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최종천 시집)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최종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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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동해방은 원천 봉쇄되었다

도서출판 삶창의 새 문학 브랜드인 (주)반걸음에서 기획한 ‘반걸음 시인선’ 2번으로 최종천 시인의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가 나왔다. 이 시집을 시인 자신은 “아직도 노동해방을 굳게 믿고 있는 노동계급에게 드리는 진혼곡”(‘시인의 말’)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단지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종천 시인은 왜 노동해방은 가능하지 않은지 자신의 경험과 치열한 사유를 통해 전개하고 있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수이는, 이렇게 단언한다. “최종천의 범상치 않은 문제적 시집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에 실린 시들은 ‘최후의 노동시’라고 부르는 것이 온당하겠다.” 최종천은 인간의 노동은 신이 전가한 고통이며 인간은 노동을 통해 신을 죽였다. 그리고 오늘날 인간은 기계와 로봇에게 노동을 전가했고, 훗날 인간은 기계와 로봇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저자

최종천

1986년『세계의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눈물은푸르다』『나의밥그릇이빛난다』『고양이의마술』이있고,산문집으로『노동과예술』이있다.제20회신동엽창작상,제5회오장환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_5

제1부
사물과사실·12
사실과사건·14
노동의종말·16
집·18
재수없는손·20
마스크에보안경에귀마개에·22
작업복과행주·24
떡치기·26
ㄹ,·28
노동의십자가―현악사중주·30
노동의십자가―주인과노예의변증법·32
노동의십자가―대상과메타·34
노동의십자가―복직투쟁·36
노동의십자가―인간창조·38
무단주거·40
이번한번만은·42

제2부
일一과,다多·46
카오스·48
빛보다빠른것·50
빛의직진성·52
빅뱅·54
286과386·56
도면을읽다·58
부분이전체를포괄한다·60
E=mc²·62
만들어진신·64
제곱이란무엇인가?·66
용접바가지·68
기계는영원하다·70

제3부
Manganism·74
넥타이·76
과일들·78
민들레역·80
교보문고에서·82
아테네학당·84
노구를이끌고·86
이게,시다·88
참새발에밟힌흙이·90
나선·92
바늘구멍·94
등을긁다·96
겨우살이·98
나사5·100
한알의썩은사과가·102

제4부
지게·106
눈동자·108
뱀의혀·110
나무를위하여·112
시계·114
야리끼리스타·116
얼굴없는시계·118
오늘은낯선개가찾아와·120
美를위하여·122
빔나무·124
망가진볼트를추모하는시·126
엉터리생고깃집·128
오늘의詩法·130
나를먹어다오·132
춤을추다·134
그림자·136

해설
최후의노동시를쓰는최후의시인-인간|김수이·138

출판사 서평

인간이로봇을만드는이유는
노동을대신하게하기위해서이다.
신도마찬가지로자신의노동을대신하게하기위해
인간을창조한것이다.
(…)
지금인간은노동을통하여신을지배하고있다.
똑같은이치로로봇이인간을지배할것이다.
헤겔의주인과노예의변증법의진실이이것이다.

_「노동의십자가-주인과노예의변증법」부분

이선언투의단정이만일불편하다면,시적기율을벗어나있어서만은아닐것이다.그것은이시가우리가애써외면하려는진실(새로운리얼리티)을말하고있기때문이다.최종천시인은그의직관으로발견한진실을말하는데있어,‘반시’적인행보를망설임없이내딛는다.노동해방이원천적으로봉쇄되어있다는그의인식은신-인간-로봇이노동의전가를통해서세계를구성하고있다고보기때문이다.이런인식은시인이자신의노동을밑바탕삼아창세기와비트겐슈타인을다시해석하는과정에서벌어진다.
그렇다면그가생각하는‘노동해방’은무엇일까?그것은노동을예술이되게하는것이다.이시집에서명시적으로그것이드러나있지는않지만,노동과예술의대비를통해그가궁극적으로말하고싶은것은이것이다.“예술은허구이기때문에실수와실패를즐길수있으나/노동은질료인실체를다루기때문에/실수와실패가용납되지못한다”(「노동의십자가-현악사중주」)는그것을예각화하고있지않은가?“철학은정확해야하니,고립이요구속이지만/시는해방이다.실수와실패의연속이요/과정이있을뿐,완성은없다//플라톤은시의자유로움을질투했다.”(「일一과,다多」)시인이“시는해방”이라고말할때,이것은철학과대비시키기위해서가아니다.시의맞은편에놓아야할것은“정확”이다.“정확”은노동의속성이기도하다.

해방은깊이를구축하는것!

“시는해방”이라고하면서그예시를작품으로서보여주지못한다면그것도공허한일이다.시인은해방이든자유든그것의실체를자신의작품으로서보여줘야한다.

나는가끔용접을하다가말고
바가지를쓰고하늘의태양을보곤한다.
용접을맨눈으로보았다가는눈이멀어버린다.
신을예수를통하여만나야하는이유가바로그것이다.
이반투명의유리는그러니까
머나먼형이상학적시간과공간인셈이다.
그원리는십자가와같은것
존재가존재를건너가존재를만난다.
물인가하면불이고
불인가하면물인용접
물이불을건너가고불이물을건너간다.

_「용접바가지」부분

이작품에대해해설을쓴문학평론가김수이는이렇게말한다.“이시는노동현장의가쁜숨결과철학적인통찰,종교적인비전이어우러져아름답고깊이있는세계를빚어내고있다.”해방은따라서벗어남,탈주로만불리기를거부해야한다.그것은‘깊이’를통해서다른세계를구축하는것이다.비록“실수와실패의연속”일지라도말이다.최종천시인이“해가만들어주는그림자”를통해“존재의춤”을발견하는것도같은맥락이다.도리어그는“그림자없는것들은모두허깨비”(이상「그림자」)라고말하는데,이런진술은속류유물론에서나올수없다.도리어존재를“그림자”를통해서보는것은존재의다른층위를발견하는것과같다.
최종천시인의독특한인식과표현은그자신이아직도노동자이기때문에가능했다.얼핏관념적인진술인듯보이면서도마치“실패와실수의연속”인듯한구조를갖는것은그의노동경험이꽉짜여진듯한논리를훼방놓기때문이다.그것을「과일들」「ㄹ,」「민들레역」「Manganism」같은시에서확인할수있다.이번시집은저돌적인개념과빛나는인식,그리고감각적인어우러짐을통해구성되어있다.

감하나를따려고막손을뻗치는참입니다.
따지도않았는데손에는중량이맺힙니다.
어젯밤이나다른때에
이골목에서부끄러운일이라도있었던듯
과일들은얼굴가득히부끄러움을켜고있고
그빛이반사하여,
내얼굴이어느만큼은환해집니다.
과일을따는일은그만두고
내얼굴에열린욕심을따내립니다.

_「과일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