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아웃

줌 아웃

$15.62
SKU: 9791196303594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일상 속 희미하게 떠오르는 몽상을
언어로 선명하게 그려낸 이야기 65편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에 처음으로 도착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거리와 골목을 배회하고,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과 내가 말할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한다. 내가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고, 내가 느껴보지 못한 빛과 향을 느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것들이 내게는 희미한 몽상이다." ('아바나'에서)

〈줌 아웃〉은 현직 변호사인 작가가 지난 5년여 동안 틈틈이 써온 초단편 소설 65편을 묶어낸 책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소재를 어느 때는 순식간에, 또 어느 때는 시간을 두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체화하며 곁에 붙잡아 두었다. 이러한 작업은 작품 속 다양한 화자들의 목소리에서 드러나며 작가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구성되는지 짐작하게 한다.

예순 다섯 개 이야기 속 예순 다섯 명 화자는 우리가 매일같이 오가는 길 위에서 축적된 시간을 들추어내기도, 폐허가 된 공간에서 갖가지 배경을 상상해내기도 한다. 이는 만들어낸 허구적 시공간이 아니라 도시 속을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이 늘 경험하는 시공간이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저 이곳에 와서 남아돌고 느려진 시간 탓에 내 상상과 생각이 바다 물결을 타고 이리저리 넘실댈 뿐이었다. 나는 어느 어스름 한 저녁 시간에 손전등을 들고 그 집으로 들어갔다. 깨진 유리 조각, 찢어진 벽지, 돌과 흙, 쥐, 벽과 바닥 틈으로 자라난 풀, 거미줄, 그리고 구석에는 유리에 금이 가고 깨진 액자 속 빛바랜 가족사진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바다'에서)
저자

이준성

서울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1991년부터몇군데로펌을옮겨다녔다.현재는법무법인에이펙스소속현직변호사다.하나씩글이쌓여이책이되었다.

목차

1부챔피언
소백산,코끼리,챔피언,크리스틴,돈,길,정숙,마을버스,메리크리스마스,실종,피,춤
사진,강남역에서신논현역까지,아바나,목포,설악산

2부사랑의꿈
월출산,일곱개의머리,도서관,사랑의꿈,흘림,문어,키스더레인,얼굴,집
돌아가는삼각지,번개,꽃,기억,나무,산세비에리아

3부하얼빈의푸른별
한라산,책,날개,흙,하얼빈의푸른별,시,물,페스트,문,총,바이러스,거울
슬리핑뷰티,바다,호수,무등산

4부어벤져스마이너
가야산,칼,빛,급똥선생,적그리스도,빵,땅,엄마,차,눈,섬,무섭긴,
어벤져스마이너,새우볶음밥,졸개,소나기,덕유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갖가지페르소나가마련해주는숨기좋은방
그안에서되살아난'변신이야기'

“그는뒷모습만있는남자였다.모자와선글라스와목도리와옷을벗고서면,그의앞과옆에서는사람형체의윤곽선안에물이고여찰랑거리고있는것같은모습이보일뿐이었다.강이나바다의수면같은표면에는수시로여러색깔의빛이아른거렸다.그의신분증에는얼굴모양의형체안에물이고인것같은그모습을그대로찍은사진이붙어있었다.동사무소담당직원은세상에둘도없는유일한얼굴이므로누구나알아볼수있겠다고하면서신분증을만들어줬다고했다.그런훌륭한공무원이있다니.”('얼굴'에서)

뒷모습만있는사람,머리가일곱개인사람,문어와인간의형체또는자동차와인간의형체를모두지닌'사람',A.I와의식을공유하는사람등작품에등장하는주인공은많은경우'보통사람'의모습을하고있지않다.흙이나나무등인간이아닌생물의모습을띠기도한다.하지만이들은현실과동떨어져있지않다.또한이들은현실에이물감을느끼면서도불화하지는않으려고하며,그안에서자신이안주할수있는세계를구축하고자한다.

주인공들은신비한,때로는기이한변신을경험하며세계안에서더욱확고하게안전한자리를찾고자한다.이는우연이아니라각자의의지가무의식속에서자라발현된힘으로,독자는자신의욕망을투영하며자신만의변신이야기를상상해볼수도있다.
각각의이야기는기이하고기묘한방식으로독자에게쉴곳을마련해주며,한편으로는물러나서이야기전체를관망하게하기도한다.소설집의제목인'줌아웃'은여러페르소나로분하며자신의상상을한발짝바라보고자하는작가의태도를반영함과동시에독자가책을읽으며취할수있는태도를제안하는것이기도하다.

"남자와고양이들의뒤쪽에그녀가이젤과캔버스앞에팔레트와붓을들고서있다.남자도,고양이들도,고래도,그녀를보지못했다.먼별에서온죽은그는말할것도없다.그녀는바다를그리고있다.그리고그안에는남자도,고양이들도,죽은그도,고래도있다.그림은거의완성되었다.그녀는원근법도무시하고물을차고오른거대한흰고래의두눈동자를그려넣는다.그순간모든것이얼어붙고멈춘다.줌아웃."('바다'에서)

재기발랄하게,신랄하게,애처롭게
기발한상상속에서펼쳐지는삶의아이러니

초단편소설의묘미는아주짧은이야기안에촌철살인의미학이담겨있다는것이다.〈줌아웃〉에실린작품들은황당무계하면서도재기발랄하고,신랄하면서도메마르지않아서읽는이의시선과생각을붙잡는다.백록담에넘치도록담긴해물국수는최고의국수를만들어내고자하는부부의레퍼런스가되고,세상을멸망시킬소명을타고난적그리스도는그소명이결국은세계평화를지키는것임을깨닫는다.

"아내는산에갔다가돌아오지않은남편을기다리고있었다.걱정이되거나보고싶어서라기보다는밀린설거지를시켜야하기때문이었다.그런데,온섬이흔들리는듯싶더니,맙소사,급기야한라산이터졌다.그녀는입을벌리고산꼭대기에서폭발해뿜어져나오는무서운국숫발을보았다.온섬에국수비가내렸다.그야말로듣지도보지도못한일이었다.도시와오름과들판이국수에뒤덮였고,새들은국수를입에물고날아다녔다.그녀는세상이이렇게망하는건가생각하고있는데,국수비를뚫고,아니그대로맞으며,그가느긋하게걸어왔다.온통국수로뒤덮이고소매와바짓가랑이에서국수가하염없이미끄러져나오는모습이었다.문을열고맞는아내에게그는스테인리스그릇에담은국수를조심스레건네주며말했다.바로이거야.우리가찾던것이."('한라산'에서)

그런가하면,젊은이의손을빌려자신의생을마감할수밖에없는노인들(길)과부양해야하는남편이죽기를바라는부인의양가적인애정(마을버스)은삶의아이러니를씁쓸하게보여주며살아감의본질을되묻는다.

사랑으로,우정으로맺는
서로다른'나'들의연대기

개성강한작품들이'줌아웃'이라는제목아래모여책한권으로묶였다."좀처럼만나기힘든우리들이이렇게한자리에모이다니,이를가능케한인간들의‘레시피’는얼마나오묘한가?"('새우볶음밥'에서)하고외치는볶음밥속돼지고기의말처럼한사람의머릿속에서피어나올수있는이야기의스펙트럼은오묘하고무궁무진하다.그리고이러한이야기들은각기다른'나'들의연대속에서사랑으로,우정으로연결된다.

"그녀는거기서멈추지않고집안에있는크고작은모든거울,그리고창문에그림을그렸다.그녀의얼굴,엄마의얼굴,일찍죽어기억도나지않는아빠의얼굴,성당의신부님과수녀님얼굴,산,새,구름,나무,꽃,고양이,강,물고기,별.강한햇빛이창을통해들어올때면그녀가창에그린맑고투명한톤의그림들이빛을타고바닥에내려와물결처럼일렁였다."('빛'에서)

이렇게이야기들은쉴새없이이어지지만다행히도독자는책장사이사이에서한숨고를수있다.그리고아마도다음과같이되뇔것이다."아직생각할시간은있다."('총'에서)이제책속이야기들은독자의머릿속에서새롭게자라나각자의이야기로뻗어나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