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얼마나 가볍고 또 무거운가 : 사회학자 조은의 노트가 있는 칼럼

일상은 얼마나 가볍고 또 무거운가 : 사회학자 조은의 노트가 있는 칼럼

$15.00
Description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이야기와 만날까?
사회학자의 일상 읽기는 소설 같기도 하고 로드 무비 같기도 하다.
칼럼보다 노트에 더 눈길을 머물게 한다.
사회학자 조은 교수(동국대 명예교수)가 2017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펴내면서 한 편의 긴 노트와 다섯 편의 짧은 노트를 붙였다. 학문과 장르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써 온 저자가 칼럼 앞에 붙인 ‘긴 노트’는 5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시작한 귀향소설 같은 현장 일지다. 로드 무비 같기도 하다. 저자의 사유의 공간에 똬리를 틀고 앉아 칼럼을 수시로 간섭하고 사유의 궤적을 드러낸다. 칼럼 앞에 노트를 붙인 이유다.

조은 교수의 칼럼은 연재 내내 독자들에게 잔잔한 파장과 감동,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기와 무관하게 지금 읽어도 공감과 흡입력을 자아내는 저자의 글은 시사적인 문제나 소수자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에 대해 글쓴이 특유의 식견과 안목을 발휘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단서를 열어 준다. 따뜻하고 진솔하지만 예각이 있는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겸허함과 공감대를 자아내는 글쓰기는 책 전체를 관통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이 사실 “얼마나 가볍고 또 무거운가”라는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아울러 “공통된 의미 지평을 잃어버린 통약 불가능한 비극적 공동체로 가는 징후”로서의 지금, 현재를 진단한다.

스물다섯 편의 칼럼 중 다섯 편에 붙은 ‘짧은 노트’는 칼럼에 미처 담지 못한 사유의 회로와 더 짚어야 할 담론 거리들을 담았다. 현장 연구자의 감수성을 드러내면서 읽기와 쓰기가 지식인의 실천의 영역임을 거침없이 짚는다. 특히 2장의 칼럼 〈여성들의 혁명은 일상에서 시작한다〉에 붙인 노트는 역사 추리 소설 같은 제목으로 역사학계에 질문을 던지고 지식권력의 장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요청한다. 3장의 〈장산곶매 이야기 좀 빌려도 될까요〉라는 칼럼에 붙은 노트 〈문제적 칼럼이 돠다〉는 하나의 글이 ‘문제적’이 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메모로 드러낸다. 독자들에게 사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열어놓은 계산된 여백의 글이다.
저자

조은

1946년전남영광에서출생.1983년부터2012년까지동국대사회학과교수를지냈다.페미니스트사회학자로학문과장르간의경계를넘나들며연구하고작업을해왔다.학술논문외에다큐멘터리〈사당동더하기22〉,〈사당동더하기33〉을제작및감독했다.문화기술지《사당동더하기25》와소설《침묵으로지은집》을출간했다

목차

프롤로그12

Ⅰ부어떤한해,가까운옛날이야기

50년만의고향방문
고향을다녀온지열흘만에전화한통을받다
두번째영광방문
육십몇년이지나떨어뜨린이야기
‘목소리소설’작가를토론하다
시국을잘못만난사람들
어떤기억과어떤기록

Ⅱ부일상에대한예의

1장일상의무게
위캔스피크…
올해도스치고싶은사람들
노예만들어줄일있느냐고요
왼손과오른손을찬찬히들여다보다
-채의진선생작업장풍경
우리모두위로가필요하다
(자본주의적)가족을사랑하는방식?!
읽고쓰기의쓸모를생각하다
올해만나보고싶은사람들

2장글안의사람,글밖의풍경
여성들의혁명은일상에서시작한다
-여성독립운동가의육필원고에누가손댔을까?
학문이(도)패션상품일까
〈기생충〉과중산층파국의징후읽기
내가만난가장아름다운여름정원
역사가부끄러움을가르칠수있다면
어떤가난과어떤가혹한70년
글을쓰다가길을잃다
오월광주와‘우리선생님’에대한사유
-‘우리선생님’이던진숙제그리고…
팬데믹영화제로드무비를상상하다

3장일상에서던지는물음
장산곶매이야기좀빌려도될까요?
-‘문제적칼럼’이되다
집에대한예의를생각해보는시간
‘그들의시간’과만날수있을까
어떤위로어떤감동어떤아름다움을
‘어떤언어로소통할수있는가’라는물음
“살림따라오나봐라”
어떤말하기와읽어주기의힘
-페미니스트지식인의‘어떤읽기’와문해력
우리는어떤길을낼수있을까?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원고지칸을메꾸는일보다
마음속빈칸을채우는일이더힘들다”

“원고지칸을메꾸는일보다마음속빈칸을채우는일이더힘들다”는저자의고백은긴노트를가로지르는근본정서다.1부〈어떤한해,가까운옛날이야기〉라고이름붙여진긴노트는한국전쟁중좌우대립이가장극심했던지역으로알려진고향을50년만에찾으면서마주하게된가까운‘옛날이야기’다.심하게풍비박산된한가족사를중심에두고고향사람들이들려주는‘가까운’옛날이야기와전남영광의아픈역사,그리고한국의근현대사가씨줄과날줄로엮인현장을읽는다.

이야기의중심에둔한가족사는저자의가족사다.저자는한장의대가족사진이찍힌시대배경의시간을적시하고독해한다.1947년겨울저자의할아버지환갑때찍은가족사진이다.한반도에두개의정부가들어서기전이다.그무렵사회분위기를반영하듯할아버지1남2녀의직계스물여덟명이함께찍은사진이나잔치분위기는느껴지지않는다.뭔가어두움이깔려있다.그사진에10여명도넘는손자손녀가찍혔는데저자도그사진에없지만손이귀한집안에서매우중히여겼을장손도없다,사진에친손자는둘째집의외아들세살배기한명뿐이다.월북해서집안에서쉬쉬하게된큰집의장손은그때북에갔다가길이막혀할아버지환갑에못온듯하다.할아버지환갑사진에‘있어도그만없어도그만’이어서그사진에끼지도못한15개월배기여자아이가사회학자가되어기억과경험,의식을동원해가족사진의의미를퍼내는장면은롤랑바르트의푼크툼(Punctum)을연상시킨다.단순한가족사진이라는기호로환원시킬수없는그이상의의미를간취하고있다.

50년만의고향방문그리고우연찮은두번째방문

“어머니가영광선산에묻히기로마음을정하지않았다면나는아직도고향땅을밟지않았을지모른다.”책의첫구절과같이저자는어머니를모실선산을둘러보기위해50년만에고향영광을찾는다.그러나저자에게영광가는길은“마음이움직여도몸이움직여지지않는길”이자“몸이움직여도마음이따르지않는길”이며“산사람을만나러가는길이아니라죽은사람을만나러가는길”이다.사촌동생과함께한첫번째방문에서고향에머문시간은5시간20분이다.6개월후동아시아평화에관심이많은일단의여성사학자들과사회학자가우연찮게저자의고향방문에동반하면서저자가맞닥뜨려가는이야기의반경은가족사를중심으로동심원을그려가고현재와과거를넘나들기시작한다.

‘시국을잘못만난사람들’에대한예의를생각하며

두번째영광에다녀온뒤열흘쯤지나‘개똥어멈’의딸의전화를받아어머니에게건넨다.개똥어멈은저자의고향집앞에버려졌던아이가어른이된뒤얻은이름이다.1910년대기아가휩쓴일제하에서먹고살만한집앞에아이가버려지는일은아주흔했다.“개똥어멈큰아들이희선이한테물들었던지북으로갔다.”어머니는전화기를내려놓으면서금기어였던큰집의장손이름과들어본적없는개똥어멈큰아들을묶어툭떨어뜨린다.그러면서가족내에서되풀이듣는“시국을잘못만난사람들”이야기로갔다가전설이자동화와같은동네머슴‘야든이’등이름없는민중들의이야기로가서멈춘다.어떤기억과어떤기록이미진하게멈춰있다.

2부의칼럼및노트는2016년9월부터2017년9월까지메모로남긴,한해동안영광을방문하고경험한일상적이면서비일상적인작은이야기들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