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눈속말을 하는 곳

$13.00
Description
귓속말, 좋아하세요?
입속말, 종종 하세요?
눈속말도 하시나요?

눈으로 하는 말… 눈속말. 사람과는 눈빛으로 주고받는 말. 나무나 바위나 달에게는 건네기만 하는 말. 그럼에도 때때로 건네고 싶은 담백하거나 간절한 말. 그래서 눈속말에는 속엣말이 있고 속엣말에는 짠한 사연이 있다. 눈속말을 하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적요한 예배당이나 대웅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게는 세면대에 차오르는 수돗물이기도 하고, 대문 밖 길목에서 흔들리는 겨울나무이기도 하다. 그 곳곳에서 눈속말을 꺼내는 작가의 낮은 목소리가 모여 책이 되었다. 시인인 작가가 주목한 ‘곳’들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바빠서 눈여겨보지 못한 희로애락의 현장이다. 그곳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점집이기도 하고, 배웅이 마중을 소망하는 철도역이기도 하고, 웃는 법을 가르쳐주는 옥상이기도 하고, 밤하늘에 눈을 씻는 산속이기도 하다. 그 출렁이는 서른 곳의 현지(現地)로 시인의 마음 길을 따라 가만히 동행하면 어느새 독자의 잊힌 추억이 먼발치에서 독자의 눈속말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에서 삶을 성찰하는 이 책은 일상의 공간에서 일어난 일화를 통해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에세이이다. 그 공간-장소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TV 에피소드에 빗대 이야기하듯 능동적으로 ‘보는 것’이 될 때 그 장소는 드러난 달빛처럼 환해지고 그 ‘곳’을 응시하는 사람의 성찰은 달의 이면처럼 깊어진다.

더불어, 이 책 속 곳곳에는 작가의 문체 물결과 참 잘 어울리는 삽화가 매 이야기마다 아랫목처럼 한 편씩 그려져 있다. 그 서른 편의 그림들은 모두 보기 드문 연필화인데, 그린이의 정감이 하나같이 목도리처럼 포근하면서도 묘한 애수를 담고 있어서 쓰다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여백의 절제미까지 표현된 그 그림만으로도 독자의 눈과 마음은 맑고 고요질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봄 동산을 산책하듯 이 책 속으로 가만히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 자기에게 건네는 눈속말이 진달래처럼 피어 있다.
저자

윤병무

직업은출판인.퇴근하면시인.지난3년간휴일은물론퇴근직후부터출근직전까지주로산문가로살았다.책상은곳곳에있다.(정거장을포함한)전동열차와마을버스,집근처공원벤치,집안화장실좌변기가그곳이다.원고지는스마트폰메모앱(app),펜은양손엄지다.이렇게자투리시간을야금야금이용해실물원고지한장훼손하지않고153편의산문을매주연재했다(1년이52주이니그사이지구가태양을세바퀴돌았다).그중‘장소’에대한글만추려이책에묶었다.장소없는시간이있을지몰라도,시간없는장소는없기에이책속의장소이야기는시간이야기이기도하다.그‘시간’은역사이기도하고,추억이기도하고,당장이기도하다.열차같은그시간이지나는세상곳곳의간이역들이지은이가물끄러미바라본‘곳’이다.그곳은우리일상에출렁이는희로애락의현장이다.익숙하고바빠서들여다보지못한,응시하면눈속말을걸어오는그‘곳들’에가만히동행해보길바란다.지은이의시집으로<5분의추억>과<고단>이있다.

목차

프롤로그:보이는것과보는것

1.곳
절망과희망이함께사는곳*점집
왕복을해도늘편도인곳*버스정류장
우연의행복이기다랗게만나는곳*국숫집
하고많은인연이두시간마다돌아가며사는곳*영화관
신앙없이도눈속말을하는곳*고찰(古刹)
배웅이마중을소망하는곳*철도역
두운명의향방이갈리는곳*우편함
얼룩말이누워불행을경고하는곳*횡단보도
누구나마지막으로이사한곳*묘소
‘희망’이라는상호를떠오르게하는곳*맥줏집

2.곳곳
아무짝에도쓸모없지만꼭필요한곳*집골목
밤하늘에눈을씻는곳*펜션
즐거움을준비하는즐거움이있는곳*야영지
두부류의사람들이함께이용하는곳*엘리베이터
고향보다더그리운곳*외가
비결은달라도다섯가지공통점이있는곳*맛집
독립된마음이자라는곳*다락방
‘덤’이라는마음의저울이있는곳*전통시장
가장편안한15분이있는곳*미용실과이발소
백년동안손님을맞이해주는곳*처가

3.곡곡
수천년의이야기가모여있는곳*서점
슬픔의무게를함께들어주는곳*빈소
단돈몇십원으로언어예절을배웠던곳*공중전화부스
“당신은내가당신인줄도모르고끌고”가는곳*사무실
작은차이에서입맛이달라지는곳*본점과분점
웃는법을가르쳐주는곳*옥상
정형외과대신가는곳*안마원
몇천원짜리기쁨이기다리는곳*상설의류할인매장
오롯이나혼자있는유일한곳*화장실
거울속으로걸어들어갈수있는곳*산책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