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유쾌하게살겠다는것은어떻게죽을것인가에대한나의답이다”
-85년인생내공으로다져진뿌리깊고단단한생의철학
이근후는웃는얼굴이가장멋진할아버지다.올해로85세가되었지만,여전히많은이들이그를찾는다.50년간대학에서환자들을돌보고학생들을가르쳐온그는정년퇴임후사단법인가족아카데미아를설립해다양한교육프로그램을진행해왔고,30년넘게네팔의료봉사를해오고있으며,40년넘게광명보육원아이들을후원하고있다.그뿐만아니라40만부가판매된《나는죽을때까지재미있게살고싶다》를비롯해35년간모두20여종의책을썼고,그를주축으로결성된‘예띠시낭송회’는무려20년넘게이어지며문학공부와봉사활동을활발히펼치고있다.지금도그는매일찾아오는사람들을만나고,청탁원고를쓰고,천문학세미나에참석해별을공부하며하루하루의미있게살아가고있다.
그래서인지사람들은그의인생을특별하게여기면서“어떻게그렇게재미있게사셨습니까?”라고묻는다.하지만그의건강상태를알면깜짝놀란다.그는왼쪽눈의시력을완전히잃었고,당뇨,고혈압,허리디스크,관상동맥협착등일곱가지병을앓고있다.게다가4년전에는계단을내려가다가발을헛디뎌구르는바람에머리를크게다쳐또한번죽을고비를넘겼다.젊어서는지독한가난과전쟁속에서유년기를보냈고,4·19와5·16반대시위에참여해감옥생활을하는바람에변변한직장도없이네명의아이를키우며생활고를겪기도했다.이처럼그의인생은사람들의기대와는반대로,뜻대로풀리지않는인생에더가까웠다.
그런과정을거치는동안그는한가지를깨달았다.의지를세워열심히노력하면웬만한일은전부이뤄낼수있을거란기대와는달리,인생은필연보다우연에의해좌우되었고세상은생각보다불합리하고우스꽝스러운곳이었다.뜻대로이룰수있는일은생각보다많지않았고,삶은예기치않은시련으로크게흔들렸다.그래서산다는것은슬픈일이다.나라는존재의미약함을깨달아가는과정이기때문이다.
그런데다행스러운점이있다.자력으로어찌해볼수없는인생의시련이일상의작은기쁨으로인해회복된다는사실이다.고(故)신영복선생은말했다.“그자리에땅을파고묻혀죽고싶을정도의침통한슬픔에함몰되어있더라도,참으로신비로운것은그처럼침통한슬픔이지극히사소한기쁨에의하여위로된다는사실이다.큰슬픔이인내되고극복되기위해서는반드시동일한크기의커다란기쁨이필요한것은아니다.”그래서사람은마지막까지유쾌하게살아야한다.사소한기쁨과웃음을잃어버리지않는한인생은무너지지않는다.그리고그런즐거움은마음만먹으면주변에서언제든지찾을수있다.어려운상황에서도작은즐거움을놓치지않으려고애쓴것.이것이야말로남들이보기에특별한인생을살아온저자가진짜로만족스러운삶을살았던진정한이유다.
“내가불합리하고우스꽝스러운인생앞에서도웃음을잃지않는이유”
-50년간정신분석전문의로일하며깨달은인생의비밀
그는50년넘게수만명에이르는환자들을치료하면서무엇이사람의마음을고통스럽게만드는가를탐구했다.원인은크게두가지다.하나는과거에대한후회이고,다른하나는미래에대한불안이다.둘다안느낄수는없겠지만과도해서좋을게없다.아무리후회한들바꿀수없는과거이고,아무리걱정한들피해갈수없는미래이기때문이다.더나쁜점은이두가지가지금,여기에서충분히누릴수있는삶의기쁨들을갉아먹는다는사실이다.
만약어느시점에이르러후회와불안에잠을설치게된다면,이제는지나온삶을수용할때가되었다고생각해야한다.후회해도내인생이고,만족해도내인생이다.열심히살아가는과정에서저지른실수까지피해갈수는없는노릇이다.그정도면훌륭했다고열심히살아온자신을칭찬해주어야마땅하다.그리고아무리준비한들미래에찾아오는노화와상실까지막을수는없다.구체적으로준비하되,불안한마음은현재의즐거움으로달래는법을깨우쳐야한다.
무엇이든알면두렵지않다.인생도마찬가지다.사람마다다른삶의방식을다양하게접하고느낄수록,앞으로다가올인생을더욱구체적으로준비할수있다.저자는그런준비과정에여든다섯해의자기이야기가도움이되기를바라는마음에서이책을썼다.
“어차피백년을살아야한다면”
-어떻게나답게살다가나답게죽을것인가?
나이듦이야말로살아있는인간이끝내받아들여야만하는삶의주제다.나이가들면건강이나빠질일만남았지,반대로좋아지기는불가능하다.경제적능력과사회적지위도정점을찍고나면점차쇠퇴할수밖에없다.그런데이런명백한사실을머리로는이해해도가슴으로받아들이긴어렵다.그래서누구나나이들며달라지는것들을받아들이는과정에서통증을경험한다.절대로피해갈수없으며한번은겪어야하는통과의례다.
저자는본인이겪은통과의례를아주솔직하고도유머러스하게이야기한다.학회가끝나고후배들이다가와“선생님,피곤하시지요?”라고묻는진짜이유를모르고자리를지키다가머쓱해진경험.지하철에서자리를양보하지않는청년을향해분노의레이저를쏘았는데,반대로용수철처럼일어나자리를양보한고등학생에게도‘내가할아버지라고?’하는마음에노여움이일었던사건.헤어질때면어김없이후학들로부터“건강조심하세요”라는인사를들을때마다‘나아직정정한데’라는마음이들다가도‘그래맞다.후학들이갖는연민의마음을가슴으로받아들이자.말잘듣는착한할아버지로살자’라고마음을다잡는이야기등등.정말살아봐야만알수있는진솔한이야기들을웃으면서따라가다보면,나이듦에서오는슬픔은잔잔해지고그래도살아볼만한인생이라는생각이저절로떠오른다.
저자는말한다.“‘나이든거몰라주면서럽고,어른대접받기는싫고’하는정서는언젠가한번은찾아오는보편적인감정이다.만약어느날당신에게서이런이중적인태도를발견하게되면그저통과의례를거치고있다고생각하라.홍역을잘치르면면역이생겨서더건강해지듯이,통과의례를잘거치면평화로운삶이기다리고있다.”
“더이상불필요한일과소중하지않은사람들에게시간과체력을낭비하지말기를”
-이제는가장먼저나를챙기면서살고싶은사람들을위한40가지심리수업
인생의절반쯤에이르러사람들은다시한번‘어떻게살것인가?’를진지하게고민하게된다.지금까지성취와업적,책임과의무위주로삶을꾸려왔다면,이제는본인이진정으로원하는삶,가치있는삶에주의를기울이게되기때문이다.이를두고칼융은“마흔이되면마음에지진이일어난다.진정한당신이되라는내면의신호다”라고표현하기도했다.
이책에는85년을먼저살아본인생선배가후배들에게들려주는보석같은조언들이담겨있다.소중한사람들에게연락하기를미루지말고자주만날것,죽도록일만했다고후회하기전에열심히일한자신의노고를인정할것,다큰자식은되도록빨리독립시킬것,부모님살아계실때더많은대화를나눌것,자기만의시간과공간을차근차근마련할것,지금까지살아준배우자에게무조건감사할것….50년경력의정신과의사답게,인생의중반기에이르러누구나한번쯤마주하는삶의문제들에대해매우실질적이면서도철학적인통찰을건넨다.그가전하는40가지통찰은이제는누구보다가장먼저자기를챙기면서살고싶은이들에게훌륭한지침이되어줄것이다.