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화끈하게 가끔 자유롭게 (손순자 제3시집)

때론 화끈하게 가끔 자유롭게 (손순자 제3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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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언어의 건축사요, 삶의 고난과 재앙을 발효시키는 감성발효사이다.
도시라는 공간에는 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듯이 술 익는 마을에도 늘 새로운 시인들의 시편이 들어선다. 그러나 요즘의 서점은 백화점식이다,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이다. 서점 안을 장악한 새로운 책들에 밀려 시집은 한쪽으로 몰리고 분양도 잘 안 된다. 서점에서 분양이 안 되는 시집이라고 해서 시인들이 시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시를 쓰지 않는 시인은 거의 없다. 시인은 자아의 발로요 표현하고 싶은 요구를 분출한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내면에 쌓여있던 응축된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감성이 응축된 에너지는 열정이지만 분출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특히 시인은 언어로 예술화시킨다. 이런 점에서 그 시인의 품성, 예술성의 솜씨, 지성의 수준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손 시인은 시를 다룰 아는 세련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아무런 여과 없이 분출한다고 해보자 그것은 그냥 사람이 소리치는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솜씨 없는 평범한 사람이 소리쳤다고 보자 그럼 그것은 듣기 싫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이라는 인증된 시인들도 시인마다 각개의 독득한 시의 얼개를 가지고 있다. 이 시의 얼개는 그 시인의 삶의 흔적이요. 학습된 주체적, 기술적, 시적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손 시인의 시는 잘 발효된 감정을 시라는 언어의 얼개로 여과시킨 고순도 삶의 발효주이기도 하다.
〈 시인 조한풍의 발간사에서〉
저자

손순자

아호예은(藝隱)
충북영동추풍령출생
2005년농민문학봄호시당선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PEN한국본부회원
현대시인협회회원
경기시인협회이사
한국농민문학회사무국장
한국낭송문예협회사무국장

시집
철쭉꽃의반란(2012)
빨간풍차그찻집(2017)
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2023)

수상
한국농민문학상(2012년)
세종문학상(2017년)
경기시인상(2020년)외

목차

시인의말⎟손순자…P4

제1부⎟하늘을날다…P7
패러글라이딩-18
패러글라이딩-210
첫사랑-212
첫사랑-414
장마16
인연-218
인연-12월20
월미도22
사과도아닌것이사과처럼24
백목련꽃그늘아래27
야간지하철30
동행32
달달하게혹은달콤하게34
그리움-136

제2부⎟그곳에가면…P39
그곳에가면40
그러니까왜그랬어42
40년만의해후45
개천절날동심축제를불태우다48
팔월과구월사이50
반야사가는길52
첫눈-154
첫눈-256
햇살맑은오후58
눈뜨고꿈꾸다60
겨울같은봄날62
상사화64
木백일홍66
감꽃68

제3부⎟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P70
재회72
사과먹고사과하다74
낙엽사랑76
그리고세월이흐른뒤78
나를구속하는단톡방80
와락82
할미꽃84
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86
오랜지자스민88
나혼자90
백운호수둘레길을걷다가92
후해94
눈위에추억을쌓여지고96
낮선외도에가다98

제4부⎟가을은떠나가고…P101
슬픈벚꽃102
눈꽃처럼벚꽃잎이떨어지다104
맨드라미의향연이붉다106
배꽃필무렵108
그리움-2110
담쟁이덩굴112
겨울스케치114
쇼핑을즐기는남자116
진달래꽃118
가족120
복병이또말썽이다122
하얀꽃물124
9월을걷다126
가을은떠나가고128

제5부⎟7월의기도…P131
세탁기는무음으로132
봄날태풍134
7월의기도136
일탈을꿈꾸며138
새해첫날140
설마그놈의코로나19가142
저하늘에서만나144
지금은부재중146
사월은불안해148
골담초꽃150
꽃길걷던날152
때론나도흔들린다154

제6부⎟절정의순간처럼…P157
그겨울동백꽃158
화려한외출뒤엔160
가을여인162
눈내리는밤164
사랑의기법166
겨울강건너봄이오고있어170
사물함을정리하며172
그리움-3175
꽃길은늘위태로워176
목련꽃떨어지다178
절정의순간처럼180
작은바람에도나는흔들린다182


서평…P185
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뒤에
남은명작들
시인/아동문학가/문학박사/신현득186

시인의말
발간사
시인/도서출판농민문학발행인/조한풍199

출판사 서평

손순자시인의셋째시집을〈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라이름지었다.좋은이름이다.
80편이모두튼튼한한시다.튼튼한시중에는화끈한시가여러편이다.감동이넘치는시편도꽤여럿이다.생활을긍정하는표현들이며,표현들이아름답다.미래를보는눈으로빚은작품들이다.작품마다재미가놓여있다.그재미속을헤치고보면,시의안쪽에생활철학이라는시의알맹이가반짝인다.그반짝임이여러가지다.
그래서모두칭찬을들을만한작품들이다.그러나적은지면에그칭찬을다쓰지는못한다.
시의소재들을보면자연과생활모두가시의테마가되고있다.자연속에는사계절이변화가질서있게놓여있고,자연의소재중에서꽃,한가지만살펴봐도,맨드라미·배꽃·감꽃·진달래·골담초·겨을동백꽃·목련·벚꽃···,백두대간에핀할미꽃까지우리나라에피는꽃은모두손순자제3시집속에서승화된시가돼,시의꽃을피우고있다.
생할소재를보자손순자의시에는가족사랑·효도우애가짙게형상화되고있다.사회도생활의일면이다.코로나19가강한이미지로손순자시에등장하고있다.
시인은시창작이농사다.평생의농사다.그러나시농사도농사인만큼씨앗만뿌려둬서는아니된다.물과거름을줘야하고,땀을뿌려야하고,사랑의손으로어루만져가꾸는게시농사다.손순자의시농사에서는시편마다땀흘린자국이보이고있다.
우선손순자시인이제3시집을출간하는만큼시력의연륜인세월의흔적〈그리고세월이흐른뒤〉라는시편부터살피면서이야기를계속할까보다.
35년이란긴세월앞에서
무색하리만큼이나설레임가득담고
조심스레들어선성전
그때나지금이나내안에흐르는
성스러움은달라질것도없다지만
왈칵솟구치는그리움에딴청피웠던
그사이옹골차게벽을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은나의길었던사연을
알고있을터

이곳구미원평성당
내젊음이남실거릴때세례를받고
견진을받았던잊지못할성전
주임신부님의따스함으로돌아오는길
온통꽃길이되었던
멀고먼35년전의때묻지않은
사연들늦가을그리듬타고
사그랑사그랑내게로
찾아왔다.

〈「그리고세월이흐른뒤」부분〉

설레임을가슴가득담은시인이,성전에들어섰다.어린나이에신앙으로구원을받아왔던구미원평성당.그리고35년세월이흐른뒤에야찾아와옛날을돌이킨다.꿈속에환상으로나타나던곳이다.마음에간절했던성전이다.그때나지금이나내안에흐르는신앙은변함이없건만세월은흘렀다.
그세월이흐른뒤에도성전의담벽을옹골차게기어오르는담쟁이덩굴은내사연을알고있을것같다.젊음이남실대는나이에세례를받고,견진을받았던곳이다.주임신부님따스한손길이남은곳이다.그길이온통꽃길이었다.
그꽃길에세월이놓이고,그리움이놓이고,설레임이놓여있다.그리고따뜻한믿음이놓여,다시큰꽃을이룬신앙의시다.
다음으로그럼효도를가르치는가정테마의대작한편을살펴보자.

엄마의신음소리가심장을뜨겁게달구던
내게도한땐삐딱선을타고싶은
풋내나는어린시절모든게
거꾸로보일때가있었어
너도그랬었니
그래서나만보면얼레고안아달라
그렇게칭얼댄거니

그때울엄마처럼나도돌아가고싶을때
꾹꾹눌러담은것들이화병이되는것을처음알게되었어

시시때때손내밀면금고가꽉차있는게
아니라는걸
세상살다보니눈에보이고
가슴으로참아내는일일상으로
되어버린다는교훈도얻었지.
〈「사랑기법」부분〉

시의화자가어머니인것으로보인다.안고있는아이에게엄마도엄마의엄마인할머니를속상하게한일이있다고한다.너는그러지말라는타이름이다.모든게거꾸로보이는아이가타는배가삐딱선이다.삐딱선은기울고있는잘못된배다.삐딱선을탄엄마는할머니에게신음소리가나게하고심장을뜨겁게했다는것.
어머니는아이에게,엄마만보면얼러달라,안아달라하는너도그런일이있느냐고묻는다.그리고못난자녀들에게시달리는부모들은화병이생긴다는걸일러준다.
엄마의돈주머니가항상꽉차있는게아니니때를봐가며,갖고싶은것,먹고싶은것을말하라는엄마의가르침이다.엄마도세상을살면서참아내는교훈을얻었다는것.
아이에게부모를사랑하는방법즉효도를가르치는게대작「사랑기법」의주제다.아이를가르치기위해엄마의삐딱선,화병등은과장되거나지어낸이야기같다.
아이는엄마말씀에귀를기울이고있다.엄마말씀을실천하겠다는다짐을하는듯하다.
다음으로계절의순환을노래한자연소재의시한편을들여다볼까?

얼렸다풀렸다반복되길수차례
지난겨울유난히맹추위가
기승을부렸지만오는듯가는듯
그사이를틈타결국봄이오는
통로가열렸다

다신오지않을것같은겨울강은
꽁꽁얼어붙어코로나19와맞물려
더에워싸야만했고햇살마저
구름을이불삼아은둔생활을했다

오지말아야할길
따뜻한온기가사라지고
온정보단서로가멀어져야
살아갈수있는참춥고어두운
터널속에서도봄은그렇게살포시내려앉았다

아지랑이가물가물몸과맘
훌훌털어숨쉬기조차버거워했던
지난시간그아찔한통로를건너
백목련꽃은수줍게피어오르던날
사나운바람과
도도한자태는빛으로온몸발산하며
사르르녹아내리는
가장영롱함으로우리곁에왔다.
〈「겨울강건너봄이오고있어」전문〉

계절또한코로나19의영향을받는다.그래서봄이겨울강건너기가매우힘들었다.겨울에맹추위가기승을부려강이꽁꽁얼어붙었다가풀리기를수차례.이것이코로나19와맞물려햇살마저구름을이불삼아하늘에서은둔생활을했다는표현이아주제격이다.
인간의거리두기로온정보다는서로가멀어져야했던,참으로춥고어두웠던터널이뚫려서봄이온것.
숨쉬기조차어렵고버거웠던시간에아찔한통로를경우겨우건너서봄이왔다.백목련꽃은수줍게피어오르고사나웠던바람의도도했던자태까지사르르녹아,영롱한자태로우리곁에와서봄을무르익게하고있다.마침내봄이겨울강을건넜으니.봄은더욱따뜻하다.
코로나로힘든시대를이겨야할독자에게용기를주는시다.코로나의과정을섬세하게그리고있어서후세의연구자들에게까지연구대상이됨직한작품이다.
다음은많고많은꽃노래중에서한편을,

제몸에열기를감당못하고
후끈달아올랐던사계절의따뜻한온기를품어주던
한땐초록의꿈들이탱글탱글
영글어갈때도있었다

엄동설한추위에도붉게타오르던
그해겨울은열정으로부비대던
수많은인파속에서도웃음잃지
않으려무한대의잣대를
고스란히끌어안은채
숨죽여토해내던수많은사연들
그래도괜찮다고스스로다독였다

내겐또하나의동백을싹튀어야만
살아가는현실을순조롭게마주
대할수있다는건
흰눈속에서도붉은자기만의
아집들의똬리가낯설지않게
촘촘히엮어순화하고있었다는것을,
〈「그겨울동백꽃-외도」전문〉

남쪽섬외도의동백꽃을시의대상으로삼았다.
상록수동백은참으로특수한꽃이요,식물이다.제몸의열기를봄·여름·가을에감당할수없었던그것을한겨울추위속에내뿜은것이동백꽃이다.그표현이시답다.
그런데내곁에하나의동백꽃을싹틔워길러보고싶다는게시인의생각이다.그강인한동백꽃정신으로현실을순조롭게헤쳐가기위해서라했다.흰눈속에서도붉은빛자기를내세우는집념의똬리가낯설지않게하기위해서는여러그루의동백을곁에두고싶다는생각.마지막으로손순자시인자신의테마시한편을들어보기로하자.

때론흔들림과직립하며
꽃멀미로지독한몸살로앓아누운적도
풋사과가탈바꿈할때
나를달뜨게했던것도
붉디붉은저사과아닌
사과들에진행형이었던것과

참오랜세월고목나무처럼
마른버짐번지면서계절을
거뜬히건너갈수있었던것도
함께동행해준그사람의넉넉함이란걸
빛의속도에세월이었다

널브러진생각의차이성을
가끔은신맛과달달함으로
조합할수있었던걸
온전한겨울사과의큰역할
분담이있었던사실은
흥건한진액달인겨울사과먹고
더늦기전후회하지않도록
사과를해야겠다
오늘처럼후끈달아오른날.
〈「사과먹고사과하다」-부분〉
결혼34주년이다.참오랜세월고목나무처럼함께동행해준그사람의넉넉함이란걸생각하면그34년이어제인듯느껴지는빛의속도의세월이었다는것.
살아온그동안사과를나눠먹듯이부부간정다웠던때가대분이었지만,때론오해가생겨다툼을하고나면속좁은자신의잘못임을깨닫게되고,동행자인넉넉한그분에게사과를할때가있다는것.
우리말에는과일을대표하는‘사과’가있고,인정을회복시키는동음이의어‘사과’가있는것이얼마나다행인가.결혼기념일에그동음이의어를활용해서시한편을빚고보니「사과먹고사과하다」가된것.
웨딩마치울릴때는신부나는탱글탱글한풋사과였지.젊음을담보로한오만때문에자신을들여다볼줄몰랐다.살다보니꽃멀미도앓고,지독한몸살로앓아누울때도있었다는것.
이제결혼34년이니나는풋사과를지난붉은사과다.그리고넉넉한그분께는사과할것이조금은남아있다.신맛과달달함으로온전한겨울사과의큰역할을하게된것이니.겨울사과진액을달인걸먹고,더늦기전에그분께남은사과를해야겠다는거다.정말로「사과먹고사과하기」가된거다,오늘결혼34주년기념일에,

그럼제호의시로돌아가서전체의시를다시보자.제호의시「때론화끈하게가끔자유롭게」는신앙시였다.제호의시는전체시를안아서자신의큰품에품어줘야하는건데,제호의시와닮은시가눈에띄지않는다는것.그건몰라서하는소리다.

신앙인이생각에는우리의자연이란절대자의창조물이라는걸알면된다.아울러우리의생활어느한곳에도절대자의손길이닿지않은곳이없다는걸알면,자연과생활을노래한손순자제3시집전체가하나이손길에이어지고있음을알게된다.
손순자시인의정진이계속되기를···◈〈시인/아동문학가/문학박사/신현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