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사화집의 궤적을 따라가 보며 각기 다른 자리에서 시를 써온 의사 시인들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여 본다. 소멸해 가는 가슴의 흔적들이 문장 사이에 스며 있음을 발견한다.
봄의 난간에 기대어 선다. 지난 추위 속 동백의 주춤거림을 헤아리는 마음을 갖는다. 벚꽃은 근심처럼 흩날리고 사람들의 뒷모습이 오래 마음에 밟힌다.
우리의 생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억의 작은 파편들을 그러모은다.
손으로 밀면 하늘은 푸르게 휘어지고, 강물은 다시 넘치며, 개나리의 설렘은 일상 속으로 번져간다. 매일 산과 들을 걸으며 숨 쉬는 그 소박함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온 삶의 본질일 것이다.
그렇다.
삶이란 비 온 하늘에 어른거리는 한 자락 무지개를 기다리는 일이며, 인생이란 저녁 들판 위에 펼쳐지는 단 한 번의 재회와도 같다. 바람에 꺾인 벌노랑이꽃일지라도 상처가 있기에 비로소 정이 깃든다. 노을이 바람을 감싸듯 우리는 서로를 안으며, 글과 노래로 육신과 영혼의 둘레를 휘돌고 있다.
기다림과 재회.
이 사화집은 그러한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진 작은 우주이다. 문학과 의학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사유와 감정들이 시가 되어 서로를 비추고, 다시 누군가의 마음을 밝혀주리라 믿는다.
좌담회를 통해 의사 시인들의 시가 태어나고 발화하는 시간을 함께 나누어주신 《시의 시간들》의 임인호 발행인과 이화영, 최세라, 박숲 시인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울러 바쁜 진료 중에도 귀한 옥고를 보내주신 한국의사시인회 회원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6년 6월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서 화
눈물이 고여 있는 심장 (한국의사시인회 사화집)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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