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굴뚝에오르는이유
굴뚝에올라400일넘게버티고,아스팔트바닥을오체투지를하며기고,한뼘천막에서단식농성을하는노동자들이있다.그들이그렇게하는이유는무엇일까?우리는그이유에대해제대로알고있을까?파인텍노동자들의굴뚝농성을다룬한신문의2018년12월31일자사설을보자.제목은〈제조업하면악덕기업인되는나라에서어떻게회사를할지〉이다.사설은그농성을파인텍이경영난을겪고있는데“과거다니던회사보다임금을적게주고,사측이단체협약을체결하지않는다는등이유로노조원들이제발로굴뚝에오르자민노총과좌파단체들이기업을문책하라고들고나온것”이라고규정하면서,“노동계주장은회사가어렵더라도임금은더많이줘야하고,노조와의견이다르더라도회사는무조건단협을체결해야한다는식”이라고힐난한다.그리고농성노동자들과연대하는이들에대해선“불법시위를벌였다가유죄를선고받은전문시위꾼”이라고단정한다.
사설마지막에단한번“칼바람이부는혹한속에서1년넘도록고공시위를벌이는근로자들에게도절박한사정이있을것이다”라고선심쓰듯말하지만,이내“그러나우리노사분쟁은타협이안되면곧장극한적인방법을동원해사용주를압박하고악덕기업주로낙인찍는다.그런분위기속에서어떻게제조업을하겠느냐는회사대표의심정도귀담아들어야한다.”라고결론맺는다.이사설어디에도노동자들의목소리는없다.이사설을읽은사람의마음속에굴뚝농성을하는노동자들은회사의어려움도나눠질줄모르는이기적이기짝이없는사람들로남고,그들과연대하는사람들은그저불순한이유로노동자들을부추기는전문시위꾼들로각인된다.비단이신문의사설뿐일까?이사회는기업의입장을설명할수있는공간을넉넉하게준비하지만,노동자들에게는한줌의공간도쉽게내어주지않는다.굴뚝에오르고,오체투지를하고,단식농성을해야그나마관심의대상이될수있을뿐이다.그리고그마저도그이유를알려하지않거나왜곡한다.
우리가귀기울여야할노동자의목소리
이책은노동의가치를지키기위해오랜싸움을하고있는노동자들과그들의곁을지키며연대하는이들의이야기를기록하고있다.오랜시간노동현장을기록하는활동을해온저자가장기적인노사분쟁이벌어지고있는사업장을찾아노동자들그리고그들과연대하는사람들의목소리를담았다.우리가주류언론을통해서는좀처럼듣기힘든목소리들이다.다양한기업에서다양한이유로노사분쟁이벌어지고있다.위에서한언론이사설을통해‘선량한기업가’와‘이기적인노동자’의구도로언급한파인텍의이야기도있다.1평짜리굴뚝에서1년넘는시간을보내고간신히고용승계약속을받고내려와아산공장으로향한8명의파인텍노동자들을기다린건급조된낡은공장이었다.기계는수십년전사양이었고,기숙사는가재도구하나없이휑했다.공장장과조합원8명을제외하고는어떤직원도없었다.저자는“기업이사무직직원을모욕하는방식에책상빼기가있다면생산직노동자에게는가짜공장이있나보다”라고말한다.이런사실을언론은잘다루지않는다.대개의언론은광고주가될수도있는기업의말에는귀를기울이지만,노동자들의겪는부당함에는별관심을두지않는듯하다.하늘에오르고바닥을기고단식을해야그나마눈길을돌린다.하지만그때에도그시선은곱지않다.저자는이렇게말한다.“그러나‘왜투쟁하는가?’라는질문이시작되는순간,또다른곤혹이시작된다.싸우는사람들은싸우는내내사람들을납득시켜야한다.‘이렇게까지해야해?’라는질문이따라붙기때문이다.”‘이렇게까지해야해?’라는말에는비난의의미가내포되어있다.그렇게곱지않은시선으로쓴기사나사설은독자들로하여금“하여튼노조가문제야”라는반응을이끌어내는데성공한다.아니면각자알아서살아남으라는명제가당연시되어가는사회에서독자들의눈을스쳐지나가버리는관심밖의일이되어버린다.
노동의가치와노동자의명예가존중받는세상
이책에담긴파인텍,세종호텔,아사히글라스,시그네틱스,풍산마이크로텍,택시사업장,톨게이트의사례를읽으면서기업이노동자를대하는태도에분노하게되지만,우리를더욱안타깝게하는것은이사례들이우리의노동현장에서벌어지는매우특별한사례가아니라는사실이다.기업이구조조정을하면가장먼저줄어야할것은노동비용이다.기업이좋을땐주주에게가장많은이익이돌아가지만,기업이어려울땐가장먼저노동자들에게희생을요구한다.‘기업하기좋은나라’를만들려면‘노동은유연화되고’,‘해고는쉬워야하며’,‘규제는완화되어야’한다.그러는가운데수백,수천명노동자의밥줄은고려대상이되지않는다.이에저항하는노동조합은공공의적처럼명명된다.안정된일자리는줄어들고노동은파편화된다.
기업이노동자를버리면순순히버려져야하는현실에맞서남아싸우는이들이있다.그들은강한사람,지독한사람,모자란사람들이아니라,우리에게묻는사람들이다.우리의삶이이대로괜찮은지.그물음에답이주어지지않기에싸움은길어진다.저자는오래도록싸우는사람들이지키고자하는것이무엇인지,그리고왜그들의싸움이‘남의일’이될수없는지를이야기한다.“가진것없어법을지키라고요구하며고공에올라가야하는이들역시상황이바뀌길바라는사람이다.권력은없지만무엇을지켜야하는지는안다.나이든노동자에게그무엇은‘노동자’라는이름이다.제손으로일해임금을버는이들에게주어져야할이름과권리.···이들이지키고자한것을잊을때노동자로살고싶은이의목소리,아니그들이지키고자한노동의권리도함께사라진다.”노동의가치와노동자의명예를존중하는세상은그냥오지않는다.저자는“사람들은왜이리오래싸우느냐고묻지만,그는자신의끝을정해두었다.돈없고‘빽’없는,그러나옳다는확신하나는있는사람들이정하는끝이다.”라고말한다.오래도록싸우는이들은특별한사람들이아니다.그리고특별한것을요구하는것도아니다.그저‘일상으로돌아가고싶다’고말한다.평범하게살고싶다고말한다.열심히땀흘려일한대가로경제적인필요를충족하고가족들과평온한저녁을맞이하는삶을바라는사람들이다.
함께비를맞는사람들
어쩔수없지않느냐는말을남기고모든사람들이떠난빈자리에남아오래도록싸우는일이어디말처럼쉬울까?싸우는노동자들은일부언론에의해‘떼쓰는’사람으로규정되기도하고,때로는가족으로부터외면받기도한다.이책에서는우리사회가‘싸움꾼’의이미지로덧씌운노동자들의속마음에감춰진갈등과쓰라림을엿볼수있다.그들이그저그렇게고립된섬처럼남았다면오랜싸움을이어갈수있었을까?함께하는사람들이없었다면노동자들은자신들이정한끝을지켜낼수없었을지도모른다.
오래도록싸우는사람들의곁을지키는사람들이있다.싸우는노동자들과연대하는이들,그리고일부언론이‘전문시위꾼’이라는악의적인딱지를붙여놓기도하는사람들이다.이들은밥으로,쉼터로,미술로,음악으로,법률로,가족의따뜻함으로연대하는사람들이다.왜연대를할까?각자도생의삶을당연하게여기는사회에서연대는별난일이다.그래서사람들은연대하는이들의마음에서불순한의도를찾아내려한다.노동자들의농성현장에서밥차를운영하는〈밥통〉이밥으로연대를하는이유를들어보자.“밥은힘이있어요.장기투쟁사업장은해결이안돼서싸움이길어지는곳이잖아요.밥을먹어야하는데내가차려먹을힘조차없는경우도있고.그런데누군가가나의존재를알고같이밥을먹자그래요.그럼알게되는거죠.‘나를잊지않았구나.’”그렇다.연대를하는한가지이유는잊지않았다는것을알려주기위함이다.자신들의싸움을잊지않는사람이있다는것을알기에노동자들을끝까지힘을잃지않을수있다.
또한연대는감싸안아주기위한것이다.〈꿀잠〉은집을떠나오랜싸움에몸과마음이지친노동자들에게집과같은‘쉼’을제공한다.아들의죽음에대한진상규명을요구하며수개월을거리에서싸운김용균열사의어머니김미숙씨는〈꿀잠〉에대해이렇게말했다고한다.“여기오면내가보호받는느낌,감싸안아주는느낌이들어요.”어디그뿐일까?연대를하는이유는연대를하는방식만큼이나다양하다.미술가는그림을그리는일로연대를하고,음악가는노래를하는일로연대를하고,가족은가족이되어주는일로연대를하고,노무사는법률자문을제공하는일로연대를한다.
그모든이유에도불구하고,어쩌면연대를하는가장큰이유는아마도연대하는사람자신을위한것일지도모른다.미술로연대를하는한예술가는‘연대’를‘자기삶을지키는방법’이라고말한다.“연대를통해맺어지는관계가나를성장시키고,서로의존재가북돋움이되어나의삶을지켜준다.”그럼에도연대는별난일이다.연대는우산을씌워주는게아니라함께비를맞는일이라고한다.함께비를맞기는커녕나의우산을함께쓰는일도꺼리는세상이다.그럼에도연대하는이들은기꺼이함께비를맞는다.
전태일의꿈은이루어졌을까?
50년전청년전태일은“근로기준법을준수하라!”는외침과함께불꽃으로사라져갔다.새로운법을만들어달라는것도,새로운제도를만들어달라는것도아니었다.그저이미만들어져있는‘근로기준법’을제대로지켜달라는것이었다.법을지키는것이당연하고법을지키지않는것이비정상이어야하지만,경제발전의기치아래근로기준법이가볍게무시되던시절이었다.그로부터50년이지난지금전태일의바람은이루어졌을까?물론많은부분에서놀라운개선이이루어졌지만,전태일의바람은여전히유효하다.이책에담긴택시사업장의사례를보자.‘빵셔틀’에가까운사납금제도에맞서온택시노동자들은이렇게말한다.“있는법이라도제대로지켰으면좋겠다.”있는법을지키라던전태일의외침과닮아있지않은가?국민소득4만불을향해달려가는오늘날의대한민국에도여전히수많은전태일이존재한다.기업이‘경직된노동’이라는말에경기를일으키고,‘노동조합’을없애기위해법무법인의컨설팅을받는세상이다.‘경쟁력’이라는마법의단어가붙는다면정규직제로회사도가능하다.대놓고근로기준법을무시하던50년전과는달리,이제기업들은불법파견,사내하청,비정규직등으로편법과불법을교묘하게넘나든다.
누군가는4차산업혁명을말하며특정일자리와노동자들이희생되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아니냐고말한다.그러면서그들의저항하면‘시대의발전을따라가지못하는’이들로매도한다.톨게이트노동자의사례가그랬다.톨게이트노동자들에대해서한청와대행정관은“없어지는직업이라는것이눈에보이지않느냐”고말하기도했다.저자는이렇게말한다.“우리는특정노동에부여되는편견을거둘생각이없다.하찮은일.그일을하는하찮은사람.요즘은여기에‘자격’이라는이름을붙인다.그리고자격없는사람들의외침을‘떼쓰기’로매도한다.과연어떤자격을말하는건가.어떤자격을갖춰야잘리지않고기계에대체되지않는걸까.수십년에걸친수납원들의노동이없었으면지금의도로공사가무엇을할수있었을까.”
우리모두는노동자다.깔끔한와이셔츠를입고있든,기름때묻은작업복을입고있든,우리모두는노동자다.노동의가치가날로가벼워지는세상,지금이대로괜찮은걸까?저자는오래도록싸우는사람들과그곁을지키는이들이만들고자하는세상은‘그들’만의세상이아니라,여기우리가함께해야할세상임을말한다.“정규직노동자는해고되고,비정규노동을하던이는사라졌다.두사람은닮은꼴이다.고용형태가다른데도자꾸나풀나풀가벼워지라는,아니저렴해지라는노동시장의요구를받다보니닮아버렸다.저들의싸움을방치한다면우리는무엇이되었건자꾸닮아갈것이다.보이지않는다는점에서.감춰진다는점에서.한껏가벼워진다는점에서.가벼워진노동을덧입은우리는어디론가사라질것만같다.이대로괜찮지않다.그래서기록한다.사라지기전에.아니사라지지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