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일생을함께한고독한독서인,박홍규교수
한평생도서관에다니며150권이넘는책을쓰고번역했던사람,
그는무엇때문에그런삶을선택했던것일까?
책을너무사랑해서한평생책속에파묻혀살았던,
어느노교수의독서와고독,사회와인간에관한이야기
여기,한사람이있습니다.
한평생도서관에다니며150권이넘는책을쓰고번역했던사람
운전면허증도핸드폰도없이,자전거를타고시골길을달려학교를오가는사람
아내와함께시골에서600평땅에농사를지으며,
오늘도가방에도시락을싸든채묵묵하게책을읽고또읽는사람.
그리고,
강단에머무르지않고현장의노동자들과오래도록부대끼던노동법학자.
대학교수이면서도전임교수의월급을반으로깎아야한다고주장하던교수.
동창회나동문회,회식문화,'끼리끼리'와'패거리주의'를끔찍하게싫어하고,
더치페이가왜문제가되는지조차이해되지않는다고말하던사람.
오래전부터자기밥값은자기가내는게당연하다고주장해온사람.
좌우를불문하고왕따가되는걸두려워하지말라고말해왔던사람.
독재자와재벌체제에분노하는진보적지식인으로불리면서도,
누구보다앞장서서진보좌파의엘리트주의와패권주의를비판하던사람.
그렇게일흔의생애를자발적인단독자로살아온사람.
외롭게사는것이더가치있다고주장하는사람.
사회를비판하기에앞서자기의한계를먼저고백해온사람.
무리짓지않는삶의아름다움을자신의70가까운생애로증명해온사람.
바로영남대학교명예교수박홍규입니다.
‘영원한이단아’이자‘르네상스적지식인’,
박홍규에게듣는독서와인간에관한이야기
박홍규는지난40년동안대학강단에서학생들을가르쳤던영남대학교명예교수이다.1952년에태어난그는1979년에처음으로시간강사를시작한뒤그는대학에서줄곧노동법과법교양및인권론등을가르쳐왔다.미국하버드대학과영국노팅엄대학,독일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연구하고,일본오사카대학과고베대학,리쓰메이칸대학등에서강의했던바있다.2018년을정년으로퇴임한뒤명예교수가되었다.
그러나박홍규교수는이런이력때문이아니라자신만의특별한아이덴티티로우리에게더잘알려져있다.그는언제나‘읽는사람’이었다.그는자신의아이덴티티의바탕에‘책을읽는일이주는고독과자유’를잉태해둔사람이었다.그는평생을도서관에틀어박혀책을읽고글을쓰며,사람들이‘충분히고독하지않다’고비판하던사람이다.그는좌우와진영을가리지않고사람들이너무무리를짓고다니며,한사람의독립된개인으로살아가지못한다고비판하던사람이다.
그는이땅위에살아가던위대한아웃사이더들을사랑했고,그들이쓴책을옮기고새롭게풀어냈다.또그자신도우리사회의아웃사이더처럼살고자했다.시작은법학이었다.그는30여년전부터『세계의최저노동기준』,『한국과ILO』,『그들이헌법을죽였다』등의법률서적을쓰면서한국의대표적인진보적법학자로활동했다.1980년대부터국제인권법을국내에소개하는일에힘쓰는한편,1997년에는한국의사법실태를비판하며사법개혁을촉구한책『법은무죄인가』로백상출판문화상을받은바있다.
그렇지만그게다가아니다.그는문학,철학,역사,신화,사상,교육학,사회학,정치학,음악,미술,무용,예술등에이르기까지다방면의지성과교양을아우른저술활동을선보였던번역가이자저술가다.1980년대에미셸푸코의『감시와처벌』,에드워드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을옮긴것을시작으로,그는지금까지150권이넘는책을쓰고또옮긴바있다.그중에서도이반일리치와에드워드사이드,빈센트반고흐에관한다채로운책과관점을국내에소개하고그들에관한책을집필했던건잘알려진사실이다.
그래서박홍규교수는‘영원한이단아’이다.집단을사랑하는사회에서‘개인’과‘독서’의힘을예찬한사람이다.세상이그런그를불러왔던별명은바로‘르네상스적지식인’이다.『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무리짓지않는삶의아름다움』은이처럼세상과끊임없이불화하며스스로에게집중했던박홍규교수의삶과생각을샅샅이들어보는대담집이다.『아이돌을인문하다』와『산책하는마음』을쓴박지원작가가지난2018년겨울부터2019년여름까지총10차례에걸쳐대구와경산을찾아박홍규교수와길고긴대화를나누었다.
한국사회에서용기있게산다는것이무엇인가?
외롭게사는것이가치있는이유는무엇인가?
박홍규라는사람이한국사회에서의미가있는이유는무엇인가?『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언제든,또누구든타인지향적이고타인의존적으로살아가기쉬운한국사회에서,박홍규교수의단독자적인삶이그자체로의미가있다는사실을입체적으로밝혀두고있다.박홍규는강인한단독자였다.그는자신이자발적인단독자의길을택한것을자랑스럽게생각하면서살아왔다.그는좌우를떠나모든진영과집단의패거리문화를진심으로싫어하며자기삶의구체적궤적으로그러한거부를실천해왔다.
그는늘왕따를자처했다.그는독재자에분노했고,사법부에분노했고,재벌에분노했으며,동시에겉으로사회정의를외치면서도뒤로는제이득을챙겨오던모든민주인사들에분노했다.그는1980년대후반부터우리나라의대표적인진보명사들과함께민주주의법학연구회란단체의회장을지내며우리나라의독재체제와보수적인사법현실을비판했던바있다.또한,그는한국의민주화를이끌었던진보지식인들과문단권력의폐쇄적인엘리트주의와패권주의를가장앞장서서비판했던한사람의지식인이었다.
그는자신이소속되었던영남대학교와싸웠고,노동법학회와싸웠으며,동료인대학의전임교수들과도싸웠다.그는보수적인지역사회와싸웠으며,전쟁의기억을되살리려는군국주의자와싸웠고,일본위안부문제와한국의가부장주의를외면하는여성혐오주의자들과싸웠다.『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그외로운싸움의기록이다.이책안에선고독한삶의가치와한국사회의병폐에관해서이야기하는박홍규자신의다채로운고백들이끊임없이이어지고있다.
그래서『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현실사회의쟁점들을피하지않는책이다.비정규직문제와지방문제,청년문제와소셜네트워크담론,한국사회의엘리트주의와양극화문제,그리고젠더이슈와페미니즘운동등에이르기까지,박홍규교수는이대담에서자신이오랫동안생각해오던한국사회의현실에대해서발언하기를주저하지않는다.그는그간두루쌓아온교양과지성을통해서이문제들에대한나름의해법을제시하고있다.
그는세상에이리저리휩쓸리는대신,자기의삶을고독하고단단하게채워왔다.그는아내와함께경북경산의시골에서600평의땅에농사를지으며사는농부겸지식인이기도하다.박홍규교수는휴대폰도쓰지않고,매일도시락을싸들고책을읽으러다니며,주말이면아내와함께영화를보러대구시내에다니고있다.그는자기삶에서중요하지않은것들을힘껏쳐내고,자기자신에게충실하면서단순하고집중력있게살아가는일을긴시간동안행동으로옮겨왔다.
책과활자속에파묻혔던힘을통해서
이사회를가장날카롭게성찰할수있던사람
세상의모든책과활자에관심을갖고두루공부했던그는,자신의지적인토대와역량을바탕으로책과언론을통해서우리사회의병폐를오랫동안비판했다.그렇지만그는동시에자신이한사람의지식인으로서얼마나부족하고보잘것없는지에대한끊임없는고백과성찰도보여주었다.자기의한계,자신의모순을알고있는그는그래서언제나,매번다시책의세계로돌아간다.
그래서『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에는빈센트반고흐와조지오웰,헤르만헤세와루쉰과몽테뉴,례프톨스토이와마하트마간디,이반일리치와한나아렌트와헨리데이비드소로,미셸푸코와프란츠카프카와알베르까뮈….등등의수많은작가들의많은작품들이등장한다.그들모두자기의세상에서,자기의시대에맞서,자신의한계를응시하며나름으로힘껏분투하며글을썼던이들이었고,그들이살아가던세계의이방인이자단독자였기때문이다.
그는자신이10대시절부터읽고매혹된사람들을펴들며자기나름의삶을치열하게살았고,비로소노년의삶에당도했다.그래서이책은평생을도서관에서보낸노인이자신이읽었던책들을되짚는기록이고,그책들을향해보내는따뜻한회고의기억이기도하다.그는책의세계안에서훌륭한작가들을만나이현실의세계를살아갈힘과위안을얻을수있었을뿐이다.역사에남은단독자들의몸부림을바라보고,자신이얼마나그들을열렬하게좇아왔는지를확인하면서.
그러므로박홍규교수의대담집『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책들에관한책’과도같다.이대담집에는총100권이훌쩍넘는책의제목들이등장하며,그책의범위는과거의고전에머무르지만도않는다.그가번역해서한국의지식사회에큰영향을미쳤던『오리엔탈리즘』과『꽃으로도아이를때리지말라』등의책들부터,최근많은인기를끌었던『편의점인간』과『복학왕의사회학』,『모멸감』등의책에이르기까지,이책의대담에서는박홍규교수와박지원작가의독서이력이종횡무진펼쳐진다.
나아가『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인간의본질에관해서묻는책이다.박홍규교수와박지원작가는서로의독서이력을나누며폭력에관해서,진보에관해서,사회의변화에대해서,인간의접촉에대해서,홀로또더불어살아가는삶에관해서긴시간대화를나누었다.그들은톨스토이와도스토예프스키를비롯한많은지성들을되돌아보며‘인간이란무엇인가’에대한심도깊은대담을진행했고,그결과물이바로이책에담겨있다.
자신의허물을드러내는데부끄럼이없던,
어느노교수의가장겸손한자기고백
경상북도경산의영남대학교도서관과박홍규의자택에서1년가까이이루어진『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의대담기획은어느고독한독서인박홍규교수의삶과사상을알수있는한권의책이다.독서로부터시작된이야기는크게봐선고독한삶의가치,한국사회의병폐,그리고인간의자유와평등에관한총4가지주제로파생되었고,이대담집은그이야기를‘독서’,‘고독’,‘사회’,‘인간’이란4개의키워드로재구성한기록이다
박홍규교수는이한권의대담집으로자신의삶을잘들려주고있지만,그는전혀완벽한사람이아니다.그는자신이완벽한사람이아니라는것을잘알고있고,이책의모든장에서자신의허물과실수,약점과한계를지적하는일을게을리하지않는다.기성세대의한계를넘어서기위해선자기한계를숨김없이드러낼수있는사람,자기허물을내보이는데거리낌이없는그세대의어떤사람이필요하다.박홍규는적어도그일을충분히감수하려는사람이었다.
즉,『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한사람이고독한길을선택하고,실패하고,또다시자신만의길을찾아서치열하게노력했던기록이다.박홍규교수는자신의삶이얼마나많은한계를지니고있었는지를전혀숨기지않고,박지원작가에게자신의고민과실패의경험들을낱낱이고백하고있다.그는자기자신을비판적으로인식하고고백할수있어야만사회에서학문으로밥벌어먹고사는지식인으로불릴수있다는믿음을갖고있었기때문이다.그는그믿음을실천으로옮길만큼은용기가있는지식인이었다.
그래서이대담엔칠순무렵의‘할아버지명예교수’가아니라,다만조금더열심히살려고노력했던한사람,한학자의소탈한이야기가담겨있다.책의마지막장,‘아내와함께,내내읽으며늙어갑니다’에는그와함께41년을살아온아내서현숙선생이대담에참여하여박홍규교수의정체성을되짚고,이책의여러쟁점들에대한더욱풍성한관점을들려주고있기도하다.요컨대『내내읽다가늙었습니다』는박홍규교수가이사회를비판하기에앞서자기의한계를먼저고백해온사람이고,그가무리짓지않는삶의아름다움을자신의일흔가까운생애로증명해온사람이라는사실을진중하게보여주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