때문에신중하게감추던진실을툭내뱉는다.
-「아픈것에관하여」중에서

항상동정을받으면,항상동반자가있으면,항상이해받으면견디기힘들것이다.
-「아픈것에관하여」중에서

아프면이런가식은중단된다.당장침대를요구하거나,의자에서쿠션들사이에깊이파묻혀앉아발을바닥에서들어올린다.우리는직립부대원노릇을그만두고탈영병이된다.
-「아픈것에관하여」중에서

유독매력적이거나흥미로운이력의소유자들만친절히간호받는다면힘들어질것이다.교육을받았든받지않았든모든간병인은환자를‘케이스’로보고모든타인,인정없는친구,가장가깝고사랑하는사람할것없이똑같이상냥하게보살펴야한다.
-「병실노트」중에서

힘든일이생기고그걸병자가모르는게중요하다면,간병인들은최선을다해양심의가책을느끼지말아야한다.질문을받으면‘자유롭게거짓말을해야’한다.
-「병실노트」중에서

목욕과물기를닦는과정은조용히진행되어야한다.씻기는이들의쓸데없는말이병자에게상처가된다.“됐어요”,“아,여기있네요”,“잠깐기다려요”라는말은거슬리고목욕이주는상쾌함을빼앗는다.
-「병실노트」중에서

고통받는이를지켜보고함께고생한사람들은죽음이왔다는사실을알면처음에는안도한다.하지만망자를단장하는끔찍하고비현실적인수의때문에평화로운분위기가깨진다.머리주변에장식구멍이난흰리넨띠대신보드라운비단손수건을놔둔다면,살아있는동안에입던따뜻한색의가운을수의로입힌다면,마지막시간이고통스러운인상을남기지않으련만.
-「병실노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