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6.00
Description
한 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나를 향해 다가온다. 서로 지나쳐가는 찰나에 얼핏 본 얼굴이 불그스름하다. 내 옆의 누군가는 섬짓 놀란 듯 걸음을 재촉한다. 더는 그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 또한 바쁘게 자리를 옮긴다. 어떻게 그를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화상경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권유이다. 그들의 흉터가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생긴 것임을, 그들에게는 사고 이전의 자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일곱 사람이 사고 당시의 기억, 치료 과정, 그리고 그 뒤의 일상을 돌아본 인터뷰집이다. 세월호참사 등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재난을 기록해온 작가 다섯 명이 근 10개월간 병원과 집, 거리에서 그들을 만났다.
저자

송효정

사회적약자의죽음을무력하게바라보는것이슬퍼하며,기록하며자취를남기고싶어한다.<그래엄마야>를기획했다.

목차

추천의말 이지선

그때보이는것은전과같지않으리라
전나영의어머니송순희씨이야기 박희정

나는그때다시태어났어요
정인숙씨이야기 홍은전

이것만은빛나는희망
송영훈씨이야기 송효정

세상일은나의일
김은채씨이야기 홍세미

다만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더라도
엄문희씨이야기 송효정

당신,괜찮아
정범식씨이야기 박희정

아주작은사랑이어도좋다
최려나씨이야기 유해정

작가의말 홍은전

출판사 서평

무엇이인간을인간이게끔하는가
그질문에대한고통과희망의답신


한아이가휠체어에앉아나를향해다가온다.서로지나쳐가는찰나에얼핏본얼굴이불그스름하다.내옆의누군가는섬?놀란듯걸음을재촉한다.더는그아이를바라보지못하고나또한바쁘게자리를옮긴다.어떻게그를바라보아야할지모르겠다…
이책의제목은우리가화상경험자들을바라보는방식에대한하나의권유이다.그들의흉터가불의의사고로다쳐서생긴것임을,그들에게는사고이전의자아가고스란히남아있음을알아주었으면하는바람이담긴것이다.
『나를보라,있는그대로:화상경험자는무엇으로사는가』는중증화상사고를겪은일곱사람이사고당시의기억,치료과정,그리고그뒤의일상을돌아본인터뷰집이다.세월호참사등우리의정치적·사회적재난을기록해온작가다섯명이근10개월간병원과집,거리에서그들을만났다.그들은짧게는수십일간길게는일년이넘도록삶과죽음을넘나들며,그내용은제각각이지만본질적으로는같은꿈을꾸었다.그들이깨어났을때그들앞에놓인건이전의자기모습으로돌아갈수없다는엄연한현실이었다.


한인간의상처를,우리는어떻게바라봐야하는가

“화염화상95%,안면화상,자살시도,왼팔절단,아들사망.”이책의작가들이화상경험자들을인터뷰하기전에전달받은각자신상정보의일부다.보통의일상을살아가는이들은쉽게가늠할수없는고통이이한줄에서극명히드러난다.

“매년사고난날짜가되면제가좀심하게아파요.일어나지도못할정도로.처음에는인식을못했어요.사고나고2년정도지나고3년째인가,아,아프네,하면서달력을보니까그날짜인거예요.아…내가해마다이날짜가되면아프네,그걸느낀거죠.제가그때다친건아닌데도,그게몸으로느껴지더라고요.”(전나영의어머니송순희,15면)

지금은중학생이된전나영씨가화상을겪은건5년전의일이다.그가여덟살때,방안의촛불이쓰러지면서화재가발생했다.얇은레이스원피스에불이붙어온몸으로번졌다.아파트복도에서불에탄아이의모습을마주한엄마송순희씨는그자리에서주저앉아버렸다.그뒤5년간의치료와재활을거쳤지만,지금도매년그사고일이다가오면엄마는이처럼극심한트라우마에시달린다.

“물로씻어내는치료가있어요.샤워기로물을뿌리는데그치료선생님들이그렇게미울수가없었어요.저승사자라고불렀어요.정육점앞치마같은복장을차려입고장화를신고와요.그분들이오면‘아,이제부터시작이구나’싶죠.침대째로치료실앞에누워서대기하는데,앞사람이길어져서오래기다리게되면그게그렇게힘들고무서웠어요.”(정인숙,65면)

화상경험자들의인터뷰에서공통적인것은그들이받은치료가대단히고통스러웠다는사실이다.86퍼센트화염화상을입고스무번이넘는수술을치르면서”그렇게심한환자가죽지않은경우가다섯손가락안에든다“며강인하다는이야기까지들은정인숙씨에게도치료는매번고통이었다.자연스럽게우울증이찾아왔고죽음을생각하게되는경우가잦아졌다.

”우울증이오더라고요.뛰어내리려고병원옥상에올라가기도했어요.그런데왼팔이없으니까난간을못넘어가겠는거예요.팔이있어야짚고넘어가는데.뛰어내리지도못하고포기했어요.그런데마음은…“(송영훈,118면)
“그때병실이8층이었어요.하루는저도너무지치고,아이도지치고…얘랑매일같이싸움해야하니까…그래서저도너무힘들어서…‘너랑나랑죽자그냥.이렇게힘든시간들을견디느니지금여기서너랑나랑죽자.’그러고는창문을열었어요,제가.”(송순희,24면)


화상경험자들이모자를벗고거리로나설수있었던까닭

이화상경험자들은그들곁의또다른화상경험자들을만나면서야비로소스스로의상처를들여다볼줄아는눈을갖게되었다.그리하여그들이얻은것은피부상처의회복이었고관계의복구였으며,마지막으로과연되돌릴수있을까믿지않았던한인간으로서의자존감에대한복원이었다.

“곳곳에지지자들이생기니극단적인선택을하고싶은마음이사라졌어요.‘이사람에게성장하는모습을보여주고싶다.성장한내모습을보고나를얼마나자랑스러워할까?’그때가되면‘여러분덕분에힘을얻어이자리까지왔어요’라고이야기해줄거예요.”(김은채,175~76면)
“어느순간엔가‘이세상에내가어떻게든필요하니까죽이지않고살아남게만들어놨나?’라는생각을하게됐어요.내가타인에게어떤의미가될수있다는말에조금이나마동감하게되더라고요.”(엄문희,229~30면)

화상사고는사고당사자의외모를온전히복원할수없다는점에서다른사고와큰차이가있다.“내가더이상나자신이아니게”된이상황을그들은어떻게납득하고이해할수있었을까.화상이라는경험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은그리하여“무엇이나를나이게끔하는가,무엇이인간을인간이게끔하는가”이다.이책에서소개하는일곱명의화상경험자들은그질문을회피하지않았다.그들은자신을비추는거울을외면하지않고직면하기로했다.수많은시선이있는거리에서자신의모자를벗어버리기로했다.

“제가저라는사실을인정하기로했어요.‘그래,나는나다.그러니당신이바뀌어라.나를예전의나로봐달라’이런마음이었던것같아요.그렇게하려면우선저부터저를있는그대로받아들여야하잖아요.(…)무엇보다중요한건화상경험자를화상경험자가아닌그사람자체로바라봐주는거예요.화상경험자들이세상밖으로나와야만사람들과만날수있고,그들도우리와같은사람이구나느낄수있다고봐요.”(최려나,310~16면)
“나만그런생각을하는건지몰라도,당신은다른사람하고다를거하나도없어.이쁘게봐주려고그러는게아니라있는그대로이야기한거야.있는그모습.사람은있는그대로를봐줘야해.”(정범식의아내길영미,268면)


타인의고통을바라보는또하나의방식을알려주는책

작가들이화상경험자들을만나게된건2018년초한림화상재단의제안때문이었다.작가들은그제안을듣고“꼭필요한기록같아서”곧바로수락하긴했지만본인들이화상에대해아는바가없다는것을깨닫는다.그리하여재단에요청하여화상에대해교육을받기로한다.그들은화상경험자의현재모습특히사회적지원시스템에대해듣게될거라짐작했다.하지만정작그들이마주한것은중증화상환자의수술장면이었다.

“수술대위엔손톱만한살점과핏덩어리가여기저기흩어져있었어요.그러니까…이렇게말해도될지모르겠는데…정육점처럼요.우리는우리가앞으로만나게될어떤사람,어떤고통을상상하면서갔는데수술영상속엔‘사람’도없고‘고통’도없는것같았어요.”(「작가의말」,318면)

작가들이마주한‘고통없는상처’는현대사회에서우리가타인의고통을바라보는대개의방식을일깨워준다.그어떤끔찍한사고라도우리가그비극을온전히이해하지못하고그저관전하기에그치는경우가얼마나많은가.그리하여작가들은화상경험자들의이야기를고스란히듣기로했다.일곱명의인생전체를듣고자했고이로써우리는화상경험자각각의외상뿐아니라그깊은내상을접할수있게되었다.우리는그고통을더욱실감할수있게되었으며,그들이한때잃어버렸지만다시복원해낸자신의본래모습을마주할수있게되었다.
이책을읽은독자라면어느새이책이단순한인터뷰집이아니라는점을눈치챌수있을것이다.거대한재난을거쳐수십일간무의식속에서고군분투한이의표류기,또달리보면우리사회의의료복지시스템의맹점을고발하는르포르타주이기도하다.그뿐아니라,화재는누구에게나쉽게일어날수있음을경고하며,그사고의전개과정과치료의전반을소개해주는소중한안내자료이기도하다.
여기서만약,인터뷰의주인공들이사고뒤에문을걸어잠갔다면그들화상경험자의이야기는그때끝나버렸을수도있다.일곱명의주인공이겪은과거를송두리째지워버린그결정적사건들은이제껏언어로묘사된적이없다.한두명을제외하고는자신의얼굴을대중앞에드러낸적도없다.하지만이들의용기있는고백과등장은화상경험자들의일생을우리사회앞에당당히내놓았다.그리하여이책은‘작은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