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 바위 (원재길 시집)

들소 바위 (원재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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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원재길은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이다. 각 분야에서 절정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어 호평을 받는 종합 문학예술 작가이다. 지금껏 소설 15권, 시집 2권을 냈고, 그림 개인전을 여섯 번 열었다.
그가 이번에는 시집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원고지 120매에 이르는 시집 해설(정과리)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듯이, 『들소 바위』는 개성과 창의력이 넘치는 표현으로 ‘인문주의’와 ‘자연주의’를 융합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이는 자연을 객체이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 오랜 이분법적 자연관(自然觀)뿐 아니라, 자연에 몸을 맡겨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동양의 안빈낙도 자연관마저 뛰어넘은 세계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인간처럼 사유하고, 인간이 자연처럼 사유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에게 자유롭게 삼투하는 이 세계의 패스워드는 ‘생명’이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끝없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길은 무엇일까.”

인간만 살고 자연은 죽거나, 자연만 살고 인간은 죽는 길은 없다. 둘은 서로 연결된 유기체이며,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죽는다.
시인이 60편의 시 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며 쓰는 표현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하다. 시를 그저 무겁고 까다로운 문장의 집합으로 여기는 독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 그런 문장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다음 시는 시인이 자연에서 얻은 지혜를 시 쓰기에 활용하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동시에 이 시집을 읽는 일은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어떤 이는 쉬운 이치를
끙끙대며 풀고
어떤 이는 어려운 이치를
술술 푼다.

구름은 쉽게 쉽게
하늘을 건너가고
강물은 슬렁슬렁
바다로 흘러간다.
- 「슬렁슬렁」 부분
저자

원재길

원재길은1959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사학과를나왔고,같은대학원국문과석사과정을마쳤다.1986년시동인지「세상읽기」,문예지「한국문학」「문예중앙」에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시집『지금눈물을묻고있는자들』(문학과비평,1988),『나는걷는다물먹은대지위를』(민음사,2004)을냈다.『들소바위』는열아홉해만에내는세번째시집이다.장편소설『겉옷과속옷』(문이당,1993)을발표하며소설가로도활동하여『장선생,1983년9월원주역』(단강,2020)에이르기까지열다섯권의소설을냈다.2023년8월현재개인전을다섯차례연화가이기도하다.2001년고향서울을떠나강원도원주산마을로이주하여,글쓰고그림그리고농사를지으며살고있다.

목차

1부여행
그늘/붕새/물고기귀/구름모자/다락방/흑판/무쇠턱/그바람/말이없다/사인암에서/겨울산행/길을잃다/두물머리/들소바위/귀여운것들/흥원창

2부일상
봄비/초대장/어떤생/아침식탁/어느날저녁에/돌멩이/참나무/수국/벤치/벌레들/벽화/철들어가다/홍수와가뭄에관한메모/배부른색/미용사들/터지다/꽃,나무들1/꽃,나무들2

3부환상
집짓기/봄날의환(幻)/삼월의소리/하늘을나는물고기들/구멍/하얀말/태양풍/구름공장/우화1ㆍ작은꽃/우화2ㆍ새장/하얀사람/뒷걸음치다/보랏빛나팔

4부사람들
슬렁슬렁/국밥/빵과석유/빛과그림자/외출/고루아름답다/생선조리기/글밭/너,그리고나/침/싱겁게주고받다/저강물처럼/릴레이

해설ㆍ정과리(문학평론가)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원재길은시인이자소설가이다.나는무심코‘이었다’라고쓰다가깜짝놀라고쳐쓴다.분명그는2000년대초엽까지왕성히글을발표하였다.그리고얼마후그가아내인시인이상희와함께원주로살러간다는얘길전해들었지만,그게‘자연인’이되려는결심인줄은몰랐다.그후로그의창작소식은들려오지않았다.나는신기한일이라고생각했다.기형도가1989년세상을떠난이래,그의친구들도띄엄띄엄현실의무대에서철수하고있었다.
하지만나의짐작은완전히빗나갔다.그가자연인이된건맞았지만,‘승윤씨’와‘윤택씨’가찾아가는실제자연인이아니라영혼의자연인이었고,자연인의영혼은그가쉬지않고써온시에싹트고꽃피고있었다.
(...)
원재길의자연주의도인간주의의한변형인것은맞으나,그에는인간사이의분할이없다.즉‘휴머니즘’의본뜻에가깝다는얘기다.이제시인이‘전지적관조’의시점을취한것이보편적휴머니즘에근거하기때문임을알수가있다.그리고동양의자연주의가향락적인간주의의변형이라면,원재길의자연주의는반성적이다.게다가그반성속에는자연이개입될이유가분명히들어있다.시의‘전지적관조’는시인을포함한인간자신에게로선회한다.즉‘전방위적내성(內省)’의시선이되는것이다.
(...)
이시집에서독자가주의깊게느껴야할시적감흥은두단계에걸쳐진다.첫번째단계는자연과인간의연동성에관한깨달음을제공하는시편혹은시구들의음미이다.이에대해선지금까지비교적상세하게풀이하였다.그기본노선을사람→자연→사람이라고하였고,그것을개념화해‘자연으로부터의인간주의’라고하였다.
두번째단계에서독자는원재길의이념을감각적으로느끼게하는물활(物活)적움직임을눈여겨보는것이다.즉그이념이‘자연’에대한근심에서출발할것인데,그렇다면시인은자연을어떻게살려낼것인가?
(...)
나는시인이제안한‘자연으로부터의인간주의’를마음속에서곰곰이굴려보고자한다.내게이독서는나의일상에난입한썩낯설고도상쾌한,그때문에아직도내살갗위에서서걱거리는,기특한체험이었으니!-「시집해설」,정과리(문학평론가,연세대국문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