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일상에서의학을읽어주는생활밀착형의학
연세대학교원주의과대학의학교육학과예병일교수의의학안내서.우리가당연시하는평범한일상이얼마나많은의학적발견과발명,사건들로가능해진것인지를생생하게펼쳐보인다.의학은과학이라는도구로인체와질병의비밀을하나씩하나씩풀어가고있지만그성과는대중들에게잘전달이되지않는다.여전히많은사람들이감기에는수액이나항생제가직방이라고,세균은만병의근원이라고,비타민은몸에좋다고,질병은인생을잘못살아온대가라고오해한다.
『저도의학은어렵습니다만』은질병과그치료법을연구하는학문인의학이도대체어떤학문인지틀을잡아줌으로써막연한걱정과두려움을없애준다.숨가쁘게가동되는화학공장이자미생물의우주인우리인간이얼마나기적같은존재인지,운이좋은존재인지실감하게해준다.인류를고통과질병으로부터해방시키기위해좌충우돌하던의사,과학자들의일화를통해소독약냄새,하얀벽등차가운느낌의의학을친근하게이해하도록돕는다.
의학은언제나우리곁에있다.의학은교과서에소개되는과학적지식만으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뇌의신경망처럼연결된사회적관계속에서그모습을드러냈다가사라지곤한다.-<서문>중에서
“도대체의학이뭐야?”
의료인을꿈꾸는십대,몸이예전같지않은부모가함께읽어야할필독서
의학은질병과그치료법을연구하는학문이다.저자는의학을“과학적연구방법을이용하여크게발전한학문”이자“사람을대상으로하는만큼인문학적소양이필요한학문”으로정의한다.의학을크게기초의학과임상의학으로나누는것도이러한정의와일맥상통한다.실험대(benchside)에서주로이뤄지는기초의학의대척점에있는말이바로‘침상에임한다(bedside)’는뜻의임상의학인것이다.
이발사,돌팔이,산파와경쟁하던의사가지금의지위를차지하게된것은근대과학기술을적극적으로받아들였기때문이다.의학은질병의원인을알아내고치료법을찾기위해실험을수백번씩반복하고,무슨의미인지알수없는결과앞에서괴로워하고,성병환자의고름을자신의몸에주입한의사와과학자들,의학발전을위해실험에참여한환자들덕분에무서운속도로의학지식과기술을축척해나가기시작했다.
의대생들이해부학,생리학,생화학,미생물학,약리학,세포생물학,분자생물학,유전학,면역학등을기본적으로공부하는것은기초의학의발전이의학발전에큰획을그어왔음을반영한것이다.-<서문>중에서
그러나저자는더이상의학지식과기술만으로는사람을치료할수없다고말한다.한국인의10명중8명이만성질환으로사망하는시대이기때문이다.오늘날의학은단순히질병을고치는데국한되는것이아니라“사람들의신체적정신적사회적건강을유지하기위해필요한모든지식을다루고연구하는학문”(본문27쪽)으로정의되고있다.예전과달리환자를존중하고,공감하고,표현하는의사가‘좋은의사’로평가받고치료효과도높은배경이다.
『저도의학은어렵습니다만』은의학의과학적인문적사회적성격을일상과의연관성을통해폭넓게살펴본책이자,의학이궁금한모든이들을위한안내서이다.한창생물등을배우는학생들도,병원에서검진이나치료를받으면서우리나라의료시스템에대한궁금증이커진성인들도흥미롭게읽을수있다.
의대교수가들려주는
의과대학,의사면허,전문의과정
대중들은학문으로서의의학보다는의사와병원에대한관심이더클것이다.이책은의사란어떤존재이며병원이라는시스템이왜그렇게가동되는지이해하게해준다.저자는의대(예과2년,본과4년)→의사국가시험(합격하면‘일반의’)→인턴(1년)→전공선택→레지던트(4년)→전문의시험(합격하면‘전문의’)과정에대해차근차근설명하여독자들이의사와의학의세계를간접경험하게돕는다.
자동차운전을가르치는선생님이“자동차와한몸이되어움직일수있어야한다”고하듯이의학을공부하여의사가되기위해서는의학지식만습득한다고되는것이아니라의학과한몸이되어야하고,이를위해서는의학과의료계에항상노출되는상태에서알게모르게의학을자기것으로만들어가야한다.-본문98~99쪽
의사들이전문성을갖추게된데에는의대교육시스템과면허제도가결정적역할을했다.우리나라에서도의사면허를얻기위해서는우리나라의과대학을졸업해야만하며의사국가시험을통과해야한다.저자는전세계적으로현대식의학교육이표준화되는과정,의대에입학하면배우는기초의학과임상의학과목,교육목표와내용,의사국가시험의출제의도,의사에게필요한소양,의대생의일상,의사면허제도의도입목적,일반의와전문의의차이,한국의의료제공체계,의사가진출할수있는다양한직종등을소개하고있다.
2년간해부학,생리학,생화학,약리학,미생물학,기생충학,예방의학,병리학등8개기초의학을중심으로공부를하고,다음2년간환자를보는데직접필요한임상의학과목을공부하는것이다.해부학은인체의구조를다루는학문이고,생리학은인체의기능을다루는학문이다.-본문80~81쪽
“왜다들실비보험을드는거지?”
국가보험이있는데도불안해민간보험을들수밖에없는의료시스템
우리국민의63.3%는건강보험제도가우수하다고생각한다(2019년건보공단대국민여론조사).그런데국민대다수가민간의료보험을필수적으로들고있다.민간의료보험중실비보험가입자만국민의70%(3,800만명)에이른다.
저자는민간의료보험에가입하면손해인걸알면서도가입하는이유는국민건강보험만으로는불안하기때문이라고지적한다.현행의료보험제도덕분에감기,알레르기비염같은가벼운병은몇천원에이용가능하지만가족중하나라도중병이나희귀난치병에걸리면빚더미에앉게되어가정이풍비박산이난다.이는국민건강보험이3저(저부담,저급여,저수가)에바탕을두고있기때문이다.
지금까지의료기관은수가를충분히보장하지않는의료보험정책에맞서서국민건강보험이적용되지않는‘비급여’항목을개발함으로써경영수지를맞춰왔다.(중략)외상치료외에도병원에서적자를감수해야하는치료법이늘어나면서(법적으로나윤리적으로병원이환자치료를거부할수는없으므로)병원이선택할수있는방법은특진료,병원안부대시설에대한임대료,입원환자의식비등환자치료와상관없는항목을통해수입을올리는것이었다.의료의본질은사라지고,경영을위해편법을동원해야하는이와같은현상을‘의료의왜곡’이라한다.-본문219~220쪽
문제는한국병원의95%가민간소유라는점이다.이에반해OECD국가들의국공립병원비율은평균73%이다(2018년기준).정부가민간병원에턱없이낮은수가를강요하자건강보험이덜적용되는분야로의쏠림현상이심해졌다.사람목숨이오가는고난이도의외과수술보다간단한미용성형수술의수가가더높다.아덴만의영웅석해균선장의치료과정에서알려졌듯이심한외상으로목숨이오가는환자를살려내면병원은적자를볼수밖에없는구조다.저자는이제라도보험재정마련을위해보험료를거두는경우얼마나거두어어느정도를보장할지에대해국민적합의가필요하다고말한다.
복지사회는경제수준이높아졌다고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어떤목표를가지고,어떤방법을선택하는것이가장합리적인지를고민하고국민전체가그선택을공유함으로써이루어진다.-본문211쪽
『저도의학은어렵습니다만』은실비보험,백신,노화,운동같은친숙한주제에서부터원격진료,유전자치료,코로나19,건강평등등사회적현안과이슈까지한마디로모든일상을의학으로끌어들인다.생리학,미생물학,세포생물학,유전학,면역학,병리학,예방의학을넘나드는생활밀착형의학을통해복잡다단한세상물정을의학적시각으로재해석해준다.“사과를매일하나씩먹으면의사가필요없다”는격언이있다.건강에대한관심이점증하는요즘이라면어림없는말이다.자신과가족의건강을지키고사회적으로원활하게활동하기위해서도이제일반인도의학의개념이나사회와의관계정도는이해해야할때가된것이다.
*‘저도○○은어렵습니다만’시리즈의세번째책
이책은분과학문을일상적시각과언어로해설해주는도서출판바틀비의‘저도○○은어렵습니다만’시리즈의세번째책이기도하다.이시리즈로는과학으로가는문턱을한걸음낮췄다고평가받는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의『저도의학은어렵습니다만1,2』가이미나온바있다.점점학문이전문화,세분화,분업화됨으로써전공자가아니면이해하기도어려운시대다.‘저도○○은어렵습니다만’시리즈는전문적인분과학문을일상과연관시켜쉽고흥미롭게풀어낼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