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SF 허스토리 앤솔러지 | 양장본 Hardcover)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SF 허스토리 앤솔러지 |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다
한국 SF작가들이 의기투합하여 펴내는 첫 페미니즘 SF단편집
2018년 여름, 폭염과 찜통더위라는 말로도 표현 수위를 구사하기 힘들게 했던 그 무더위는 SF적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했을까? 삼청동에 과학책방 갈다가 들어섰고, 한국SF협회가 설립되었다. 과학책방과 SF 단체가 만나 SF 읽기 모임을 기획한 것은 자연스러울 뿐이다. 많은 SF 작품 가운데 ‘페미니즘 SF’를 읽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 또한 덕후들의 세계에서 나올 법한 자연스런 의견 일치였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책방에 모여들었다. 해가 진 후 조금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 ‘페미숲(SF) 갈다’라는 이름의 북클럽은 ‘페미니즘 SF’의 고전급 작품들과 현대작들을 읽었다. 스낵처럼 가볍게 읽고 넘길 작품들이 아니었고 어려웠으며 때론 충격적인 작품들도 만났다. 알아가는 만큼 충만감이 있었다. 예상치 못했지만, 동시에 마치 누구라도 예상했다는 듯이 북클럽 안에서 기획이 발동했고, 여덟 명의 작가가 모여 겨우내 쓰고 합평하고 고친 페미니즘 SF단편집을 내놓게 되었다.

페미니즘 운동과 이론에서 정치하게 주장하고 반박해온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정치사회학, 과학의 논제와 확장된 젠더 스펙트럼을 ‘지금-여기’의 시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여성에게 가중된 양육 환경, 기독교의 원죄처럼 뿌리 깊게 무의식화된 모성애, 가족의 (비)정상성, 성정체성을 향한 몰이해와 백안시, 무성으로 취급되는 장애여성의 성 등을 다루는 작품들은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슬프고도 통렬한 알레고리 혹은 풍자로 읽힐 것이다.

이 단편집이 실험하는 무대는 현재라는 시공간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열어젖힌다. 현재의 물적 토대가 완전히 붕괴된 포스트아포칼립스라면, 그곳에서도 지정 성별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 태양계의 새로운 정착지에서라면 여성의 삶은 판이하게 새로워질까? 등과 같은 질문들의 답을 추적해보게끔 하는 판타스틱한 작품들도 수록했다.
저자

김하율

이야기꾼이되기위해오늘도쓴다.〈바통〉으로2013년실천문학신인상수상.2015년한국소설가협회신예작가선정.2018년한국문화예술문학창작기금선정.〈무서운사람들」〈불량소녀변태기〉〈피도눈물도없이〉〈가족의발견〉〈판다가부러워〉등의단편을발표했다.

목차

머리글

나를들여보내지않고문을닫으시니라_이산화
나비의경계_이루카
마더메이킹_김하율
눈물이많은거인들의나라_dcdc
네번째너_윤여경
미지의우주_오정연
닥터더블에이치(Dr.HH)_이진주

함께읽으면좋은여성주의SF추천작_이수현

출판사 서평

여성작가에의한,그리고여성주의에입각한SF서사
세계SF,특히영미권SF계에서는여성주의운동의큰흐름-19세후반부터20세기초반의제1물결부터,1960년대후반이후의제2물결,90년대이후제3물결-과보조를맞추는가운데선구적여성작가들에의해탁월한페미니즘SF소설들을꾸준히배출해왔다.반면,안타깝게도한국은여성주의에서도,SF창작에서도이런세계적흐름과공시성을유지할수없었던정치적상황에놓여있었다.

그러나최근미투운동촉발이후전개된상황이보여줬듯,경제적성취에비해생활문화전반의민주화가지체된한국사회에서페미니즘은온라인생태계에서괄목할만한토대가닦였음을지켜보았다.현재이토대는균질적이지않겠지만,시간을거슬러올라가면이른바피시통신하이텔시절과연결되는네트-친화적문화의태동기에가닿는다.그곳은한국SF문단이자생하고,성장해온토대이기도하다.

현역작가들의생생한증언이필요한부분이겠으나,한국SF의재도약조짐을점치게하는근수년간의발표작들을일괄해보면,작가가여성이거나여성서사혹은페미니즘SF의토착적계승으로평가할만한작품들이지속적으로나오고있다.이처럼고무적인상황아래서이책이갖는의미는참여작가전원이여성주의적주제의식을명확히가지고창작한첫SF단편집이라는사실에있다.


“이렇게까지해서지구를가야하나”
시난고난했던지구절반의허스토리
화성2세대인강미지는지구연수2년대상자로선발되어행성이주준비에분주한나날을보내고있다.사귀던남자와헤어지고나서임신사실을알게되었지만별다른망설임이나고민없이싱글맘이되었다.미지는인터넷으로지구에가서네살배기딸우주를맡길보육기관을알아보고입소등록절차를밟던중분통을터뜨리고만다.보안의무를사용자개개인에지우는한국공공시스템의불합리함과무책임함,양친의결합을전제로구성된가족을정상으로규정하고그척도에맞지않는다양한구성의가족을‘특수함’으로구별(차별)하는“오래된행성의식상한기준”.“이렇게까지해서지구를가야하나.”라는대사에미지라는인물로대변되는여성전체의고단한역사가응축되어있는것만같다.〈미지의우주〉는남성의종속변수로서의삶을묵묵히인내해온지상의여인들에게보내는연대의헌사같은작품이다.

“애를낳는건아직,여자들의몫이지.안그런가,수석연구원?”?마더메이킹?은모성신화를다른방식으로건드린다.비혼여성이증가하고,결혼을해도아이를낳지않고,출산율은“입동이지난낙엽처럼”뚝뚝떨어지니국가적위기다.게다가이미태어난아이들마저도제대로지키지못하는비극이속출한다.모성의부재!임신과출산을경험하는모체에서는특정호르몬분비가증가한다.이것이모성의증거라면모성호르몬제를인위적으로투여하여출산율도높이고아이들도지킬수있지않을까?〈마더메이킹〉은풍자콩트같은날렵함으로웃픈현실에잽을날린다.

문명의이기도,온갖제도와도덕도무너져버린아포칼립스이후의세계에서라면어떨까?〈울음이많은거인들의나라〉가보여주는전망은대체로비관적이다.기계거인에의해개조된세상은생존자체를위협한다.가혹하다.모계로구성된전사들의무리에의해명맥을잇고있는인류의앞날은한치앞에서도사리는위태로움과무사함사이에서실낱같이존재할뿐이다.

자,그렇다면그연원을추척해볼수도있을듯하다.〈나를들여보내지않고문을닫으시니라〉는문명의시초가일어나던그때를증언하는여러지역에공통된홍수신화에주목한다.홍수신화에서우리는지금까지무엇을읽어냈나?선악의심판과신의구원?‘표준’에들기위해남모르게안간힘을쓰며살아가는해양생물학자의홍수악몽이라는은유적사건을통해역사의거대하고도은밀한비밀이폭로된다.

미래로도가본다.내면화한도덕률을자각하고그것을전복시키고자하지만,어느과업하나만만한게없다.덫과함정이없을리도없다.가장교활한것이가장완벽한가면을쓰고나타날때그가면에속지않을수있을까?여성은젠더전쟁에서항상패배해왔지만패인을알고서도실패는거듭될수있다.〈네번째너〉속사우스는탁월한전사가지니기마련인이상주의의파국을아프게보여준다.

〈나비의경계〉는거듭거듭실패하고파국을맞아도희망도절망도없이나아가야할이유를보여주어읽는이들에게안도를선사한다.조예나는교통사고로하반신이마비되는장애를입게되고,‘플라이콘’이라는가상현실감각치료기의테스터로자원하여,다시는경험하기힘든하반신의감각과성감을되살리고자한다.하지만플라이콘접속이후반복되는이상현상의원인을조사하던임도래연구원은무언가잘못되었다는것을알게된다.“삶의경계에서잃어버린감각을찾고싶다고말하던결의에찬눈동자,도움을구하며내밀었던손짓과도같았던눈동자”,임도래는조예나의눈동자를외면하지않는다.둘은플라이콘의‘가상현실’속결합감각처럼‘실제현실’속에서용기있게결합한다.


〈함께읽으면좋은여성주의SF추천작〉
이책은‘함께읽으면좋은여성주의SF추천작’이라는부록까지실어독자들의독서경험을보다더풍성하게만드는데도움을주고자했다.페미니즘SF를‘여기와다른세상’,‘성별의사회학’,‘여성의생물학,생명공학과여성’,‘여성에대한폭력’,‘생태주의와여성’,‘모험을떠나는여성’,‘여성의삶그자체’의일곱가지주제로분류하고주로는SF소설을추천하며,더불어함께보면좋은만화,영화,애니메이션등도제안한다.작가의말처럼“이분야의발전이현재진행형”이기에독자들의높아진기대감에부응하는더욱많은작품들이우리SF작가들의손에서빚어지길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